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4화(94/150)
“전쟁 영웅의 깃발?”
인벤토리 안에서 꺼낸 깃발은 우진의 키보다 훨씬 높은 기다란 장대의 깃발이었다.
“우아…….”
“이게 뭐예요?”
깃발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름 : 전쟁 영웅의 깃발
등급 : A
설명 :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운 영웅에게만 주어지는 깃발. 깃발을 사용하면 전사들에게 강대한 힘이 전해진다고 한다.
1회에 한하여 깃발 사용 시,
▶ 모든 능력치 +10
▶ 물리, 마법 내성이 15%씩 증가한다.
▶ 모든 공격력이 5% 증가한다.
▶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깃발의 효과는 반경 5㎞의 모든 우호적인 존재에게 적용 된다.
깃발의 설명을 읽은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효과도 효과지만…… 범위가 말도 안 되잖아?’
반경 5㎞라면 웬만한 전장은 모두 커버가 되는 거리였다.
‘그야말로 대규모 전투를 위한 아이템이군.’
그럴 만했다.
애초에 몬스터 웨이브 자체가 필드 전투 이벤트였으니까.
‘다음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한 아이템으로 제공되는 것일 수 있지만…….’
사용 여부에 따라서 깃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단순히 몬스터 사냥이 아니라 클랜 전투나 왕국 간의 전쟁 역시 필드에서 벌어지니까.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아이템이 될 수도 있어.’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룬은 페론 너와 웨든이 하나씩 가지도록 해.”
“……네? 정말입니까?”
“어. 여기까지 와준 보답이니까.”
“감사합니다!!”
민첩 룬을 받은 페론은 감개무량하다는 듯 넙죽 고개를 숙였다.
‘민첩 룬은 루엔도 필요하긴 하지만…….’
우진은 슬쩍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루엔은 괜찮다는 듯 끄덕였다.
CEO였던 그는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 보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뀐다.
‘보상이 있어야 신뢰도 쌓이는 법이지.’
“이건 네가 웨든에게 전해줘. 참, 그리고 이걸로 쓸 만한 장비도 맞춰주고.”
“직접 주시지 않고요?”
룬과 여비를 챙겨 페론에게 건네주고 난 뒤 우진은 페어리 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아직 할 게 남아 있어서.”
그의 말에 페어리 퀸은 양쪽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예의를 표했다.
“그럼 웨든과 만나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
페론이 떠나자 우진은 페어리 퀸을 향해 말했다.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요. 당신 덕분에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지온 뮈렌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나저나 악마라니…… 대륙에 또 한 번 폭풍이 불 것 같네요.
“악마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저 폭풍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우진은 이세계의 미래를 떠올렸다.
수집가라는 존재들.
그들은 이종족들을 납치해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일을 했었다.
‘미궁탑이 무너진 뒤 대륙은 악마들의 세상이 돼버린 거야.’
분명, 어딘가 놈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녀석이 악마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 낸 것만 해도 어딥니까.”
남아 있던 기사들을 모두 입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뮈렌 가문에 대한 소문이 곧 퍼질 터.
“뮈렌도 뮈렌이지만 악마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은 왕국들에게 충분히 경각심을 일으킬 겁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을 잘 처리해 주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명 : 토른 바흐 수호]알림이 울렸다.
-요정족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녀가 손을 모으자 두 개의 물건이 나타났다.
푸른 액체가 들어 있는 약병과 작은 책 한 권이었다.
-요정족이 준비한 보상입니다.
이름 : 천년목의 수액
등급 : S
설명 : 천년목에서 얻을 수 있는 수액. 복용하게 되면 단숨에 한계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명약으로 알려져 있다.
▶ 사용 시 영구적으로 레벨 +1의 효과를 얻는다.
차릉―.
여왕이 건넨 약병을 가볍게 흔들자 안에 들어 있는 액체가 병 안에서 오묘한 빛을 냈다.
‘레벨을 올려준다라…….’
겨우 한 줄뿐인 설명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아껴두었다가 써야겠군.’
수액을 쓰는 시기는 누가 뭐라 해도 정해져 있었다.
‘만렙을 찍었을 때.’
그다음 수액을 먹게 되면 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레벨인 99레벨을 뛰어넘어 유일한 100레벨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엄청난 걸 받았군요.”
-합당한 자격이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쓰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수액의 가치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왕이 건넨 책.
푸른색 테두리가 둘러진 스킬북이었다.
‘레어 등급이로군.’
마음에 드는 보상이었다.
‘50레벨이 됐지만 지랄맞은 퀘스트 때문에 전직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으니까.’
[스킬북 : 신기루]등급 : 레어
설명 :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 자연계 내성이 낮으면 디버프 : 정신 착란에 빠질 수 있다.
▶ 정신 착란에 빠지게 되면 아군을 공격하게 된다.
‘나쁘지 않네.’
