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8화(98/150)
‘이게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모습에 우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우진의 말에 오히려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는 듯 답했다.
“아우…… 우우……! 어버어……!!”
남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다 결국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떨어뜨렸던 상자를 들고서 황급히 사라졌다.
“그냥 보내도 괜찮을까요?”
페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뭐…….”
“그나저나 혀가 잘린 NPC라니…… 산적부터 부랑자까지 별별 NPC들을 다 보긴 했는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네요. 놀랐습니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 보자.”
“괜찮겠습니까? 사유지 선언이 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게 되면 바로 알림이 울릴 텐데요.”
“그러라고 들어가는 거야. 너는 몸을 숨기고 있어.”
우진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사유지에 들어왔습니다.] [허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마을 안에 들어서자 붉은색 경고등이 울렸다.
에에에엥―――
동시에 사이렌 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입구 안쪽에 있는 처소에서 병사들이 나타났다.
“멈춰라!!”
병사들 중 하나가 창을 겨누며 우진에게 소리쳤다.
“이곳은 사유지다! 들어갈 수 없으니 당장 돌아가시오!”
그 순간, 우진의 코끝에 묘한 냄새가 났다.
광산의 매캐한 냄새와는 다른 것.
‘……술 냄새?’
다시 한번 맡아보니 방금 소리친 병사에게서 정말로 술 냄새가 났다.
‘이 녀석들…… 완전 막장이로군.’
경비병이 대낮부터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니…….
아마 그만큼 마을을 찾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이 창세단의 구역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 데다 사유지 선언까지 해두었으니 말이다.
‘자유도가 높으니 이런 일도 발생하네.’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우진으로서는 행운이었다.
“죄송합니다. 이 마을에 혹시 레아라는 분이 계십니까? 부탁을 받아서 말입니다.”
“……레아?”
병사는 우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옆에 있던 동료를 바라봤다.
“나도 모르지. 광산의 인부 중에 있는 건가?”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찾지?
“전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분의 아드님께서 제게 부탁을 한 것이라서 말이죠.”
우진은 품 안에서 1골드를 꺼냈다.
“……헙.”
금화를 보자 경비병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잠깐이면 됩니다.”
“어허, 이러면 안 되네.”
주머니 안으로 금화를 찔러 넣어주자 경비병은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정은 알겠으나 사유지 선언이 되어 있는 상태라서 들어갈 수가 없네. 괜히 잘못했다가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어후, 끔찍한 일이지.”
“그럼 그분을 불러주시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우진은 금화 한 개를 더 꺼내 경비병의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허허…… 참…….”
경비병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게. 레아라고 했지? 일단 그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올 테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비 시간에 술이나 마시는 놈이니…….’
예상대로 뇌물이 통했다.
“이보게! 자네, 기다리는 동안 한잔하겠나?”
경비실에 있던 나이 많은 병사가 우진을 향해 손짓을 했다.
‘완전히 술판이로군…….’
우진은 경비실 풍경을 보며 마을의 치안이 얼마나 바닥인지 알 수 있었다.
“저야 감사한데…… 괜찮습니까? 이렇게 술을 드셔도.”
경비병이 건네는 잔을 받으며 우진이 물었다.
“걱정 말게. 여긴 버려진 마을이니까. 저 안에 관리인들은 이미 떡이 되어 있을 거거든.”
“……그렇습니까?”
“자, 자. 와서 한잔 들게.”
동료가 떠난 경비병은 혼자 마시는 게 심심한 듯 우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관리인도 마을에 있습니까?”
“정확히는 주인은 여기 없고, 그의 부하들이 있긴 하지. 뭐랬더라…… · 창세단이랬나? 그곳 사람들이 이 마을을 샀거든.”
일단은 페론에게 들은 대로였다.
“그럼 지금 창세단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그런데 왜 버려진 마을입니까? 기껏 마을을 사놓고 말입니다.”
“클클. 자네, 마광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나 보군.”
“네? 아, 네. 잘 모릅니다.”
“하긴, 이방인들은 그럴 수도 있겠군. 자네들은 사당의 축복이 있으니 말이야. 마석이 독을 머금고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독이 가장 강할 때가 바로 광산에서 마석을 갓 캐냈을 때라네. 저 연기가 그냥 연기가 아니야. 광산 안에 있는 독기를 빼내는 거지.”
치이이익…….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마광산 굴뚝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 독기를 매일 맡고 산다면 어떻겠나? 그냥 죽을 날만 받아두는 거지.”
경비병은 우진의 말에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술을 들이켰다.
“그럼 관리인들은요? 이런 마을에 있으면 그들도 불만이 있을 텐데…….”
“불만? 천국이라 여길걸?”
“그건 왜죠?”
“마광산에서 나오는 증기를 모아서 정제하면 뭐가 되는지 아는가?”
그는 책상에 작은 알약을 꺼냈다.
“설마…….”
“그래, 환각제라네. 원래는 마물용으로 마석을 가루 내서 만드는데, 이걸 증기만 써서 순화시킨 거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말이야.”
“…….”
일전에 페론이 [이블 테일]에서 마약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분인데 그게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것도 마을 안에서 보란 듯이.
“……차라리 마을을 떠나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마을을 떠나? 클클…… 그럴 수 있었으면 진즉에 그랬겠지.”
“이보게, 혹시 자네가 찾는 사람이 이 사람인가?”
그때, 마을 안으로 갔던 경비병이 한 여인과 함께 우진을 불렀다.
천으로 된 마스크를 두르고 그을음이 잔뜩 묻은 옷을 입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한 여인은 우진을 바라봤다.
초점이 없는 눈동자.
우진은 조금 불안했지만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라울의 어머님 되십니까?”
그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전히 생기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반응이 있었다.
“아우…….”
