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
249화.
[ 관리자님. 90만 명 전원. 무사히 안전지대에 워프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 지니.”
엄청난 에너지의 잔류가 이곳저곳에서 튀기는 황량한 대지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지었다.
방금까지 내 눈앞에 있던 그 거대한 수용 캠프와 90만 명의 난민이 단 한 순간에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터전으로 이동했다. 행성 간의 아득히도 먼 거리를 초월하여, 이들이 절실히 원하던 보호를 받기 위해서.
“미······민수님! 방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네?”
“뭐가요?”
“화성이라뇨. 지금 아까 앞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화성에 보냈다는 말이에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재차 물어오는 유진. 그녀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 화성은 인간이 살 수 없는 황량한 행성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내가 90만 명의 사람들을 전부 보냈다고 하니, 그녀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하니까요.”
내가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안심시키자 유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도대체 누가······?”
“제가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사람들을 보냈겠어요? 전부 다 준비가 되어 있으니 보냈죠.”
“······.”
이미 지니는 무사히 화성에 도착한 이들 모두에게 준비해 두었던 과제를 제시하고 있었다.
[ 각 개인에 대한 과제를 부여합니다. 협동 프로젝트. 인간 거주 구역 건설. ] [ 할당된 과제를 완수하면, 그에 관한 보상으로 식량을 포함한 필요 물품을 지급합니다. ] [ 타인에 대한 그 어떤 위해 행위도 용납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시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 [ 환영합니다. 완벽하고도 절대적인 피난처. 안전지대(Sanctuary)에 오신 것을. 여러분은 이제 안전합니다. ]“그 사람들은 절대적인 보호 아래에 원하던 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내 사악한 미소를 보며 유진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런 것은 그녀 하나만은 아니었다.
*
– 속보. 사라져버린 난민 거주 구역. 그 진상은?
– 90만 명에 달하는 난민 신청자들. 전부 어디로 간 것인가?
– 주변 목격자들 증언.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군 관계자, 5일 전부터 폐쇄된 난민 시설. 김민수의 개입 의혹 제기.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90만 명의 난민과 그리고 그 넓은 부지의 난민 시설. 그리고 워프가 가동될 때 뿜어져 나온 엄청난 빛무리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님. 그 많은 사람은 다 어떻게 된 겁니까?”
“김민수가 어떤 관계입니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이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어딜 가든 우르르 달려들어 마이크를 내미는 기자들. 이들은 다들 상기된 얼굴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사 계엄령을 내린 것 때문인지, 이들은 최악의 소설을 쓰고 있었다.
“혹시 그들 모두를 죽인 것입니까?”
“군사 계엄령을 내린 것이 이들을 모조리 말살하기 위한 계획이었습니까?”
“김민수가 제안한 것입니까? 아니면 대통령님께서 하신 결정입니까!”
“대통령님! 대답해 주십시오!”
다짜고짜 돌직구로 다 죽였냐고 물어보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이한수 대통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경호원들의 보호 속에 몸을 돌렸다.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는 정말 피곤한 기색이었다.
“끄응······. 이 자식이 진짜······.”
하라는 대로 다 해줬더니, 이런 식으로 대형 뉴스를 만들며 언론의 포화 공세를 두들겨 맞게 만든 민수에게 이한수 대통령은 커다란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말로 다 죽여버린 건 아니겠지?”
분명 강제퇴거 집행 조치를 하겠다는 그. 문제는 그게 어디로 보내는 건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은 민수를 생각하며 이한수 대통령은 순간 귓가에 그의 사악한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강제퇴거를 완벽하게 집행해 드리죠. 이들이 향할 곳은 바로 지옥이에요.’
한국에서만 내보내 달라던 부탁을 그냥 모조리 황천길로 보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자신이 그런 대량 학살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미치자 이한수 대통령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는 밀려오는 엄청난 불안감에 또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나중에 다시 걸어······. ]“이놈은 도대체 왜 전화를 이렇게 안 받아!”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거칠게 전화기를 집어 던진 이한수 대통령은 씩씩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가 애타게 몸이 달아오르는 동안, 민수는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로 그 모든 난민을 책임지고 수용하겠다는 말이오?”
