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Drama King RAW novel - Chapter (250)
이현석의 최초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작가로는 유지아, 배우로는 한유미 등 별별 말이 다 나오겠지만 전부 오랜 사이는 아니었다.
이현석은 PD로는 3년차지만 그 전에는 7년을 보낸 조연출로서의 세월이 있었다. 고로 가장 최초의 파트너는 아무래도 그 7년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고로 저란 말씀입니다.”
KBC 드라마국 소속 PD, 정민재가 목을 길게 뺐다.
“제가 처음이었다고요!”
이현석의 3년차 후배인 그는 비유컨대 군대에서의 맞후임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합을 맞춘 세월만 해도몇 년,더욱이 정민재는 이현석의 입봉작 『연극처럼 살다』촬영 당시 AD들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입장에 있기도 했다.
…정작 이현석이 KBC를 나가버리면서 나가리가 됐지만.
주변의 스태프들은 또 시작이군, 하는 얼굴로 혀를 찼다. 하여간에 술만 들어가면 저런다니까.
“요즘은 정수아… 네 누나 이름이 더 자주 나오던데?”
“형님하고 지낸 세월로는 한참 햇병아리라니까요!”
정민재는 강변하며 술잔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자리에 비해서는 영 우울한 표정이었다.
얼마 전, 간신히 PD 직함을 단 정민재는 입봉작으로 땜빵용 미니시리즈 하나를 맡게 되었다.
대부분의 PD들이 단막극으로 시작한다는 걸 고려해보면 사치스러운 입봉이 었다. 무려 50부작으로 시작한 이현석 같은 규격외까진 아니었지만 그거야 그쪽이 전무후무한 케이스였고.
-소식 들었다. 너라면 잘 할 거라 믿는다.
당연히도 정민재 역시 용기백배했고, 그 이현석에게 전화로 격려를 받으며 부끄럽지 않은 물건을 보이겠다는 의지에 부풀어 있었다.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다르단 말이죠……”
정작 촬영이 다 끝난 뒤풀이 자리인 지금, 정민재는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기 바빴다.
평소처럼 이야기가 쉬이 끝나지 않자 스태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잔을 채워준 조명감독이 물었다.
“아까부터 대체 왜 그래? 처음치곤 나쁘지 않았잖아? 시청률도 선방했고.”
“딱히 제 힘인 게 아니잖습니까.”
정민재가 투덜거렸다.
“작가가 옆에 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휘둘러대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데 이게 제 작품 입니까?”
“음.”
조명감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정민재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좀 설득해보려고 하면 발광하고, CP님도 그냥 하자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고……”
이번에 입봉한 정민재와 파트너가 된 건 이제 8년차가 되는 작가였다. 슬슬 입봉 PD가붙은 걸 못 마땅해 할 정도의 입지는 되었을입장이다.
그리고 뭐, 한국 드라마판에서 PD와 작가 중 누가 갑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작가라고들 대답할 것이다.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옆에 있던 인물이 툭 내뱉었다.
“…PD란 게 원래 그런 거지. 잘 달래서 맞춰가는수밖에 없어.”
“현석이 형님은 그 김경숙 작가를 휘둘러대고 계시잖습니까.”
“그거야 그 자식이 괴물인 거고.”
마찬가지로 『연극처럼 살다』촬영을 함께했던 조영철 촬영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에 남아있었다면 우리한테 떡고물이 떨어져도 백 번은 더 떨어졌을 텐데 말이지.”
전체적으로 공중파가 약세를 보이는 요즈음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건 방송 3사 중에서도 KBC 쪽이었다.
MBS 는 얼마전 종영된 『영원의 시대』로 나름 체면치레를 했고,SBC는 말할것도없이 이현석의 『삼세번』으로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참이었다.
하지만 KBC는 모두 합쳐도 TVM의 문제작,『초라한 런치』의 기세에 비벼볼 만한 시청률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재작년 KBC 시상식 사태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례 없는 암흑기였다.
이야기가 나오자 곳곳에서 성토가 일기 시작했다.
“하여간에 배동기 그 썩을놈은 끝까지 똥만싸고 떠났어!”
“졸렬하게 상이나 뺏으려다가 이게 뭔 꼴이냐고. 이현석이만 남아 있었으면 우리도……!”
“괜히 벌칸 시리즈 저작권이나 꼬이게 만들고 말이에요.”
SBC가 승승장구하면 할수록 KBC에 남은 스태프들은 억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현석 친정은 우린데. 원래 우리 실적이었는데.
다만 정민재가 느끼는 감정의 배경은 조금 달랐다. 그는 새 소주병을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형님 계실 때 보면 말이죠. 제작과정이… 뭐라고할까, 굉장히 단란했거든요.”
“단란?”
“아시잖습니까. 유지아 작가가 황당한 시나리오 짜오고, 서예린 작가님이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목청 높이고, 현석이 형님이 다 계획이 있다고 걱정 말라고 밀어붙이고……”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의견충돌이었다.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기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그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대박으로 나타났다.
정민재는 그걸 보며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했다.
