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Drama King RAW novel - Chapter (279)
막장드라마의 제왕 279화
33장 결실을 맺다(5)
-(FRA) 최근 웹플릭스에서 서풍이란 걸 봤는데, 한국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진 기분이 들어.
-(USA) 환영해. 하지만 그 선입견은 다시 넣어두도록 해.
└(USA) West Wind는 특별하거든.
-(ITA) 이현석은 이미 전작들로 가치를 증명했지. 하지만 그 성장폭은 놀라워.
-(FRA) 전작들?
-(GER) 오, 이웃집 친구. 부디 네가 벌칸 시리즈와 삼세번을 보지 않고 한국 드라마를 논하는 게 아니길 바라.
└(GER)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머저리’라고 하거든.
-(USA) 재미있네. 나는 반대로 리의 작품만으로 한국 드라마를 논하는 게 바보라고 생각하는데.
└(USA) 그의 작품은 명백히 아시아의 영역을 벗어났어. 나는 그가 이번엔 상을 석권할 거라고 확신해.
└(GER) 멋지군. 훌륭한 인종차별주의자를 만나게 되어 기뻐.
-(ITA) 탈 수는 있고? 아직도 ‘벌칸의 몰락’이 홀대받은 악몽이 생생한걸.
└(USA) 이번 기획은 웹플릭스에서 시작되었고 미국에서 가장 먼저 방영했어. 타지 못할 이유가 없지.
-(CAN) 글쎄… 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 그렇다면 배우 부문은 도나 리의 것이 될 거야. 그녀는 악독하지만 환상적이야.
└(ITA) 동의해, 그녀는 쾌락주의자에 끔찍한 악한처럼 보이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 어째서 그런 배우를 몰랐을까!
└(PHI) 사실 그녀는 상당히 오래 활동해 온 배우야. 하지만 이현석과 사귀게 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지.
└(FRA) 뭐?? 내 여신이 어쨌다고????
-(JPN) 속지 말 것. 한국은 국책으로 저열한 문화산업을 강제로 유행시키고 있음. 올해 한국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예산은 2조 엔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고, 모두 거기에 의해 세뇌당하고 있음.
└(USA) 왜 안 오나 했지 🙂
└(GER) 우선 너네 나라에서도 몇 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데ㅋㅋ
└(JPN) 모두 조작되었음.
└(CAN) 세상에! 그게 가능하다면 어째서 한국은 너희 나라를 정복하지 않는 걸까!
└(PHI) 필시 열도를 수호하는 쟈니즈와 AKB에 겁을 먹었겠지! 저번에 동시에 뛰는 걸 보니 지구가 무너질 것 같던걸?
-(INA) 우리도 곧 볼 수 있어 😛
-(HKG) 다시 우리의 시대가 오기를.
* * *
“축하한다, 도나야.”
위즈톤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해외 사이트의 반응까지 몸소 살피던 박진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며칠간 속단을 내리지 않으려 숙고했으나 이제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대단한 『서풍』에서도 네 반응이 제일 많아. 해외 섭외도 슬슬 낚싯대들 들이밀고 있고.”
“…….”
“이제 넌 한두 개 나라로 갖다 붙인 한류 배우가 아니야. 진짜 세계구란 뜻이다.”
그 말에는 적잖은 감회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장본인인 이도나는 말이 없었다.
“…그렇군요.”
그저 이렇게 한 마디 하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길 따름이었다.
하지만 박진태는 그 안에 휘몰아칠 감회가 어느 정도의 것일지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쳇.”
평소라면 싫은 소리 한두 마디쯤은 덧붙였을 홍지호도 이번만은 작게 투덜거린 뒤 입을 닫았다.
세계구. 셋에게 있어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았다.
모든 것은 오래전, 한 소녀가 박진태에게 새파란 눈으로 한 말에서 시작되었다.
-어… 뭐라고 했니?
-김철 감독에게 한 방 먹이고 싶어요. 어떻게든.
-…….
-절 세계구급으로 만들어 주실 수 있다면 어떤 강행군이든 따라갈게요.
데뷔도 하지 않은 꼬꼬마로서는 가히 맹랑하기까지 한 소리였다.
처음엔 황망했고, 속사정을 안 이후에는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박진태는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노력해 보자.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는 내심으로는 가만히 은퇴 연령을 재고 있었다.
당시의 이도나는 연기에 전혀 자질이 보이지 않았다. 현시점의 ‘재능충’인 이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고, 당시 같은 신인이던 홍지호와 비교해도 떨어지는 구석이 대부분이었다.
이어지는 대사 두세 마디조차 쉽게 감정을 잡지 못하고 NG 범벅.
‘외모는 출중하니 한 3, 4년 해보다가 모델로 전업시키면 괜찮겠지. 어쩌면 예능감이 있을지도 모르고.’
당시 젊은 매니저였던 박진태는 딱 그 정도의 생각으로 이도나의 손을 잡았다. 오죽하면 아이돌 레슨까지 같이 시켰으랴.
하지만, 매니저와 달리 배우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거, 똑바로 좀 못합니까?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와서는… 쯧.
