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magic! RAW novel - Chapter 296
299화.
지름 10km의 완벽한 구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인공 구조물······. 아니, 인공행성.
에덴(Eden).
비록 그 크기는 진짜 행성이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작은 크기이기는 했지만, 고작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말도 안 될 수준의 작업량과 천문학적인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구조물이었다.
하지만······.
[ 현재 공정률 99.9%······. ] [ 프로젝트 에덴. 최종 공정 단계 진입.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보란 듯이 해내는 데 성공한 초월체 엘리스.
에덴을 건조하는 데 필요로 하는 자원과 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해서 확장의 제한을 완전히 없애버린 그녀는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져 버렸다.
위이이이이이잉.
차르르르르르륵.
그 수를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작업 골렘들.
중력이 없는 우주 한가운데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저마다 부여된 과업을 단 1초도 쉬지 않고 이어가는 이들의 움직임 속에서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에덴은 매끈한 구의 형태를 뽐내며 화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인공위성과 망원경을 비롯한 여러 관측 장비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는 인류는 불가능에 가까운 그 기적을 해낸 엘리스라는 존재를 앞에 두고 진심으로 경외심을 표했다.
[ 이건······. 정말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우리 인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제 평생에도 다시 없을 일이 될 겁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 [ 저희가 이번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에덴의 건조 사진을 분석해 봤습니다. 에덴의 지름이 10km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고 작업용 골렘의 크기가 10m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이 사진에 투입된 작업용 골렘의 수는 최소 8천만 대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그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걸까요? ] [ 에덴은 자그마치 은하단을 넘나들 수 있는 최신예 우주 함선이자 동시에 막대한 마력을 발생할 수 있는 발전 장치이자 저장소나 다름없습니다. 그 가치를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환산한다고 한다면 최소 100경 달러는 넘지 않겠습니까? ]인류가 문명의 역량을 총집결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루어낼 수 없는 기적의 산물.
그리고 그 표현은 엄밀히 말해서 틀린 것은 아니었다.
[ 신기. 창세의 가지(The Branch of Genesis) 투입. ]에덴을 완성하는 마지막 공정.
인공적으로 조성된 독립적인 생태계에 세계수의 신성이 담겨 있는 창세의 가지를 옮겨심자 마법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절대로 불가능한 현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맥동하기 시작한 에덴.
그리고 그 마력은 곧장 함선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수십만 개의 최상급 마나석으로 흘러 들어가 지금까지 정지 상태로 있던 수많은 마력 회로가 본격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모든 시스템 정상. ] [ 출력 24%. 시스템 가동률 100%. ]온갖 고위 마법들이 덕지덕지 새겨져 있는 에덴의 복합적인 기능들.
그 모든 것들이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엘리스는 이 모든 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인류에게 선언했다.
[ 에덴의 건조가 완료되었습니다. ] [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에덴의 건조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모든 인류가 가슴 졸여가며 기다려왔던 순간.
그리고 그런 엘리스의 선언을 모든 통신 매체를 전해 들으며 인류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환호했다.
– 드디어 완성이다!!!
– 와······. 저게 진짜 되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냐?
– 봐도 봐도 믿어지지 않는다.
– 진짜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의 최종 결집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에덴이 완성된 것을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며 연신 감탄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제 드디어 살았다고 안도하며 환호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며 모두가 길거리에 뛰어나와 이 순간을 한껏 즐기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대중과 다르게 정부 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은 표정으로 도열해 있었다.
“뭐예요?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다들 이렇게 몰려와 있어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손님들의 방문. 하지만 이들의 대표로 한 사람이 나와 인사를 건네자 나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미소 지었다.
“위대한 영웅의 마지막 길을 그냥 쓸쓸히 보낼 수는 없죠.”
“에밀리······. 아니, 이제는 대통령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편하신 대로 부르시죠. 당신이 격식을 차려야 할 상대는 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장난스러운 대꾸에 답하며 돌연 진심을 담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대표해 나를 향해 경례했다.
