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62
62. 21세기 로빈 후드 (16) >
***
화르르!
민준의 몸에서 끓어오른 그림자는 도려낸 밤처럼 레어 안에 스며들었다. 창천의 부하들은 당황하여 고개를 쳐들었다. 물감을 푼 것처럼 꾸물거리며 허공을 채운다. 으르렁거리는 숨소리가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들려왔다.
고룡 레어에 침입하면서 흑마력을 채워오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젠킨슨의 도움을 받아 사지 멀쩡한 트롤로 폴리모프했지만 내부 장기 대부분은 ‘희생’시켜서 마력으로 변환한 상태였다.
그 결과 지금 이 몸 속에는 근육과 점막, 혈관대신 응축된 그림자가 불수의운동을 수행하고 있다.
“잠깐.”
고블린 얼굴을 찡그리며 창천이 말했다. 눈동자에 약간의 당혹감이 스친다. 하지만 패배를 직감하거나, 판이 뒤집힌 상황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다.
“진짜 힘을 숨기고 있었군. 젠킨슨만 알았던 건가?”
목소리에는 심지어 약간의 흥미도 묻어나왔다.
민준은 상대의 의도를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 백만 달란··· 아니, 하은성을 낚아챌지 방향과 속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창천이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젠킨슨도 네 분류번호까지는 모르겠지. 그렇지 않아? 아시프-666.”
“······.”
정확한 명칭은 수형자 인식번호다.
창천이 어떻게 칭했든, 지구인은 알 수 없고 수형자도 함부로 누설하면 안 되는 기밀을 입에 올린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싸늘하게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민준은 방금 전부터 둘의 대화가 주변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창천이 미리 결계를 친 것이다.
“내가 젠킨슨에게 눈과 귀를 붙여 놓은 것처럼, 지구 바깥 일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조력자 또한 존재하지.”
지하 30층 마법진을 봤을 때 예상한 것이 이제는 단단한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창천 같은 드래곤이 혼자 연구해서 개발할 체계가 아니었다. 또한, 민준의 수형자 번호 역시 자력으로 알아낼 정보라고 여기기 어려웠다.
즉,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저 드래곤 뒤에는 누군가 있다.
화르르!
공간을 덮은 그림자가 더 격렬하게 움직이자 창천은 진정하라는 듯 말한다.
“이봐, 외계인. 나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하자고 했지 싸우자고 하지는 않았어.”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롭다. 고블린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니 대뜸 힘을 과시하는 것은 그만해 주겠어?”
잘게 배열된 이빨을 드러내며 말한다.
“우리가 타협을 볼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
민준을 레어 안에서 덮치는 행위는 사실 양날의 검이다. 자유로운 도주와 통신을 막는 대신 그가 이 안에서 난장을 부리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가 이판사판으로 지하 30층으로 내려가서 모든 것을 파괴해버린다면 창천에게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룡이 이러는 이유는?
민준을 완벽하게 제압할 자신이 있거나, 여차하면 대화로 풀어 나갈 자신이 있거나.
창천은 일단 첫번째 옵션은 깔끔하게 포기한 것 같았다.
“생각해 봐. 우리가 왜 여기서 싸워야 하지?”
“뭐라고?”
고룡은 외계인 수형자를 설득하듯 말한다.
“내 입장에선 너를 해쳐서 얻을 이득보다 예상되는 피해가 더 커. 위원회가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내게 현상금을 걸 테니까. 그 무서운 ‘자산손괴죄’로 말이야.”
창천은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아. 넌 어떻지? 젠킨슨이 얼마를 보상으로 약조했는지 따지기 전에 과연 싸울 의무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날 적대시해야 할 이유가 뭐냔 말이야. 내 죄가 무엇이지?”
“난 이미 모든 것을 봤다, 창천.”
“봤겠지. 집도 없이 떠돌다가, 혹은 하루 세끼 먹을 돈이 없어서 용에게 몸을 의탁한 하찮은 종족들을. 그리고 배양액 속에 잠긴 드래곤을. 마법진 안에 갇힌 용의 영혼을.”
