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Drama King RAW novel - Chapter (37)
037 – 신발 신고 가려운 곳을 긁다(7)
▶ 27화에서 왜 정하늘이 바텐더 멱살 잡았는지 알려줌.txt
▶ 본방 30분 남았다.
▶ 내 생각에 『연극처럼』은 애초부터 DTD였음. 이제 시청률 떨어질 일만 남음 ㅅㄱ
ㄴ 응. 30퍼 갱신해.
ㄴ 홍지호빠냐, 이도나빠냐? 어차피 이젠 둘 다 10프로 안되지만ㅋ
ㄴ 국내에 다신 없을 SF 수작인데? 벌써 해외에서 판권 달라고 기웃거리고 있는데?
ㄴ 찐
▶『연극처럼』 까는 애들 죄다 홍이빠로 몰아가는데 솔직히 시청률이야 나와도 지금 맛이 간 건 인정해야지.
ㄴ 팩트임ㅇㅇ 우주전함 전까지는 진짜 뒤져보면 뒤져볼수록 계속 나오는 복선과 설계에 소름 돋았는데 그런 게 거의 사라져버렸음. 진짜 되는 대로 내달리는 느낌임.
ㄴ 그거 깔던 작가님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러겠냐? 좀 믿고 기다려봐라, 병신아.
ㄴ 유지아 나이 보면 예능 출연 전후로 압박감 느끼고 폼 무너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ㄴ 듣고 보니 그럴지도?
ㄴ 헛소리가 풍년이네ㅋㅋ 드라마가 니들 방구석 인생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는 줄 아냐.
▶ 솔직히 『연극처럼』은 까여도 됨. 하지만 문제는 그 까는 놈들이 보는 게 고작 이슥이랑 딸내미라는 거임.
ㄴ 일침ㄷㄷ
ㄴ 이게 맞지ㅋㅋ 연극이 병신이면 MBS랑 SBC는 산업폐기물 만들고 있는데ㅋㅋ
ㄴ 개소리 오지네. 이슥한 달은 존나 정통파 멜로로 잘 가고 있는데? 보지도 않고 까냐?
ㄴ 보고 까는데? 언제적 한류배우 하나 믿고 스토리로 종이접기하는 꼬라지가 정통파 멜로?
ㄴ ㅋㅋㅋㅋㅋ 본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호사랑님!
▶ 그 와중에 정하늘이 시동생한테 권총 겨누는 씬 연출 봐라ㄷㄷ
ㄴ 진짜 한결같기까지 한 낭비··· 이현석 피디 당신은 도덕책······.
ㄴ 솔직히 이현석이 잘 하는 거냐? 카메라 감독이 잘 하는 거지ㅉㅉ 걔도 거품임.
ㄴ 병신임?
ㄴ 병먹금
ㄴ ㅋㅋㅋㅋ 그럼 네 망상 속의 카메라 감독은 왜 하필 이현석이 입봉하면서 등장함? 또 다른 자아냐?
ㄴ 머저리가 너무 많다.
▶ 솔직히 지금 『연극처럼』을 이렇게 끌고 가는 주체가 누군지 모르겠음. 난 그동안 능력 있는 입봉 PD가 작가한테 먹혔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가도 고딩인걸 알고 무진장 혼란스러워짐.
ㄴ 이현석이 끌고 가는 거겠지. 그 인상이 끌려갈 얼굴이냐.
ㄴ 솔직히 또이또이 아니냐ㅋ 저런 스토리 쓰는 애나, 저걸 건져내는 놈이나.
ㄴ 너··· 방금 유지아 작가님 깠니?
ㄴ 이 새끼들 또 슬금슬금 기어 나오네. 너네 유자단 본진으로 꺼져!
▶ 난 일단 꼴에 남주인공인데 지난 몇 화간 얼굴도 못 비치는 이광진이 불쌍한데.
ㄴ 이 드라마에 남주인공이 있었어······?
ㄴ 나는 한지원이 남주인줄 알았는데.
ㄴ 아님. 시동생임.
ㄴ 지랄하네ㅋㅋ
▶ 그래서 오늘은 우주전함 발진한다고? 안 한다고? 정지화상 하나 띄워두고 3화째다ㅅㅂ
“개판이네.”
매니저가 모 사이트 드라마 게시판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최근 들어 더 난장판이더라고.”
홍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서도 슬쩍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본인 역시 그 난장판에 한 가닥 끼고 있는 모양새다.
– 솔직히 이도나보단 이설이 배는 잘났지 않냐?
이내 홍지호가 올린 게시글 아래로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토너먼트가 벌어진다.
그걸 보며 낄낄대는 홍지호를 보며 매니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드라마는 신나게 말아먹혔는데 그러고 놀면 재밌냐?”
“왜 그래. 솔직히 다섯 배라고 하고 싶은 걸 피눈물을 삼키며 줄였구만.”
“···너, 설마.”
매니저의 눈이 가늘어진다.
