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00
201. 막내가 너무 강함 (7)
***
그것은 어제 겔랑코 차원에서 다 듣지 못한 질문의 답이었다.
아시프-1은 민준의 말에 대해 숙고했다.
=그렇지요. 당신께서 유도하셨습니다. 전 그게 카바이트가 구축한 체계적인 드래곤 사육 및 도축 시스템을, 그러니까 ‘용 농장’을 가로채려는 목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제 민준은 그 추측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하셨지요. 속여서 빼앗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믿도록 꾀었는가··· 그랬군요. 그런 이유였군요.=
‘카바이트가 육신을 개조할 이유를 줬지. 여차하면 또 젊은 개체를 희생시켜 갈아타면 되니 놈들은 주저할 이유가 없었어. 혹시 이상이 생기면 이번 육신은 버리고 다음 몸에서 개선하면 되니까. 놈들은 지금도 이게 오롯이 자기 힘으로 생각해 낸 묘책이라고 여겨.’
하지만 인간 유전자 일부를 이식한다는 그 판단 뒤에는 민준이 있었다.
‘스스로의 손으로, 자기들 핏속에 독을 푼 거지.’
민준은 먼 옛날의 실험체, 지금은 인간이라 불리는 종족에 심은 유전자를 ‘독’이라고 표현했다. 드래곤의 피와는 다른 의미에서였다.
결국, 그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독을 제대로 발현시킬 시기와 무대를.
아시프-1은 마지막 질문을 정신파에 담는다.
=하지만, 어제 당신께서는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잠든 동족을 모두 깨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힘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나치게 오래 잠들어 있었으니까. 만약 계획대로 되었다면, 난 적당히 잔 다음 깨서 안배해 둔 ‘방목 행성’을 찾았겠지. 여전히 짐승에 불과할 드래곤이 과포화된 그곳에서, 도축할 필요도 없이 숨을 붙여 놓은 채 먹을 만큼 용혈을 채취하면 될 일이었어. 헌데 이제는 그 정도 수준의 ‘제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처지가 된 거야.’
=계획보다 훨씬 농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충당하실 생각입니까? 카바이트의 드래곤 재가축화 계획은 아직 요원한 상황인 데다가, 재차 되짚지만 가로챌 생각도 없으시다면요.=
그는 잠깐의 침묵을 두고 말했다.
이어서 나온 것은 아시프-1이 예상 못 한 문장이었다. 엉뚱하게까지 여겨지는.
‘사실 ‘자기희생적 흑마법’이란 표현은 언어도단에 가깝지.’
한때 ‘아시프-666’이 입에 올린 문장을, 태초의 종족은 간단하게 뒤집는다.
=네? 갑자기 그 말씀은 왜···.=
‘그 말은 자신 말고 다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오해를 유발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 내가 지금까지 흑마법을 쓸 수 있었던 건, 그 전에 충분히 먹어 두었던 용혈 덕이야. 어제 겔랑코 차원에서 필요 이상 난장판을 벌인 것도 8백 년의 단식을 끝내고 다시 제대로 된 식사를 시작한 덕분이었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당신이 소모한 자기 자신의 생명력 역시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용에게서 받은 것이지요.=
‘결국 단계가 몇 개냐, 결과물이 얼마나 효율적이냐의 차이야. 나처럼 제물을 먹고, 그 안의 생명력을 여과하여 정순한 내 것으로 만든 다음, 그걸 마력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다른 흑마법사처럼 제물에서 날것의 생명력을 뽑아, 그걸 바로 마력으로 바꾸든지.’
=여과 작업을 거친 전자가 효율적이겠군요. 당신의 방법이요.=
‘그리고 가장 뛰어난 제물 역시 용혈일 수밖에 없어. 그걸 제대로 흡수하는 일은 나 외엔 불가능하고. 정석은 그렇지.’
그는 먼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나는 생각한 거야. 동족을 깨우는 대규모의 마법, 단 한 번의 초월적인 주문을 위해서는 시간과 품을 줄이는 측면에서라도 후자가 낫지 않을까?’
=먹지 않고 바로 흑마법 제물로 바친다고요? 용을 말입니까?=
‘그럼 너무 많은 용을 죽여야 하잖아. 다시 말하지만, 드래곤은 이제 한 군데 모여 살지도 않아. 나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지. 언제 다 돌아다니면서 먹어 치우고 소화까지 시키겠어?’
