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
240화.
[ 다음 뉴스입니다. 북한이 오늘 남한과 통일에 관한 조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하였습니다. 당장 통일이 이루어지면 급격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 앞으로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 조약으로 인해 다음 대 대선은 남북한 합동 선거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수립된 단일 정부 아래에 남북한이 진정한 통일국가로 재탄생하기로 확정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통일.
비록 2년이 지연되었지만, 이 이후에는 남북한의 통일을 확실하게 명시한 조약으로 드디어 반세기가 넘은 한민족의 숙원을 해결하고 다시 하나가 된다는 사실에 남한은 축제 분위기에 들떴다.
“야, 진짜 통일이 되긴 되는구나.”
“그러게 말이다. 내가 죽기 전에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야, 그런데 이거 엄청난 기회 아니야?”
“뭐가?”
“2년 후면 이제 2천만 인구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거잖아, 그러면 뭐든 사업하기 딱 좋은 상황 아니야? 어차피 북한 사람들은 임금 적당히 줘도 별 불만 없을 것 같은데.”
“이 자식은 또 쓸데없는데 눈독 들이네. 너 저번에도 사업한다고 했다가 말아먹었잖아.”
“야, 요즘 얼마나 인건비가 올랐는데? 아진 그룹에서 하도 대규모 채용을 남발해 버리니까 일자리 구직자도 줄어들고, 업체들끼리 경쟁 붙어서 평균 임금만 엄청나게 높아졌잖아. 요즘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하겠다는 사람 아무도 없어. 미쳤냐고 욕이나 하지.”
역사적인 대규모 호황기를 맞이한 한국은 아주 기이한 상황이 일어났다. 보통 고용주가 갑이고 노동자들이 을이었지만, 아진 그룹 때문에 엄청난 구인난에 시달린 업체끼리의 임금 경쟁이 붙어 이제는 고용주가 갑질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노동자에게 일할 곳은 어디든 넘쳐났으니까.
“그건 그렇겠다. 어차피 북한 얘들은 쌀밥에 고깃국만 먹어도 배불러 하며 만족할 애들이니까 확실히 통일하면 조금 인건비가 줄어들긴 하겠다.”
“그렇지? 좀 그럴듯하지?”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통일을 기다리며 군침을 흘렸다. 값싼 노동력과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과 부동산들. 그리고 그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2천 500만의 소비 시장은 이들에게 있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북한에게 주어진 2년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이들이 얼마나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지. 한강의 기적이 우스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북한에 대한 모든 지배권을 장악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 뭐······뭐라고? ]“2012만 2645대. 북한에서 8살 이상의 인구수에요. 스마트폰을 전부 1대씩 지급할 계획이니, 최대한 빨리 물량 빼서 보내주세요.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 있는 가구가 너무 적어서 우선 급한 대로 무상보급해 줘야겠더라고요.”
[ 그 많은 물량을 공짜로 뿌리겠다는 건가? 북한 전체에? ]“그럼요. 북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세상과의 너무 단절되어 있어 개개인의 정보 격차가 심각하다는 거예요. 우선 세상 돌아가는 상황부터 먼저 파악하고 자기들이 얼마나 거지처럼 살았나 자각할 필요가 있어요.”
스마트폰이 가진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에서든 사람과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아마 스마트폰이 손에 들어주면 알아서 깨달을 것이다. 남한의 번영을 보며 자신들이 얼마나 거짓된 착각 속에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아르고스의 눈이 우선 작동을 해야지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실 스마트폰의 무상 보급은 후자의 이유가 가장 컸다. 남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사회기반시설들. 그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는 감시 카메라들은 평양과 같은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없다시피 했다. 그렇기에 우선 스마트폰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 장악력을 먼저 높일 필요가 있었다. 이준희 회장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우선 상황은 알겠네. 무리하면 이번 달 안에 그 정도 물량은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네만 그 정도 물량이면 가격이······. ]단가 100만 원의 스마트폰. 2000만대면 어렴풋이 잡아도 자그마치 20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웠는지, 천하의 이준희 회장이 돈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했다.
“안 떼어먹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물건만 보내세요. 제가 그 정도 돈도 없는 줄 아세요?”
관문의 소유권을 보유한 돌핀 해운의 지분, 거기에 아르고스, 아진 전자의 지분과 배당금만 하더라도 이미 측정할 수 없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돈 걱정은 사실 무의미했다.
[ 크흠흠······. 내가 설마 자네가 떼어먹을 거로 생각했겠는가? 걱정하지 말게. 내 책임지고 이번 달 안으로 신속히 물량 전부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지. ]“그럼 믿고 부탁드릴게요. 회장님. 언제 한번 들릴 테니까 밥이나 한번 먹죠.”
빙긋 웃으며 전화를 끊은 나는 윙윙거리며 열심히 북한 정비에 매진하는 아르고스의 연산장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르고스. 좀 잘 돼가?”
– 현재까지 처리한 사안에 대해 보고하겠습니다.
내 물음에 간략히 답한 아르고스. 하지만 몇 초 후부터 내 휴대폰에는 수천, 수만 개의 메시지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북한 교육 시스템 재개편. 대한민국의 교육 편제와 동일화. 교육과정 재조정.
– 기초적인 인권 확립. 기존의 모든 재판의 전면 무효화. 대한민국 현행법에 따른 재심 실시.
– 미국을 포함한 129개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 국교 체결 및 대사관 설치 협의.
– 국가 간 경제 협력과 시장 개방에 대한 조약 추진, 외국인 포로 송환 및 채무 청산.
– 정치범 수용소의 즉각적인 폐쇄. 모든 수용수들의 석방.
– 행정 시스템 개편. 인사 혁신 및 직급 재배치 실시.
