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magic! RAW novel - Chapter 297
300화.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반짝이는 대우주.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우주를 탐험하고 항해하는 일은 지극히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인류의 모든 기술력을 결집해 만들어낸 역작. 에덴은 그런 여러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항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원과 차원을 가르는 경계벽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이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공허 상태인 허수 공간.
대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그 어떤 물리 법칙도 방해할 일이 없는 그 공간 안에서 그 속력을 무한정 중첩하고 가속한 에덴은 일찍이 광속을 아득히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그 허수 공간에서의 항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
광속의 수백, 수천······. 아니, 자그마치 100만 배가 넘어서는 속력까지 도달한 에덴.
하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나아가도 자그마치 10년이나 걸리는 이 기나긴 항행을 시작한 나는 이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도 유익하게 지냈다.
“야. 용용아. 오늘은 좀 재밌는 거 없냐?”
[ 글쎄······? 스토리 오브 판달리아라도 좀 할래? ]“아니, 내가 왜 너 자캐딸에 심취한 똥망겜을 왜 하는데?”
[ 무슨 그런 심한 말을! 얼마나 인간들한테 인기 많은 게임이었는데! ]“그냥 영화나 재밌는 거 보여줘. 안 그래도 내가 안 본 것들 산더미처럼 가득하더구먼.”
[ ······. 쳇. 알겠어. ]그동안 과거로 돌아오고도 마법 혁명으로 세계를 개혁하랴, 지구의 멸망을 막아서랴, 내 뒤통수를 치려는 놈들 엿 먹이랴, 온갖 일들을 처리하느라 매일 같이 바쁘게 움직이기만 했던 나에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이었다.
용용이가 긁어온 현존하는 모든 게임과 영화, 만화 등의 콘텐츠들을 하나하나씩 꺼내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꼬박 즐기기도 하고, 에덴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어느새 훌쩍 커버린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발산하는 몽환적인 초록빛에 하염없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누워 있기도 했다.
“아······. 좋다······.”
과거로 돌아오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요함과 평화.
그 고요함을 최대한 만끽하며 나름대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여정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용용이는 불현듯 나에게 물었다.
[ 주인은 이럴 때 보면 참 독특한 것 같아. ]“뭐가?”
[ 아니, 보통 인간은 이렇게 오랜 시간 고립되어 있으면 외로워하기도 하고, 좀 우울해하기도 하는데 주인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단 말이야. ]지구를 떠나 어딘지도 모를 머나먼 우주의 저편으로 떠나가는 여정.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은 심란해하고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용용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 주인이 느끼는 시간의 관념은 인간의 기준이 아닌 것 같아. 마치······. 시간의 관념을 우리 일족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할까? ]일만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 드래곤.
그 기나긴 수명 속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은 용용이에게 있어 고작 낮잠 한번 자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인간인 내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그런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니, 뭐. 어차피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늙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 그렇지.”
직접적으로 표현한 건 아니었지만, 이미 마력으로 신체 구석구석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던 나는 일찍이 눈치채고 있었다.
청소년기가 끝나고 모든 육체적 성장이 마무리된 나의 육체는······.
완전히 노화가 멈춘 채, 가장 팔팔한 시기에서 멈춰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로초를 먹은 것도 아닌데 불로불사(不老不死)의 특혜라니. 역시 최상위 신격과의 계약은 기본 혜택 자체가 차원이 다르긴 하더라고.”
[ 뭐······. 내 몸뚱이에 걸려 있는 비파괴 설정하고 비슷한 거지 뭐. ]누군가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노화나 병으로 죽을 일은 없어 보이는 육체. 그렇기에 나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이 기나긴 여정에 대해서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항행에 백 년이 걸리든 천 년이 걸리든 알 게 뭐야? 아무튼 문제없이 도착만 하면 되는 건데 뭐.”
[ 그래서 말인데. 주인. 우리 이제 거의 다 도착했어. ]“······?”
용용이의 말에 나는 일순간 사고 기능이 작동을 멈추며 얼어붙었다.
“진짜로?”
[ 어. 우리가 항행을 시작한 지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정확히 9년 353일 19시간 25분 21초가 지났어. 이제부터는 슬슬 감속에 들어갈 예정이야. ]대략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우주 항해.
