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92
293. 나의 가장 소중한 (28)
***
호수 표면이 조용히 물결쳤다.
델은 풀밭에 앉아 눈앞의 자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하고 바람은 싱그러운 초향을 옮겼다. 평화로운 분위기. 하지만 그녀의 심적 풍경은 상반되게도 어둡고 복잡했다. 호수면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출렁이며 조각났다.
델과 일행들은 며칠째 이 행성에 머물고 있다. 한때 ‘위원회 본부’라고 불렸던 별에.
먼 옛날 호수변에 서식한 생물 및 깊은 숲 젖은 땅에 살았던 생물을 조상으로 둔 자들은 문명화 후에도 본능에 따라 환경을 가꿨다.
거주 지역이 꼭 호수와 숲일 필요는 없으나 그들은 비슷한 풍경에서 심적 안정을 찾았다.
그 결과물이 이 휴식 공간이다. 사람의 손길을 찾기 힘든 대자연.
하지만 정작 이 공간을 꾸며 놓은 주민들은 이젠 어떤 경치를 본들 안정감을 느끼기 힘드리라 델은 짐작했다.
하물며, 지금 저 광경을 본다면 더더욱.
“콰라라라라!”
“우와! 우와아아! 도망가!”
“잡힌다! 잡혀! 잡히겠다!”
그곳엔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주 괴수 대전’으로 착각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숲 경계면 뒤 초원에서는 쿵! 쿵! 쿵! 대지를 격렬하게 울리며 드래곤이 뛰어간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잡히지 않겠다는 듯, 촉수를 출렁거리는 청동색 비행체들이 휭! 부유하며 질주한다. 그들은 평소 인간 주먹 비슷한 사이즈에서 탈피하여 현재는 드래곤의 삼 분의 일 정도로 몸집을 적당히 부풀린 상태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드래곤이 저 촉수 괴물들을 쫓아 사생결단을 내려는 광경으로 오해할법 하지만.
사실, 저들은 지금 신나게 놀고 있었다.
“와아! 잡아 봐! 잡아 봐!”
“헐! 또 날개 편다. 전부 더 높이 움직여!”
도움닫기를 하듯 초원을 달리는 드래곤.
그 몸집이 워낙 큰 탓에 델 주위를 감싸는 수목은 멀리 있는 용의 발치 정도만 가릴 뿐, 그 위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여섯 명의 촉수들을 쫓던 드래곤이 뭔가 결심한 듯 눈을 빛냈다.
그 찰나.
펄럭!
델은 드래곤이 세 쌍의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았다.
펄럭! 푸르르!
공중에서 조금 불안하게 비틀거리더니 금방 자세를 잡고 나아간다.
저렇게 힘겹게라도 날 수 있게 된 건 어제부터였다.
‘이제 제법, 드래곤 답네.’
민준이 처음 구조했을 때는 잘려있던 사지와 날개.
재생된 후에도 아시프-500은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날지도 못했다.
하지만 행성의 상황이 정리되고 그를 넓은 들판에 풀어놓자마자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는 함께 내보낸 촉수 아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놀이와 결합한 재활치료처럼.
처음 이 들판을 두 눈에 담았을 때 아시프-500의 표정을 델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용은 압도당한 듯 어떤 말을 한참 중얼거렸는데, 거칠게 요약하자면 별이라는 것이 우주에서 멀리 본 광경만큼이나 가까이서 봐도 아름다우리라고는 상상 못 했다는 독백이었다.
‘그럼, 슬슬 출발할까.’
델에겐 사실 저들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잠깐이나마 여기서 시간을 보낸 건, 복잡한 마음을 가누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대리만족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자문해 본다.
그녀의 눈에 저들은 지금 이 행성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원하면 자유자재로 ‘쾌감’을 생성하는 사제들을 제외하고, 진짜 행복한 사람들을 꼽자면 말이다.
“크르릉?!”
그때.
허공에서 술래잡기에 열중하던 아시프-500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는.
휘이이잉!
활강하며 이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방향을 본 아이들 몇몇이 따라오려고 했지만, 누군가 만류했다. 왕을 맡은 세 명 중 하나였다.
그 아이 덕에 아시프-500은 잠깐이나마 델을 독대하게 되었다.
쿵!
날개를 접으며 내려앉자 강한 바람에 흙먼지와 풀이 휘날렸다. 델은 거칠게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용에게 눈으로 웃어보였다.
드래곤이 먼저 인사했다.
“오자마자 가십니까?”
델은 아시프-500이 몸을 가누지 못했을 당시 가장 오래 대화를 나눈 사람이다.
함대가 이동하는 사이 그녀는 죄책감 때문에 용을 자주 찾았다.
“네, 시간이 되어서요. 카인을 만나러 가야 해요.”
용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킁! 크게 콧김을 불더니.
제안을 하듯이 말했다.
“태워다 드릴까요?”
델은 그 제안을 비웃지 않았다.
