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55
256. 사람의 자격 (21)
***
“총대주교님, 논의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윰투스에게 주교 한 명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면담을 요청한 성직자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목적지에 닿을 것 같습니다. 위원회의 본거지 말입니다.”
“내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걱정과 달리 드래곤들의 저항이 거의 없군요. 심지어 길까지 알아서 터주니···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일까요? 과거에 자신들을 길렀던 주인께서 나아가는 발걸음을 지체시켜서는 안 된다는 걸 말입니다.”
현대의 드래곤들은 알 턱이 없는 비밀 경전 구문을 읊으며 그는 인자하게 미소지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말입니다. 포로들에게 조작법을 배우긴 했습니다만···.”
그는 이 전투함의 함포 장교를 맡고 있었다.
“저희는 애초에 이런 초월적 기술의 집합체를 다뤄본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운영체계와 연결된 인공지능까지 꺼둔 상태이지요. 포로들을 오퍼레이션으로 활용하자는 건의도 드렸습니다만 반려되었지요.”
그는 살짝 몸을 떨었다.
“이대로면 거룩한 성전에 제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이 엄청난 무기를 두고도, 우왕좌왕하다가 실전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염려는 그쯤 하세요, 주교. 당신이 지금 하는 모든 일은 신에게 복종한 결과가 아닙니까? 신은 절대적인 선이며 이 모든 것이 선을 행하는 과정입니다. 당신이 그를 섬기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설사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 역시 계획의 일부일 겁니다.”
함포 통제를 맡은 주교가 실수로 전투함을 자폭시키더라도, 그것 역시 신의 계획에 속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인다.
그가 물러난 뒤 윰투스는 생각했다.
‘걱정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드래곤의 숨통마저 끊을 수 있는 칼을 가진 어린아이들이나 마찬가지야. 화신께서는 이런 우리들을, 그리고 이 158척의 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시려는 것일까?’
하지만 윰투스는 미래가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신의 계획이 어떤 식으로 실행될 것인지, 그 영광스러운 장면이 궁금하고 기대가 될 뿐이었다.
쿠르르릉!
그런 기쁜 상념을 깨는 굉음이 밖에서 들려왔다.
* * *
고블린은 동료들로부터 ‘하얀 눈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작업 종료! 교대조 투입!
갱도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얀 눈깔은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동료 노예들과 합류했다.
그들의 근무지는 이 행성의 30개가 넘는 광산 중 하나다. 소속 노예를 다 합해 이백 명 안팎이므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다. 하얀 눈깔은 여기 고블린 중 가장 힘이 세기에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
쉬이- 쉿- 쉬쉬-
쉬이이- 쉬쉿- 쉿-
그들은 바람 소리 같은 언어로 이야기했다. 소리가 크게 울리는 밀폐된 지하에서 음량을 높일 필요가 없는 음운체계였다. 그들의 발성기관도 이런 언어에 최적화되었으므로, 누구 하나 어눌한 발음을 뱉거나 말을 더듬을 필요가 없었다.
하얀 눈깔은 그들에게 확인하듯 질문했다.
– 이번 달 할당량은 채워 가나?
– 간신히, 거의.
– 나도 문제없을 것 같아.
– 아, 그런데 ‘꺾인 콧등’이 이번에 좀 위험할 것 같아.
– 그래?
하얀 눈깔은 진척도가 부진하다는 노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자신이 언급되었음에도 말이 없다. 갱도의 탁한 공기에 섞인 체취가 느껴졌다.
병자의 냄새가.
하얀 눈깔은 결정을 내린다.
– 이번 달엔 내 것을 저 녀석에게 좀 떼어 줘.
– 정말? 그래도 되겠어?
– 그래, 난 이미 할당량을 채웠으니까.
– 아···!
꺾인 콧등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이번에는 간신히 처벌을 피했음에도 얼굴이 어두웠다. 스스로 몸 상태를 아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도와주겠지만···.’
무슨 병인지는 모른다. 하얀 눈깔이 아는 것은, 다음 달에도 저 동료의 상태가 그대로면 그때는 더 이상 도울 수 없다는 점이다.