– 토지 정비 실시. 부동산 시장 자율화 시스템 구축.
– 모든 화폐의 대한 재정비. 기존의 경제 체제 전면 무효화.
– 인구 조사 전면 재정비. 보건 기초 계획 수립.
– 현행 헌법 및 법률의 폐기. 남한의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재구축.
······.
경제, 의료, 행정, 군사, 교육, 입법. 어느 하나 가리지 않고 모든 곳을 건드리는 아르고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조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었기에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말 안해도 잘하고 있네. 혹시 내가 뭐 도와줘야 할 건 없어?”
내 물음에 아르고스는 잠깐 윙윙거리더니 이내 한 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
– 관리자님이 지시한 목표를 모두 이루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2년 내로는 불가능합니다.
2년. 통일까지 주어진 그 2년 동안 나는 아르고스에게 목표를 제시했다.
“못해도 남한의 경제력에 한 90%까지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해 줘. 그 이상도 가능하면 좋고.”
하지만 뭘 하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북한. 사회 간접 자본이나 기반 시설도 부족하거나 너무 낙후되어 있는 상태였고, 전력도 모자라 밤만 되면 온통 암흑 천지가 되는 상황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보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력을 끌어올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건 안 돼.”
아르고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투자라는 것은 단순히 호구처럼 돈을 퍼 주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발생할 막대한 이익을 나눠 먹기 위해 숟가락을 얹는 행위.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의 성장에 과실 대부분을 타국에 빼앗길 가능성이 컸다.
–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단은 한정적입니다. 노동력을 제외한 인적 자원이나 기술력, 자원. 그 어느 것에서도 유리한 이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돈을 쓸 일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벌어들일 곳은 도통 없는 빛 좋은 개살구.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지금 현재의 북한이었다. 손익 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라면 아마 반 세기 동안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곳이기에 남한에서는 북한과 통일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많았다. 북한과의 통일은 그 시대상의 사람들의 희생이 수반되는 일이니까.
“유리한 이점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스마트폰,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지하도시 언더월드, 윙윙이, 아르고스 시스템, 암 치료제 킬코드, 자라나라 머리머리. 내가 만들어낸 이 모든 것들은 사회를, 국가를, 그리고 나아가 세계 전체를 뒤바꾸었다.
아르카디아만와 그곳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 골드만 해도 미국에 못지 않는 수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만약 북한에 팔아먹을 것이 없다면, 팔아먹을 만한 것을 하나 던져주면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아직도 이 세상에 내놓지 않은 기술들이 많았으니까.
–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응?”
내 계획을 들으며 아르고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 관리자님의 기존 사고방식과 상충되는 행위입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막대한 부가가치가 지닌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관리자님이 말씀하신 소위 ‘호구 새끼’나 할 짓입니다.
“······. 도대체 얼마나 나를 치졸한 놈으로 보고 있던 거냐.”
무심코 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처럼. 아르고스가 하는 말이 아무런 감정 없이 솔직하게 있던 그대로를 말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뼈저리게 가슴 속에 꽂혔다.
“걱정하지 마. 이건 내가 호구라서 하려는 일이 아니야.”
내가 무슨 성자라서 북한에 수십 조나 들여서 스마트폰을 무상 보급하는 것도, 민족적인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느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벌이는 일이었다.
“이건 인류에 있어서 거대한 하나의 도전이자 실험이야. 인간이 통치하는 국가보다 인공지능이 통치하는 국가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얼마나 공정한지. 그리고 얼마나 투명한지. 나는 아르고스 네가 얼마나 뛰어난 지도자인지 이 세상에 증명해 내고 싶어.”
나의 최초의 작품. 아진 전자에 첨단 반도체 제작 기술을 거의 공짜로 떠넘기다 싶이 하면서까지 기술 혁신을 일으켜가며 만들어낸, 작은 상가 건물 안에서 처음 태어난 아르고스는 지금까지 나를 위해 수많은 것들을 해 주었다. 언제나 그림자 속에 존재하며, 사람들에게 악당으로 남아있던 아르고스. 이것은 지금까지 나를 위해 헌신해왔던 그를 위한 작은 선물과 같은 것이었다.
단순한 해킹 프로그램이나 감시 시스템이 아닌, 진정한 이상국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완벽한 지도자이자 국가 통제 시스템으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 그렇기에 북한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고, 성공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지니. 기존에 설치된 관문들 설치 좌표를 변경한다.”
[ 어디로 변경할까요? ] 나는 윙윙거리는 아르고스의 설비를 바라보며 히죽 웃으며 명령했다.“북한으로”
[ 알겠습니다. ]양방향으로만 이동이 가능한 관문 시스템. 각 대륙에 이어지도록 설정된 관문의 출입구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잇는 그 관문들이 모두 북한의 해역에서 새롭게 열렸다.
“이제부터 북한은 전 세계의 물류를 잇는 핵심 허브로 성장할 거야. 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나는 한 가지를 더 명령했다.
“아르고스. 무기 개발과 관련한 기술을 제외하고, 경제 성장에 필요한 기술이라면 넘버링 프로젝트에 관해 무제한적인 개방과 활용을 허가한다.”
넘버링 프로젝트. 언젠가 내가 써먹기 위해서 저장해 둔 초미래적인 과학 기술의 보고. 아직 꺼내놓지 않은 기술들이 많았기에, 잘만 활용한다면 아마 북한은 2년 동안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이제 아르고스의 역량에 달린 일이겠지만 말이다.
아르고스는 한참 동안 윙윙거리는 소리만 내다가 이내 짤막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 관리자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인공지능이지만 이 짤막한 메시지에서 나는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르고스의 연산 장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잘해보라고. 최고 지도자 동무.”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양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며 경제사와 정치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거대한 변혁이.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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