하지만 어느새 그 기나긴 세월이 지나갔다는 말에 나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무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쩝······.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더니 진짜였네.”
“어. 만날 놀기만 하니까 그런가? 꽤 오래 놀기는 했는데 무슨 10년이 지나갔대?”
[ 하여간······. 대단하다니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놀고 쉬는 데 오롯이 매진한 10년의 세월. 그리고 그런 사실이 신기하다는 듯이 연신 혼자서 중얼거리는 나에게 용용이는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 그건 그렇고 주인. 이제 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해보지? ] [ 그 강대하다는 우주 제국을 어떻게 무너트릴 생각이야? 나한테는 별다른 공격 기능이 없는데 정말 혼자서 그놈들을 상대할 셈이야? ]오로지 우주 항해와 방어에만 집중된 에덴의 기능들.
별다른 공격 마법이라고 할 법한 것들이 전혀 없는 용용이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오자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일단, 내가 불러주는 좌표에 있는 행성 근처의 우주로 접근해.”
[ ······. 여기가 어딘데? ]“케루빔 제국의 주요 함대와 정예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행성. 주변에 보급 기지와 더불어 에너지 공급소, 함선 건조 및 정비 시설과 병력 훈련소, 그리고 사관 학교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들어서 있는 그야말로 군사적 요충지이자 천혜의 요새 행성이나 다름없는 곳이지.”
[ ······. 그런 곳을 제 발로 들어가자고? ]“너는 멀리 떨어져 있기만 해. 마력이 조금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 행성 안으로 진입하는 건 나 혼자만 할 생각이니까.”
이 우주 제국과의 싸움을 위해서 준비한 에덴.
하지만 이 에덴에 그 어떠한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것은 시간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이 주요한 이유는 아니었다.
“나 자체가 에덴의 최종 병기이자 주요 전력인데 무기가 왜 필요해?”
살아있는 생체 폭탄이자 전략 병기나 다름없는 나.
내가 직접 그 행성을 잠입하기만 한다면, 그 이후로 이들이 막을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저 멀뚱거리며 바라보는 용용이에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멀리서 똑똑히 지켜보라고. 용용아.”
“위대한 마법의 힘 앞에서 그들의 그 강대한 함대가 얼마나 허무하고 속절없이 무너지게 되는지 말이야.”
*
케루빔 제국의 핵심 군사 행성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나이젤.
행성의 거주민 대부분이 군인이거나 군 관계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군사 시설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이곳에서 케루빔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
“!$#@!#%!%#$@”
마치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의 외형에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촉수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묘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서로 소통하며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는 듯한 이들.
그리고 그런 케루빔 종족들이 가득한 길 한복판을 대놓고 걷기 시작한 나는 이내 곳곳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다니기 시작했다.
“이게 진보한 과학 기술로 구현된 미래 문명의 모습인 건가······? 확실히 어마어마하네.”
끝도 없이 늘어선 건축물들과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온갖 비행체들과 행성의 궤도를 떠돌고 있는 수많은 우주 함선과 우주 구조물들. 행성의 어느 한 곳도 남김없이, 모든 곳이 완벽하게 모든 곳이 개발되어있는 이 행성을 보며 나는 이들이 쌓아온 기술력과 문명의 산물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스스로 멸망하지 않을 과학 기반의 인류 문명의 미래가 이런 느낌이겠지······?”
순수하게 과학 기술만을 가지고 만들어낸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 행성.
행성 전체를 개조해 거대한 군사 시설이자 요새로 만들어낸 이들의 업적은 분명, 이 드넓은 대우주에서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어떻게 행성 전체에 마력이라고 할 법한 에너지가 한 줌도 남아있지 않냐? 아무리 메마른 곳이라도 그렇지. 이것도 진짜 장난 없네.”
기존 행성의 모습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적인 생태계라는 것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곳이 인공적으로 개발되고 개조된 행성. 이런 곳에서 대자연의 순수한 생태계에서나 발생하는 마력이 존재할 리가 없었기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케루빔 제국의 행성을 관광하고 다녔을까?