이도나는 쏟아지는 욕과 비난을 묵묵히 참아내며 연습을 거듭했다. 한 번도 쉬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적이 없었다.
무려 반년이 넘도록 스케줄이 없을 때도 연습을 쉬지 않았다. 그 모습엔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박진태도 점차 감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도나는 노력의 화신이었다.
그리고, 그 동기의 근본은 결국 하나의 복수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반드시 그 인간한테 한 방 먹이고 은퇴할 거예요.
어쩌면 이 아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서늘하게 눈을 부릅뜨는 모습을 보며 박진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도나는 어느 정도는 해냈다.
인지도도 높아져 대부분 얼굴을 보면 알 법한 배우가 되었고, 헐값이긴 했지만 일본에 팔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한류배우 대열에 묻어갈 수 있게 된 것도 호재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도나는 이후 몇 년간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정확히 그 지점이 이도나란 그릇의 한계였던 셈이었다.
당연히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고개를 숙인 이도나는 이렇게 말했다.
-연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변화? 어떤 거?
-조금… 막장스러운 물건을 알아봐 주세요. 불륜이니 뭐니 하는 거 있잖아요.
-뭐?!
기겁한 박진태는 타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해봤으나 이도나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이대로 서서히 죽어 가느니 뭐라도 해보는 게 낫다고 우겨댔다.
-지금 제 위치가 뭔데요? 김철 그 인간한테 닿지 못하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라고요!
-…….
끝내 포기한 박진태가 자포자기식으로 연결시켜준 게 바로 『내 딸의 아들내미』였으며, 같은 시점에 타 방송사에서 방영을 시작한 것이 『연극처럼 살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가 지금의 상황을 짐작이나 했으랴.
이후 3년.
이현석이 등장한 후, 상황은 지난 몇 년간의 정체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간 사람들은 이도나를 슬슬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배우로 보고 있었다. 박진태도 그렇게 생각했고 심지어 이도나 본인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특이한’ 물건을 찾으려던 건 어떻게든 그걸 얼버무려 보려는 일종의 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현석은 달랐다.
-왜 연기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겁니까?
-네?
-설마 지금 이게 최선이라는 건 아니시겠죠?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그래요.
이도나가 입술을 깨물자 이현석은 장탄식을 했다.
-맙소사!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네?
-제가 그 멍청한 생각을 뿌리부터 뽑아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못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저기…….
-걱정 마십시오. 리테이크 삼백 번쯤 하면 누구든 정신을 차리게 마련입니다.
-미쳤어요?!
옛 표현을 빌리자면, 이도나는 굴렀다.
진짜 말 그대로 굴러다녔다.
그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적잖은 작품을 찍었고, 고된 신인 시절도 견뎌왔지만 저만큼 인정사정없이 몰아대는 미치광이는 또 처음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을 본 이도나는 차마 불평을 내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좀 낫군요. 이제 스스로가 태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아시겠습니까?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건 이도나 씨의 게으른 성격이고요. 자 다음 가겠습니다.
-잠깐, 이봐요……!
이도나도 놀랐지만 박진태의 경악은 더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세계가 조각조각 부서지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것은 불평하는 이도나의 얼굴에 점점 웃음이 맺혀갈 때 절정에 달했다.
‘나라면 도나에게 이대로 큰 작품만 나가면서 이미지 관리나 하도록 했을 거다. 서서히 썩어가게 만들었겠지…….’
‘이현석. 나와는 그야말로 급이 다른 사람이다.’
이현석이 원 소속사의 음모를 알려준 보답으로 대표직을 떠넘긴 건 사실 핑계였다. 그저 박진태는 어떻게든 이현석을 잡고 싶었다.
다행히 유지아가 엮인 사태 등의 일도 있어 이현석은 마지못해 대표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현석의 옆에서 이도나는 지금까지의 부진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발전을 거듭했다.
‘생각해 보면 대표님과 그런 사이가 되는 것도 필연이었겠지…….’
그리고, 지금 이도나는 끝내 도달했다.
본래의 목표- 자신이 염원하던 김철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위치에.
“…….”
이도나는 여전히 홀로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홍지호가 슬쩍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닭대가리 주제에 뭔 생각을 저리 한대요?”
“복잡하겠지. 설마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는 도나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그래도 분명 그거겠지.”
“…자기 아빠한테 어떻게 복수할지 말입니까?”
“음.”
결국 이도나는 그걸 위해 여기까지 올라오려 한 것이었다.
방법은 많았다. 연말 정도, 『서풍』이 가장 시끄러울 타이밍에 자신이 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김철은 전 세계에서 명예를 잃고 매장당할 것이다. 팀이 걱정된다면 좀 더 ‘온건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테고.
홍지호가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그래, 그런 걸 터뜨리고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은퇴해야 할 거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실장님 입장에선.”
“난 그럴 생각 없다.”
박진태가 단호하게 잘랐다.
“예전부터 저 녀석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죽어라 노력해 온 거야. 결정은 도나가 내려야 할 테지.”
“…아깝잖습니까. 지금 인기가 얼만데.”
“저 녀석한테는 지금이 전부야.”
