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77
178. Love yourself (4) >
***
“나오셨군요. 부엌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엌을 정리한다던 하인, 귤레쉬는 어느새 방문 앞으로 돌아와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
그는 손님이 양손에 든 걸 차례로 보았다. 큼직한 편수 후라이팬보다는 다른 것이 더 시선을 끌었다.
“그 큰 짐가방을 왜 통째로 들고 나오셨습니까? 죽을 끓일 식재료만 챙기셔도 충분할 텐데.”
솔라다가 챙겨 주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병자를 제외한 일행들에게는 인간도 먹을 수 있는 보존식을 나눠 줬다. 그러니 부엌에서는 병자를 위한 소량의 음식만 준비하면 될 터였다. 입가에 흘려 넣을 묽은 죽 같은 것.
그런데.
“이게 다 식재료입니다.”
“···네?”
민준이 들고 나온 보따리는 눈대중으로 봐도 인간 수십을 먹이고도 남을 것 같았다.
“저걸, 다요? 부인께요?”
민준은 단호하게 답했다
“네. 전부요.”
“정신을 잃고 계시잖습니까?”
“입에 흘려 넣으면 삼키는 건 잘합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그녀는 지금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게 아닙니다. 저주 때문에 몸을 좀 못 가눌 뿐이지요. 계속 공용어로 뭐라 중얼거리는 걸 들으셨지요?”
“네. 참으로 신앙심이 깊은 분 같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저 많은 걸···.”
“많이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요.”
귤레쉬는 민준이 대충 둘러댄 일행의 가명 중, 그 여인의 것을 기억해 냈다.
“아드키엘 님은 건강할 때도 엄청난 대식가였나 봅니다?”
민준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덩치에 비해서는 그런 편이죠.”
***
침실로 간 솔라다는 드디어 푹 쉬려고 했다. 오늘만 휴식을 취하고 내일부터는 간악한 흑마법사 사냥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은신처 주위에 그런 천벌 받을 종자를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기필코 잡아서 상, 하체를 분리시켜 버리리라. 한때 술과 마약에 쩔어 살았다지만 그 정도 가락은 남아 있었다.
그런 계획을 짜며 몸을 뉘자마자 그는 또 다른 장애물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소음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문틈으로 스며든 그것은 청각 대신 후각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번엔 또 뭐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냄새였다. 이런저런 세계를 다 떠돌아다녀 본 솔라다이지만 이런 향기는 난생처음 맡아보는 것이었다. 때 이른 허기가 창자 속에서 들끓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쿵! 쿵!
냄새의 근원지인 1층을 향하다가, 부엌 앞 펼쳐진 장면에 인상을 찌푸렸다.
‘허, 참.’
저택 고용인 다섯 명이 모두 그곳에 몰려 있었다.
귤레쉬가 오늘 그들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소개해 주었지만 솔라다는 전부 한 귀로 흘렸다. 그들에게 관심을 주기도 이름을 기억하기도 싫었다. 어차피 다 남자니까. 남자라면 지긋지긋했다.
여하튼, 지금 저들의 얼굴을 보라. 입가에서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숨길 수 없는 갈망이 진득하게 번져 나갔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스스로는 알까?
그들의 애타는 시선은 부엌 안을 향한다. 감미로운 냄새의 요람.
“흠, 흠.”
헛기침을 하자 고용인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다들 허둥지둥댄다.
“아, 솔라다 님! 죄송합니다.”
“왜 다들 여기에 몰려 있는 거냐? 아니, 물어보는 게 바보짓이지.”
슈탄은 성큼성큼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아픈 아내를 위해 죽을 끓이겠다던 남자가 있었다. 검은 머리의 인간이 후라이팬 안에 한가득 죽을 담아 끓이는 중이다.
“······.”
민준은 그들에게 등을 보인 채 정신파를 흘렸다.
‘좋아, 관객은 다 모여들었군. 아니, 식객인가?’