“형님 주변은 지금도 그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봉작 촬영을 끝낸 지금, 아무리 경력을 쌓더라도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정민재는 취기에 식탁을 쿵 내리쳤다.
“작가는 물론이고 윗선도 PD를 시다바리로 보는데 뭘 하라는 겁니까, 대체……!”
그 신경질적인 모습에 감독급 스태프들은 한숨만 쉴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이현석은 규격외다一 수많은 고참들이 입에 담는 말의 진짜 뜻이 뭔지 알 때도 되었으리라. 시간이 좀 흐르면 현실에 수긍하게 되겠지.
촬영감독이 말을 돌리듯 툭 내뱉었다.
“열 시다.”
“그게 왜요?”
“『삼세번』마지막화 안 볼거냐?”
“어? 그거 오늘이었어요?! 아… 맞다, 오늘이지!”
투덜투덜 주정을 부리던 정민재는 허둥지둥 한편에 있는 TV를 찾아 채널을 바꿨다. 다행히 아직 광고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주변에서도 “삼세번?” “아, 막화지!”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같은 반응이 튀어나왔다.
KBC 스태프들이 모인 회식에서 SBC 드라마에 시선을 집중하는 희대의 상황이었지만 뭐, 크게 드문 모습도 아니었다.
스태프들이 쑥덕이기 시작했다.
“영원시대 엔딩 이길 수 있을까요?”
“에이, 무리죠. 그건 말 그대로 다 버리고 막화에만 몰빵한수준이던데.”
“솔직히 종합력은 둘째쳐도 씬 임팩트는 아직 곽태영한테 안되지.”
“애초에 이현석은 빌드업으로 먹고 사는 녀석이잖아? 개별 씬에서는 좀……”
그 말을 들은 정민재가 얼굴을 찌푸리며 무어라 말하려던 사이 광고가 끝나고 화면이 바뀌었다.
언제 떠들었냐는 듯 시선이 집중되었다.
#
「…여기까지. 제 추리에 틀린 점이 있습니까?」
조목조목 짚어 나간 남주인공이 고개를 들었다.
그간 흑백으로 스쳐지나가던 살해현장들은 트릭이 밝혀지며 비로소 색을 되찾았다. 어둑하게 드리운 조명이 우연이나 사고가 아닌 어떤 의도가 섞여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맞춰진 조각퍼즐에서 빗금이 사라지며 모든 장면에 현실감이 돌아왔다.
「없네요.」
모든 비밀이 풀리는 순간에도 여주인공은 태연했다.
부정하면 그만일 것을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간 진실을 쫓아온 험난한 여정에 박수를 쳐주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작정이시죠? 저를 구속하실 건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빙긋, 만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당신이 이미 경찰도 아니라는 건 차치하고, 무슨 죄목으로요? 법정에서 마법으로 죽였다고 증언하신다면 그것도 재미있겠지만요.」
「그 단어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살인은 엄연히 당신의 손으로 이루어졌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건가요. 증거로 제출하실 게 있나요?」
물론 둘이 아는 ‘상식’으로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워프 과정에서 시공간을 접는 와중에(Warp Bubble) 생기는 미세한 흔적, 포텐셜 장벽에서 에너지의 격류를 견디지 못하고 터널링(Tunneling)이 일어났다는 정황, 혹은 비정상적인 공유 결합(Covalent Bond)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전부이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얘기였다.
남주인공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이 세계의 지식으로 당신을 구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고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지요.」
여자의 얼굴에 떠오른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뻔하군요. 죽이기라도 할 건가요?」
「설마요.」
배우 최대웅은 지금껏 본 인격을 살짝 가라앉은 듯한 느낌으로 연기해왔다.
그리고, 그랬기에 살짝 높아진 톤에 열기로 달아오른목소리는 이제껏 없던 설득력이 한가득 들어 차 있었다.
「전 이제부터 줄곧 당신을 막아낼 생각입니다.」
여주인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
「말그대로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그쪽을 벌할수 있을 만큼우리 세계가 발전할 때까지 당신을 계속 막도록 하겠습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진심인가요?』
「물론, 진심입니다.」
남주인공이 어깨를 으쓱였다.
「불행히도, 저는 작은 카페 하나 굴리는 백수나 마찬가지여서 말이죠. 쓸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트릭도 전부 알고 있고요.」
호언장담하듯 가슴을 친다.
「제가 있는 한 당신은 더 이상의 악행을 저지를 수 없을 겁니다.」
「…악행?」
「그렇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더 이상 죽게 놔둘 순 없겠지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재차 침묵.
이번 정적은 아까보다 훨씬 길었다. 여주인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남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무고한 사람, 이라고 재차중얼거린 여주인공이 눈은 어느샌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어떤 트리거를 건드린 것처럼.
억눌린 듯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진심인가요? 진심으로 그 사람들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알아요? 저도 표류한 이후 가능하면 이 세계에 간섭하지 않으려 했어요.」
계속 꾸민 듯한 인상을 유지하던 이설의 얼굴도 바뀌었다. 의심이 가득한 시청자들조차 살짝 경도 되지 않을 수 없는 진실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체 뭔가요, 이 세계는. 엉망진창이잖아요.」
말하자면 단순하지만, 그런 표정을 만들수 있는 것 역시 재능이었다.