어느새 몰려온 케루빔들이 나를 포위한 채로 자기들끼리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비상! 비상! 침입자 발견! ] [ 처음 보는 외계 생물인데. 도대체 어디서 온 거지? ] [ 일단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미확인 외계 생명체다. 연구 가치가 있어. ]무언가 기괴하게 생긴 무기를 나에게 내밀며 위협적인 기세를 풍기며 대화를 나누는 케루빔들. 그리고 이들의 언어를 알지는 못했지만, 마법의 힘을 빌려 이들의 대화를 전부 이해하고 있는 나는 황당함에 조소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 누구를 해부해? 이 망할 문어 대가리 같은 놈들이.”
[ 네놈!!!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 어느 행성에서 온 놈이야? 어떻게 이곳에 침입한 거지? ]자기들의 언어로 말을 걸자 격양된 반응을 보이며 호들갑을 떠는 케루빔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질문에 답해 줄 생각은 없다는 듯,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 됐고. 일단 네놈들의 방식대로 한번 놀아보자고.”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 앞에서 수없이 많은 문명을 파괴하고 말살시키며 대제국을 형성한 케루빔. 이들의 그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법을 시전했다.
“헬 파이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면서 말이다.
*
케루빔 제국의 온갖 최신예 병기와 함선들이 가득 모여 있는 행성. 나이젤.
그 누구도 감히 뚫을 수 없는 강대한 무력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순간에 거대한 폐허로 뒤바뀌어가기 시작했다.
[ 비상! 비상! 전군 지정된 장소로 집결하라! ] [ 미확인 생명체의 침입 확인. 최고 위험 단계로 격상. ]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격멸하라!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사고나 테러 정도로 생각하고 진압을 명령했었던 나이젤 행성의 총독이자 총사령관인 카이저.
하지만 그는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행성의 핵심 방어 시설과 무참히 파괴되어가는 정예 함선들을 보면서 지금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어엉.
사방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은 주포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쉴새 없이 날아드는 레이저와 하늘을 가득 메우는 공격기들에서 끊임없는 집중 포격이 하나의 존재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모든 공격은 조금도 먹히지 않는 것을 보며 그는 소리쳤다.
[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한 거냐! ]갑작스럽게 나타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행성 하나도 거뜬히 파괴할 수 있는 공격을 막아내고 제국 전체의 군사력의 40%에 달하는 전력을 야금야금 파괴해나가며 행성 전체를 초토화하고 있는 상황.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터무니없는 상황을 보며 그가 소리치고 있을 그때. 병사 하나가 다급한 그가 있는 함교로 들어와 소리쳤다.
[ 크······. 큰일 났습니다. 사령관님. 지금 당장 도망······. 키에에에에엑. ]“여기 있었구나?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한참 찾았잖아.”
[ 너······너는? ]분명 방금까지 수백 킬로미터는 더 떨어진 전장에 있었는데, 어느새 자신이 있는 핵심 본부의 안으로까지 침입한 괴생명체.
그런 그를 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카이저는 소리쳤다.
[ 여기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이지? 요새의 방어막도 가동 중인데다가, 워프 교란 장막도 가동 중일 텐데 이게 어떻게······. ]이들의 과학 기술로는 어떤 방식으로도 침투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경악스러운 외침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사용하는 공간 도약 방식은 너희들이 쓰는 방식이랑은 완전히 다르거든. 그깟 조잡한 수준의 교란 정도를 파훼하는 건 일도 아니지.”
마치 암호를 0000으로 설정해 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원시적이고 기초적인 방식.
그런 이들이 수준을 비웃으며 나는 부들부들 떨며 레이저 무기를 나에게 겨누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깟 무기가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 ······. 원하는 게 뭐냐? ]“다른 건 아니고, 너희들의 본진에다가 메시지 하나 좀 전할 게 있어서.”
[ ······. 뭐라? ]백여 개 정도의 행성을 보유하고 있는 케루빔 문명.
그 행성들이 죄다 사방에 흩어져 있고, 적게는 수 광년, 많게는 수만 광년까지도 떨어져 있었기에 그 머나먼 거리를 넘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있는 이들의 최신 통신 시설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그래도 그전까지는 얌전히 있어.”
[ 이······이게 무슨! ]내가 손을 튕기자 순식간에 몸이 바닥에 처박히며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카이저. 그런 그와 다른 이들을 헤치고 처음 보는 형태의 패널들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내 카메라처럼 보이는 어느 한 기계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케루빔 제국 여러분. 저는 저 머나먼 지구라는 행성에서 온 멀린입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뭐 핵심만 요약하자면 미개하고 열등한 여러분을 정복하고 지배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가 들어도 얼굴에 물음표를 잔뜩 띄울 듯한 선언문.