후라이팬이 그를 상기시키듯 대꾸했다.
=기억하시죠? 저는 지금 본래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미 세뇌시켜 놓은 드래곤이 너무 많아요. 거의 한계에 봉착했습죠. 이 이상은 아무리 많이 먹여도 완벽한 꼭두각시로 부리지 못할 겁니다.=
‘그 정도는 바라지 않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외부에 흘리지 않고,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깊이 의심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해. 내가 예전 네 존재를 자꾸 까먹은 것처럼 말이야. 홀린 듯, 아닌 듯. 그거면 족해.’
위원회는 그의 행방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다. 지구에서 도약 한 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많은 세계를 샅샅이 뒤지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럼 결국 현지 증언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골 마을 일이 그들 귀까지 흘러 들어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릴 터다.
민준은 한술 더 떠서 그 시간을 더 연장시키고 싶었다.
‘목격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지.’
그렇다고 지나가는 길마다 살인멸구를 할 수도 없으니 약한 암시라도 걸어 두려는 것이다.
암시 내용은 가벼운 대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종류로.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능력이 없는 평범한 슈탄이라면 약간만 먹여도 암시가 걸릴 겁니다. 저번에 지구에서 국회의원들을 한꺼번에 홀린 것처럼요.=
‘좋아. 그럼 ‘솔라다’라는 저 웨폰 마스터만 제외하면 전부 한 끼에 해결 가능하겠군.’
잠시 후.
하은성을 시켜 숲에서 사냥한 들짐승 고기를 듬뿍 넣은 죽이 완성되었다.
민준은 그걸 들고 몸을 돌리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다들 여기 모여 계시죠?”
그의 눈에 모여든 슈탄 남성들이 보였다.
“아, 그게···.”
솔라다는 뒤통수를 긁적인다. 냄새가 너무 기가 막혀서 왔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했던 것이다. 하물며 그게 저주 때문에 앓아누운 처를 위한 죽이라고 하니.
그러자 민준은 미안함과 송구스러움이 섞인 투로 말했다.
“아무리 아드키엘이 대식가라고는 해도 제 욕심이 지나친 모양입니다. 너무 많이 끓였고, 오래 끓였죠? 냄새가 저택에 가득 퍼진 모양이군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과할 것까지는 없수. 그런데 정말 향이 대단하군. 직업이 요리사신가?”
“유적 탐사 다음으로 제일 잘하는 일이 요리이긴 합니다.”
민준은 거기까지 대화를 나눈 뒤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죽을 통에 옮겨 담더니 단호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슈탄들은 닭 쫓던 개처럼 그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귤레쉬가 속삭였다.
“솔라다 님. 그 인간 여자가 정말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른 인간 일행들이 전부 달려들어도요.”
말투에는 개인적인 희망이 섞여 있기도 했다.
그런 귤레쉬의 추측은 곧 사실로 확인되었다.
“역시 제 욕심이 너무 과했군요. 거의 다 남았습니다. 아내를 보고 있으니 안쓰러워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했더니···.”
음식이 거의 그대로 남은 통을 들고 온 민준은, 냄새로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그것을 들고 개수구로 향했다.
그걸 본 슈탄들의 눈이 커졌다.
“다, 당신! 지금 뭘 하려는 거요?!”
“네? 다른 일행들은 아까 나눠 주신 보존식을 먹어서 배가 부른지라··· 그리고 이런 죽 같은 건 평소에 너무 많이 먹어서 질린다고 안 먹는다고 해서요. 저도 별로고.”
“그래서?!”
“어쩔 수 없죠. 먹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버려야···.”
“······?!”
그러자 슈탄들은 음식물을 낭비하면 천벌 받는다면서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고, 민준은 못 이기는 척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건 인간이 만든, 인간 스타일 요리인데···.’ ‘요리사가 인간이든 슈탄이든 무슨 상관인가?! 맛만 좋으면 되지!’