느긋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알아. 30층의 그것들은 지구 법률로 비춰볼 때 문제의 소지가 있어. 젠킨슨에게 고용된 요원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난 지금 인간 예민준이 아니라 아시프-666과 대화하고 싶은데?”
지구 신분을 내려놓고 이야기하자는 소리다.
“지구인을 다스리는 법률과 드래곤을 구속하는 코드(Code)를 제쳐 두고 이야기해 보자고. 넌 위원회가 현상금을 건 범죄자를 사냥해서 달란트를 얻지. 자, 따져 봐. 지금 내 목에 달란트가 한 푼이라도 걸려 있나?”
고룡은 고블린의 얼굴로 웃었다.
“나는 정당한 지구 시민권을 획득해서 이 행성으로 왔어. 범죄를 저지르고 외계로 도피한 적도 없고, 따라서 지구 정부가 위원회에 수사협조를 요청한 적도 없지. 위원회 자산을 손상시키지도 않았고 누군가 나를 그들의 윤리재판에 회부한 적도 없어.”
창천은 위원회가 다른 세계 주민에게 현상금을 걸 조건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나와 싸워 봤자 네가 얻을 것은 젠킨슨이 약속한 보상뿐이야. 아마도 달란트겠지? 위원회에게 90%의 세금을 뜯기고 받을 달란트. 그 자가 과연 네가 원하는 금액을 언제 준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설사 싸우더라도 내가 순순히 질 거라는 착각은 버렸으면 좋겠군.”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고룡은 제안하듯 말했다.
“난 젠킨슨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어.”
창천의 의도는 명백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민준을 회유하려는 것이다.
수형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는 창천을 향해 대뜸 공격을 날리는 대신 이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고블린 DNA를 말하는 건가?”
“하하, 데모닉 고블린! 이미 약속했지. 네가 그걸 원하는 이유도 알아. 위원회 고시 특수임무 47번.”
고룡은 두 손을 펼치면서 한숨을 쉰다.
연극처럼 과장된 제스처로.
“DNA 샘플을 제공하면 비과세로 58만 달란트를 준다는 임무를 완수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어느 세월에? 아무 땅이나 파다가 금광을 발견하겠다는 계획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군.”
그렇게 현실성을 지적하면서도.
“뭐··· 내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 약속도 지키긴 하겠어. 의료원에 몰려드는 고블린 DNA 수집은 지금도 진행 중이니까. 하지만.”
검지를 치켜 올리며 웃는다.
“거기다 한 가지를 더 얹어서 제안하고 싶군. 네가 보는 리스트에서 DNA 샘플을 확보하라는 47번 임무의··· 바로 위에 위치한 또 하나의 임무 말이야.”
저절로, 민준은 자신만 볼 수 있는 문자열을 응시했다.
– 수형자가 합법적으로 달란트를 입수할 수 있는 경로 및 보상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B. 기관이 의뢰한 특수 임무 수행: 보상은 건별 상이. 상세 내용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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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예언 특성자의 능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여 상용화 단계까지 턴키(Turn-key) 방식으로 솔루션 제공: 52만 달란트
46. 고스트(Ghost)의 발생 원리를 증명: 53만 달란트
47. 오래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다음 종족의 완벽한 DNA 샘플을 확보하여 제공.
(1) 데모닉 고블린 (2) 금속 이끼 제7형 (3) 성간부유 슬라임 중 그 색이 황금색을 띄는 종류
: 1개종 당 58만 달란트
48. 자체 격리에 들어간 차원 #77-102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목격하여 보고: 61만 달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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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의 입술이 열렸다.
“고스트?”
고룡은 웃었다.
“그래.”
그녀는 치켜 들었던 손가락을 다시 뒤집어 땅을 가리키며 말한다.
처음으로, 창천의 눈동자에 어떤 감정이 깃들었다.
“그곳에서 류호(流湖), 그 불쌍한 아이를 보았겠지?”
‘흐르는 호수’라는 모순된 이름을 지닌 드래곤은 창천의 전남편이었다.
“그 애는 죽어서 망령이 되었어.”
번뜩이는 눈빛과 함께 덧붙인다.
