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6화(96/150)
“카이샤 대제의 무덤? 안에 들어가려면 먹을 건 충분히 가져가는 게 좋을 걸세.”
무덤을 관리하는 묘지기가 일행을 보며 말했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묘지기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암흑 지대가 여기까지 퍼졌을 텐데 살아 있다는 건 둘 중 하나겠지.’
암흑 지대를 버틸 만큼 실력자이거나 혹은 인간이 아니거나.
“이유가 뭡니까?”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 말게. 3일이 지날 때까지 나오지 못하면 저절로 출구로 워프되니까.”
얼굴까지 뒤덮은 로브의 후드 안쪽에 안광이 빛났다.
“대제의 은총이지.”
“……이왕이면 내리는 은총이라면 그냥 쉽게 갈 수 있게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클클―.”
묘지기는 우진의 말에 옅게 웃었다.
“혹시 이것에 대해선 아십니까.”
우진이 벤시나에게서 받은 열쇠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
후드 속 안광이 흔들렸다.
“대단한 물건을 가져왔군. 오랜 세월을 이곳에 있었는데 이걸 가져온 건 자네가 처음이야.”
묘지기는 우진에게 열쇠를 받아서 살폈다.
“이건 무덤 중앙에 있는 묘실의 열쇠라네. 대륙에 단 3개뿐인데…… 어디서 얻은 거지?”
“하나가 아닙니까?”
“그렇다네. 일단 흑룡에게 받았을 리는 없을 테고…… 연금술사 쥬터는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니…… 설마 네메스의 여왕께서 하사하신 건가?”
‘흑룡 녀석에게 받은 거지만…….’
“뭐, 비슷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진은 열쇠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었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물론.”
“전 보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덤의 앞에서 페론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이유는?”
“카이샤 대제의 무덤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공략이 되지 않은 곳입니다. 단순히 힘으로 공략하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렇겠지.”
미궁의 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의 무덤은 지독한 미로로 되어 있었다.
“마스터께서 토른 바흐를 무리하게 떠난 이유도 시간을 활용하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맞아.”
“잘못 발을 들여놓았다가 3일이란 시간을 그냥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용기사의 유산이 궁금하긴 했지만 공략을 실패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 수 있었다.
삼 일 동안 갇혀 있게 되면 토른 바흐 주위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고, 여러모로 이목이 집중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발란 가문의 전용 사냥터가 있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그곳을 열어드리죠.”
우진이 테칸 왕국으로 빨리 넘어가려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페론에 의하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발란 가문의 전용 사냥터에서만 사냥해도 60레벨까지는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좋은 곳이라 했었다.
‘무엇보다 루엔을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니까. 겸사겸사 내 레벨도 올리고.’
페어리 퀸의 조언대로 대수림에 가려고 해도, 최소한 루엔의 전직을 완료시키고 가는 게 안전했다.
거기에다 안정적인 사냥터가 필요한 우진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었다.
“정보를 수집하고 천천히 공략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에겐 무덤의 열쇠가 있잖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공략되지 않은 던전이 하루 이틀에 되진 않을 테니까요.”
우진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가문의 자료실도 열람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찾으실 수 있도록 말이죠.”
카르란도 동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사해 볼 것이 있었다.
묘지기가 말한 연금술사 쥬터와 네메스의 여왕.
흑룡 이외에 무덤의 열쇠를 가진 사람들.
‘단순히 카이샤와 관련이 있는 자들라면 무덤의 열쇠를 가지고 있진 않겠지.’
그들은 분명 카이샤가 아니라 벤시나와 연관이 있는 자들일 것이다.
‘그 두 사람이 무덤을 공략하는 중요한 요소일 거야.’
우진은 미궁에 가기 전 그 두 사람을 만나봐야겠다 생각했다.
“저 둘에 대해선 아는 게 혹시 있어?”
“으흠…… 쥬터란 자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네메스의 여왕은 잘 압니다.”
“어떤 사람이지?”
“드루이드 연합인 폴터가든의 수장입니다.”
우진은 카르란에게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닥 거렸다.
“테칸과는 거리가 많이 멀긴 한데…… 테칸에서 동쪽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더 가면 있는 요른 호숫가 있습니다. 그곳에 거주하는 드루이드의 수장이죠.”
“으흠…….”
쥬터라는 자와는 달리 공개되어 있는 NPC였다.
‘나중에 거길 가봐야겠군.’
어차피 관련된 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니까.
그녀를 만나면 쥬터의 행방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테칸으로 가실 거죠? 이제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반나절 정도만 더 가시면 요르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요.”
“……요르카?”
우진은 카르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귀에 익은 이름.
‘아, 그렇지.’
“암흑 지대가 사라졌으니 그곳에서 포털을 이용하시면 될 겁니다.”
요르카.
그곳은 다름 아닌 라울의 고향이었다.
“그렇다면 들러야지.”
다행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라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저…….”
“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페론이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진에게 말했다.
“요르카라면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차라리 거기서 좀 더 가긴 해도 카샨이란 도시로 가는 게 나을 거예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
“거기 창세단의 영역입니다.”
“으흠…… 그래서?”
