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36
137.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9) >
***
삼색묘(三色描)의 털이 흰 캔버스 위에 두 종류 물감을 떨어뜨려 번진 무늬 같다면, 삼색룡(三色龍)의 비늘은 퇴적되어 시대별로 구분된 지층 단면을 연상시킨다. 세 가지 색으로 빛나는 켄티우스의 용린(龍鱗) 중 금비늘은 로드의 유전자를 드러냈다.
따라서 민준은 당연히 기대했다. 그가 나이에 비해 강한 용일 거라고.
드래곤 로드는 죽기 전까지 지구 용 중에 최강자였는데, 당연히 가장 오래 살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가 원체 젊었을 때부터 드래곤 사이에서도 괴물로 분류되었음을 민준은 알았다. 그러니 비교적 진한 피를 물려받은 켄티우스의 능력치에 기대를 걸 만했다.
하지만 지금 두 드래곤이 싸우는 양상은, 켄티우스의 저 힘겨운 분투는 영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일단 펼치는 마법은 연령 대비 나쁘지 않았다. 약간 느리지만 제대로 만들어서 쏟아 낸다. 반면 상대, 보고르는 그럴싸한 주문을 외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저 무식하고도 우직하게, 몸으로 마법에 부딪치며 선천적인 저항력으로 뭉개 버린다.
그런데 그 무식한 방법이 제대로 먹히고 있었다.
켄티우스는 그 사실에 당혹해하는 모습이었다. 또래 드래곤은 맨몸으로 못 막을 치명적인 주문도 종종 등장했지만 보고르는 예외 없이 몸통 박치기로 으깼다. 그리고는 이복형을 색깔 별로 찢어 삼등분해 버리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에게 켄티우스는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좀 전까지 도사견처럼 뇌룡 목을 물고 버티던 투지는 점차 빛을 잃었다.
그걸 보던 민준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야. 켄티우스가 약한 것이 아니라···.’
가만 보면 저 나이대 드래곤 치고 나쁘지 않은 실력이다.
그러니 문제는 켄티우스가 아니라 그 상대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군.’
유심히 관찰하던 그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르, 저 새끼 몸뚱어리가 생각보다 너무 튼튼해.’
위원회가 파악하는 드래곤 신상 명세는 완벽하지 않다. 성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외부 활동 및 활약이 적은 용일수록 가려진 부분이 많을 수밖에.
민준은 보고르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갱신했다.
‘로드 유전자는 별로 티가 안 나지만··· 저건 다른 의미에서 괴물이군.’
부친처럼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육신은 아니었다.
장점부터 꼽자면 내구성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마법 저항을 뒷받침하는 마력도 수백 살 먹은 드래곤과 비슷한 정도로 추측된다.
반면 용 특유의 예민한 감각은 떨어지는 것 같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켄티우스의 공격 중 일부는 다른 용이라면 쉽게 흘릴 궤도를 그렸다. 하지만 보고르는 그 상당수를 피하지 못하고 맞았다. 튼튼한 몸을 믿고 일부러 그런다기에는 타격 때문에 생기는 허점이 너무 컸다.
민준은 보고르의 능력에 대한 정리를 마쳤다. 저 몸은 능력치 그래프가 지나치게 불균형하다. 저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돌연변이야.’
생각을 마친 민준은 허공을 짚었다.
지금 같은 마력 소모전이 이어지면 켄티우스의 필패다. 계획을 바꿔서 그가 개입할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구상했던 아름다운 그림이 틀어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손에 찬란한 은빛을 발하는 후라이팬이 잡혔다.
쉬익!
수형자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귓가에서 공기가 찢어지며 파찰음이 울렸다. 두 드래곤이 엉킨 상공을 향해 매섭게 솟구친다.
“······!”
싸움에 몰두한 둘 중 그 사실을 먼저 인지한 쪽은 켄티우스였다. 그는 의도를 눈치채고 몸을 움직여 교묘한 각도를 만들어 냈다. 얽혀서 타깃을 가리는 대신 공격하기 쉽게 길을 터준 것이다.