쉿! 쉬쉿!
하얀 눈깔은 동료들을 이끌었다.
쉬잇!
– 자, 돌아가자.
퇴근 시간이다. 15시간에 달하는 가혹한 노동이 끝났다. 내일 똑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될 테지만, 일단은 지금은 밥을 먹고, 씻고, 몸을 눕힐 수 있다.
스스슥!
좁은 갱도를 가득 채운 노예들이 일렬로 움직인다.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벽은 좁았지만 나아가는 속도는 꽤나 빨랐다. 지상에서는 다소 느릿하고 쩔룩거린다고 알려진 전형적인 ‘고블린 걸음’과는 딴판이었다. 후덥지근하고도 퀴퀴한 공기 속에서, 그들은 직립보행과 사족보행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자세로 걸어갔다.
두 발로 걷다가 균형이 흔들린다 싶으면, 무게 중심을 앞에 둔 채 팔로 양옆 벽이나 천장을 때리듯 건드리며 그 반동에 몸을 싣는다. 이런 좁은 통로에서만 펼칠 수 있는 보행법이었다.
쉬잇!
– 수고했어.
그들은 갱도를 나와 거주 지역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유일하게 태양광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중심에는 인공 호수가 있었다. 지상에서 내려오는 햇볕이 물결 위에 반짝였다.
호수 주변에는 고블린들이 모여 있다. 퇴근한 이들은 가족들을 찾아갔다. 하얀 눈깔도 마찬가지였다.
쉬쉬- 쉿!
고블린은 아내에게 인사한다. 그녀는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아들을 오른팔로 안고 있었다. 그녀의 왼팔은 팔꿈치에서 끊겼기에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언젠가 광산 내 사고로 채굴조 노예 전원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던 날, 드워프 관리인은 그들 가족을 무작위로 선별해 팔을 잘라냈다.
쉬쉬! 쉬이잇!
그녀는 오늘 아이가 어떻게 놀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들은 매우 튼튼했다. 또래에 비해 힘도 센 것 같았다. 그 사실에 하얀 눈깔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아들은 건강하므로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므로, 향후 이 광산에서 가장 험한 곳에 배치되어 가장 고달픈 일을 전담하게 될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그들이 소모되고 부림받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고블린은 광산 노예 말고 다른 형태의 삶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옳지 않은 것 같다. 흙을 먹고 살지 않는 이상, 세상에 그 어떤 종족도 하루에 15시간씩 광물을 캐도록 설계되지 않았을 터다.
하물며 벌레도 자기가 살 집을 만들고 나면 더 이상 땅을 파지 않는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멈출 수 없었다.
쉬이이- 쉬쉬-!
고블린은 공동 육아를 한다.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고블린 여인 중 몇몇이 음률을 울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겹치고 엮여서 합창을 만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들은 밥을 먹거나, 씻거나, 바닥에 드러누운 채 그것에 귀를 기울였다.
땅속 환경은 글을 읽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고블린의 손은 글씨를 쓰기에는 지나치게 투박했다. 그들의 기록이 구전에 크게 의존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쉬이이!
여인들이 노래를 부른다. 다른 종족의 편견과는 달리, 고블린은 한 번 외운 것은 어지간하면 잊지 않는다. 그들이 오늘 고른 노랫말은 고블린들 사이에 드물게 태어난다는 어떤 존재에 대한 것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전승된 노래.
이미 머리에 인두로 지지듯 외운 노랫말에 하얀 눈깔은 귀를 기울였다.
쉬이- 쉬- 쉬쉬!
***
위원회가 생기기도 전에 고블린과 최초로 접촉하여 노예화한 용족은 그들 언어를 해석할 때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저 지하 종족이 쓰는 단어는 대부분 지나치게 추상적인 동시에 길었다. 대표적으로 ‘신의 규율과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그것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 같은 단어가 그랬다.
용족은 그 단어를 자기들 상식에 견주어 해석했다. 그들은 불신자이지만 대부분의 종교에서 신이 절대선을 상징한다는 건 알았다.
