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5화(95/150)
“으악……!! 늦었잖아요!!”
“아야, 아야! 그, 그만하거라. 이 녀석아!”
간신히 포털을 타고 넘어온 가레스는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제인을 피해 도망치기 바빴다.
도착한 토른 바흐는 재건이 한창 중이었다.
운이 좋다면 좋은 걸까.
인력 부족인 토른 바흐는 뒤늦게 가동된 포털로 몰려든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를 제안했다.
[서브 퀘스트 : 토른 바흐 부흥]마을에 도착하자 생성된 퀘스트 창이었다.
“보상도 꽤 쏠쏠하군. 아무래도 말라스 왕국에서 보상금을 대폭 지원한 모양이야.”
“도망친 나가 용병단의 위약금 덕분인가 보네요.”
“맞아. 왕국을 상대로 계약 위반이라니. 꼴좋지. 이참에 망해 버리면 좋겠네.”
가레스는 어쩐지 신이 난 듯 말했다.
“예전에 말라스 왕국에서 퀘스트하다가 나가 용병단의 방해가 있었거든요.”
“하하…….”
제인이 김찬에게 귓속말로 말하자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그 친구도 참…… 중앙 대륙에 왔으면 쪽지라도 보내지. 뜬금없이 흑룡하고 싸우고 있질 않나.”
가레스는 턱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진짜 대단한 친구라니까. 대륙에 오자마자 아주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 그들은 우진의 행보를 알아 낼 수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흑룡 퇴치 이후 홀연히 사라져 버린 우진 일행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에도 한차례 난리가 나기도 했다.
“그러게 빨리빨리 오자고 했잖아요! 이게 다 삼촌 때문이에요!!!”
“아야, 아얏!”
제인이 괜스레 가레스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어쩔 수 없었잖느냐, 우린 그때 퀘스트를 하고 있었으니까. 몬스터 웨이브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월드 퀘스트를 진행 중이란 걸 잊지 말거라.”
“드래곤이잖아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드래곤이 나왔다구요!”
그녀는 아쉬워 미치겠다는 듯 옷깃을 물어뜯으며 훌쩍였다.
“녀석아. 넌 지금 월드 퀘스트를 하고 있다. 하도 졸라서 오긴 했지만…… 원로회들은 오히려 안심이겠지. 자꾸 잊나 본데, 넌 절대로 위험한 곳에 가서는 안 될 몸이라고.”
“눼이, 눼이. 알겠습니다요.”
“아오…… 이 녀석.”
가레스가 제인의 빈정에 속이 터진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떨자 그녀는 냉큼 도망쳐 버렸다.
“하여간……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모른다니까.”
옆에서 보던 김찬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저분이시죠? 울드아 연합의 새로운 연합장 말입니다.”
“맞네. 철이 없어서 문제지.”
“그래도 저런 성격이라서 월드 퀘스트를 하시는 건 아닐까요? 저 같은 사람은 절대로 못 얻을 겁니다.”
“클클, 그렇지도 않네. 적탑에서 유일하게 토른 바흐로 넘 왔잖은가.”
김찬은 가레스의 말에 멋쩍은 듯 웃었다.
“네. 그래서 지금 난감하네요.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면 모를까…… 끝나 버리다니. 아마 지금쯤이면 다시 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뒤늦게 적탑으로 돌아가면 분명 한소리 듣게 될 것이다.
“만만치 않지? 적탑 말일세.”
“네. 소문대로네요.”
중앙 대륙에서 가장 큰 마법회였고 결과도 뛰어난 적탑이지만, 생각보다 평판은 좋지 않았다.
많은 인원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율이 필요한 건 맞지만, 적탑은 유독 그게 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마법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스즈키 하나에 대한 수장 라탄 그레이의 편애였다.
적탑은 모든 마법 연구를 그녀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다른 마법사들은 그녀의 성장을 위한 일꾼 같았다.
“어쩔 수 없죠. 저 같아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제자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적색 마녀의 특성.
[원소 융합]일반적으로 마법사는 한 가지 속성을 정해서 특화시키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각 속성마다 상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화 속성의 마법사가 수 속성의 마법을 익히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플레이어들은 굳이 여러 속성을 익히려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가진 [원소 융합]은 속성의 페널티를 무시할 수 있는 특성이었다.
그녀는 상성과 상관없이 어떤 속성의 마법을 익히든 소요되는 시간이 똑같았다.
라탄 그레이가 그녀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대마도서(大魔圖書) 폴세티아.
적탑의 꼭대기에 보관되어 있다는 마법서를 열기 위해서는 모든 속성의 최상급 마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었다.
수장인 라탄조차 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적탑이 세워진 이래 어떤 마법사도 이루지 못한 염원을 이루기 위함일지 모른다.
“많이 부러운가?”
“뭐…… 신기하긴 해도 부럽진 않습니다.”
“그래?”
“네. 저도 좀 달라진 모양입니다. 이게 다 가레스 님 때문입니다.”
“하하, 내가 왜?”
“얼음굴에서의 경험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거든요.”
가레스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재밌었지. 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닌 것 같은데?”
“네?”
“칸, 그 친구 때문이지. 안 그런가.”
“하긴…… 그러네요.”
김찬은 그의 말에 머쓱하게 웃었다.
사실 다들 가지 않겠다는 토른 바흐에 온 것도 우진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만나면…….
뭔가 새로운 계기를 얻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에.