“…….”
“대단한 일 아니냐? 김철이 전성기를 달릴 때 아무것도 아니던 꼬마가 지금 그 인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선 거야.”
이현석 덕분이 크겠지. 하지만 이도나가 끝없이 노력하지 않았기로서야 어찌 그런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랴.
앞으로 길이길이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라고 박진태는 확신했다. 분명 무척이나 화려한 은퇴가 되리라.
“…실장님은 이미 도나가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너는 아니냐?”
“하, 사실 저도 그렇긴 합니다.”
홍지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도나의 성격을 아는 데다… 누구라도 저 진지한 표정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게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서풍』 정도면 충분히 화려한 은퇴식이겠지. 홍지호는 오랜 기간 함께해 온 웬수가 목표를 달성하고 성불하기를 빌었다.
동시에 이도나도 고개를 들었다. 끝내 마음을 정한 듯한 표정이었다.
“저기요, 실장님.”
“…그래. 뭐든 말해라.”
박진태는 각오를 끝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이 바닥에 끌어들인 입장이었다. 어떤 일을 벌이더라도 마지막까지 어울려줄 참이었다.
눈썹을 올린 이도나가 말을 꺼냈다.
무척이나 생뚱맞은 소리였다.
“현석 씨 말이에요, 역시 최근 고민이 있는 거 같은데… 혹 아시는 거 있으세요?”
“……응?”
박진태는 눈을 깜박였다.
대표님? 왜 갑자기 대표님 얘기가 나와?
이도나는 얼이 빠진 부사장의 표정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한숨을 쉬었다.
“요즘 진짜 이상해요. 얼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촬영할 때 지시도 영 맥아리가 없고…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뭐예요, 그 표정은?”
“아니, 그게 아니라…….”
몹시 당황한 와중 박진태는 퍼뜩 깨달았다.
설마, 그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너, 설마 아까부터 그거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이 상황에? 십 년 가까이 간절히 원하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 와중에?
이도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뭘 생각해요? 내 남자 일이 우선이지.”
“아니, 그…….”
홍지호와 박진태는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잖아, 너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뭐라고 할까, 복수의 화신이라고 할까… 원념과 집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좀 더 넘실대야 하잖아?
머뭇거리던 박진태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니 좀… 다른 생각할 거리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 일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어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눈을 질끈 감아 데미지를 견뎌낸 박진태가 말했다.
“그… 도나야. 넌 이제 세계구급 스타가 된 거야. 알잖냐?”
“네, 아까 들었잖아요. 좋은 일이네요.”
“…그것뿐이냐?”
“그것뿐인데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참다못한 홍지호가 가슴을 쳤다.
“제기랄, 모르겠냐? 넌 이제 김철 그 인간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는 위치가 된 거라고!”
“지호야!”
“아.”
이도나는 그제야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소리를 지른 홍지호는 문득 아차 싶어 얼굴을 새파랗게 했다.
끔찍하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 싶어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이도나가 쯧 혀를 찼다.
“그리고 보니 있었지, 그런 인간.”
“그런 인간? 있었지?!”
홍지호가 입을 쩍 벌렸다.
“절대 용서 못 할 원수 아니었어?!”
“딱히 용서한 건 아니야. 아무래도 좋아진 것뿐이지.”
“똑같은 얘기잖아?!”
정신이 혼미해진 홍지호에게 이도나는 농담이야, 하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눈곱만큼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뭐, 그딴 쓰레기 같은 인간보다는 현석 씨가 훨씬 중요하잖아? 결혼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고.”
“그렇기는 하지만… 아니, 결혼 얘기는 아직 안 나왔잖아.”
이도나는 시간 문제지, 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이제 와서 속죄한다느니 결혼식에 온다느니 설쳐댄다면 입을 찢어버리겠지만 그 외라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새침하게 말한 이도나는 얼어 있는 두 남자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진심으로 뭐가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진심인가.
그렇게까지 원한을 불태웠으면서, 진심으로 이 여자는 첫 연애 3개월 만에 27년의 원한을 잊어버린 건가.
‘아니아니, 인간이 아무리 단순하기로서니… 아.’
홍지호는 눈을 깜박였다. 문득 생각이 닿는 곳이 있던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그동안 진저리를 치던 닭살짓들이 문득 조금 다르게 와닿기 시작했다.
설마…….
홍지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야.”
“왜?”
“혹시 말이야. 그… 대표님이 바람을 피우시면 넌 어떻게 할 거냐?”
이도나가 피식 웃었다.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도, 혹시의 혹시라도 진짜라면?”
이도나가 눈을 깜박였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입을 열었다.
“죽여야겠지? 꼬리를 친 쪽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농담기는 없었다. 뭘 그런 걸 다 묻느냐는 듯한,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비유컨대- 이전 김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집착과 집념이 몇 배로 옮겨가기라도 한 것처럼.
“…….”
“…….”
두 남자는 떨리는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우리가 대체 뭘 주선한 거지?’
* * *
같은 시각.
“나는 막장드라마의 제왕이다……!”
[그래, 그래.]술에 곯아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