나이가 천 살에 가까운 아시프-500은 고룡에 버금가는 몸집을 보유했지만, 민준이 ‘비정상적인 순수함’이라고 정의 내린 정신세계를 지녔다. 일생을 사회화 과정 없이 갇혀 살았기 때문에.
텔레포트 한 번이면 이동할 델에게 굳이 승룡을 권유한 것은, 인간으로 치면 처음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아이가 그 성과에 도취되어 보는 사람마다 뒷자리에 태워주겠다고 뽐내는 것과 비슷했다.
“아뇨, 괜찮아요.”
바로 작별의 인사를 하려다가 덧붙인다.
“보기 좋네요. 이제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도 있고.”
그러자 용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델은 놓치지 않았다.
새삼, 자신이 드래곤의 감정 상태를 이 정도로 잘 캐치하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결정적 계기는 용에 빙의된 하은성과 같이 다녔기 때문인 것 같다. 참··· 대체 그 불쌍한 영혼은 지금 어디쯤을 헤매고 있을까?
샛길로 빠지려던 정신을 돌리며 묻는다.
“왜 갑자기 그런 표정을 짓나요?”
“···그게, 제가 이래도 되나 싶어서 말입니다.”
“무슨 말이죠?”
용은 주저하다가 말했다.
“비록 신이 용서하셨지만, 전 죄인이잖습니까.”
“······.”
“저 같은 드래곤이 이렇게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아도 되나 싶어서···.”
델은 순간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물론 드래곤을 향한 분노는 아니었다. 그 화를 받아야 할 대상은 곧 보게 될 것이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네?”
델은 민준이 용을 구출할 때의 일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전남편이 ‘용서’를 입에 올릴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카인은 당신에게 필요한 말,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준 거에요. 진짜로 당신이 죄인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시 아시프-500은 수형자들 세뇌를 중단하라는 민준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것이 자기가 받아야 할 처벌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준은 드래곤의 죄를 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프-500이 스스로 더이상 벌 받을 필요가 없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
“어머니···.”
말을 하다 말고 단어를 바꾼다.
“엔델리온의 왕은 당신의 죄가 드래곤으로 태어난 거라고 했지요.”
“네, 가장 오래된 기억이 그것입니다. 내가 끔찍한 죄인이라고 속삭이던 목소리 말입니다.”
델은 다시금 가슴 속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당신이 강요당한 죄는, 그런게 정말 존재한다면 말이지만, 당신이 부도덕한 일을 했거나 누군가에게 자의로 고통을 줬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니에요. 그저 잉태된 순간 짊어진 것이지요.”
델은 부화도 안 한 드래곤에게 죄의 낙인을 찍은 모왕에게서 섬뜩한 혐오를 보았다.
행위에 근거한 죄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죄.
“그런 걸 원죄라고 하는데···.”
원죄는 도덕적 결함에 근거한 죄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델은 쉬운 설명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곱씹을수록 숨이 막히는 종교적 개념이었다.
하물며 자신과 같은 종족의 지도자가, 드래곤을 세뇌하기 위해 종교적 도구를 갖다 썼다는 사실은 델을 더욱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난 그런 걸 믿지 않아요.”
“···네?”
“원죄 개념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델은 그것을 매우 악의적인 신기루라고 여긴다.
“당신은 스스로 어떤 종족으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었어요. 자기가 직접 고를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이 될 수 없죠. 그러니 죄가 될 수 없고요.”
델은 용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아시프-500은 수형자들을 긴 시간 세뇌하였으나 그 또한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당신은 신에게 용서받은 게 아니에요. 애초부터 죄가 없었으니까. 존재하지도 않는 죄를 사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민준이 무의미한 행동을 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물론 당신이 카인에게 구출되어, 구원 받은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카인의 연민이 당신을 구했죠. 당연히 그를 향한 감사의 마음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엔델리온이 강요한 원죄 같은 건 어서 잊어버려요.”
용은 민준의 선언을 들은 뒤에도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구원을 받았으나, 자신의 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고백을 들은 순간 델은 답답하고 안쓰럽고도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용이 평생 이렇게 사는 걸 바라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는 피해자이므로.
가해자도 마음의 부채를 거부하는 마당에, 피해자가 죄의식 때문에 고통받을 이유는 없다.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당신에겐 잘못이 없어요. 저기, 저 아이들을 볼래요?”
델은 용이 날아왔던 방향을 가리킨다.
자기들끼리 남은 엔델리온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여 편을 나누고 있었다.
“저 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이 아니라는 낙인이 찍혔어요.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그저 그 목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크고 나서 끔찍한 짓을 당할 뻔했죠. 다시 말하지만 이유는 한 가지였어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몸갈이 재료로 소모되는 것이 일종의 ‘형벌’이라면, 그 죄목도 태어난 것 자체일 터. 그 역시 존재론적인 죄인 것이다.
용의 원죄를 인정한다면 저 아이들이 타인을 위해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것도 긍정해야 한다.
델은 그럴 수 없었다.
“윰투스가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다더군요.”