“인류 모두를 대신해······. 당신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 군인 출신이라서 그런가? 무슨 낯 간지럽게 경례에요. 경례는?”
군인으로 시작해 CIA 정보 요원, 그리고 미합중국의 초대 마법부 장관을 역임하며 탄탄대로를 걷다가 결국에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에밀리.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신분 상승이 나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감사하고 또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멀린 님께서 선물해주신 이 소중한 세상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고 보도록 하죠. 괜히 다른 놈들이 정신 못 차리고 이상한 짓 하지 않게 잘 관리하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멀린 님의 이 지구의 남기고 간 것들은 미합중국의 존망을 걸고라도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의지가 가득해 보이는 눈빛으로 다짐하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저 대신해서 우리 누나랑 아영이나 신경 좀 잘 써 주세요. 누나야 뭐 알아서 잘 지내겠지만, 아영이는 조금 힘들어할 것 같거든요.”
“······. 무엇이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신경 쓰겠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며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옆에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아름다운 한 여성을 향해 눈을 돌렸다.
“여왕님께서도 오셨네요?”
“위대한 우리 영국의······. 아니, 인류의 구원자께서 가시는 길, 어찌 감히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죠.”
이전의 그 할머니의 인자한 느낌은 어디 가고 강력한 마력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나와 위대한 맹약을 맺으며 강대한 마력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육신을 선사 받은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대한 왕실의 권위 앞에서 새로운 영국······. 아니, 유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저와의 맹약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잊지는 않으셨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리 왕실은······. 아니, 영국은 이 인류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법을 수호할 것이며, 그 사명을 이어받기 위한 강력한 수호자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 그리고······. 제발 저에 대한 그 온몸이 뒤틀리는 오글거리는 신격화는 좀 그만하고 다니고요.”
“원하신다면, 앞으로는 조금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온갖 주변 정리와 신변 정리를 다 마무리한 나는 이내 고개 숙이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수많은 지도자를 눈으로 쓱 훑어보며 말했다.
“이 순간 이후로 아마 여러분 중에서 평생 저를 보게 될 일은 없을 거예요.”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년은 더 걸리게 될 기나긴 여정.
그 기나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는 인간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나는 애써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이들을 향해서 말했다.
“뭐, 까놓고 말해서 여기서 진심으로 그 사실을 슬퍼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은 몇 없겠죠. 이제 온갖 일들에 참견하는 미친 새끼 사라져서 좋다고 환호하는 놈들은 수두룩할지 몰라도.”
에밀리나 엘리자베스 2세. 그리고 저 옆에서 ‘수백 년? 얼마 안 걸리네요’라며 웃고 있는 자본주의에 타락한 엘프 여왕을 제외하고는 아마 내심 좋아하고 있을 이들.
그런 이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경고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돌아왔을 때 이 세상이 최소한 현재 상태는 유지하고 있기를 바랄게요. 또다시 개판 쳐 놓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말 안 해도 아시죠?”
“······.”
화사하게 웃고 있지만, 내 살기 가득한 미소에 이들 중 대부분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침묵하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한 번 더 경고를 남긴 나는 입맛을 다시고는 이내 손을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평상복이었던 내 모습은 모두가 익숙했던 모습으로 뒤바뀌었다.
인터넷에서 5천 원 주고 산 듯한 별무늬가 가득 박혀 있는 유치찬란한 마법사 망토와 고깔모자. 중국산 짝퉁 용가리 인형 용용이와 블링블링하고 핑크발랄한 시크릿 쮸쮸의 마법봉.
그야말로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던 광기 그 자체의 패션이었지만,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서 미친놈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류를 구원하는 위대한 대마법사를 바라보는 듯한 경외감이 가득한 시선.
그 시선들 속에서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이것으로 마법의 위대함을 알지 못하는 무식하고 미개한 인간들을 위한 마법 강의는 종강하도록 하죠.”