돌이켜보면 홍지호는 『연극처럼 살다』가 방영되기 전부터 이설을 눈여겨보았었다.
그간 신기할 정도로 사생활이 깨끗하던 홍지호라고 해도 남자는 모르는 법 아닌가.
“일 없어, 형.”
하지만 홍지호는 대놓고 손사래를 쳤다.
“걔는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피곤한 타입인데다··· 이미 임자도 있어. 내기해도 좋아.”
“뭐? 누군데?”
“그야 모르지.”
“모르는데 뭔 내기를 해?”
“거 대충 보면 아는 게 있대도 그래. 불쌍하게도······.”
매니저는 입을 다물었다.
홍지호가 종종 이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다짜고짜로 우길 때면 의외로 꽤 높은 적중률을 보이곤 했다.
설령 틀렸더라도 홍지호가 그렇게 생각해서 나쁠 것도 없었다.
“시작한다. 저거나 봐라.”
둘은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언제나 그렇듯 정줄을 놓고 봐야 하는 내용이었다.
「그 자는 지금껏 자네를 속였네, 정하늘 사령관. 그는 화성인이 아니라 금성인이었어.」
「······.」
매니저가 슬쩍 물었다.
“화성인과 금성인은 무슨 차이냐?”
“몰라. 찾아보면 뭔가 깔아둔 거 나오려나.”
“···개막장이네.”
다른 시청자들의 생각도 같은지 게시판이 채팅창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갈아엎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머잖아 분위기가 바뀌었다.
매니저는 물론 어지간한 홍지호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미친, 씨발! 저게 말이 돼?!”
“와······.”
조그만 스틸컷으로 한 주간 사람 약을 올리던 우주전함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작중 인물들은 물론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얼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위용.
– 내가 지금 채널 잘못 틀었나?
– 미친··· 말이 안 나온다.
– 돈을 대체 얼마나 쳐 부은 거임??
매니저는 저도 모르게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뜸 들일 만하지. 들여야지.”
이어 갑작스레 등장한 우주전함에 지구 전역이 패닉이 된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이내 느긋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일단 이게 최후통첩이야. 나도 어지간하면 이건 쓰고 싶지 않아. 어른스럽지 않은걸.」
「정하늘, 얌전히 나오렴. 그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이어진 씬에서 정하늘의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어깨를 시동생이 단단히 잡는다.
「쓸데없는 생각 마십시오, 형수. 저희 EDF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대체 저걸 상대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요?」
「어떻게 하긴요. 받아쳐야죠.」
그리고 어떻게 되었느냐 하면,
바다가 갈라졌다.
말 그대로의 표현이다.
인공위성이 지구 전역을 비추고 있는 와중 태평양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금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금 투박한 모양의 다른 전함 한 척이 물보라와 함께 튀어나왔다.
홍지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두 척이네?”
“······미쳤어, 돌아버렸다고.”
매니저가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로 CG를 떡칠할 수 있는 금액이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을까.
그걸 이 당장이라도 돌아버릴 것 같은 이런 씬으로 날려?
이현석이란 인간은 정말로 제정신인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낰ㅋㅋㅋㅋㅋ
– 아니 이 미치광이 드라마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고ㅋㅋㅋ
– 지구전함도 겁나 고퀄인데?
그리고 이어지는 두 척의 전함의 대결은 가히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연상케 했다.
안 그래도 고퀄리티인 CG에 그간도 찬사를 받아온 연출력이 더해지니 이건 단순히 병맛으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엔 비웃음이 만발하던 게시판도 이내 뜨겁게 달아올랐다.
– 이거였구나! 이거 하려고 했구나!
– 지금 보고도 되는 대로 달리고 있다는 흑우새끼 없죠? 돈을 자루로 부었을 텐데?
– 너네 단체로 세뇌라도 당했냐? 지금 이게 환호할 씬이냐? 시댁복수극이 우주전함 결전이 됐는데?
– 이야호!
– 빔이다, 더 큰 빔을 쏴라!
그렇게 한창 두 함선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던 와중이었다.
문득 홍지호가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안 오네?”
“뭐가?”
“아니, 원래 이 드라마 패턴이라면 이쯤 뭐가 와야 정상이거든.”
매니저가 인상을 찌푸렸다.
“가령?”
“···정하늘이 쏜 우주 대전차로켓에 두 함선 다 터져나간다거나?”
“네이밍 참 구리네.”
애초에 함선이 날아가는데 왜 대전차로켓인지 원.
매니저는 한 번 혀를 차고는 무시했다.
애초에 저 정도로 미친 듯이 돈을 퍼부었을 CG를 한 화만에 퇴장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
거의 축제와도 같은 인터넷 분위기 속에 홍지호 혼자만이 끝까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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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새삼스러운 얘기를 하자면, 유지아는 썩 훌륭한 막장 작가가 못 된다.
