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39
39화. >
39화.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가 중요 시설들이 집중되어있는 수도 서울. 휴전 상태인 북한과 아주 가깝게 위치한 만큼, 서울에 밀집한 군 병력의 경계는 삼엄했다.
– 삐이익 삐이익
“뭐야! 저 소리는? 빨리 확인해 봐.”
수도방위 사령부 제1 방공여단의 작전 통제관으로 있는 이기철 중사는 여유롭게 신문을 펼쳐 읽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경고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병사 하나가 레이더에 나타난 무언가를 살피더니 소스라치게 놀라 외쳤다.
“주······중사님! 저고도 레이더에 미확인 비행체가 탐지되었습니다.”
대낮에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는 미확인 비행체가 있다는 말에 이기철 중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을 구겼다. 투덜거리며 병사가 뚫어지게 보고 있는 레이더를 직접 확인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확인 비행체? 대낮부터 무슨 헛소리 하고 있냐? 그냥 철새들 아냐?”
아주 가끔, 비정상적인 덩치의 새들도 저고도 탐지 레이더에 잡힌 적도 있었기 때문에 중사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레이더에 잡히는 신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빠르게 이동을 하는 레이더의 신호를 보면서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야? 이거?”
“이상하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철새들의 움직임이랑은 전혀 다릅니다.”
확실히 이상했다. 보통 철새 무리의 이동에서 잡히는 경우에는 적어도 3~4개 이상의 신호가 동시에 잡히는데, 지금은 단 하나의 신호만 선명하게 잡히고 있었다. 게다가 새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신호가 움직이고 있었다.
“당장 위에 보고하고 다른 방공 초소에도 이상한 거 뭐 탐지된 거 없나 물어봐.”
이기철 중사는 혹시 하는 생각에 병사에게 명령했다. 병사가 신속히 수화기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상황을 전달했는데, 그들 말고도 서울 한복판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비행체를 목격했다는 신고 전화가 경찰에도 접수가 되고 있었다.
“네? 비행체요? 하늘을 날아요?”
“무슨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고요?”
민수가 날아가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의 전화와 제보가 일선 군부대는 물론 경찰서, 방송국에도 빗발치자, 수도방위 사령부는 그 어느 때보다 재빠르게 움직였다.
“당장 비행체 신호가 마지막에 탐지되었던 곳부터 샅샅이 수색해!”
그리고 신속히 수색 작전을 시작한 경비대대는 신호의 마지막 진원지가 서울시 교육청이라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교육청에서 신호가 끊겨? 뭐 잘못된 거 아냐?”
이번 수색 작전을 지휘하게 된 안용진 대위는 당직을 서서 피곤한 상태에 갑자기 터진 비상에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을 하는 와중에도 투덜대던 그는 교육청에 주차장에서 괴상한 비행물체와 거기에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를 보고 수상함을 느꼈다.
울음을 터트리며 겁에 질린 눈빛을 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마치 니들은 뭐냐는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그 시선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더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의 싸가지 없는 태도가 그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그러면 어쩔 건데?”
“······.”
안용진 대위는 아이의 말에 순간 화가 솟구쳤지만, 그는 이성을 되찾고 말했다.
“너를 항공법 120조와 군사보안법 49조 위반으로 긴급 체포한다. 제압해!”
그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손쉽게 그를 제압했다. 정확히는 아이가 뒷목을 부여잡으며 뭐라 혼잣말로 중얼거릴 뿐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 용진은 군인들에게 붙잡혀 군용 트럭에 태워져 부대로 끌려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인실좆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이 버르장머리없는 꼬맹아.’
“대위님. 여기 이 물건은 어떻게 할까요?”
병사 하나가 아이가 매달려 있던 비행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불법 비행에 대한 증거물이다. 압수해.”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은 순식간에 민수와 그의 발명품을 가지고는 사라져버렸다. 일평생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에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그들이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심지어 교육감조차도······.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군인이라뇨?”
“민수는 또 어디로 데려간 거지? 난 망했다······.”
담임 선생님은 물론 모두가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그들 가운데 기쁨에 겨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올해의 취재상은 내 거다. 씨발! 이 최민식이 꺼야. 으하하하하하하하’
민수의 등장부터 교육감과의 말다툼. 그리고 군부대가 난입하여 민수를 데려가는 장면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아낸 그야말로 이번 사태에 대한 최고의 수혜자였다.
*
쾅
나는 병사들에게 이끌려 심문실로 보이는 방 안에 밀어 넣어졌다. 어린아이라고 봐 주는 것 없이 내 손에 수갑을 찬 채로 그들은 나를 홀로 남겨두고는 문을 나섰다.
“에휴······. 이제는 심문실도 너무 들어오다 보니 집처럼 정겹다 정겨워. 씨발 인생.”
혼자 투덜대고 있는 민수의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안용진 대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저 새끼는 뭔데 저렇게 태연해? 저거 애가 맞긴 하냐?”
그 말에 병사 하나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생긴 거는 애가 맞는 것 같습니다.”
용진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잠깐 민수를 바라보다 병사에게 물었다.
“야. 위에서 심문 오기까지는 아직 멀었지?”
“예······? 이제 오고 있으니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20분이면······. 충분하네. 혹시 상부에서 도착한 것 같으면 신호 좀 줘라.”
“무슨······. 말씀입니까?”
그의 말을 이해 못 한 듯 되묻는 병사를 보며 용진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새끼 버릇 좀 고쳐줘야겠어.”
