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9화(99/150)
[쪽지가 도착했습니다.]“누, 누구지……?”
콜슨은 창백한 얼굴로 쪽지함을 열었다.
흑룡의 등장으로 대륙이 소란스러워진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는 절망 그 자체였다.
[단주께서 지참금을 내지 않은 자들을 직접 확인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단주께서 콜슨 님을 찾으십니다.] [내일까지…….]쉬지 않고 쌓여가는 쪽지들을 보며 콜슨의 얼굴도 더욱더 하얗게 변해갔다.
“제, 제길……!! 난 이제 끝났어!!”
교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토른 바흐 근처 숲에서 숨어 있던 그는 머리를 쥐어짜며 울먹였다.
“그냥 죽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빌어먹을……!”
[쪽지가 도착했습니다.]“알겠다고!! 씨발!!!! 그만 좀 보내!!”
콜슨은 잔뜩 신경질을 부리며 방금 올라온 쪽지를 바라봤다.
[요르카 마을 관리를 맡고 있는 마크입니다.]“뭐야?”
지금까지와는 다른 쪽지에 콜슨은 찡그렸던 인상을 풀며 화면을 눌렀다.
[망자의 지참금을 가지고 계신 분께서 콜슨 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요르카 마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뭐, 뭐야……?! 진짜야?”
죽었다 살아난 기분.
콜슨은 몇 번이나 자신의 뺨을 후려치며 쪽지의 내용을 읽었다.
“흐, 흐히……!! 하늘이 나 콜슨을 버리지 않으셨구나!!”
그는 쪽지함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몇 번이나 절을 하며 소리쳤다.
‘놈에게 혼자 덤비는 건 미친 짓이야. 그래…… 일단 살고 봐야지. 녀석의 비위를 맞춰서 일단 지참금을 받고 난 뒤에 복수해도 늦지 않아.’
콜슨은 되도 않는 계획을 세우며 복수를 다짐했다.
* * *
“바로 오시겠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렇겠지.”
우진은 활짝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제야 좀 약 냄새가 사라지는 것 같네. 뭐…… 바깥도 역하긴 만만치 않지만.”
그는 쓰러져 있는 의자를 바로 세워 기대어 앉고는 앞에 포박되어 있는 다섯 사람을 바라봤다.
“콜슨이 오기 전까지 얌전히 있어라.”
“우웁……! 웁!!”
“웁! 웁!!”
그의 말에 방금 쪽지를 보낸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팔다리가 잘린 상태로 묶여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효과는 좋은데…… 기괴하긴 하네요.”
매달려 있는 창세단을 보며 웨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당에서 부활하면 더 귀찮아지니까.”
이들은 루엔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 몇 번 더 부활해서 우진에게 덤볐지만, 결과는 모두 천장행이 되었다.
“하긴, 잡아두려면 어쩔 수 없겠네요. 공격도 하지 못하고 자살도 하지 못하게. 하나 또 배웁니다.”
“……이런 건 배우지 마라.”
진심인 듯 고개를 끄덕이는 웨든을 보며 우진은 피식 한숨을 내쉬었다.
“마광산은 어때?”
“일단 안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들을 모두 바깥으로 보냈습니다. 상태를 보니…… 저 녀석들보다 더 심하더군요.”
“환각제보다 더 독한 연기를 매일 맡으면서 일을 해왔을 테니까.”
페론의 보고에 우진은 아직도 화를 삭이기 힘든 듯 빠득 이를 갈았다.
“사람들은 마석이 이런 식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걸 알까?”
“뭐……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저 다들 쉬쉬할 뿐이죠. 마석은 그만큼 돈값을 하니까요.”
“정당하게 그들을 고용해서 일하는 거라면 상관없어. 근데 쓰레기 같은 짓을 해서 광산에 일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비밀 유지를 위해 혀를 잘랐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뭐…… 중세 시대라도 따라 하는 걸까요.”
“그냥 버러지 같은 짓이지.”
페론은 그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일 한 번 치르겠군.’
그는 우진의 눈빛을 보며 확신했다.