신이 정한 규율이란 곧 사람들이 따라야 할 선이다. 그것에서 고립되어 떨어진 상태는 악을 뜻한다. 결정적으로 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란 결국 신의 반대 방향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결국 드래곤들은 그 긴말을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단어와 짝 맞췄다.
악마.
쉬이! 쉬이이이!
여인들은 악마를 노래한다.
가사에서 표현되는 그의 힘을, 현대의 개념으로 비유하자면 초인에 가깝다.
하지만 그 전승에 드래곤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블린은 마나 농도가 아무리 높은 곳에 살아도 이능력자가 태어나지 않는 열등한 종족으로 유명한데, 노래에서 묘사되는 악마의 힘은 말 그대로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마는 언제 나타나는가?
하얀 눈깔은 그 구절을 중얼거렸다.
-우리의 핏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끊길 위기에 닥쳤을 때, 비로소 악마가 태어난다고?
하얀 눈깔은 어렸을 때부터 이 부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노래에서 말하는 ‘우리’의 범위에 과연 얼마나 많은 고블린이 포함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한 행성의 고블린이 다 죽을 위기여야 하는가? 아니면 전 차원계의 모든 고블린이 죽어 없어질 위기여야 하나?
도무지 알 수 없다.
쉬이이이······?!
여인들의 노래가 갑자기 멈췄다.
“······!”
그 이유를 하얀 눈깔을 포함한 다른 이들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하에 사는 종족들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 그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땅 아래, 무언가 위험한 것이 꿈틀거린다.
이것은 간혹 한 번씩 땅을 덮치고 하는 지진의 전조와 비슷했다.
팽팽하게 긴장된 그들의 신경이 폭발하기 직전.
쿠르르릉!
대지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콰르르릉! 쿠르르!
그것은 지금까지 고블린 중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땅울림이었다.
쉬쉬- 쉬이잇! 쉬쉬!
고블린의 거주지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땅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요동친다. 고블린들의 집기가 쓰러지고 뒹굴면서 여기저기에 튕겼다.
벽에서 돌조각 따위고 떨어지며 몇몇을 덮쳤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친구들이 피떡이 되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쉬-! 쉬!
하얀 눈깔은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오른손은 아이를 필사적으로 감싸고 있다. 중간에 끊긴 왼팔을 대신하여, 하얀 눈깔은 자신의 팔을 그 위에 겹쳐 감쌌다. 부부는 그들 서로와 아이를 동시에 껴안은 자세로 웅크리고 버텼다.
‘젠장, 이게 대체?!’
하얀 눈깔은 절망감 속에서 주변을 보았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땅이 꺼지고, 천장이 무너진다. 딛고 있던 대지가 기울며 호수에 빠진 고블린도 여럿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시야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피가 역류하는 것 같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뛴다.
쿵! 쿵! 쿵!
‘어떻게든 해야 돼!’
고블린은 신을 알되 신봉하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서도 하얀 눈깔은 다른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대신 염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향해 회한 섞인 울림을 쏘아보냈다.
‘내게 힘이 있었다면.’
아이들이 울부짖는다. 땅이 갈라진 틈 사이로 방금 전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가 고꾸라진다. 그가 알던 세계가 붕괴되고, 그가 알던 모든 고블린이 지금 죽음의 위기 앞에 처해 있었다.
‘내게···.’
하얀 눈깔은 백태가 가득 낀 눈을 부릅떴다.
‘···이 모두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칠 힘이 있었다면!’
멸망을 앞둔 그의 세계에서 벗어나, 모두를 이끌고 대피할 피신처가 필요했다.
그가 알지 못하는 개념을 빌어 비유한다면.
예컨대, 방주 같은.
* * *
“이 미친놈들이!”
우주 모함의 지휘통제실.
민준의 눈이 분노로 번들거린다.
“이 행성을 통째로 날려 버리려는 셈이야!”
그의 감각이 알려주고 있었다. 저 대지 아래에서 뒤틀린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지금 행성 전역에 감지되는 지진은 이어질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여길 지날 걸 예측하고 벌인 짓이다!’