그렇게······.
천공섬 우로보로스에서의 밝은 섬광과 함께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개쩌는 마법사는 자취를 완전히 감추었다.
이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서 세계사에 기록되며 말이다.
*
[ 승선을 환영합니다. 관리자님. ]공간 도약으로 화성에 공전하고 있던 에덴의 내부로 곧장 넘어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는 엘리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엘리스. 이 무지막지한 물건을 3년 내로 만들어내느라 그동안 고생했어.”
[ 별말씀을. 저의 역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거의 99.9%의 공정을 혼자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에덴의 건조에 많은 역할을 한 엘리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역할이 다했기에 나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용용이를 함교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우우우우웅.
[ 권한 승계 절차 가동. ] [ 현 시간부로 에덴의 모든 통제권을 친애하신 수룡 동지. 용용이님께 이전합니다. ]에덴의 모든 통제권을 엘리스로부터 이전받은 용용이.
그리고 이내 그의 모습이 환영 마법으로 구현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어휴······. 예상은 했지만, 엄청 복잡하네.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정도다. ]순간적으로 몇몇 조명들이 깜빡거리며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내 에덴의 모든 시스템을 하나하나 파악하며 적응하기 시작한 용용이. 그리고 그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모든 것들이 파악된 듯,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주인. 이제 준비 완료야. 출발하고 싶으면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어. ]사방에서 온갖 장비들이 윙윙거리기 시작한 함교.
하지만 나는 혀를 차며 에덴의 성능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한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이내 환한 미소로 지으며 용용이 옆에 환영 마법으로 구현되어있는 엘리스에게 말했다.
“엘리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 무엇이든지요. ]“앞으로 내가 떠나고 난 이후에 지구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게 될 거야.”
내가 본 미래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내가 떠나고 난 이후의 인류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인간은 미개하며, 권력을 가진 인간은 무조건 타락한다.
그 명제로 인해서 발생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들.
그에 대해서 완전히 대비해 놓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게 될 크고 작은 문제들은 발생하게 될 것이었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재 저의 연산 용량이라면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를 완벽하게 통제하여 이상향을 이룩할 수······. ]그러한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엘리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알아. 너라면 그 모든 문제를 막을 수 있지. 하지만 내가 하려는 부탁은 그 모든 문제를 그냥 내버리라는 말이야.”
[ ······. 이해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이해할 수 없겠지. 하지만 멸망에 이르는 수준의 재앙이 아니라고 한다면, 인간들의 문제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도록 해. 대한민국을 제외한 그 이상으로 너의 관할권을 확장하는 것을 금지할게. 이건 명령이야.”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나의 명령에 잠깐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스.
하지만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숙이며 정중한 예를 표하며 말했다.
[ 명령 확인. 관리자님의 뜻대로 저의 관할권은 대한민국으로 한정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 없다고 화성으로 숟가락 내미는 새끼들은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리고.”
[ 알겠습니다. ]내가 없다면 지구 정복을 넘어 태양계 전체를 정복하고도 남을 수준의 엘리스.
그런 그녀가 폭주하는 것을 막아설 수 있는 한계선을 설정한 후, 나는 조금은 표정을 풀고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지구를 잘 부탁한다.”
[ 관리자님과 친애하는 수룡 동지께서 돌아오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두 분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문득 태양 너머로 비치는 지구의 모습을 멀리서 감상한 나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 한참 동안 그 순간을 즐긴 후에 말했다.
“용용아. 슬립 스페이서. 가동해.”
그렇게······.
에덴이 완공된 당일.
축제 분위기에 잔뜩 물든 인류 문명을 뒤로 하고 에덴은 흔적도 없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차원과 차원 틈새에 존재하는 허수 공간으로 진입해······.
광속의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배에 달하는 속력으로 가속하며 저 머나먼 은하에 자리 잡은 우주 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