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22
223. 마음의 발명(The Invention of Heart) (20)
***
하은성은 한가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드래곤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용들은 동면기를 제외하고는 심심함과 여유를 느낄 겨를이 없이 끊임없이 뭔가를 한다. 하물며 그런 행보를 제약당하는 경우도 드물다. 지금 하은성의 상황과는 정반대였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날 이후 하은성은 교단 숙소에 머물고 있다. TV 비슷한 매체가 있었지만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고 영상은 해괴망측해서 그냥 꺼 버렸다. 그 뒤로 하은성은 말 그대로 숨만 쉬면서 지냈다. 몸이 노니 당연히 반작용으로 머리가 바빠졌고 잡상이 그치질 않았다.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유령이 되고 물질에 대한 집착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가 빚이 없던 자유 유령 시절,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쥐꼬리만 한 돈이라도 번 건 동생들을 위해서였다.
죽은 다음 아쉽고 그리운 대상은 오로지 사람뿐이다. 망자들은 항상 남겨진 사람들, 사랑하던 이들과 관계가 끊어진 것을 슬퍼하고 살아있을 때 더 잘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생전의 재산이나 직위, 이루지 못한 욕망을 아쉬워하는 이는 없었다. 모든 유령들이 그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하은성은 지금 지구에 남겨진 동생들을 걱정한다.
‘요원님이 지구에 없어도 애들한텐 별 영향이 없겠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 다음으로는, 죽고 나서 연을 맺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캐시 누나는 괜찮나? 요원님이 갑자기 없어졌으니 충격이 클 텐데. ···물론 지금 요원님이 어떻게 됐는지 보면 그 충격이 더 클 테지만. 그럼 차라리 못 봐서 다행인가? 아씨, 모르겠다.’
익숙한 얼굴들이 계속 떠오른다.
‘사장 할아버지랑 동철이 형도 잘 지낼까?’
빚에 얽힌 뒤 그는 채권자의 상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민준의 친구들이 후라이팬으로 잔치를 벌일 때마다 그도 한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그 사이 자연스레 잔정이 쌓인 것 같다.
‘정팔이 아저씨는 진짜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몰라.’
남들 대화 훔쳐 듣는 걸 취미로 삼는 유령들에 따르면, 오크 동네 유권자들 민심은 정팔 쪽으로 기운 지 오래라고 했다. 아마 선거에 이겼을 확률이 높다.
아저씨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오크 거리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들의 관습을 생각하면 일주일 넘게 이어질 터다. 다들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느라 바쁘겠지.
잡생각이 넘쳐 흐르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향했다.
‘나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창밖을 물끄러미 본다. 스모그로 덮인 뿌연 대기 속으로 빌딩 윤곽이 희미하게 빛났다. 돌이켜보면 여기 온 뒤 태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강렬하고 눈부신 빛은···.
“······.”
하은성은 부활의 성당에서 본 빛기둥을 떠올렸다.
‘그건 정말 대단했지.’
아무래도 그의 채권자는 정식으로 이곳의 신이 된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 계속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아니, 아직 포기하지 말자.’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만간 민준의 허락을 받고 지구를 오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몸으로는 안 된다. 지명수배자가 되었으니까.
대신에 지구로 영혼만 보낸다면?
‘그날 그 영혼조각들, 여러 차원에서 모여들었다고 했지.’
영혼 상태로 차원 도약이 가능한 걸 그날 똑똑히 목격했다. 윰투스가 설명한 원리와 달랐지만 하은성은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는 그의 이해를 벗어난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일단 영혼 상태로 엘라후··· 뭐시기 차원으로 건너간 다음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거야. 그런 방식인 것 같아.’
하지만 또, 윰투스의 설명이 걸린다.
사제는 분명 말했다. 엘라후-프라가로 영혼을 보내기 위해서는 독실한 신자여야 한다고.
그 부분이 큰 문제였다. 하은성은 자신이 진심으로 신을 섬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신의 실존을 믿기에는 그의 삶과 죽음이 지나치게 구질구질하고 험난했다.