[뭐, 임마?]김철 선배가 이렇게 반발하고 있으므로 조금 정돈해 말하자면 정통파적인 막장 작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흔히 작가가 막장 요소를 투입하는 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들이라고 자신이 쓰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게 먹히니까 쓰는 거지.
물론 진지하게 자기가 훌륭한 작품을 쓰고 있다고 믿는 극소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유지아는 꽤 이단적이다.
우선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 – 가령 삼각관계, 불륜, 출생의 비밀, 높은 수위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본인의 나이부터가 그런 걸 맛깔나게 쓸 수 있는 레벨이 못 된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가히 황당하게까지 느껴지는 정신 나간 전개.
다만 유지아에게 있어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저 쓰고 싶은 씬보다 우선순위가 아래인 거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모르시겠습니까? 저 녀석은 스스로가 막장을 쓰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냥 쓰고 싶은 걸 쓰는데 그 결과가 막장인 거다.
별로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타고난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나도 그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무시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
내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자 유지아가 자라목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내 앞에는 『연극처럼 살다』의 최종 대본이 놓여 있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유지아가 빼꼼 눈치를 보았다.
“그··· 역시 별로인가요? 그럼 다시 고쳐 올게요.”
“아니야. 잘 썼어.”
정말 잘 썼으니까 문제다.
나는 머리를 짚었다.
PD로서 나는 이 대본이 전보다 못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퀄리티로는 압도적으로 낫다.
심지어 유지아 특유의 톡톡 튀는 재미도 그대로고, 예상치 못했던 요소도 있다.
특히 시동생과의 미묘한 감정선은 기껍다. 전개가 완전히 SF로 굴러간 상황에서 빠져나갈 눈치를 보는 4, 50대 주부들을 붙잡아둘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막장이 아니네, 이거.]‘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골머리를 앓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유지아가 신임 함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 어디서 소문이 샜는지 CG팀에 그들이 만든 우주전함 전괴 씬이 바로 다다음 화에 들어갈 거란 소식이 흘러들어갔다.
CG팀의 광분은 가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특히 박민호는 다 큰 어른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며 통사정을 하기까지 했다.
요 며칠간 나는 그걸 어떻게든 버티고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그렇게 간신히 버텨냈나 했더니 설마하니 전혀 예상치 못하던 쪽에서 터질 줄 누가 알았으랴.
뒤에서 대본을 바라보던 김철 선배가 헛웃음을 지었다.
[서예린이 색채군. 약간 투박하긴 하지만 자기류로 잘 소화했어.]‘딱히 서 작가가 가르친 적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애는 원래 안 보는 데서도 쑥쑥 자란다지 않냐.]‘지금 농담할 생각이 나십니까?’
나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하니 유지아가 서예린 작가에게 이만치 물들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일했다.
모름지기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는 심연에게 들여다보일 각오도 해야 한다고 했던가.
이대로면 스페이스 RPG-7은 이번 주는커녕 영영 등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단어를 들으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심연 같은데.]내가 무시하고 물었다.
‘선배님, 이 시나리오대로 가면 막장도가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김철 선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솔직히 말해, 내가 감독 일 하고 있을 때 이 후반부 시나리오 받아봤으면 일단 잡아챘을 거다.]‘······.’
[이 파트는 그 정도로 잘 빠졌어. 지금이야 초중반부에 비교해서 말도 안 되는 전개로 날아갔으니까 막장성이 확보되고 있긴 한데······.]‘···시청자들은 쉽게 익숙해지죠.’
[오냐.]그 전 화들이 아무리 황당했든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건 다음 화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막장도는 내려간다.
그건 이미 한유미에게 처음 총을 들려주고 난 후의 막장률 추이에서도 뼈저리도록 느낀 사실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현재 『연극처럼』은 일견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대규모 시청자 물갈이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한때 4, 50대 여성이 주류였던 시청층은 이제 2, 30대 남성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며 혼재된 양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빨라야 15화 전후에 유입된 이들로 적응이 빠르다. 이들이 애초에 이런 거구나, 하고 보기 시작하면 90퍼센트는 요원해진다.
내가 말이 없자 눈앞의 유지아는 점점 침울한 표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럼 이거 빠꾸시킬 거냐?]‘못 하죠.’
유지아는 그렇다 쳐도 서예린 작가와 그 외를 납득시키는 게 가능할 리 없다.
그리고 일단 나부터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현재 막장도는 80퍼센트.
10퍼센트만 올리면 되는데··· 10퍼센트만 올리면······.
···아.
머리를 헤집던 내게 문득 어떤 생각이 번뜩였다.
굳이 후반 시나리오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요는 막장도를 맥스치로 올릴 수 있는 한 방만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딱 한 방이면 된다.
그 후에 막장도가 얼마나 내려가든 그건 걱정할 요소가 아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는 그 한 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심지어 묘수로 만들 수 있는 정보가 모두 들어 있었다.
다름 아닌 장소.
“지아야,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내가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지아는 점점 표정이 요상해지더니 끝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