이제 하인들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솔라다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것을 독식하지 않고 나눠 먹자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공짜로 부리는 하인들이지만, 주인이 초장부터 인색한 인상을 줘서 좋을 것은 없으니.
그러자 식탁 위에서 펼쳐진 것은 전투적이고 격렬한 식사였다. 슈탄들은 허겁지겁 죽을 들이켰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소리유?! 기가 막히는군. 내가 먹어 본 인간 음식 중에 제일 맛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준은 조용히 후라이팬 손잡이를 잡는다.
마도구가 어떤 내용을 의념으로 전한 순간.
“······!”
민준의 눈빛이 깊어졌다.
찰나의 침묵 후, 그는 슈탄에게 말했다.
“그럼 전 물러나겠습니다. 아내 곁을 지켜야겠군요.”
그는 방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음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슈탄들은 훌륭한 요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또다시 솔라다를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는데, 하인 입장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이 입술 주위를 간질였기 때문이다.
그들 소망을 솔라다가 대신 실현해 주었다.
“간호 때문에 바쁘겠지만, 머무는 동안 시간이 나면 솜씨 좀 발휘해 줄 수 있겠수? 안 먹어 봤으면 모를까, 한 번 접해 봤으니 계속 혀끝에 그 맛이 감돌 것 같은데.”
민준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답했다.
“물론이지요.”
하인들은 매우 기뻐했고, 솔라다 역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
부엌의 해프닝이 끝난 뒤, 민준은 밤이 깊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슥!
어둠 속에서 누구도 볼 수 없는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민준이었다.
그는 음영 속에서 사방을 살폈다.
‘역시, 이상한 곳이야.’
여길 염탐한 하은성은 지하 삼 층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민준은 망설이지도 헤매지도 않고 나아가다가 곧 최저층에 도달한다. 그는 감각에 의존하여 어딘가로 다가갔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바위벽이었다.
하지만.
스륵!
쿠르르르!
독특한 패턴으로 마력을 불어넣자 돌벽이 움직이며 공간을 드러냈다. 그 과정의 소음은 민준이 펼친 마법이 잡아먹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을 본 민준은 약간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난 이런 거 만든 기억이 없는데.’
아시프-666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기 전, 민준은 이 차원에 머문 경험이 있다.
당시 그는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차원 곳곳에 뿌려 두었고, 여기는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문제는 완벽하게 위장하고 결계까지 만들어 놓았던 이곳 보물창고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해체되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개중 그나마 남은 조그마한 편린이 이곳이었다. 민준이 오래전 남긴 시설 위에 여러 차례 건물을 증축하고 개조하여 이 저택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점, 핵심부 결계 위에 후대의 누군가가 또 하나의 결계를 만들어 덮어 놓았다.
그래서, 누가?
‘설마 위원회?’
아니다.
그들이라면 여기 있는 걸 싹 다 털어갔으면 털어갔지 굳이 이런 식으로 새 결계를 짜서 덮어 놓지 않았을 터.
민준은 고민한다. 깨부수고자 하면 파훼 못 할 결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요란할 것이다.
그때였다.
“······!”
미리 저택 곳곳에 뿌려 놓은 그림자 조각 중 하나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이상을 감지한 센서처럼 그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는 즉시 지하실에서 물러났다. 이곳 용무를 마저 정리하기 전에 처리할 일이 생긴 것이다.
민준은 재빨리 1층으로 돌아와 넓은 홀 구석에 은닉한다. 그 상태로 2층 난간을 보았다.
‘움직이기 시작했군.’
어둠 속에 숨은 인영은 분명 슈탄이었다.
이 정도면 여행자들이 곯아떨어지기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지, 민준 일행이 묵는 방으로 조용히 접근하고 있다.
‘아니, 안 되지. 거기는 안 돼.’
민준은 완벽하게 유지하던 은닉을 풀었다.