더군다나 하은성은 바라는 게 있어서 신을 믿는다는 개념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교리 핵심을 하은성 식으로 축약하면, 신앙을 지불하고 구원을 주문한 다음, 종말이 배송되는 당일에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그는 도저히 예민준이 이 세상을 멸망시킬 위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망할 세상을 상대하는 사람치고, 채권자는 무언가에 지독히도 집착하고 있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 고민은 노크 소리와 함께 끊겼다.
“하은성님? 저와 함께 가시지요.”
문을 두드린 사람은 고민에 한 몫 거든 윰투스였다. 하은성은 그의 예복이 바뀐 것을 눈치챘다.
‘아, 참. 승진했다고 했지.’
그간 화신을 모신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펠릭스의 공석을 메우며 총대주교가 되었다. 죄가 사해진 펠릭스는 벌까지 면제받은 것은 아니라며 자숙하는 중이었다.
“어디를요?”
“같이 걸으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거뭇한 연기를 내뿜는 비행체 안에서, 하은성은 귀를 의심했다.
“······사람이 되었다고요?”
“네, 인간과 매우 흡사한 몸으로 옮겨 타셨습니다.”
윰투스는 민준이 소지하던 후라이팬이 성검의 위장이라 믿고 있었다. 왜 하필 후라이팬을 택했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 성검에 담긴 영혼이 사람 몸으로 옮겨갔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하은성은 놀랐으나 기겁하며 펄쩍 뛰지는 않았다. 그는 이 정도로 기절초풍하기에는 이미 기괴한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사람이 소금기둥으로 변하는 세상인데 후라이팬이 사람이 되지 못할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왜 거기로 가는 건가요?”
“교황의 귀환을 기리는 축하 제례를 열기로 했습니다.”
하은성은 눈을 꿈뻑였다. 후라이팬이 사람 된 건 알겠는데 교황은 또 무슨 이야기···.
이어지는 설명에 의혹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후라이팬이 교황이 되셨다고요?!”
엄청난 신분상승이다.
대체 어떻게? 왜?
생각해봤자 머리만 복잡해지겠지. 하은성은 더이상 내막을 캐는 것을 포기했다. 그가 진짜로 궁금한 것은, 그래서 자신이 그들 종교행사에 왜 참석해야 하냐는 거였다.
그는 지구의 지인들과 달리 후라이팬과 관계(?)가 깊지 않았다. 조리는 주로 캐시나 정팔, 레이크필드가 맡았기 때문이다. 가끔씩 손잡이를 잡으면 ‘오오! 백만 달란트의 사나이!’ 어쩌구 하며 놀리는 통에 일부러 잘 안 건드리기도 했다.
“당연히 참석하셔야지요. 당신은 신의 권능을 상징하는 신수(神獸)이시잖습니까.”
맹세컨데, 하은성이 오늘 들은 말 중 가장 놀라운 문장은 그것이었다.
“신··· 수?”
윰투스가 인자하게 웃었다.
“네, 신이 부리는 짐승 말입니다.”
하은성은 드래곤이 왜 짐승으로 분류되는지 따지지 않았다. 그 단어 자체로 이미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채무자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고, 짐승이라니!
당사자인 민준조차 자신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며 항의하려 했지만 비행체가 이미 성당에 도착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아니,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대화에 집중하느라 위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성당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부활축일 당시 소금으로 변한 사람들과 약간의 거리를 둔 채 군중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었다. 곳곳에 간헐적으로 찬성과 기도가 흐른다. 세눈박이들은 도취된 얼굴로 성당의 첨탑을 바라보았다.
윰투스는 신이 기르는 짐승을 귀빈석으로 인도했다. 하은성은 분위기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얌전히 따랐다. 그곳에는 다른 총대주교 등 교단 고위층들이 앉아있었다. 델이 보이지 않아서 하은성은 의아해했다. 성당 안에 있나?
잠시 후.
“오, 나오신다!”
“교황 대리! 교황 대리 성하!”