메마른 입술이 움직였다.
그 순간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전 인부와 같이 뭔가 어눌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
우진이 이유를 묻는 눈빛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 경비병을 바라봤다.
“아, 말을 하지 못하네. 혀가 잘렸거든.”
“그게 무슨…….”
“놀랄 것 없네. 여기 있는 인부들 모두 같은 처지니까.”
경비병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우진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좀 전에 말했잖은가. 마을을 떠날 수 있었다면 진즉에 떠났을 거라고.”
그의 표정을 보며 나이 많은 경비병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노예와 다를 바 없어. 엄청난 빚을 지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마석을 캐야 하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빚이라니?”
“별거 아닐세. 마광산이 발견되고 마을 사람들을 인부로 고용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을 공짜로 주었거든.”
“……부산물?”
“이거.”
경비병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알약을 가리켰다.
“하지만 어느 날 관리인들이 약을 팔기 시작했어. 더 이상 공짜로 구할 수 없게 된거지.”
와그작.
경비병은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남은 술을 들이켰다.
“약을 먹지 않은 자들에겐 엄청난 세금을 물렸지. 그래서 반은 약 때문에 못 벗어나고 반은 빚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게 됐고.”
“그런데…… 혀는 왜 잘린 겁니까.”
“마을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함이지.”
“……뭐?”
“여기서 만들어지는 약은 말일세. 귀족들에게도 전해지거든. 이 약 하나가 웬만한 소왕국만큼 벌어들인다면 믿겠는가?”
빠득―!!
경비병은 자랑하듯 말했지만 그의 말을 들을수록 우진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 없으니 용건만 끝내고는 어서 돌아가게.”
“아우…… 우…… 우…….”
아들의 이름을 들었기 때문일까.
우진을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며 레아는 뭔가를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쯧쯧, 불쌍한 여인네야. 5년 전에 아들이 모험가가 된답시고 떠나서는 혼자 남게 되었거든.”
“아흐…… 흐흑…….”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 우진의 바지를 잡아당기며 연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돼버렸지. 처음엔 약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 이런 지옥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나. 크큭…….”
약 효과가 도는 건지 경비병은 자꾸만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뭐, 나나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지만…… 흐, 흐히히…….”
툭―.
우진은 경비병을 무시한 채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그녀를 부축했다.
“저는…… 아드님께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님이 계시다는 마을을 듣고 라울의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우우…….”
천천히 또박또박.
흐린 정신에도 명확히 들을 수 있도록.
“라울이 어머님의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우진의 눈가가 글썽였다.
“감기…… 조심하시라고…….”
이 한마디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NPC라는 것도 알고 이곳이 이세계가 아니라는 것도 아는데도, 우진은 간신히 그 말을 전했다.
파륵―.
그러고는 두르고 있던 망토를 끌러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페론.”
“네, 마스터.”
“잠깐 부탁한다.”
우진은 성큼성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콰앙―――!!!!!
거칠게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약에 취한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창세단들이었다.
“뭐야……? 넌……? 경비병들은……?”
침인지 술인지 모를 액체로 얼굴이 범벅된 남자는 흐느적거리며 우진에게 걸어왔다.
“너 이 새끼…… 앞에 팻말 못 봤…….”
서걱.
남자의 목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흐…… 흐히히…….”
“저 새끼 죽었네?”
“진짜 죽었나?”
“키킥―.”
동료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우진의 검이 바닥에 박혔다.
“지금부터 정신 차리는 놈 한 명만 살려준다.”
촤악―!!!
그는 테이블에 있는 물병을 그들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이, 이 새끼가……!!”
슈욱―!!!
그 순간, 날아온 화살이 우진에게 달려드는 남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마스터 말씀 못 들었어?”
루엔이 울먹이는 목소리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셋 셀 때까지 기다려 준다.”
“저 미친……!!!”
“하나.”
슈욱―!!!
“컥!!”
목젖에 박힌 화살에 자리에서 일어서던 창세단이 괴로워하며 버둥거렸다.
“둘.”
슈슉―!!!
그다음 화살이 옆에 서 있던 창세단의 심장에 꽂혔다.
“으, 으아아아악!!!”
남은 창세단이 바닥에 세워놓은 검을 들고 달려 나가는 순간,
“셋.”
슉―!!!
놈의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다.
“크악!!”
비틀거리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자,
솨아악――!!!
다음 화살이 녀석의 뒤통수에 박혔다.
슉―! 슉―! 슉―!
콰아앙―!!
바닥에 쓰러진 놈을 향해 루엔은 멈추지 않고 화살을 쏴댔다.
“컥, 커흑…….”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박힌 창세단이 괴로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만.”
순식간에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히, 히힉……!!”
이쯤 되니 정신이 든 듯 그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퍼억―!!!
그 순간, 우진의 주먹이 그의 뺨을 때렸다.
“크윽!!”
“자살할 생각 하지 말고.”
스캉―!!
검이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그의 사지를 잘라 버렸다.
“크, 크아아아악!!!”
“관리인이 따로 있다던데. 너희들 대가리가 누구야?”
“이, 이이익……!!!”
푸욱―!!
“커헉!!!”
우진의 검이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었다.
“사, 살려…….”
[현재 전투 중입니다.] [로그아웃을 할 수 없습니다.]도망치고 싶었던 창세단원은 눈앞에 붉은색으로 나타난 경고창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까드드득……!!!
검을 옆으로 비틀자 놈은 고통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크아아아악!!! 코, 콜슨 님입니다!!!”
“……뭐?”
우진은 그 순간 귀를 의심했다.
“콜슨?”
“네, 그렇습니다!! 마광산 사업은 모두 콜슨 님께서 관리하고 계십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많고 많은 창세단 중에 하필 그놈이라니.
우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새끼였어?”
그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