설명만 본다면 위급한 상황에 써서 적을 따돌리는 용도의 유틸기 같지만, 오히려 공격적으로 쓸 때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단순히 전장뿐만 아니라 던전 공략에도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에 우진은 망설임 없이 스킬북을 열었다.
[스킬북을 사용하시겠습니까?]화르륵……!!
그가 수락 버튼을 누르자 책은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불타며 사라졌다.
[스킬 : 신기루를 획득하였습니다.]-벤시나는 레블라 산맥으로 오라 했지만 그곳까지 가는 여정조차도 쉽지 않을 겁니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블라 산맥은 중앙 대륙 북쪽에 존재하는 미개척 지역이었다.
공식 홈에 올라와 있는 정보에 따르면 북쪽 지역 사냥터들은 평균 레벨 85였다.
현존 최고 랭커인 케르가조차 이번에 미궁탑 10층을 공략하면서 70레벨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당연히 북쪽은 미개척 지역을 떠나 플레이어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60레벨부터 레벨을 올리는 게 극악이라고 했었지.’
사람들은 마의 60벽이라고 불렀다.
60에서 61이 되는 시간이 1에서부터 60까지 올리는 시간만큼 필요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고작 10레벨 차이지만 60레벨과 70레벨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85레벨 사냥터에 간다는 건 몇 년이 걸려도 힘든 일이었다.
‘뭐, 해봐야 아는 일이니까.’
막막했지만 의외로 우진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미 이세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였기에 가능한 일일지 몰랐다.
“전설급 클래스를 얻는데 쉽다면 더 이상한 일이겠죠. 조급해하지 않겠습니다.”
-현명하시군요.
페어리 퀸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위그의 빛을 사용합니다.]“……!!”
그녀의 손이 닿자 놀랍게도 잘렸던 팔목이 마치 꽃이 피듯 새롭게 돋아났다.
그뿐만 아니라 니센의 오염된 팔을 비롯해서 일행들의 크고 작은 상처들도 모두 회복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우진은 새로 생긴 팔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이제 무엇을 할 계획이십니까.
“글쎄요.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조금은 쉬고 싶네요. 테칸 왕국으로 갈까 합니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카르란의 영지에 가보려는 것이었으니까요.”
-테칸 왕국이라…….
그녀는 그의 말에 뭔가를 떠올리는 듯 작은 신음을 삼켰다.
-그곳으로 가신다면 대수림에 들러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대수림……?”
우진이 카르란을 슬쩍 바라봤다.
“아, 대수림은 테칸 왕국이 있는 안타리안 연방 중앙에 있는 거대한 숲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대수림을 중심으로 동쪽은 테칸, 서쪽은 에스텐, 그리고 남쪽에 달루스, 이렇게 3개의 소왕국이 위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수림 북쪽으로 올라가면 5대 왕국 중 하나인 브리안 왕국이 있습니다.”
“브리안 왕국이면 샤를로가 있던 곳이군.”
“네 맞습니다.”
카르란의 대답에 그는 알테온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괜찮은지 모르겠군. 따지고 보면 지온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거니까.’
3대 보구도 잃고 샤를로마저 죽었으니 아마도 난처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었다.
“니센, 말뚝을 찾게 되면 꼭 교단에 연락을 하도록 해줘.”
“알겠습니다.”
니센의 대답을 듣고 난 뒤 우진은 페어리 퀸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대수림엔 왜 가보라 하시는 겁니까?”
-그곳은 대륙에서 정령들이 가장 많은 곳이죠.
“아…….”
우진은 그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루엔이 정령 계약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할 일을 주시는군요.”
-우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닿길 바랍니다.
페어리 퀸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언젠가 요정족과 인간족이 공존하는 때가 오겠지요.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요정들이 나타났다.
-이건 그 우호의 선물입니다.
파울러의 손엔 작은 드레스가 있었다.
-당신의 것입니다.
-저, 저요?!
세츠나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과거에 제가 입었던 옷이라 낡았지만…… 나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드레스를 받아 든 세츠나는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평생 안 입을게요!!
-입으라고 드린 것이니 마음껏 써주세요.
페어리 퀸은 마치 딸을 대하듯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며 말했다.
-그의 힘이 되어주세요.
세츠나는 드레스를 꽉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바로 가실 겁니까? 하루 정도라도 쉬다 가시는 게 어떠실지.”
카르란의 말에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흑룡이 사라졌다는 게 대륙 전역에 알려졌어. 암흑지대로 막힌 포털도 곧 복구가 되겠지. 그럼 이곳은 금세 소란스러워질 거야.”
떠날 거라면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게 맞다.
우진은 걸음을 서두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벤시나가 말했던 무덤도 들르는 게 좋겠지.”
아직도 보상이 남아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카르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그러고는 앞장서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집으로.”
우진은 그 말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가고 싶은 목적지였으니까.
‘언젠가는 꼭…….’
자신도 그곳에 당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