하지만 나는 모든 사족을 다 떼고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제국의 황제가 직접 나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하고 저와 친애하는 수룡 동지 용용이의 영도력 앞에서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충성하겠다고 맹세하십시오.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습니다. 만약 이 요구를 거부하고 저와의 전쟁을 결심한다면······. 여러분의 앞에 남은 것은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멸망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디······. 저에게 대항한 나이젤 행성의 최후를 기억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마법의 위대함을 모르는 미개하고 열등한 케루빔 종족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을 남기며, 나는 마지막 경고 한 마디를 남기고는 메시지를 이들의 제국 행성 전역에 전송했다.
[ 도대체 뭘 어쩔 생각인 거냐! ]바닥에 짓눌려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못하면서 발악하는 이 행성의 총독이자 총사령관인 카이저. 그런 그의 외침에 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긴, 이 행성을 파괴할 생각인 거지,”
[ 뭐······. 뭐라고······? ]나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되묻는 카이저.
하지만 나는 쪼그려 앉아 그와 눈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행성을 파괴하는 것은 방법만 알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 행성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코어만 파괴하면 되거든. 그것도 특히나 코어를 사방에서 꾹꾹 눌러주며 압력을 수백, 수천 배 정도로 가해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 ······. 지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우우우우우웅.
못 믿겠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그에게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강대한 마력을 피워 올리며 나는 속삭이듯이 그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게 말이 안 되는 일일까?”
*
[ 와······. 이 미친 새끼······. ]나이젤 행성에서의 볼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자마자 질린다는 얼굴로 욕부터 박는 용용이.
그런 그에게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또 오자마자 지랄이야?”
[ 아니, 지랄이 아니라. 뭘 하나 했더니 아예 행성 자체를 폭파해버리고 오냐? 도대체 이건 무슨 마법이야? ]“찾아보니까 있던데?”
행성을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멸세 마법. 슈퍼노바(Supernova).
도대체 어디서 누가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법을 통해서 나이젤 행성은 그 강대하던 케루빔 제국의 함선 전단들까지 집어삼키며 장렬하게 우주의 먼지로 산화했다.
[ 이러니까 나한테 무장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한 거구나. 아니, 그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 어떻게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쓸 수 있는 건데? ]상식을 초월하는 나의 행보에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혼잣말로 연신 중얼거리는 용용이.
그런 그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며 앞으로 이어가야 할 행보를 말해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다음 좌표로 이동이나 해. 그 황제 새끼 머리 뚜껑 열려서 너 잡아 족치려고 함대 이끌고 날아오는 중이니까.”
이미 이 모든 여정의 끝까지도 보고 온 상황.
그렇기에 정해진 미래로 흘러가기 위해서 모든 변수를 차단하고 그대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나를 보며 용용이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 주인······. 도대체 이 여정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 거야? ]결국 케루빔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지 궁금한 듯한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제 다른 행성에서는 딱히 여기에서처럼 행성 전체를 박살 낼 필요는 없어. 한 절반 정도 몰살시키는 곳은 있겠지만······. 이제 남은 건 그 황제 새끼 잡아 족치는 거랑 내가 그 새끼 권좌에 앉는 거야.”
[ 뭐······? ]예상치도 못한 내 계획에 당황한 기색으로 되묻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러면 내가 그 1조나 되는 생명체들을 모조리 다 죽일 거로 생각했냐? 무슨 마왕도 아니고 그런 악업을 쌓을 이유가 있나? 말 안 통하는 위의 대가리 놈들만 싹 다 정리하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과 비슷한 것들이 될 거야.”
“미개하고 열등하기 그지없는 이 비천한 케루빔 종족들에게······.”
“위대한 마법의 개념을 선사하며 푸르고 초록빛 가득한 대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내려주는 거지.”
[ ······. ]마법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의 개념이 지배하는 세상.
이 넓고 넓은 대우주에 마법이라는 개념을 전파한다는, 나와 중국산 짝퉁 용가리 인형 용용이의 위대한 마법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완(完).
작가의말
그동안 주인공 마법 만세를 감상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완결 후기를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