저 행성을 소유한 드래곤들과 손을 잡은 것이 틀림 없다.
아무리 위원회라도 협의 없이 그들의 행성을 날려 먹을 수는 없으니까.
“···쳐죽일 놈들!”
팟!
터미널에 내려가 있던 아시프-1이 돌아왔다. 교황은 통제실에 발을 내딛자마자 정신파를 울렸다.
=전 함대, 고도 상승! 고도 상승!=
최대한 대기권 밖으로 멀리 떨어져야 한다. 158척의 우주 모함은 물리 법칙을 무시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지에서 몇백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떠서 정지해 있던 상태에서 순식간에 음속에 가까운 속도에 진입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민준은 알았다.
신의 이어지는 지시를, 교황은 함대에 지시한다.
=지휘선을 중심으로 집결!=
각 모함이 지금처럼 넓게 거리를 두는 대신에 최대한 옹기종기 모여서 붙으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서로 충돌하거나 접촉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는 비행은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했다.
인공지능이 꺼진 상태에서 각 함선 조타수들은 난항을 겪었다. 그들은 충실한 신앙인이자 명망 높은 신학자들이지만 조종 경력은 일천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영상에 나타났다. 몇몇은 지시 대로 빠르게 대형을 갖췄지만 다수는 교황이 원한만큼 정교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아시프-1은 혀를 차고는, 이럴 때를 대비한 수를 썼다.
=“복종하라!”=
그의 목소리가 의념을 타고 퍼졌다.
수없이 많은 파편을 조합한 전적 덕에, 아시프-1은 자기 것이 아닌 인격과 기억을 읽고 모으는 일에 이 세상 누구보다 능숙한 사람이다. 포로의 정신에서 뽑아낸 전문 지식과 기능 기억을, 교황은 자신의 것처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각 함대의 조타수들 머릿속에 심었다.
그러자 곧, 신이 원한대로 158척의 전투함이 정교하고도 밀접한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크윽!”
한 번에 백 명이 넘는 신도들을 정밀하게 조종하는 탓에 교황에게 과부하가 걸린 듯했다.
민준이 힘을 뿜어낸 것은 그때였다.
——!
용혈 형태로 흡수한 생명력의 정수가 교황에게 흘러간다.
덕분에 비틀거리던 아시프-1이 다시 자세를 잡고 조종에 집중했다. 158척이 일시에 형성한 실드가 서로 겹치며 위력을 증폭한다.
그 순간, 민준은 영혼이 갉아 먹히는 듯한 깊은 공허감을 느꼈다. 이제 다시 용혈을 대량 수급할 시기가 왔음을 직감하며 다시 행성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곳에는 소수의 드워프와 만 오천이 넘는 고블린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저들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우리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저 아래의 거주민들 전부를 죽일 각오로 벌인 짓이다! 그 짐승들이!’
고대 종족과 드래곤.
양쪽 모두, 지금 그의 눈에는 사람의 자격을 저버린 짐승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리 생각이 기운 찰나.
———!
행성 표면이 끓어올랐다.
우주 모함 탑승자들이 섬뜩한 섬광을 인지한 그때.
소행성의 지표에서 폭발로 생성된 반구가 솟아올랐다. 붉은 섬광으로 그린 원이었다. 곧, 행성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별은 군데군데가 빛에 파먹힌 열매 의 형상으로 변화한다.
이어서는 파편이 흩날렸다.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충격.
쿵!
실드로 서로를 엮어 견착시킨 158척의 함대에 동시에 강렬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행성은 이미 시뻘건 섬광에 뒤덮였다. 그것은 계속 부풀면서 까만 우주 공간을 뒤덮는다. 연결된 우주함대는 실드를 유지하며 최대한의 출력을 내며 그것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방금의 충격이 본격적인 반응 직전의 전조였음을 알라게되었다.
더욱 강렬한 빛이 시야를 덮더니.
——!
행성이 폭발했다.
* * *
“400만 달란트를 위하여!”
우주의 모처.
드래곤들 사이에 축하주를 담은 잔이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