“이봐, 녀석은 얼마나 걸린다지?”
“네, 네!!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우진은 그의 대답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부하를 이끌고 오진 않을까요?”
“토른 바흐에서 봤을 때는 혼자였어. 아마 병력을 동원하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지참금 때문에 난감한 상황일 테니까.”
“흐음……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일단 녀석을 만나서 마을 사람들의 계약을 모두 해지할 거야.”
알아보니 마을의 권리서는 노무라 슌이 쓴 거지만, 마을 사람들의 계약서는 관리인인 콜슨이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마을을 넘겨받는 건 못해도, 최소한 레아 아주머니를 자유롭게 하게 하기 위해선 콜슨이 필요하지.’
지금 그녀는 루엔이 돌보는 중이었다.
잘린 혀는 너무 오래돼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것 같았다.
‘페어리 퀸의 회복술 정도 되면 가능하려나.’
우진은 페어리 퀸이 자신의 잘린 팔을 복원해 줬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아주머니를 이 마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해.’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라울은 그럼 그 뒤로 한 번도 마을에 오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이세계는 다를지 모르지.’
그곳엔 자신들과 같은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세계의 요르카 마을은 평온했을지 모른다.
자신들로 인해 변해 버린 마을.
‘다시 찾아올 라울이 알 수 있도록 표식을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겠지.’
원래대로라면 그가 사용해야 할 검을 지금 자신이 쓰고 있었다.
그렇다면 게임 속 라울은 어쩌면 이세계의 라울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행여나 자신이 검을 가져가는 바람에 어긋나 버린 삶을 살진 않을까.
‘그렇게 되기 전에…… 그를 찾아내야지.’
그게 이곳에서 해야 할 두 번째 일이기도 했으니까.
‘왔군.’
생각에 잠겼던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마을 입구가 소란스러웠다.
“페론, 놈들을 잘 지키고 있어. 다녀올 테니.”
“알겠습니다.”
우진의 배려였다.
과거 콜슨의 일을 맡아 하던 페론이었기에 서로 만나게 되면 괜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같이 가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카르란이 우진의 옆에 섰다.
“괜찮다고 하셨지만 혹시라도 놈이 술수를 부릴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검제의 가문을 함부로 대하진 못할 겁니다.”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위상이었지만 지금 그는 우진을 위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었다.
“마음만 받으마.”
우진은 카르란의 머리를 가볍게 쓸며 웃었다.
* * *
“다시 만나는군.”
마을 광장에서 초초하게 서 있는 콜슨이 보였다.
우진의 말에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진짜…… 있었네?”
“그럼.”
“토른 바흐에선 꽤나 신세를 졌어.”
“신세라니. 진짜 신세 질 건 지금부터인데.”
이를 바득 가는 콜슨과 달리 우진은 평온했다.
“망자의 지참금이 필요하지?”
“…….”
“내 요구는 간단해. 마광산 채굴과 계약된 사람들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해.”
“……불가능해.”
“왜지?”
“계약을 해지하는 순간 단주께서 알아차리실 거다.”
“지참금을 가지고 가지 못해도 단주가 알아차릴 텐데. 과연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사악한 새끼.’
콜슨은 우진의 말에 입술을 질끈 씹었다.
“……한 명.”
그는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마크가 그러더군. 여기 마을에 NPC 때문에 이 사달을 낸 거라고. 모두 다는 안 돼도 한 명 정도는 내가 몰래 빼줄 수 있어.”
“지참금을 얻을 생각이 없구나?”
“나,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꺼져.”
‘제길……!!!’
“날 죽인다 한들 계약이 해지되는 것도 아니라고. 서로 좋게 좋게 해결하는 게 어때? 난 지참금을 받고 넌 NPC를 구하고.”
콜슨의 말이 빨라졌다.
“대신 나중에 네가 마을을 습격해서 빼앗아가면 되잖아. 그때 절대로 저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습격?”
“그, 그래!! 클랜을 만들어서 전쟁 선포를 하면 적대 세력의 마을을 습격해서 빼앗을 수 있거든. 그렇게 되면 마을을 고스란히 넘겨주겠어.”