=그럼···?=
‘그래서 난 방향을 바꿨지. 동족을 깨우기 위한 연료로 태워야 할 대상이 꼭, 용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원계 중심부에 몰려 사는 다른 종족이 있잖아. 용혈에 비하면 생명력 밀도가 떨어지는 제물이지만, 질이 별로라면 양으로 벌충하면 되겠지. 더군다나 내겐 그럴싸한 동기도 있었어.’
=동기라면···.=
찰나, 아시프-1은 생략된 의미를 이해했다.
=아!=
복수와 구원.
그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민준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무엇보다 확실하고도 명백한 동기였지.’
정신이 얼어 버린 마도구를 손에 쥔 채 민준은 방금 전의 고민을 떠올린다.
먹어야 하는가, 먹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의 불편과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이 문장에서 그가 상정한 타인은 당연히 드래곤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가축으로 개량했던 생명체.
하지만 민준은 이런 고민을, 카바이트에 대해 해 본 적은 없었다.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카바이트는 민준이 단호하게 설정한 선 너머에 있다. 선명하고, 깊디깊으며, 불가역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그 선 너머에.
그 바깥에 존재하는 자들에게 민준은 이성이 마비될 듯한 증오를 느꼈다.
아시프-1은 전율한다. 그런 그를 향해, 민준은 흥얼거림 같은 정신파로 말한다. 매우 경쾌한 선언이었다.
‘그들은 멸종할 거야.’
***
오크는 이 세계에서 지워져야 한다.
‘행동하는 인권투쟁연대’의 서울지부장, 백세균은 그렇게 확신했다.
탕! 탕탕!
화르륵!
초선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는 호텔 행사장 앞 복도.
총성과 함께 곳곳에 불꽃이 튀었다.
지부장을 비롯한 인권연대 침입자들이 창문을 깨고 밀어닥친 지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가로막은 경호원들이 기를 쓰고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파죽지세로 휩쓸고 나아갔다.
오크 의원들을 호위하기 위해 모인 자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부장이 동반한 자들은 더욱 뛰어난 이능력자였다.
“행사장은 저쪽이다!”
“마, 막아! 으아악!”
백세균은 미리 파악한 동선을 따라 부하들을 인도했다.
오늘 그들의 목표는 물론, 저 너머에 모여 있을 오크 의원들이다.
‘어차피 오크들이 득시글거릴 텐데 얼굴 봐 가며 고르지 말고, 그냥 닥치는 대로 다 쏴 죽인다!’
그것이 오늘 부하들에게 지시한 명령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그들이 오늘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를 꾀할 이유가 있었다. 인권연대는 요즘 무척이나 조급해졌다.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한, 양지에서의 조력이 갑자기 끊겼기 때문이다.
인간중심당이라는 정당이 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국회의 스윙 보터로 자리 잡은 그 소수 정당은, 공식적으로는 결사 부인하지만 여태 은밀히 인권연대 테러리스트들과 협력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정당 현직 의원들이 전원 의정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시작은 그들을 타깃으로 한 테러리스트를 피해 안전 가옥에 숨었던 사건이었다. 상황 종료 후 경찰은 의원들을 자택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그들은 필사적으로 발악하며 거부했다.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라는 말만 주문처럼 반복하며.
결국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와서 귀가시켰더니, 그 후 의원들은 전부 지독한 섭식 장애에 시달렸다. 어떤 산해진미를 먹어도 배설물 맛이 난다며 토해 내고, 더 맛있는 것을 가져오라며 호통을 쳤다.
그 증상이 한때 어떤 이민국 요원의 주변 사람들이 겪었던 후유증의 몇백 배, 몇천 배 강화된 부작용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어, 결국 국회에 출석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왔다. 자의로 뭘 먹지를 않으니 당연했다.
그들이 전부 이대로 의원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다음 재보선까지 몇 달이나 공백이 생긴다.
‘그사이 국회를 여당에서 쥐락펴락하게 되는 거다. 더군다나, 이번 재보선 때문에 구역질 나는 돼지 새끼들 수가 늘었어!’
인권연대는 결정을 내렸다.