「정신 건전도 측정 시스템도, 격리 기구도 없어요. 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저지르기 전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요. 합의된 공권력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처벌을 논할 뿐이고 피해자는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요.」
「…….」
「이토록 원시적인 주제에 쓸데없는데서만 고도로 발달한 문명 따윈 들어본 적도 없다고요. J
당장 미치광이 독재자 하나가 명령을 내리면 수백만 명이 그대로 증발할 것이다. 그 보복으로 그 독재자를 사형대에 올린다고 한들 어찌 앙갚음이 되겠는가.
표류자는 이 세계가 돌아가는 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토록 불안한 세계에서 어떻게 다들 멀 쩡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본래 자비심이 깊던 그녀는 그래서 질서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마치 문명화되지 않은 섬에 찾아간 선교사처럼.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가 간섭하지 않았을 경우 생겼을 전쟁은 21차례에요. 사망했을 숫자는 추정 2억 7천 6백만 명. 저는 그 사람들을 구했어요.」
새파란 눈이 남주인공을 마주했다.
「그런 제가 악행을 벌이고 있다고요?」
카메라가 분위기를 조였다. 그리고, 남주인공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
「물론 당신은 수많은 목숨을 살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껏 파헤치기 위해 애써온 수많은 사건들이 스쳐지 나갔다.
「당신이 위장하기 위해 이용한 그 집의 사람들, 그들은 물론 악당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토록 죽어 마땅할정도의 죄를 저질렀던 겁니까?」
「그건……」
가만히,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당신이 말하고 있는 시스템은 이상적입니다. 저희 쪽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요.」
남주인공은 마지막 말에 힘을 담았다.
「하지만, 그게 없다고 사감으로 심판하는 살인마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 살인마가 자신을 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필요치 않았다.
둘은 가만히 자세를 잡았다.
「고작해야 페르소나(Persona) 두 개 가지고 태어난 돌연변이 주제에 너무 거만하군요.」
「다중인격일수록 대우받는 이상한 세상이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솔직히 전 제가 미쳤다고 생각 했거든요.」
서로의 눈이 적의로 가득 물들고,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스태프 하나가 툭 내뱉었다.
보통 처음 카메라를 배우는 초보들이 많이 하는 실수는 쓸데없이 다양한 연출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신나게 움직이며 마구잡이로 기법을 갈아 넣는다. 그러면 놀라울 정도로 난잡한 영상이 탄생한다. 촬영한 본인조차 자기가 뭘 찍었는지 고민스러워질 정도다.
말 그대로 초보 딱지만 떼어도 하지 않을 실수.
하지만, 이현석이 연출한 장면은 마치 그런 초보들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패닝, 와이프, 틸트, 컷오프…….
카메라의 기법이 쉴 새 없이 변화했다. 180도의 이미지라인이나 프레임 여백 같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불문율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가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현석이 미쳤나?”
“방금 몇 초 만에 일곱 번이 바뀌었어…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
“이딴 식으로 하면 무진장 난잡한 물건밖에 더…… ”
그리고, 반발하던 스태프들은 불과 몇 초 만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어……?”
이상했다. 분명 장면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전혀랄 정도로 난잡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지라인은 되레 더없이 곧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럴수가 있나?
“뭐야, 이건?”
“아니, 지금 이게 말이 되는…… ”
황망하게 중얼거리거나 말거나 씬은 계속 이어졌다.
「제기랄, 집주인 양반! 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총, 그거 아니야?」
「저 처자가 스톰트루퍼를 존경하고 있기를 바라야겠군.」
연출이 쉴 새 없이 바뀔 때마다 두 주인공의 인격도 흐름에 따라 바뀌어간다. 대사 컷, 움직임, 모든 묘사가 철저히 천변만화하는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어주고 있다.
마치 서로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 대본으로 촬영을 한 게 아니라 촬영한 컷에 대본이 따라가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
이런 게 가능한가?
“완전히 괴물이군.”
특히 나 헛웃음을 흘리는 건 조영철 촬영감독이다.
본디 카메라에는 누구나 기교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시청자들의 눈이다. 그 누구도 어지럽고 알아볼 수 없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의 흐름 자체가 시청자들의 초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카메라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뛸 수 있다.
불과 한 주 전, 두 시점을 나누어 연결시킨 연출로 큰 호평을 받은 곽태영 감독. 그걸 상대로 이현석은 수십 가닥을 이어붙인 실타래를 들고 왔다.
드라마로 먹고 사는 이들의 감상은 가히 단순하기까지 했다.
“사기잖어, 이건……”
반칙에도 정도가 있었다.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하는 20여분이 지나고.
그간 계속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정민재는 문득 결심했다.
‘때려치우고 형님께 받아달라고 할까.’
그의 머릿속에는 머리를 맞대고 훈훈하게 기획을 논의했을 이현석과 작가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