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11
212. 마음의 발명(The Invention of Heart) (9)
***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도파민 정키(Dopamine Junkie)들이다.
이는 위험한 모험을 즐기는 아드레날린 정키(Adrenaline Junkie)와 다른 의미다. 사실 자기의 고귀한 목숨을 의미 없이 위협하는 건 그들이 질겁할 행위이기도 했다. 드래곤은 그 대신에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한 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짜릿함을 즐겼다.
도파민은 행동의 보상으로 주어지며 그 행동을 지속하는 동기가 되는 쾌감이다. 그것에 찌든 용들은 더 화려한 승리를, 더 높은 성취를, 더 깊은 자아도취와 인정받는 느낌을 욕망했으며 대다수가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 드래곤은 군림하며 경영하는 그들의 일을 지극히 사랑했다.
물론 젠킨슨도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말이다.
얼굴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고룡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젠 좀 지치는군.’
한국의 지배자는 드래곤답지 않게도 워커홀릭 증후군 대신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요즘 바빠도 너무 바빴다.
어느 정도냐면 젠킨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일하기 싫다. 사람이 이렇게 바빠도 되는 건가? 이게 드래곤 한 명이 다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좀 쉬어 갔으면 좋겠다.’
마음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레어 안에 틀어박혀 몇십 년 정도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임을 안다.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른 일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 한다.
젠킨슨은 스스로를 옳고 고름을 고민하여 구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며, 이런 고민을 포기하는 순간 짐승이나 매한가지라 믿었다. 그렇기에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절대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말이다.
‘민준, 그 친구가 지구를 탈출한 뒤부터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
로드가 없기에 용족 사회에서 발생하는 분란과 사고는 무엇 하나 깔끔하게 정리되는 법이 없다.
하나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대신 온갖 사건을 동시에 해결하려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지경이 된 것이다.
지구에는 드래곤 로드가 필요하다.
“카이엔.”
젠킨슨은 여유로운 척 웃어 보였다. 저 어린 용을 압도해 버리기 위해.
저 괘씸한 녀석 때문에, 한국의 사건을 정리하고 나서도 그는 쉴 틈이 없었다.
“······!”
카이엔과 아시스파엘은 긴장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긴장감 때문에 숨 쉴 때마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기분이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레어 안에 놔두고 오는 건데!’
설마 여기서 젠킨슨과 조우할지 어떻게 예견했겠는가?
훔친 물건이 원래 보관되어 있던 장소의 주인을 말이다.
카이엔은 아공간 속 숨겨 놓은 드래곤 하트를 떠올리며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고룡이 차분하게 묻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원하는 게 뭔가?”
카이엔은 빠르게 대꾸한다.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날이 선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자네가 철없는 아이들을 선동하는 이유를 말해 보란 소리일세.”
어린 용은 분노가 긴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것을 느꼈다. 철이 없다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전형적인 고룡 말투.
그 표정을 본 아시스파엘은 연인의 다혈질적 기질이 발동되었음을 깨닫고 낭패스러운 기분을 맛보았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닌데!
한편 켄티우스는 우울과 당혹을 동시에 느꼈다. 이제, 나는 필요 없어진 것 같은데··· 다들 이대로 떠나주면 안 될까?
“저희 요구는 이미 분명하게 전달된 걸로 압니다.”
“고룡이 아닌 드래곤, 심지어 막 성룡이 된 드래곤에게도 로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라? 내 앞에서 장난치려 들지 말게, 젊은이.”
“······?!”
“자네를 따르는 친구들 중 진정으로 그걸 원하는 이는 한 명도 없으리라 확신하네. 로드는 고룡도 버거워하는 자리야. 어린 용이 정말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엘더 드래곤 사이 분쟁을 중재하고, 위원회를 만나 협상을 이끌겠다고?”
“그건 젊은 용이 무조건 미숙하다는 연령 차별적 발언···!”
항의하려 했지만 고룡은 그가 말을 끝마치는 걸 기다리지 않았다.