“물론, 마스터께서 창세단을 꺼려하지 않으시는 걸 알긴 하지만…… 어둠숲과는 다릅니다. 놈들의 수도 많고요.”
“별로 상관없어. 여기 와서도 만났으니까.”
“……예?”
“콜슨이란 녀석이 토른 바흐에 있더군. 아마도 날 찾아온 것 같은데…….”
“그, 그래서요?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떻게 하긴. 돌려 보냈지.”
“휴…… 그럼 다행이네요. 좋게 해결이 돼서…….”
우진의 말에 페론은 안심이 되었다는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당으로.”
“…….”
페론과 우진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아니! 중앙 대륙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일을 이렇게 많이 저지르신 겁니까?!”
“저지르긴.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그놈들이 알아서 찾아온 거라고.”
우진은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이고, 머리야…….”
“그런데 요르카가 왜 창세단 녀석들에게 넘어갔지? 내가 알기로 창세단의 거점은 여기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창세단은 교단만큼이나 대륙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정도야?”
“네. 10대 클랜이라도 규모만 따지면 창세단보다 적은 곳들도 있으니까요.”
페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JR 그룹이라고 아시죠? IT 계열에서 1위 그룹 말입니다.”
“……1위?”
우진이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JR 따위가 무슨 1위라고…….’
“그곳의 둘째가 창세단의 단주라고 합니다. 이름은 카류. 스폰서 눈치 볼 것도 없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세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진 거죠.”
JR 그룹의 둘째.
우진도 잘 아는 녀석이었다.
노무라 슌.
‘내가 세운 [R&C 테크놀로지]를 앞지르겠다고 본사의 자금까지 몰래 빼돌려 무리하게 개발하다 회사 자체를 날려먹은 머저리였는데…….’
게다가 자신을 까내리기 위해 각종 루머부터 비리까지 별의별 짓을 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진의 존재가 사라진 지금, 당연히 [R&C 테크놀로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JR 그룹이 현재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쯧.
잠시 잊고 있던 현실의 일들이 떠오르자 우진은 괜스래 씁쓸해졌다.
“JR 그룹의 막대한 자금으로 창세단이 여기저기 마을과 땅을 사들였거든요.”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그게 신기한 겁니다. 왕국들은 사람의 왕래도 별로 없고 딱히 중요하지도 않는 마을들을 거액을 주고 산다고 하니 옳다구나 하고 팔아치웠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사들인 마을마다 잿팟이 터지더라구요.”
“잭팟이라니?”
“마을에 던전이 생긴다든지, 광산이 발견된다든지 하는 일들 말입니다.”
“아! 저도 커뮤니티에서 봤어요. 그렇게 산 마을들을 다시 왕국에 비싼 값으로 되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던데요.”
“맞아. 그런데 그런 카류가 절대로 팔지 않는 마을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요르카입니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
“마광산이 있습니다.”
마석(魔石).
특정 능력치가 정해진 룬과 달리, 마석은 복용 시 랜덤으로 능력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다만 복용할 수 있는 횟수가 룬과 중복되기 때문에 능력치 상승만 놓고 본다면 룬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마석은 능력치 상승뿐만 아니라 연금술과 마법 등 여러 곳에서 재료로도 사용되다 보니, 룬보다 더 수요가 많은 재료였다.
게다가 몬스터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룬과 달리 마석은 광산에서 채굴이 가능하고 가격도 저렴해, 룬을 얻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어느 정도 대용품이 되기도 했다.
“…….”
그의 말에 우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마을 사람들을 마광산의 인부로 쓰는 건 아니겠지.”
“그 설마가 맞습니다. 아마 마을 대부분이 마광산에서 마석을 캐는 일을 할 겁니다.”
빠득―.
굳어졌던 얼굴이 분노로 바뀌었고 우진은 거칠게 이를 갈았다.
수요도 많고 공급도 안정적인 마석.
그것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주 큰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마도 중독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마석은 강력한 독을 가진다.
마도 중독은 그런 원석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생기는 병이었다.
“왕국들이 마광산 채굴을 금지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요르카는 사유지잖습니까. 중단되었던 마광산 사업을 창세단이 다시 시작한 모양입니다.”
“머저리 새끼. 사업할 때도 쓰레기 같은 짓만 골라서 하더니…….”
“네?”
“아냐. 아무것도.”
“그래서 웬만하면 요르카는 가지 않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애초에 창세단과 좋은 관계도 아니고…… 포털 때문에 갔다가 문제라도 일어나면 안 되니까요.”
페론은 우진에게 말했다.
“마스터의 말씀처럼 빨리 테칸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맞아.”
그의 말에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긴 한데……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거기 은인의 어머니께서 사시거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앙 대륙에 이제 막 오셨을 텐데…….’
‘언제 그런 인연을……?’
“내가 한 말을 번복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몰랐으면 몰라도 그곳에 마광산이 있다는 걸 안 이상 안 되겠어.”
“감기를 조심하라 전해주겠나?”
“……네?”
우진은 라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머니께서 폐렴으로 평생을 고생하셨거든.”
그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은인을 뵐 낯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