‘일단 지참금만 받으면 돼. 그 뒤엔 저 새끼가 뭘 하든 상관없지. 단주께 고하면 되니까.’
지금도 창세단은 10대 클랜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상위 랭커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으니 콜슨은 [지옥문] 퀘스트만 무사히 넘기고 나면 단원들을 소집해서 우진에게 복수할 수 있으라 생각했다.
‘빨리 내놔라. 이 새끼야…… 지참금만 주면 다음엔 잘근잘근 씹어줄 테니까.’
“좋다.”
“……!!”
자신의 기대대로 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콜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엔 마음이 통하는군. 서로 좋게 좋게 끝내면 얼마나 좋아. 안 그래?”
“NPC 중에 레아라고 있다. 그녀의 계약서를 파기해.”
“레아? 잠시만 어디 보자…….”
콜슨은 시스템 창을 불러왔다.
촤르륵―.
그가 목록에서 그녀의 이름을 클릭하자 창이 열리며 낡은 서류가 나타났다.
“네가 말한 NPC의 계약서다.”
화르륵……!!
그가 서류 안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우진이 레아를 부축하고 있던 루엔을 바라봤다.
그녀의 뒷덜미에 있던 계약의 징표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루엔기 고개를 끄덕였다.
팅―.
우진이 던진 [망자의 지참금]을 받은 콜슨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는 누가 쫓을세라 마을 밖으로 황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
그런 그를 우진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크큭…… 마을을 구해? 아주 영웅 납셨네. 네까짓 게 뭐라고 지금 창세단과 한판 해보시겠다?”
우진과 거리가 떨어지자 콜슨은 기다렸다는 듯 검지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소리쳤다.
“새끼야. 네 목이나 잘 간수해! 돌아가면 네놈은 바로 척살령이야!!”
‘그럼 그렇지.’
우진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소리치는 그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파르르 떨고 있는 레아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금단 증상이 오는 것 같아요.”
“약은 챙겼지?”
“네. 해독제를 만들 수 있도록 챙겨뒀어요. 테칸으로 가면 바로 연금술사를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그래. 도착할 때까지만 잘 부탁해.”
“맡겨주세요.”
우진은 루엔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저 사람 저대로 그냥 보내도 괜찮으세요? 제가 다녀올까요?”
“아냐. 일부러 살려둔 거야. 죽으면 볼 수 없으니까.”
“……네?”
“대충 지금쯤이면…… 다 됐을 것 같은데.”
루엔이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였다.
콰가가가가강―――!!
콰가강――!!!
마광산의 굴뚝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세츠나에게 말해놨거든. 광산에 있는 채굴 기계를 모조리 부수라고.”
광산이 무너져도 안개 걸음을 쓸 수 있는 그녀라면 무사히 나올 수 있을 테니까.
쿠그그그…….
부서진 굴뚝들이 서로 엉키며 요란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멋진 걸 죽어서 못 보면 아쉬울 거 아냐.”
우진은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콜슨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마광산이 부서지면 한동안은 마을 사람들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그들을 자유롭게 해줄 순 없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광산은 대륙 곳곳에 많다고 했다.
비단 이곳 말고도 많은 곳들이 비슷한 환경일 터.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걱정되세요?”
“……글쎄.”
루엔이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우진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점점 NPC들이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 세계에 점점 흡수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게임이 너무 잘 만들어진 걸까.
혹은…… 미쳐가거나.
“힘이 필요해요.”
여왕의 기질일까?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바뀌었다.
“권자의 힘.”
순간,
그녀의 말이 이상하리만치 우진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나보고…… 왕이 되라는 거야?”
“마스터라면 못 될 것도 없지만…… 제가 바라는 건 왕이 아니에요.”
루엔은 우진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 이상이죠.”
“그런 농담은 어디서 배운 거야.”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우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자.”
우진은 걸음을 걸었다.
“…….”
하지만 묘하게 그녀의 말이 계속해서 뇌리에 남아 있었다.
버려진 작은 마을.
대륙의 역사를 바꿀 처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