뒤틀린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
거수기 기능을 잃은 인간우월주의자 수만큼, 국회에서 오크의 수 역시 줄여야 할 것이다.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가! 더 파고들어!”
피가 쏟아지고 비명이 울려 퍼진다.
침입자들의 마법은 경호원들의 아티팩트를 손쉽게 무력화시켰다. 방어 측에도 이능력자가 섞여 있었지만 격이 달랐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엘리트들이 이리도 쉽게 무너진 이유는 간단했다.
화르르륵!
“저, 저건··· 으아아악!”
전방에서 길을 뚫는 백세균의 어깨 위에는, 섬뜩한 그림자가 부유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형체를 만들었다 다시 무너뜨리는 그 괴물은, 적의 가득한 눈빛으로 피 안개를 뿜었다. 그것이 손을 한 번 뻗을 때마다 경호원들 머리가 두부처럼 깨져 나간다.
“저런 건 못 당해. 도망쳐!”
백세균은 도주하는 자들 역시 놓치지 않았다. 지시에 따라 그림자의 팔이 채찍처럼 뻗으며 복도를 휘저었다. 그 날카로운 기운이 스친 곳마다.
스걱!
살점과 뼈가 갈라지는 소리. 예리한 절단면을 남긴 채 사람들의 몸이 동강 난다. 나뒹구는 시신의 표정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누군가 절규했다.
“흑마법! 흑마법사다!”
타인의 고통과 생명을 대가로, 터무니없이 강한 능력을 손에 넣는 금술(禁術).
인권연대 같은 지하 조직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이능력이었다. 애초에 ‘자기희생적 흑마법’이라는 극단적 예외 말고는, 사용하는 것만으로 국제적 수배자 신세가 되는 마법이다. 이미 쫓기는 신세가 아닌 이상 손대기 쉽지 않았다.
백세균은 흑마법사다. 오늘을 위해 그는 빈민가, 혹은 ‘오크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곳에서 확보한 부랑자를 한 뭉텅이 제물로 바친 참이다. 대부분 오크와 고블린이었다.
캬아악!
광기를 사방에 표출하는 괴물을 보며, 백세균은 새삼 되뇐다.
‘역시, 예전과 비교해서 말도 안 되게 강해졌어.’
그 외에도 흑마법사 대다수가 겪는 현상이었다.
저 괴물을 소환하는 경지에 다다른 자들은, 소환수의 힘이 대폭 강해진 것을 느꼈다. 동일한 제물을 바쳐도 대가로 돌아오는 힘이 몇 배나 증폭된 것이다.
일단 영문은 알 수 없지만 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부작용 역시 발견되었다.
콰직! 콰르르!
꺄아아아!
백세균은 이를 악물었다.
괴물에게 호통친다.
“그만! 시체는 그냥 두고, 그 뒤의 놈을 노리라고!”
눈에 핏발이 선 채 몇 번 더 소리를 치고 나서야, 괴물이 손에 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곤죽이 되어 흘러내리는 핏덩이였다. 방금 해치운 경호원이었던 것의 잔해다.
저렇게 으깨기 전 보았던 희생자의 생김새를 백세균은 기억했다.
‘꼭, 저 나이대, 저 정도 몸집의 검은 머리 남자만 보면 저러는군.’
그런 조건이 맞춰졌을 때 괴물은 내세에서도 잊지 못할 원수를 만난 것처럼, 시체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달려들곤 한다.
하여튼 이런 사소한 부작용을 제외하면, 흑마법사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변화였다.
쾅!
방어선이 뚫리고 행사장 문이 열린 순간.
쾅!
콰르르르!
그 안에서 이미 벼르고 있었던 듯, 뜨거운 화염이 폭발했다. 하지만 인권연대 침입자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번뜩이고, 공격을 막아 내며 안으로 쏟아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세균은 즐겁게 예상했다.
미리 파악한 오크 의원들 경호 수준이야 뻔하다. 여기까지 진입한 이상, 순조롭게 학살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믿었는데···.
“아니?!”
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예상과 다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일단, 이곳의 전력은 그들이 미리 파악한 수준이 아니었다.
“저것들은 다 뭐야?!”
평범한 오크 의원의 경호원들치고는 지나치게 뛰어난 강자들이, 연회장 곳곳에 숨어 있었다.