귀빈들이 앉은 단상 밑에는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 같았다. 그들 모두 같은 곳을 보며 종단의 지도자에게 환호를 보냈다. 하은성도 고개를 든다.
시선이 멎은 곳은 성당의 상층부다. 첨탑 발코니에 교황 대리가 서 있었다. 예복 차림의 그는 발밑의 사제와 신도들을 향해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열기에 취한 목소리로 천명했다. 지금부터 시작할 의식이 보좌를 주인께 돌려드리는 의식임을. 경전에 기록된 선지자, 최초이자 최후의 교황이 그들 곁으로 돌아왔음을 선언했다.
군중들은 침묵 속에 경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친 듯이 기도문을 외거나 신을 절규했다. 벌써부터 혼절한 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마에서 핏덩어리를 쏟아내면서.
드디어, 복된, 기다려 온, 성스러운, 약조된, 부활 따위의 단어가 인파 속에 흐르는 가운데, 교황 대리는 연설을 계속했다. 신성력이 담긴 목소리는 소음을 뚫고 모두의 귓가에 선명하게 박혔다.
드디어 연설이 끝나고 교황 대리는 무릎을 꿇었다. 발코니와 이어진 문 너머 어둠을 뚫고 한 명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은성은 피가 식고 무릎이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드래곤은 귀를 먹었다. 인파가 뿜는 광기 어린 환호를 하은성은 들을 수 없었다.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부활하여 돌아온 교황이 발코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신도들은 불꽃 같은 열의로 그를 환영했다. 그런 그들과 전혀 다른 감정을 품은 채 하은성은 교황을 보았다.
검은 머리를 치렁치렁 내려뜨린 그는, 아래의 군중을 응시하며 해맑게 웃었다. 손을 흔들어 줄 법도 하지만 그대로 바라보기만 했다. 신도들은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듯 감격하여 흐느끼고, 기쁨에 온몸을 쥐어 뜯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교황을 외쳤다. 이마와 뺨을 붉게 적시고 찬송을 불렀다.
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하은성은 영혼을 꿰뚫는 한기를 느꼈다. 차디찬 그것은 예리한 얼음송곳처럼 느껴졌다. 단호하게 날아들어, 그의 목을 관통한.
“말도··· 안돼.”
드래곤은 그 말을 자신이 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그것밖에 없으니 아마 맞을 터다. 용의 시력은 멀리 있는 교황의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하은성은 저 얼굴을 안다.
눈에 담은 순간 기억을 가리던 차폐막이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오랫동안 잊던 것을 기억해냈다. 우연이 아니었다. 하은성은 공포와 두려움에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귓가에 환청이 울린다. 속삭임이 그의 영혼에 닿는 느낌이었다.
– 넌, 살아서보다는 죽어서 더 쓸모가 많겠구나?
비늘이 곤두서고 피가 역류했다.
섬광처럼 과거가 스친다. 허겁지겁 도망치는 자신. 여유롭게 따라붙는 그림자. 칼날이 바람을 가른다. 몸과 영혼이 동시에 관통 당하는 충격. 쓰러진 그의 살갗에 내려앉는 목소리.
하은성은 목에 단검이 박혀서 죽었다.
그리고 그는 그때 분명 살인범의 얼굴을 보았다.
드래곤은 성대를 긁듯이 목소리를 냈다.
“저 사람이야!”
지금처럼 머리가 길지도 않았고 걸친 옷도 평범한 지구인의 것이었다. 표정도, 눈빛도 지금과 달랐다. 그때는 매우 지치고, 모든 것에 질려서 마모된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생김새는 변하지 않았다.
분명··· 저 남자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귀를 때렸다. 혼란에 빠진 드래곤의 시선 속에, 아름다운 예복 차림의 남자가 천천히 교황 대리를 향해 다가갔다.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다. 그의 걸음걸이가 하은성의 기억과 겹친다. 과거와 현실이 교차하며 정신을 흐렸다. 유령의 본능이 소리쳤다. 도망가! 도망가야 해! 그 외침은 발코니의 무릎 꿇은 남자를 향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겨냥했다.