“하하, 얼굴이 딱 사표 내고 싶어 하는 직장인 같구만!”
“……그렇습니까.”
농담이었지만 가레스의 말에 김찬은 어쩐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힘내게.”
“네, 감사합니다.”
“같이 갈래요?”
“……!!”
그때, 갑자기 등 뒤로 나타난 제인에 김찬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
“마침 마법사가 필요했거든요. 에스텐 왕국 쪽에 서브 퀘스트를 하나 얻어서 해결하러 갈 참이었거든요.”
“하, 하지만…….”
“흐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군.”
가레스가 제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해보지 않겠나? 적탑에는 내가 얘기해 줌세. 자넨 그냥 억지로 잡혀왔다고 하면 되겠군.”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저 김찬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모험이 필요한 순간이죠.”
제인이 피식 웃었다.
김찬은 어쩐지 그녀의 말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기대를 안고 온 중앙 대륙이었지만 막상 이곳에 온 뒤로는 적탑에 틀어박혀 있었다.
“어때요?”
김찬은 자신을 향해 내민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모험…….’
참으로 설레는 말이었다.
* * *
“마스터!!!”
“형님!!”
“왔구나.”
길을 따라가던 우진은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페론과 웨든을 발견했다.
“죄송해요. 이번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도움이 되지 않긴. 네 덕분에 흑룡에게 도달할 수 있었잖아. 안 그래?”
자신을 보자마자 꾸벅 허리를 숙이는 웨든을 우진이 다독였다.
“제법 그럴싸한 모습이 되었는걸.”
“하하, 괜찮죠? 갑옷부터 방패까지 보급품이긴 하지만, 모두 지그문트 제(製)입니다.”
꼭 칭찬을 받고 싶은 것처럼 페론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네. 불필요한 옵션은 없고 딱 방어력과 각종 상태 이상 내성을 올려줘서 탱커에게 딱이죠.”
[지그문트의 108번째 중갑옷]만족스러워하는 웨든의 얼굴만 봐도,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능도 훌륭했다.
“우린 테칸 왕국으로 갈 거다. 운이 좋게 페론도 원래 그쪽에 있었던 터라 함께 갈 생각인데…… 넌 어때? 백색 주점으로 갈 생각이라면 함께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울드아 연합과 만날 수 있는 [백색 주점]은 안타리안 연방에 있는 19번째 마을에 위치하고 있었다.
3개의 소왕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주로 왕국들 간의 거래가 이뤄지는 공동 구역.
“허락해 주신다면 저야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진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그럴싸한 파티가 되었군.’
자신의 주위에 모여 있는 동료들을 훑으며 우진은 생각했다.
전위를 맡을 탱커인 웨든과 함정 해제를 할 수 있는 레인저인 페론, 그리고 원거리 딜러인 루엔과 근접 딜러인 자신까지.
‘마법사와 사제가 있다면 더 좋을지도.’
우진은 순간 토른 바흐에서 만났던 알테온을 떠올랐다.
대신도라는 레어 클래스가 가진 엄청난 회복 능력.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좋겠지만…….’
사제 랭킹 1위가 지금 자신의 파티에 들어올 거라는 생각은 욕심일 뿐이었다.
“흐음, 마법사라…….”
하지만 사제와 달리 마법사는 한 사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긴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적탑에 가서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네.’
“가자.”
우진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 * *
“흐, 흑룡의 열쇠라고요?!”
“정확히는 흑룡이 아니라 그를 따르던 용기사의 무덤이지.”
“그럼…… 어마어마한 게 묻혀 있는 거 아닙니까?”
우진의 말을 들은 웨든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우진은 웨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침 닦아.”
“츄릅―.”
“무덤이라고 하니 별건 없을 거야. 가서 보상을 받아 올 테니 기다리도록 해.”
“알겠습니다.”
“저곳입니다. 이제 곧 도착이네요!!”
길을 안내하던 카르란이 전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와…….”
그 순간 우진을 비롯해 일행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띠링―.
알림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샤 대제의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어?”
“……얼레?”
그리고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형님께서 가시는 무덤이 여기입니까?
“네. 이곳이 카를의 무덤입니다.”
대답을 한 건 안내를 맡은 카르란이었다.
“잠깐, 이름이 다른데…… 어떻게 된 거지?”
“아! 그건 대륙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 이방인들은 잘 모르는 내용일 겁니다. 카를은 카이샤 대제의 어린 시절 이름이거든요.”
“……카, 카이샤?”
중앙 대륙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진은 아직 이곳에 대한 정보를 별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카이샤란 이름은 알고 있었다.
5대 왕국이 있기 이전 대륙을 휩쓸었던 패왕(?王).
그는 대륙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로란 제국의 왕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워낙 유명한 장소라 평상시라면 인산인해를 이룰 이곳도 암흑 지대로 인해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금방 나오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웨든이 우진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눈빛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똑같은 알림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하하, 얄미운 도마뱀 새끼…….”
우진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어딘가에 있을 벤시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보상이 아니라 일거리를 던져줬네?”
왠지 숨어서 키득거리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용군주에 오르면 가장 빡세게 굴려주마.’
덕분에 의욕이 가득해졌다.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그는 알림을 바라봤다.
문제는 이곳이 던전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공략되지 않은 던전입니다.]레벨 제한 50.
중앙 대륙 기준으로 본다면 저레벨 던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략이 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카이샤 대제의 또 다른 이름.
그건,
미궁(迷宮)의 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