“그럼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자꾸 국경 넘어와서 오랫동안 불법적으로 일하면서 체류하다 걸리면 난민 신청하고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하는 외국인들 보기 싫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제가 전부 책임지고 강제 퇴거시켜드리죠.”
난민들이 제일 많이 유입되는 국가들. 소위 서양이라고 부르는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연합의 수장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마치 사기꾼이 늙은 어르신들을 등쳐먹기 위해서 영업을 하는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이들 모두에게 속삭였다.
“세금만 쭉쭉 빼먹고, 자기들 살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면서 자꾸 공동체 안에서 분탕질만 치는 애들 때문에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골치 아프잖아요? 범죄율 높아져서 사람들 사이에 불신만 높아지지. 난민들은 점점 바라는 것만 많아지지. 딱히 하는 것 없이 먹고 자고 애만 낳아대는 난민들 전부 감당할 수 있겠어요?”
애초에 각 나라의 고급 인력들이 아니라, 단순노동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민들의 무리 속에서 사실 득보다는 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동력이 그렇게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자리가 모자라 실업자가 늘어나는 각국의 공통적인 경제 사정을 보면 오히려 독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우선 그 계획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 주게. 그 난민들을 전부 어디로 보낼 계획인지. 그리고 또 그 나라는 어떻게 이들을 수용하고 지원할 계획인지 그 구체적인······.”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독일 총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디에 보내는지 설명해 드릴 수는 없어요. 혹시 모를 기밀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저를 믿으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겠네요.”
“그런······.”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에요. 이들이 원하던 절대적인 안전과 보호. 그리고 과거의 모든 것들을 버려두고 완전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걸 말이죠.”
“······.”
“싫으면 말고요. 뭐.”
내 말에 모두가 침묵한 채 조용히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제대로 이야기를 해 주지 않는 내가 미심쩍다는 표정들이었지만, 애덤스 대통령은 한숨을 작게 내쉬며 말했다.
“Mr. 민수. 이미 자네가 대한민국에 있던 90만 명의 난민들을 전부 사라지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세간에는 전부 모조리 쓸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네. 정말 이들을 전부 지옥으로 보내버린 것은 아니겠지?”
진지하게 물어보는 애덤스 대통령.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하는 드립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황천길로 보내버린거자너.
– 열차 출발합니다. 목적지는 지옥. 지옥입니다.
– 꺼어어어어억. 속 시원하다.
– 그래도 이 지구에서 탈출한 게 어디냐.
“······. 도대체 저를 뭘로 보고 하는 말이에요?”
무슨 고대 기록에 나오는 묵시룩의 악마를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려움 서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방의 지도자들을 보며 나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절대 그런 이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욕을 먹어도 학살자라는 말은 솔직히 알맞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욕을 들어먹는다면 아마 인신매매범이나 포주라는 말이 더 적합했지만 말이다. 내 확답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 듯, 애덤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네 말대로 하지.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들 전원을 자네에게 맡기지.”
“우리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도 같은 뜻을······.”
“유럽 연합도······.”
소위 말하는 꿀단지 국가들이 모두 나에게 밀려오는 난민들의 뒤처리를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결정에 히죽 미소지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해볼까요?”
“전 세계의 모든 무임승차자의 처단을.”
꿀 딴지만을 찾아다니는 얌체들에게 모조리 거대한 엿을 먹여줄 시간이었다.
*
서방 국가들과의 공조를 약속한 그 이후로 석 달.
그 석 달 동안 내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난민의 수는 자그마치 3천 900만 명에 육박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정신없이 돌아다닌 덕분이었을까? 이제 전 세계를 휩쓸던 난민 사태는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였다.
“쩝, 이제 이 이상 대규모로 보낼 인력은 없는 것 같네. 지니. 거기 상황은 어때?”
[ 복합적입니다. 순응하는 이들, 반발하는 이들. 개개인에 따른 반응이 상반되게 나타납니다. ]“그러겠지. 애초에 난민 신청을 한 동기가 완전히 다르니까.”