“류호가 그렇게 된 뒤 난 기다렸지. 희박한 확률이지만 망령이 유령으로 진화하는 케이스가 분명 있다고 하니까. 그래, 수십 년을 기다렸어. 예전처럼 서로 대화라도 나눌 수 있도록. 하지만 아직도 조짐이 없지. 그러니,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잖아?”
다음 말은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그 애는 살아 있을 때도 손이 많이 갔어. 그러니 죽고 나서도 내가 도와줄 거야. 류호를 고스트로 만들어야 해. 이 상태로는 대화가 불가능하니까. 이 상태로는 살릴 수도 없으니까.”
목소리를 높여서, 창천은 단언했다.
“그래, 나는 그 애를 되살릴 거야. 그렇게 될 거야. 내가 그걸 원하니까.”
***
수십 년 전 중국 내전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사천성에 레어를 둔 어떤 고룡이 결단을 내렸다.
당시 그가 가슴 속에 새로 품은 사상은 장태준의 그것과 매우 비슷했는데, 고룡이 중국 인민을 장기말로 삼아 서로 싸우고 죽이게 조종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갑자기 생각이 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중국에 살던 다른 고룡들은 그 사상을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그는 용족의 비밀을 중국인들에게 털어놓겠다고 선언했고, 고룡들은 그 계획을 드래고닉 코드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처단하기 위해 사천성에 모여들었다.
한국의 젠킨슨과 같은 의무와 권리를 지닌 용이 당시 중국에는 수십 명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창천이 이제 막 성인이 된 남편과 사천에 동반하자 많은 용들이 흉을 보고 비난했다. 다 늙어서도 정욕을 숨기지 못하고 전쟁터에까지 어린 남편을 끼고 온다면서.
그리고 사천성의 재앙에 휘말린 남편이 결국 죽고 말았을 때, 용들은 창천이 애초에 그를 이렇게 죽게 만들려고 데려온 게 아니냐는 소문을 퍼뜨렸다.
창천이 류호를 제대로 지켰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사망할 리 없다면서. 그런 추측이 맞다면 전남편은 창천이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날의 진상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이제 민준은 알게 되었다.
***
‘류호를 살리려고 지금까지 달란트를 모았던 거군!’
달란트의 비밀을 알고 나니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하은성과 같은 일을 하려는 거야!’
그가 지선경의 몸을 산 채로 빼앗을 수 있었던 건 달란트 덕분이었고, 결과만 놓고 보면 죽은 자가 생명을 찾은 것과 같았다. 창천 역시 똑같이 전남편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은성과 류호의 차이점은···.
“나는 지난한 시도 끝에 알게 되었지. 제아무리 달란트의 힘을 빌려도 망령을 멀쩡하게 살려 놓는 일은 불가능하더군.”
젠킨슨이 이야기해준 적 있다. 창천이 만난 외계남 중 벌써 몇 명이나 실종이 된 상태라고.
하지만 지하에는 하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다 어디로 갔는가?
“납치된 다른 용들은··· 실험이 실패할 때 다 죽었구나!”
“그래, 기껏 영혼을 소거하고 주인 없는 몸 속에 망령을 빙의시켜 놓아도 오래 가지 못하더라고. 내 기대와는 달리 류호도 제정신을 되찾지 못했고.”
망령과 유령의 결정적인 차이는 완성된 자아와 기억의 유무.
창천은 정신이 불완전한 망령 상태로 전남편의 소생을 몇 번이나 시도했고 그 때마다 실패한 것이다.
‘내 예상이 틀렸군. 달란트로 영혼을 제거하는 방법 자체는 이미 손에 넣은 건가? 그런데, 발목을 잡는 문제가 류호의 망령에게 있었다면···.’
결국 창천은 류호를 ‘망령이 아닌 상태’로 바꿔 놓는 방법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망령을 유령으로 변화시킨다?”
“그래. 고스트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마법적인 방법 규명과 실험이 목전에 있다. 마법진 구축은 끝났어. 내 제안을 수락한다면 지금까지 연구한 모든 비밀을 네게 알려주지. 넌 위원회에게 보고하고 포상으로 달란트를 받아 챙기면 된다. 너무 쉽지 않나?”