젠킨슨이 민준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붙여 놓은 그들은 염동력으로 공격을 막아 내고, 각종 마법으로 끓는 그림자를 덮고, 오러가 일렁이는 도끼로 검을 쳐 냈다.
백세균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당혹스러웠다.
“이 정도 능력자는,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계약 요원 수준이잖아!”
예를 들어 경찰청이나··· 이민국 같은.
“이익!”
예상보다 격렬한 대응이었지만 지금 자신들 역시 최강의 멤버다. 백세균은 힘을 끌어모은다. 그림자 괴물이 오크들을 공격하게 유도하려던 순간.
탕! 탕탕!
“으아아악!”
비슷한 시도를 하던 부하들의 전열이 무너지는 게 보였다. 대다수 육신의 능력이 약한, 마법 계열의 능력자들이었다. 쓰러지는 그들의 이마와 심장에는 선명한 붉은색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백세균은 어이가 없었다.
총을 맞았다고?
애초에 총격 따위 몇백 발이고 막을 아티팩트로 무장을···.
꺄륵! 꺄르르륵!
그런 그가 볼 수 없는 영역에서, 정령들이 바쁘게 연회장을 오가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백발의 엘프가 제대로 겨냥도 하지 않고 방아쇠를 연신 당긴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가 든 총구에서 쉴 새 없이 불꽃이 튀었다. 막 쏘아 대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백발백중이었다. 정령들은 바람의 결을 따라 탄환을 정확한 표적까지 인도했다.
“으으! 으으으!”
그런 엘프가 가리고 선 자리엔, 겁에 질린 고블린이 한 손에 총을 움켜쥔 채 웅크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나는··· 나는···!”
백세균은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 외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한 명이 어떤 아티팩트를 발동시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 높은 마법사였다. 한 손의 권총으로는 인챈트계 마법을 심은 탄환을 쏘아 낸다. 적들에게 적중한 총알은 폭탄처럼 화염을 쏟으며 격렬하게 폭발했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도 연신 여러 주문을 쏟아내느라 바쁘다.
그러는 와중에도 발동시킨 아티팩트는, 인권연대가 준비한 결계를 뚫고 선명하게 신호를 쏘아 냈다.
그 신호가 어디의 누구에게 닿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저걸 본 지원군이 도달하면 상황이 훨씬 어려워질 것은 당연.
‘젠장, 이렇게 되면!’
백세균은 퇴각을 명령한다.
속으로 안타깝게 중얼거린다. 오늘, 얼마나 많은 오크를 죽였을까? 곳곳에 피 흘리며 쓰러진 자들이 보였지만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애석한 일이었다. 더 많이 해치웠어야 하는데. 손이 닿는 한 더 많이···!
그런 좌절과 미련을 떨치며, 그는 이미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승리는 힘들더라도, 퇴각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보였다. 이대로 그림자 괴물로 전방을 가린 뒤, 그들은 몸을 빼면···.
“······?!”
그런 그의 정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강렬한 의념이 울려 퍼졌다.
=이게··· 대체 뭣 하는 짓들이냐?!=
그 파동이 영혼을 두드리는 순간, 백세균을 비롯한 인권연대의 침입자들은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 정도 위엄을 담은 의념이었다. 지금까지 접해 본 적 없는 강렬한 정신파.
그들은 인간이나 오크 같은 종족이 저런 것을 발산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격이 다른 존재로부터 터져 나오는 힘이다.
동시에 백세균은, 자신이 저걸 처음 접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저런 것’과 조우한 동료들은··· 전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을 테니까.
=감히!=
허공에 나타난 그는 금발 머리를 단정하게 넘겨 올린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그의 나이를 보이는 대로 단정 짓지 않았다. 방금 전 위엄이 넘치는 호통은 저 남자에게서 터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백세균이 중얼거린다. 지금 여기에, 어떻게? 분명 홍콩에 있다고 했는데. 그쪽의 ‘선거’에 큰 이슈가 생겼기에 지금 이런 ‘미물들’ 상황에는 신경 쓸 틈이 없을뿐더러, 큰 힘을 소모해서 몇천 킬로미터를 뛰어넘는 텔레포트를 펼칠 이유는 더더욱···.
그의 입술이 떨린다. 차마 비명을 지를 생각도 못했다.
대체,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굳어 버린 그들을, 고룡 젠킨슨이 들끓는 분노를 담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