“이번은 좀 특별한 경우지만, 원래 드래곤들은 로드 자리에 오르기 싫어했어.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큰 도움이 못 되고 골치 아픈 일은 줄줄이 맡아야 하는 계륵 같은 지위라고. 자네들은 진정으로 역사상 최연소 로드를 탄생시키고 싶은 게 아니야. 그저 난동을 부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거지. 그 과정에서 자기들 목소리를 전달하고, 어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걸세. 동시에 화를 토해 내고 싶은 거야.”
카이엔의 눈동자가 흥분 때문에 뒤집히자 아시스파엘은 두통을 느꼈다. ‘망했다!’
집주인, 켄티우스는 고룡과 이복동생 사이 오가는 말다툼을 짜증 섞인 눈초리로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빨리 다들 사라져 줬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었다. 대화 내용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인다.
카이엔이 외쳤다.
“그래요! 우리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드래곤이 너무 오래 살기 때문이에요. 네, 우리는 빌어먹게도 오래 삽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지기만 하지요. 젊은 용들은 뼈 빠지게 노력해도 고룡들이 이미 구축한 부(富)를 넘어설 수 없어요”
켄티우스의 거부감이 무기력을 이겼다. 그는 용기를 끌어모아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요. 꼭 내 집에서 이래야 합니까? 저는 이 상황이 좀 불편···.”
“젠킨슨, 보십시오. 경제적 계층은 완전히 단절되었고 그걸 이어줄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 행성만 해도 이미 값진 것들은 전부 당신들, 노인네들이 사들인 상태 아닙니까! 젊은 드래곤은 당신들이 남긴 부스러기를 주워 먹을 뿐이지요!”
젠킨슨은 인상을 찌푸렸다. 카이엔은 멈추지 않고 소리 질렀다.
“고룡들이 젊었을 때만 해도··· 고대 종족과 전쟁에서 ‘패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겠지요. 당신들은 운 좋은 세대예요. 그때는 온 우주에 부가 넘쳐 흘렀으니까.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가 먹고살 것은 확보할 수 있었지요. 허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드래곤들이 누릴 자원은 훨씬 줄고 한정되었어요. 그런데 과거에 실컷 즐긴 당신들은 아직도 탐욕스럽게 모든 걸 독점하려 들잖습니까! 이대로면 우리는 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난할 겁니다!”
“가난이라니. 자네, 다른 종족이 그 이야기 들으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 봤나?”
드래곤이 가난을 입에 담는 것은 지독한 기만이었다.
그 사실을 지적한 고룡을 카이엔은 정신병자 보듯 응시했다. 그리고는 어처구니없는 어조로, 헛웃음과 함께 말한다.
“드래곤이 왜 다른 종족 입장에서 생각을 합니까? 드래곤은 당연히 드래곤 기준으로 생각해야지요. 엘프나 인간 따위보다 가진 게 많다고 만족하라는 겁니까? 그러다간 평생 그 수준에 머물며 온몸에서 상한 포유류 냄새나 풍기고 살게 될 겁니다!”
젠킨슨은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듯한 허탈감을 느낀다.
“그래서 젊은이들 권익을 대표할 자가 필요하다는 거군.”
“네, 정확합니다!”
“저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싸울 거면 나가서 해 주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좀 혼자 있고 싶은데요.”
“그래요, 늙은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젠킨슨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왜 나를 찾아오지 않았나?”
“······!”
카이엔이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젠킨슨은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쏘아붙였다.
“최연소 로드를 탄생시키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다시 꺼내지 말게. 자네들 권리를 보호할 누군가 필요했다면, 자네는 진작부터 가장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자와 접촉했어야 하네. 그리고 나름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겠지. 자네들이 가진 표의 숫자만큼 힘을 발휘했을 것이네. 나를 지지할 테니, 로드가 된 후에 드래고닉 코드를 개정해 달라는 식으로 로비하는 방법도 있었을 터야. 하지만 지금까지 자네 행적은 그저 선거를 보이콧하고 일정을 늦추는 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이네. 실제로 블레어가··· 내 비서가 자네와 직접 컨택하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일절 답이 없었지.”