용은 쑥쓰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윰투스는 신에게 구원받은 희생룡을 계속 죄인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시프-500은 그것을 거부했다. 앞의 고백과 비슷한 이유였다. 남은 생을 죄의 증거로 호명 당하는 것이, 그 죄를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에.
“이름을 갖고 싶지 않아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수치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럼, 만들어요.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당연한 것을 갈망했다는 이유로 수치를 느끼지 말라고, 델은 다시 한번 설득했다.
그러자 용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내용물의 정신연령과는 상관없이, 일생 대부분 대화를 나눈 상대가 자신을 증오하는 종족들이었기에 입에 밴 말투는 매우 딱딱했다.
“혹시.”
한참의 망설임 뒤.
“당신이, 지어주시겠습니까?”
***
잠시 후, 델은 위원회 고위층이 벙커로 쓰던 건물 내로 들어와 있었다.
침공 당시 부서진 부분은 급한 대로 수리하고 내부 구조 역시 새 목적에 따라 개조된 상태.
그녀가 나타나자 윰투스가 당황했다.
“서, 성모이시여!”
분위기가 묘해졌다.
윰투스는 당황한 듯 고개를 휙! 휙! 돌리며 민준과 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시프-1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잠깐의 침묵이 감돈 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민준 쪽이었다.
“보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이야기했잖아.”
민준은 아시프-1과 함께 어떤 작업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과업의 축소판이자 예고편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델에게는 가급적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델은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
그녀가 말했다.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을 지켜봐야 할 책임이.”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나도 장담할 수 없는데.”
“끝의 시작 정도는 되겠지.”
민준은 옅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녀가 여기 있다고 민준에게 방해가 되지도, 작업에 변화가 생길 일도 없었다.
그저···.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참 희한한 일이군. 난 뭘 망설이는 거지?’
태초의 종족은 수형자로 보낸 800여 년의 세월, 그 짧은 시간의 의미를 요즘 들어 자꾸 되새기게 된다.
“알았어.”
그는 델이 남는 걸 허락했다. 그리곤 고개를 돌리며 신호한다. 윰투스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계기판을 조작했다.
끼이이이이익!
그러자 그들을 막고 있던 벽이 사라졌다.
그 너머로 펼쳐진 것은 직경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이었다. 기둥 하나 없이 지하에 이런 공동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의 거대한 존재가, 델의 시선에 들어왔다.
“······.”
델은 피부가 하얗게 될 때까지 자신이 주먹을 꽉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으으!
거대한 섬 같은 존재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에서 델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곳에는 엔델리온 한 명이 속박되어 있었다.
본래 그들 종족의 표피는 청동을 연상시킬 정도로 푸르스름하고도 어두운 편이다.
헌데.
‘맙소사!’
저곳에 있는 엔델리온의 거죽은 분홍색과 적색으로 물든 상태였다.
델은 상대의 몸이 완전히 ‘익어 버린’ 상태임을 깨달았다.
불로 태운 것 같지는 않다. 그을린 자국은 없으므로. 정상적인 생물 같았으면 진작에 죽었겠지만 엔델리온이기에 아직 숨이 붙어 있다.
그 실상은, 밀폐된 실내에서 초고온의 증기에 장시간 노출된 결과였다.
또한 델은 저 죄인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
다음 순간.
팟!
민준과 아시프-1이 모습을 감추더니 촉수왕 위에 나타났다.
신이 아들에게 물었다.
“지금은 되겠나?”
교황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땅에 고정된 왕의 몸이 부들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시프-1은 고개를 젓는다.
“아직 부족합니다.”
델은 그 대화에 생략된 공백을 이해했다.
그녀가 오기 전에도 아시프-1은 왕의 정신을 지배하려고 시도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잘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와서 왜?
‘세뇌할 생각은 없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는···?’
민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좀 더 고통을 줘서 무너뜨려야 한다는 소리군.”
민준이 계기판 앞에 선 윰투스를 향해 손짓했다.
그제서야 델은 왕이 감금된 장소 주변 풍경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땅이 움푹 패인 돔 형태의 대지. 그리고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공기 순환을 위한 설비일까? 그렇기엔 지나치게 거대하다.
아마도 저기에서 뭔가가 쏟아져 나오거나 반대로 다시 빨아들이는 구조? 아니, 어쩌면 두 과정을 번갈아서···.
델이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그때.
민준이 짤막한 말로 지시했다.
“시작해”
그 순간, 반경 수십 킬로미터 곳곳의 구멍에서 액화 금속이 간헐천처럼 폭발하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이 영광을 우리 위대한 종족들 모두에게 돌립니다!”
***
촉수왕은 매우 흡족했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일까?’
엔델리온 심리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불안’이다.
촉수를 스물여섯 가닥 달고 태어난 이상 설사 불안을 느낄 명확한 이유가 없어도 그것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근거가 명확한 불안은 그들을 더 잔혹하게 괴롭혔다.
그런 공포를 유발했던 문젯거리가 드디어 해결되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