여기까지 듣고 보니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고스트는 왜, 어떻게 생겨나는가? 이 질문의 답은 위원회조차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그 난제를 이런 외딴 차원에 살아가고 있는 드래곤이 성공직전까지 풀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봐, 창천. 그 마법진이 정말로 제대로 작동할지 나는 모르겠지만···.”
민준은 대화를 중단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며 계속 끌고 나갔다.
“이건 확신할 수 있지. 너 혼자서는 그런 거 못 만들어. 대체 누구와 손을 잡은 거지?”
창천은 즉답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자 민준은 질문을 바꿨다.
“그리고, 내게 뭘 제안하겠다는 거지?”
“간단해. 나를 도와. 지하에 빈민들을 괜히 가져다 놓았겠어? 자세한 방법은 수락하고 나서 설명해 주겠지만··· 이제 네 손에도 피를 묻히는 거야.”
예상한 대로였다.
빈민들 역시 인위적인 유령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로 쓰이는 것이다.
“젠킨슨을 버리고 내게 붙어. 그리고 류호의 망령을 고스트로 진화시키고, 그 애에게 새 몸을 줘서 부활하는 일련의 과정에 함께 해.”
창천은 지금 죄를 나누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공범이 되어, 스스로의 이익을 챙기라는 제안.
위원회는 이 행동을 기소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어린 용 하나와 변방 차원 빈민 고작 수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니까.
그들의 윤리재판에 회부되려면 적어도 ‘테레시아’ 정도는 되는 대학살을 벌여야 한다.
“잠깐만, 나를 바보 천치로 아나?”
민준은 입술을 뒤틀면서 말했다.
“기껏 너를 돕고 나서, 그 실험이 실패해버리면 난 망하는 거잖아?”
창천이 제안한 거래에 매우 깊은 흥미를 품은 듯한 표정과 말투였다.
“달란트도 못 받고, 젠킨슨과 관계는 틀어지고··· 그런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을까?”
그러자 창천은 진저리 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멍청한 고룡과의 관계에 왜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인간이나 고블린 따위의 인격과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는 헛소리나 내뱉고, 경쟁자가 될 것이 뻔한 고룡에게 인도적인 배려니 어쩌니 하면서 손을 내미는 드래곤을? 그 머저리는 용족 기준으로 보면 성격장애자, 정신질환자야. 괜히 그 자리를 노리는 용들이 줄을 선 줄 알아?”
그렇게 투덜거리더니.
“아무튼, 이 마법진이 실패한다는 염려는 거둬도 좋아. 준비만 확실하면 실패할 확률은 없어. 그 준비를 위해 네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고.”
“자신만만하군?”
아직 해 보지도 않았다면서 저렇게 확신이 가득한 이유가 뭘까?
“그럴 수밖에. 수형자니 잘 알겠지만 한 번 물어보지. 모든 차원계를 통틀어 영혼을 다루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자들이 누구인줄 아나?”
민준은 대답하는 대신 얼굴을 굳혔다.
설마?!
“그래, 이 마법진은 그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거든.”
“······위원회가 이런 짓을 하라고 등을 떠밀었다고?”
“아니, 정확히는 위원회와 깊은 관계를 맺은 자들이지.”
고룡은 실패할 리가 없다는 듯한 자신감을 담아서 민준에게 말했다.
“이 마법진은 카바이트가 알려준 거야.”
찰나, 민준의 머릿속에 그 흉측한 자들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 부분만 돌돌 말린 선형동물처럼 생긴 고대종족이.
민준은 머릿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 말다 만 오리좆같은 새끼들이 이런 짓까지!’
그 분노는 속으로 애써 억누르며 놀란 표정을 연기한다.
“맙소사. 고대 종족이라고?”
“그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작업’을 시작하면 너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거라니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고룡 앞에서 잠시 망설이듯 침묵을 지키다가.
“······.”
민준은 경계심이 서린 눈빛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배신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고룡은 은은한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새로운 동업자 양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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