감각이 둔한 보고르는 여전히 켄티우스를 향한 공세에 집중했다. 이복형을 닭고기처럼 결 따라 뜯어 버릴 기세였다. 그러던 그가 한 박자 늦게 민준을 보았다. 화룡의 열두 눈동자 중 비교적 뒤쪽에 위치한 것이 그를 포착한다.
그리고 보고르의 반응은···.
“캬아아아아아!”
하찮다는 듯, 분노와 짜증을 담아 포효한다. 그 감정 중엔 어이없다는 색채도 섞였다. 보고르는 민준이 든 ‘그것’ 역시 보았기 때문이다.
‘···저거, 후라이팬?’
지능이 떨어지긴 하나 보고르는 그래도 최소한의 사리 분별이 가능한 드래곤이었다. 그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조리 도구를 들고 달려드는 외계인을 비웃었다.
그리고 다른 드래곤들이 보고르를 조롱하며 썼던 멸칭을, 이번엔 민준을 향해 보냈다.
‘덜떨어진 등신···!’
보고르는 수형자를 공격하는 대신 켄티우스에게 집중한다. 그런 그의 뒤통수는 훤히 노출되었다. 물론 민준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몸을 감싼 원초적인 실드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 수준의 공격을 막을 만한 방패였다.
그리고 보고르는 상상하지 못했다.
민준이 준비하던 공격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쉬이익!
한편, 보고르를 향해 날아가는 민준은 오늘 처음으로 긴장을 느꼈다.
온몸에 전기가 도는 듯 짜릿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죽이면 안 된다.’
이 물건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우친 후 민준은 나름대로 여러 실험과 훈련을 거쳤다. 그 성과를 눈앞에 펼치기 직전이었다. 저 용 대가리가 무른 거봉 알처럼 터져 나가는 건 절대 원치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정밀하게 힘을 조절해서···.
‘여기다!’
경쾌한 호선을 그리며.
부웅!
은색 둔기로 힘껏.
“······?!”
드래곤의 뒤통수를 후드려 깠다!
——–!
그 순간.
“크롸라라랅!”
보고르는 자신의 비명 소리조차 덮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굉음을 들었다.
비유하자면 하늘과 땅을 엉망으로 뭉쳐 놓았다가 그것을 다시 분리하는 듯한 소음이었다.
정수리를 쪼개는 격통은 소리보다 조금 늦게 찾아왔다. 보고르는 벼락을 맞았을 때도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자각도 금세 묽게 흐려졌다. 사고를 유지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건···?!’
세상이 붉게 변한다. 동시에 머리통을 세포 단위로 쪼개지는 듯한 폭풍이 몰려왔다. 반대로 굉음은 멀어져 갔다.
켄티우스의 마법 세례도 거뜬히 막아 내던 육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저항할 수 없는 무기력감. 눈에 보이던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위와 아래가 뒤집혔다. 대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휘잉!
지면이 다가온다.
모든 감각이 썰물처럼 물러나는 것을 느끼며, 보고르는 정신을 잃었다.
***
“내 말 이해했지?”
설명을 끝낸 민준이 확인하듯 물었고.
“알겠다.”
켄티우스가 대답했다. 다시 인간 형태로 돌아간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모든 드래곤들에게 선언하겠다. 이곳에서 보고르와 할리스나임, 나 사이에 유산을 둘러싼 승부가 벌어졌으며 승리한 내가 너와 독대하여 모종의 거래를 했다고. 그 결과 로드가 네게 물려준 유산은 다시 내게 넘어왔다고 말이다.”
둘은 기절한 드래곤 남매를 들고 엉망이 된 국유림을 떠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상태였다.
“내가 진짜 유산과 비슷한 거 하나 만들어서 줄 테니까 그걸로 다른 놈들 시선을 끌라고.”
자신을 타깃으로 삼고 추적하는 드래곤들을 켄티우스에게 넘기려는 계획이다. 그사이 여유가 생긴 민준은 진짜 유산을 연구해서 내용물 정체를 밝혀낼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이나이스와 한 가지를 확인하고 말이다.
“그런데.”
켄티우스가 말했다.