드래곤은 가쁜 숨을 쉬며 주변을 살폈다. 어지럽다. 심장은 터질 것 같다.
도망가라고? 하지만, 어디로?
“와아아아!”
천지를 울리는 함성 속에서, 교황 대리는 무방비하게 두 손을 늘어뜨렸다. 목덜미를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숙인다
그때, 교황이 움켜쥔 단검을 들어올렸다.
기억 속의 살인범이 움켜쥔 단검을 들어올렸다.
그가 단검을 힘차게 찔러 넣은 순간. 세례 받는 자의 무방비한 육신이 기억 속 살해당하는 자신과 완벽하게 겹쳐진 찰나.
“······!”
드래곤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세례가 완료된 순간, 교황 대리는 영혼이 몸과 분리되는 것을 느꼈다. 목덜미에 칼을 박고 쓰러진 자신이 아래에 보인다.
‘아아, 드디어! 나도 이제, 갈 수 있다!’
영혼 상태로 감격하여 흐느꼈다. 그런 교황 대리··· 아니, 이제는 교황 대리가 아닌 한 명의 신도 ‘알렉스트’는 세례를 내린 교황과 눈을 마주쳤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사이로 칠흑 같은 눈이 빛났다. 교황은 그에게 밝게 웃어 보였다. 어린아이 같은 미소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파로 하염없이 그리 외치며, 알렉스트는 위를 보았다.
본래 지금은 교인들의 신혈 채취가 중단된 시기다. 하지만 교단에서는 교황 대리를 위해 예외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다른 사제들은 모두 엘라후-프라가에 영혼을 던지는 영광을 맛보았다. 신이 잠든 공간 일부에 자신을 겹치는 기회를 얻었다. 신혈에 스스로를 적시는 거룩함을 느꼈다.
그들 중 오직 교황 대리만이 경험하지 못했다.
‘나도 간다! 그곳으로···!’
머리 위에 검은 구멍이 뚫렸다. 교황 대리는 거리낌 없이 그 안으로 영혼을 던졌다.
그 직후, 알렉스트 앞에 펼쳐진 장면은.
‘오오오!’
그는 격한 감동을 느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신혈이었다. 사방에 아름다운 빛이 물결을 만들며 퍼진다. 영혼을 전율케 하는 격류.
이제 다른 사제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체이탈 뒤에 뜨거운 눈물을 터뜨리며 목메어 흐느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 역시 지금 복받치는 기분을 느꼈다.
‘이리도··· 이리도 복되고 아름다울 수가!’
그는 오늘 신혈을 채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이곳에 영혼을 들인 것만으로도 감격했다.
알렉스트는 이 장면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듯 응시했다. 여긴 조폐국이 위험하다고 발을 들이지 않는 상류(上流)다. 신혈이 흐르는 강을 이대로 따라 하류(下流)로 내려가면 위원회의 채굴장이 나온다. 상류는 채굴장보다 근원에 훨씬 가까운 곳이었다.
‘근원.’
한 번 더 그 단어를 되뇐다. 근원.
‘저 위쪽에는···.’
그는 채굴장의 반대 방향을 보았다. 지금 도달한 상류보다도 훨씬 윗쪽.
‘신들이 잠에서 깨면 저 문 또한 열릴 터.’
상류보다 더 위쪽으로는 사제들의 영혼이 접근하지 못했다. 더 올라가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 그들을 밀어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경고하듯이.
감회가 새로운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던 그때.
=저··· 저기요. 바쁘신데 죄송한데요.=
‘······헉?!’
알렉스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정신을 두드린 것은 영파였다.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여 영혼 상태로 공명하는 정신파.
알렉스트는 영체를 돌려 시야를 반전시킨다. 지금까지 눈길을 주지 못한 그곳, 검은 구멍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 자리를 본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기겁했다.
‘다, 당신은 대체 누구요!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요?!’
목에 칼이 꽂히고, 어떤 짐승인지 흉내 냈는지 알 수 없는 괴이한 인형 옷을 입은 영혼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 사실은, 저도 그걸 여쭤보려고 했는데.=
영혼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