젠킨슨의 지적은 타당한 것이었다.
카이엔은 지금까지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젠킨슨 측의 연락에 묵묵부답을 유지해 왔다.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 어쩌면 선거를 늦추는 게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아니라 목표 그 자체가 아닐까? 하지만 대체 왜?”
“······.”
“자네가 나서서 고룡들 미움을 산 탓에, 그러니까 일종의 액받이가 되어 준 덕분에 자네 금융 자산이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다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또래 친구들을 위한 희생? 아니, 난 확신하네. 자네는 ‘그런 드래곤’이 아니야.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평범하디평범한··· 내가 아주 잘 아는 나의 동족일세. 자네는 원하는 게 있어. 그게 뭘까?”
젠킨슨은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렇게 마주 본 참에, 그걸 한번 알아보려고 하네. 그런데···.”
고룡이 말을 잇다 말고 침묵한다.
“음?”
“······!”
고룡은 허공의 맛을 느끼고 공기의 자락을 응시하는 태도로 한 군데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은 카이엔과 아시스파엘을 주눅 들게 했다.
설마.
설마?
“······.”
불편한 고요를 유지하던 고룡이.
“잠깐만, 이거.”
뭔가 확신한 듯 눈을 번뜩였다.
“아까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데 긴가민가했거든.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겠군. 거기, 자네 몸과 연결된 아공간에 대체 뭘 숨겨 놓은 건가? 아까부터 짜릿한 기운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데.”
“······!”
관심도 없었고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도 못했던 켄티우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본의 아니게 그들이 난상토론을 벌일 공간만 제공하게 된 그가, 처음으로 대화 내용에 관심을 둔 순간이었다.
동시에 젊은 연인은 얼어붙었다.
‘젠장, 설마?’
저 정도 나이를 먹은 고룡의 감각은 아공간 속의 기운조차 감지하는가?!
카이엔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괴물 같은!’
그 순간.
화아아!
카이엔은 주변 마나가 요동치는 것을 감지했다. 고룡이 외운 주문의 여파가 주변을 잠식했다.
‘탐지 마법!’
카이엔은 다급히 앞으로 손을 뻗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비어 있던 그의 손목에 조력자들이 준 아티팩트가 감겼다. 헌데, 그것이 고룡의 마법과 접촉했지만 이번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드래곤 하트와 닿았을 때처럼.
카이엔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드래곤 하트를 훔친 뒤 저 보물이 기능을 발휘한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당연히 더 파훼할 결계가 없으니 시도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마치, 할 일을 다 했으니 기능이 자동으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이건!”
곧, 고룡의 두 눈이 분노로 끓어올랐다.
“이 정신 나간 녀석들이. 대체 ‘그걸’ 어떻게 가져온 거냐!”
아시스파엘이 외쳤다.
“튀어!”
두 드래곤이 동시에 뛰어올랐다. 이어지는 굉음.
콰쾅!
드래곤조차 균형을 잠시 잃을 정도의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텔레포트 같은 복잡한 주문을 바로 성공시킬 자신이 없던 아시스파엘은 더 전통적인 도주 방식을 골랐다. 장애물로 추적자 시선을 가리고 그 틈에 내빼는 것이었다. 또한 쓸데없이 넓고도 복잡한 켄티우스의 레어 내부를 되돌아가는 대신 지름길을 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신축 티가 고스란히 남은 레어 벽에 뚫린 큰 구멍이었다. 자욱한 먼지구름과 함께 천장과 벽이 무너지며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걸 본 켄티우스의 입이 쩍 벌어지며 그대로 경직되었다. 짙은 분진 속 이질적인 맑은 공기가 섞여 든다. 음침한 지하에서 느껴질 리가 없는 신선한 바람이.
—!
드래곤 피어를 뿜으며, 고룡이 호통을 쳤다.