“네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나? 보고르와 할리스나임이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건 네가 동족임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정체를 밝히는 순간 지금과 비교되지 않는 경의와 존중을 받을 터.”
저게 무슨 개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듣던 민준은 곧 깨달았다. 자신이 실험 삼아 켄티우스에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암시를 걸었던 사실을.
그래서 정정해 주었다.
“아, 나 드래곤 아니야.”
“그런가? 음. 그럼 할 수 없지.”
몇십 분 전 민준이 스스로를 드래곤으로 공언했을 때 쉽게 믿었던 것처럼, 번복하여 부정하는 말 역시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너무나 쉽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하는 말에 의혹을 품어야 마땅했으나, 세뇌가 제대로 먹힌 켄티우스는 한 치의 의혹도 품지 않았다.
그 반응을 보며 민준은 다시 생각한다. 지금 켄티우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진리로 받아들이는 광신도 같지 않은가?
이어서 생각한다. 어쩌면, 세상의 종교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탄생하는 걸지도?
민준은 그런 잡념을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빠른 뒷정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할리스나임은 이대로 깨어나도 켄티우스에게 당한 기억밖에 없으니 괜찮지만.’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뒤통수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기절한 보고르가 있었다.
절묘한 컨트롤을 동원한 덕분에 민준은 그의 머리를 부수지 않을 수 있었다.
‘저 녀석이 문제군. 내가 후라이팬을 쓰는 걸 봤단 말이지.’
그 시선을 눈치챈 듯 켄티우스가 움직인다. 보고르에게 다가가 머리의 상처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가뜩이나 대갈통을 장식으로 달고 다녔는데, 깨고 나면 더 멍청해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군.”
조금의 감정도 깃들지 않은 말이었다. 배다른 형제를 향한 연민은 느껴지지 않는다. 민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말투.
그를 향해 수형자가 물었다.
“너희 형제들 중 저런 괴물이 또 있나?”
과거와 현재 통틀어 별의별 드래곤을 다 본 그의 눈에도 퍽 낯선 개체이긴 했다.
“아니, 없다. 우리 중 돌연변이는 이 녀석 하나뿐이야.”
민준의 짐작처럼, 켄티우스를 비롯한 형제들도 보고르의 특성을 기형의 일종으로 여긴 것 같다.
모친의 윤허 때문에 성체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매우 아슬아슬했다고 한다.
“낮은 지능이 비정상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백 살도 안 된 용이 그 정도 마력과 몸을 가진 것도 사실 정상은 아니지. 적어도 후자는 불리한 특성이 아니기에 성체로 인정받았지만.”
그리 평가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로드가 지구에 뿌린 자식이 그렇게 많은데 기형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기적이다.”
차원계의 생물 중 가장 강력한 육신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드래곤이지만 기형아 출산율은 기묘할 정도로 높다.
“이 새끼 말고는 또 없단 말이지?”
“내가 알기론 그렇다. 아무도 모르는 로드의 아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민준은 가슴이 뜨끔하는 걸 느꼈다. 그 표정을 보지 못한 켄티우스가 말한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일이지. 가뜩이나 열일곱도 너무 많은데, 굳이 숨겨 가며 또 하나 낳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더니 혼잣말로 되뇐다.
“그래, 열일곱도 너무 많아. 지금 생각해 보면 로드는 이상할 정도로 아이를 낳는 데에 집착했다. 그것도 한 배우자에 딱 한 명씩···. 더군다나 아내를 고른 기준을 보면 비슷한 드래곤이 하나도 없어. 속(屬)도 다양하게 골랐을뿐더러, 설사 겹치더라도 생김새나 비늘 색이 두드러지게 다른 여인들이었지. 마치··· 자기 피를 이은 자식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태어날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중 켄티우스만큼 그를 닮은 드래곤은 없다. 용족이 원래 그렇듯 대부분 어미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생김새로 태어났으니까.
‘사실, 켄티우스도 상대적으로 많이 닮은 거지,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애매해.’
민준은 그리 생각하며 은색 후라이팬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흑색 팬을 꺼내 든다.