가족끼리 살기 위해 도망친 자들에게는 천국이겠지만, 나 홀로 돈 벌려 왔던 이들에게는 지옥일 수밖에 없는 공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무임승차자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이었다.
“아무튼······. 이제 화성으로 이주할 인원은 더 없는 것 같아. 4천만 명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
[ 물론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인간 거주 구역의 시설이 수용 가능한 인구는 1억 명입니다. ]화성에 이주한 이들의 손에서 열심히 건설되고 있는 인간 거주 구역. 지금의 두 배 이상의 인구가 수용 가능한 규모로 건설되고 있기에 아마 완공이 되고 나면 한동안은 큰 문제 없이 이들이 쾌적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인 화성에 고작 4천만 명도 안 되는 인구를 지니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건 말도 안 됐다.
“그럼, 그곳의 일은 알아서 믿고 맡길게. 부탁해. 지니.”
[ 알겠습니다. ]짧지만 믿음직스러운 대답. 나는 그런 지니의 대답에 살짝 미소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굳게 닫힌 거대한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콰앙.
“······.”
UN 긴급 총회. 그곳에 모여 무언가 열변을 토하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차가운 침묵에 휩싸인 회의장 안에서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 내려갔다.
[ 다들 오랜만이군요. 이렇게 긴급 총회를 연 게 마지막이 언제였지요? 다들 이번 난민 사태로 꽤 조급해지긴 하셨나 보네요. ]4천 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세한 설명 없이 이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 그 덕분에 전 세계가 동요했다. 특히 그 난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중동 지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말이다.
[ 자네는 이 총회에 참석할 권한이 없네! 당장 나가주게! ]이번 난민 사태에 꽤 많은 국민이 사라진 인도의 대표부가 모든 이들의 총대를 메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러 번 UN 총회에 난입하고 참석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던 사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도, 미국도. 그 어느 나라도 대표하지 않는 일개 개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았다.
[ 그건 그렇네요. 그럼 그 권한을 받으면 되겠네요. ] [ 뭐······뭐라고? ] [ 이왕 여기 다 모인 상태니까 다시 모일 것 없이 지금 여기서 처리하죠. 지금 이 긴급 총회에 모인 모든 UN 회원국들 앞에서 요청합니다. 새롭게 창설되는 ‘테란’ 연방의 승인을. ]내 말에 모두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휘둥그레 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미국의 대표부와 한국의 대표부마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지니.”
우우우웅.
내 말에 총회장 벽 한 칸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창에는 드넓은 우주 속에 놓여 있는 붉은빛 행성. 화성이 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소위 말하는 국가의 수립 요건이 세 가지가 있었죠? 국민, 영토, 주권. 말이죠. ]모두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나를 바라보자, 나는 사악한 미소를 히죽거리며 외쳤다.
[ 지니. 화성 전체의 카모플라쥬를 완전히 해제해. ]“이······이건!”
“저······저게 도대체!”
“말도 안 돼······.”
내 명령에 붉은빛의 황량한 화성의 모습은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옷을 바꾸는 도마뱀처럼, 푸르른 빛을 은은하게 뿌리는 대양과 초록빛 녹음은 생명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행성 전체에 가득하게 세워진 거대한 기계 구조물들. 그리고 그 화성의 궤도에는 무언가가 돌고 있었다. 골고디아와 비슷한 외형의 우주 전함들이. 그것들을 보며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경악할 때,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
그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그 4천만 명의 난민들이 모두 어디로 향한 것인지. 그리고 민수가 진정으로 노리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그는 전 세계의 대표부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깃발 하나를 펄럭였다.
펄럭.
매끈한 유선형에 푸른 빛. 금방이라도 물거품을 세차게 만들어내며 허공으로 수중 점프를 날리며 앙증맞은 윙크를 날릴 것 같은 귀여운 돌고래가 새겨진 깃발. 그 깃발을 한 손에 들며 그는 당당하게 세상에 선포했다.
“내가. 바로. 국가다.”
테란 연방의 수립. 이 날은 인류의 우주 개척 역사가 처음으로 쓰이는 날이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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