그 찰나, 방으로 다가서던 인영이 걸음을 멈춘다.
민준은 은닉을 풀었을 뿐이지 별다른 소음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2층 복도의 웨폰 마스터는 아래층 구석에 숨은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미미한 숨소리와 체온, 존재감을 초인적인 감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주저 없이 슈탄은 무기를 움켜쥔다. 푸른 오러가 검날을 따라 일렁거렸다. 그는 복도 난간 너머로 몸을 던지더니 바람처럼 1층의 홀을 향해 쇄도한다.
강습하는 칼날.
쉬이이익!
단검을 겨냥한 슈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한 번의 공격에, 저 무력해 보이는 인간 목을 뎅겅 잘라 낼 수 있으리라고.
애초에 그것을 목적으로 침실에 가던 중이었고, 순서와 장소가 좀 바뀐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쿨렁!
인간의 손바닥이 갑자기 허공을 짚었다. 흐릿하게 사라졌다가 나타난 그 손에는 조리 도구가 들려 있었다. 슈탄의 두 눈이 커졌다. 저것은 분명··· 오늘 낮에 그 기막힌 죽을 만들어 낸 그 후라이팬.
하지만 지금 왜, 저걸?
웨폰 마스터의 공격은 찰나의 의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날카롭고도 우직하게, 공간을 찢으며 인간을 공격한다.
그리고, 충돌.
챙!
슈탄은 두 눈을 부릅떴다.
팟!
인간과 슈탄 전사는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다. 웨폰 마스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상대의 후라이팬을 보았다.
‘쳐냈어?!’
오러를 담은 슈탄의 공격을, 인간이 쳐냈다? 그것도··· 후라이팬으로?
그는 그제서야 상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민준은 생각했다. 암, 늦었고말고.
“이제 와서 놀라도 늦었다고, 귤레쉬.”
이름을 불린 슈탄. 열정적인 하인 역할을 여태 충실히 연기한 암살자는 경악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넌···!”
민준은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저같이 직업도 하찮고 벌이도 시원찮은 데다가 이능력도 없는 작자가 괜히 결혼이라도 덜컥 했다가, 부인이 아프기라도 하면 뒷감당할 능력도 없으니까요.
몇 차례나 반복하여 자신의 ‘무능력’과 ‘하찮음’을 강조하던 귤레쉬.
하지만 주방에서 후라이팬의 요리를 나눠 먹인 후, 그 마도구는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능력자의 수가 더 많다고.
암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자가 솔라다 말고 또 있다고.
‘설마 위원회가 보낸 놈들은 아닐 텐데. 내 위치를 벌써 특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정말 날 잡으려고 했다면 저런 허접한 놈을 보낼 리가.’
그들이 솔라다를 모신 지 오늘이 겨우 하루째라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뭐, 그것 역시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은 필요가 없었다.
‘확인해 보면 되겠지.’
그사이 귤레쉬는 어떻게든 빈틈을 노려 공격하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그러나 암살자의 감각을 짓누르는 무언가 그를 주저하게 했다.
더군다나 방금 전의 커다란 충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기이하게 조용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휙!
그때 민준이 후라이팬을 빙그르르 돌려 그 손잡이를 역수로 잡았다. 그리고 지시하듯 말한다.
“더 길게.”
“······?!”
그가 명한 대로 후라이팬 손잡이가 커지는 걸 보고 귤레쉬는 긴장했다. 설마 저 부분을 무기로 쓰는 것인가? 조리 도구로 위장한 암기?
하지만 민준은 귤레쉬 앞에서 ‘특수 제작 암살 도구’까지 동원하면서 힘 뺄 생각이 없었다. 먹여서 세뇌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이 있었다. 예전 지구의 암살자들을 심문한 그때처럼, 뇌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마도구를 접촉시켜 표면 의식을 읽어 내면 되니까.
민준은 악어의 길쭉한 주둥이에 맞춘 손잡이를 들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귤레쉬는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