아공간에서 나온 마도구가 정신파를 흘렸다.
=하나 집어넣고 하나 또 꺼내고 그럴 것 없이 양손에 팬 하나씩 들고 있어도 되지 않습니까? 굳이 이렇게 매번 번거롭게···.=
‘시끄러워.’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후라이팬의 제안을 냉큼 자른 다음 묻는다.
‘용, 몇 마리 더 가능해?’
단어 사이 생략된 것은 ‘세뇌’라는 말이었다.
후라이팬은 고민하다가 답했다.
=챙겨 온 여분 요리로는 한 마리 정도 더 가능할 것 같군요.=
하지만 얼마나 오래갈지는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림자를 소환했다. 검은 손길이 기절한 보고르의 아가리 사이로 파고든다. 입이 벌어지고 목구멍이 속수무책으로 드러났다. 민준은 챙겨 둔 요리를 아공간에서 꺼낸다.
그 뒤 펼쳐진 광경은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거위 농장의 그것과 비슷했다.
꿀럭!
꾸울럭!
민준은 기절한 용 식도에 음식을 강제로 쑤셔 넣은 다음 아가리를 닫는다.
은색 후라이팬의 위력을 드래곤들이 알면 오늘 같은 상황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드래곤 두 마리 정도 세뇌해 놓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 같았다. 대외적으로, 오늘 승리는 온전한 켄티우스의 것으로 남겨 둔다. 넘기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공로였다.
그런 뒤 민준은 켄티우스에게 추가로 한 가지 지시했다.
“이나이스는 지금 레어에 있다고 했지?”
“그렇다. 다른 상속자나 보호자들처럼 홍콩에 남아 있지는 못했지.”
그녀의 아이는 아직 부화 전이다. 모두가 인지하는 것처럼 알은 해츨링보다도 더 취약하므로, 이나이스는 로드의 시신을 확인한 뒤 바로 레어로 돌아갔다.
알을 품는 중이니 레어에 다른 드래곤 방문을 허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 아버지인 로드가 죽은 이상 누구도 발들일 수 없다고 봐도 되었다.
“마법 통신을 걸어 봐. 그 정도는 응하겠지.”
켄티우스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무슨 말을 하지?”
“로드 죽인 범인 찾아 달라고 나랑 네고를 쳐 봤는데··· 반응이 강경하다고 해. 달란트 탈세 방법을 미리 안 알려 주면 논의가 더 진행될 수 없다고.”
켄티우스는 망설였다.
“내가 너 하나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을 텐데.”
민준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점을 빼면 사고 능력이 정상이었기에 당연히 떠올릴 수 있는 의문이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다고 적당히 둘러 대.”
켄티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럼, 정말로 도와줄 건가? 범인 찾기를.”
민준은 잠시 궁리한다.
내가 세뇌한 상속자가 드래곤 하트를 가지도록 도와 볼까?
돌아오는 답은 부정적이었다.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 중 민준에게 제일 이득이 되는 건, 젠킨슨이 차기 드래곤 로드에 당선되고 드래곤 하트가 그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이었다.
젠킨슨은 (세뇌된 드래곤을 제외하고는) 민준에게 가장 우호적인 드래곤인 동시에···.
···아직 빚을 완전히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이기도 하니까.
물론 그 상황이 온다고 해도 드래곤 하트마저 내놓으라고 젠킨슨을 협박할 생각은 없다. 민준은 자신에게 그 정도 양심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상황을 좀 보지.”
그런 민준의 태도에도 켄티우스의 신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드래곤은 그저 막연하게 이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럼, 이나이스에게 연락하겠다.”
켄티우스는 민준이 자신을 돕지 않겠다고 결정 내린 순간 그걸 빨리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원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가 그리 희망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늘이 오기 전까지 그의 단기 목표는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는 것 외에는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범인 찾기가 요원해질 경우 그걸 포기하고 바로 새로이 매진해야 할 두 번째 과업이 생긴 것이다.
더 넓은 레어로 이사를 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연결되었다.”
켄티우스의 눈앞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머나먼 곳에 위치한 이나이스의 레어가 비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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