*
한국 CIA 지부장 헤임스는 긴급하게 들어온 보고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아······. 제기랄! 이 정신 나간 꼬맹이가 진짜.”
민수의 작업실에 비밀리에 설치한 카메라로 그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던 그는, 민수가 갑자기 드론에 몸을 고정시킬 때 의문을 가지고 지켜봤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그리고 그가 드론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모니터를 붙잡고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Holy······Shit!”
무거운 물건을 수송하는 용도로 드론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 설마 자기가 직접 타고 날아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헤임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민수의 행적을 놓쳤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저렇게 드론을 타고 날아다니다가는 여러 사람의 이목을 엄청나게 끌 것은 당연했다. CIA 요인 보호 프로그램에 특급 레벨로 등록되어있는 민수에게는 사람들의 주목이 몰리는 것은 결코 좋을 수 없었기에, 헤임스는 한국 지부의 요원들에게 비상령을 내렸다.
“그 아이를 추적해! 되도록 심기 거슬리지 말고 살살 구슬러서 소란 피우지 말고 데려와! 그가 타고 간 물건도 반드시 회수하고.”
갑자기 내려온 임무에 대규모의 CIA 요원들이 이리저리 민수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몰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헤임스는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민수가 지금 군부대에 끌려갔다고?”
“그렇습니다. 알아본 바로는 수도방위 사령부 소속 경비대에게 붙잡혔다고 합니다.”
“······. 도대체 그 아이는 그걸 타고 어디로 간 거였던 것인가?”
“저······. 그게······.”
요원은 조사한 내용을 뒤적이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헤임스는 그가 제출한 자료를 읽어보다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발명대회······? 지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지금 무슨 그가 그 드론을 학교 발명대회에 발명품으로 출품하려고 가져갔단 말인가?”
도무지 봐도 믿기지 않는 듯 헤임스는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읽고는 요원에게 확인 차 다시 물었다. 그의 물음에 요원도 당혹스럽다는 듯 말을 끌며 답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하아······.”
헤임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요즘 들어서 아이 하나 때문에 지금껏 받아보지 못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이러다 암에 걸려 뒤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수의 행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우선······. 민수를 빼내야겠군. 민수의 행동에서 법적으로 문제 될 사안은 있나?”
“그게······. 조금 애매한 것 같습니다.”
“애매?”
“서울은 비행금지 구역이라 허가받지 않은 비행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선 미확인 비행체가 탐지되면 군부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격추하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군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 그러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겠군.”
“저희가 개입할까요?”
요원의 말에 헤임스는 잠깐 머릿속으로 고심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금방 내려졌다.
“어쩔 수 있나? 특별 보호 대상인데 당연히 개입해야지.”
대통령이 직접 행정 명령으로 지정한 보호 대상이니, 헤임스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민수를 보호해야 했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는 민수도 민수지만 그가 만들었던 드론이 더 큰 문제였다.
‘그 드론을 미국 말고 다른 국가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절대 안 되지.’
현재 드론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미국으로서는 그들의 기술력과 견주어 봐도 거의 뒤지지 않는 민수의 드론이 타국에 넘어가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군사적으로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지닌 기술이기에 미국이 언제나 그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했다. 따라서 헤임스는 그 드론을 당장 회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밀리에게 연락하게. 그녀라면 조용히 이번 일을 처리해 주겠지.”
그 말에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부장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헤임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는 요원이 두고 간 민수의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
콰앙
“이 새끼가! 똑바로 말 안 해? 네가 타고 다닌 그 괴상한 물건 어디서 났냐고!”
책상을 내리치며 강압적으로 나를 심문하는 안용진 대위. 나는 그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제가 만들었다니까요?”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듯, 연신 씩씩거리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게 아직도 거짓말을! 지금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나!”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차갑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아? 비행금지 구역인 서울 영공을 무단으로 비행한 건 군법 위반이야 군법 위반! 콩밥 먹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 말에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콩밥 먹죠. 뭐 까짓거. 안 그래도 콩이 그렇게 몸에 좋다던데.”
“······ 뭐야?”
용진은 내 반응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화를 참느라 몸을 부들부들 떨던 그는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하아······. 이 새끼가 진짜 대한민국 군대를 우습게 보내? 야. 지금 네가 뭔가 착각하나 본데, 이건 너만이 아니라 너희 부모들까지도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야. 알아?”
“거기까지만 하시죠.”
용진은 자신의 말에 조용한 목소리로 답하는 민수의 눈을 보고는 멈칫했다. 갑자기 방 안을 압도하는 살벌한 기세에 용진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작디작은 아이가 순식간에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부모나 다른 사람 들먹이면서 협박하는 건 잘 안 참거든.”
미소지으며 말하는 민수를 보며 용진은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러니······. 그 입 닥치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내 앞에서 그러기에는 대위라는 계급으로는 한없이 모자라거든.”
용진은 민수의 말에 얼어붙은 듯 침묵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 하나가 말했다.
“대위님! 상부에서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자네가 민수인가?”
혼비백산한 듯 어쩔 줄 모르는 병사와 그의 뒤에서 밀치듯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세 명의 군인들. 용진은 그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어. 충성. 이 아이가 그 아이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직접 여기까지······.”
나는 갑자기 등장한 군인 중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중년 군인의 계급장에 박혀 있는 반짝이는 두 개의 별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민수지? 반갑구만. 나는 수도방위 사령부에 57사단을 지휘하는 사단장······.”
도대체 투스타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교육감과 똑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철진이라고 하네.”
그를 보면서 내 물건에 침 묻힌 놈들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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