“이놈들··· 거기 서라!”
카이엔은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미친, 저 괴물이 어떻게 그걸 눈치챈 거지?”
아시스파엘은 정신 못 차리는 연인의 목덜미를 물며 끌어당겼다. 그대로 전방으로 내팽개치며 외친다.
“카이엔! 이럴 때가 아니야. 젠장, 날아! 도망가!”
켄티우스는 절규했다.
“이 미친놈들아! 내 집에서 대체 뭘 하는 거야!”
엉망진창이 된 레어 안에서 드래곤들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쫓기는 자들마저 예상할 수 있었다.
이 도주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음?”
지구에서 한 번의 차원 도약으로는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차원.
그곳에 내린 밤을 응시하며, 아시프-1은 창조주에게 묻는다.
=그들에게 왜 사흘이나 되는 시간을 주신 겁니까?=
사제들이 민준의 요구를 검토할 시간을 그리 길게 허락한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후라이팬은 창조주가 택할 수 있었던 다른 길을 지적한다.
=그들 전부 강력한 능력자이긴 하나 한 명 정도는 찌르기만 해도 단숨에 세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힘이라면 그들 모두를 제압한 뒤 강제로 음식을 먹일 수 있었을 텐데요. 더 기다릴 필요 없이 제단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냥 다 세뇌해 버리면 될 걸, 왜 자기들끼리 고민하고 의논할 시간을 줬냐는 질문이었다.
창밖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응시하며 민준은 답했다.
“선의를 폭력으로 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네? 선의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민준을 의심한 그 펠릭스라는 고위 사제를 생각하면 더더욱.
하지만 민준은 일부의 사제를 한정하여 지칭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엘라후-프라가 교단 전체를 말하고 있었다.
“이 교단은 몇백 년간 우리에게 선의를 표하고 행동으로 실현했지. 그들이 여기 모은 달란트는 내 동족을 깨우기 위한 안배였어. 또한 그 과정에서 막대한 위험을 감수했지. 달란트를 채취하다가 많은 사제들이 몸에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어. 그들은 우리를 위해 희생한 거야.”
=···그건 그렇지요.=
후라이팬은 창조주의 말에 묻어 나오는 고독감을 느꼈다.
이 차원계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태초의 종족이 존재하는 것도 모른다. 그나마 그들의 정체를 아는 고대 종족은 태초의 종족을 계속 잠재워 놓고 피를 쥐어짜는 것에 집착했다.
그간 오직 엘라후-프라가 교인들만, 민준의 동족에게 선의를 표했다. 신앙과 숭배라는 형태로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후라이팬은 직감했다.
창조주가 우리와 타인을 구분하기 위해 긋는 거대한 경계. 총체로서의 이 교단은 민준이 설정한 그 선 안쪽에 위치했음을.
이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창조주가 엔델리온의 공주를 굳이 세뇌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까?
=하지만 저대로 방치했다가 그들이 잘못된 선택을 내리면 어찌합니까?=
민준에게 신혈을 주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리면?
후라이팬은 창조주가 사제들에게 준 자유가 너무도 위험하게 느껴졌다.
=제가 이해하기에, 당신은 그들에게 죄를 범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 같습니다.=
민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죄를 지을 자유를 준 게 아니야.”
=그럼요?=
“그 반대야. 그들로 하여금, 죄를 범하지 않을 자유를 준 거지.”
그때였다.
“······!”
후라이팬은 바깥이 몹시도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방향을 따라 민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희뿌연 기운. 목에 칼이 박힌 인간의 영혼이 돌아오고 있었다. 은밀한 곳을 막 정찰한 참인 유령이 멀리서 정신파를 발산한다. 그것이 민준의 정신에 닿은 순간, 그는 지금 교단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옅은 한숨을 쉰다. 후라이팬은 조용히 기다렸다.
드디어, 민준이 입을 열었다.
“지금 그들 일부가 자유를 행사한 것 같군.”
다만, 그들의 신이 원한 방향과는 정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