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화(1/353)
☆ 제1화 ☆
Chapter 1. 사기환생 당했다
띠링!
알림음에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따끈따끈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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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써 6시 됐네.’
〈금수저지만 도망가겠습니다〉의 업로드 시간은 아침 6시.
그 말은 내가 일하느라 밤을 꼴딱 새워버렸다는 소리다.
나는 빡빡한 눈가를 문질렀다.
‘박 대리가 출근하기 전까지 다 번역해서 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불가능했다. 며칠째 밤을 새워도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 지금 토 다니? 너 같이 학벌도 없는 애, 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못하겠으면 언제든지 말해. 너 대신할 사람 많아.”
나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빨리 돌아가자.’
잠들어버릴 것 같아서 커피를 사러 편의점에 온 참이었다. 나는 제일 싼 캔 커피를 집어 들었다.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서며 습관적으로 〈바로 보기〉 버튼을 눌렀다.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은 한없이 지치기만 하는 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유일한 행복이기도 하고.
아무리 금수저라지만 이런 오빠들과 아빠랑은 못 살아! 빨리 이 집에서 도망가야겠어!
여주인공의 결심을 보며 나는 답답한 가슴을 퍽퍽 쳤다.
‘아니, 금수저에 잘생긴 아빠랑 오빠도 있는데 왜 그 집을 떠나!’
네 (잘생긴) 아빠가 얼마나 딸바보인데!
네 (잘생긴) 오빠들은 어떻고!
오늘 다이아몬드 광산도 받았잖아!
왜 도망가!
엄청난 고구마에 우다다다 댓글을 남겼다.
여주야 너 말고 내가 그 집 딸 하면 안 될까? 난 도망도 안 가고 잘 살 수 있는데ㅠ
다들 공감하는지 빠른 속도로 〈좋아요〉 수가 올라갔다. 곧 베스트 댓글이 되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서 훗, 하고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빠아아아앙一
어슴푸레한 새벽 공기를 뚫고 엄청나게 강렬한 빛이 시야에 파고들었다.
번쩍이는 헤드라이트.
그리고 집채만 한 크기의 트럭.
아니, 이 비좁은 골목길에 트럭이요?
심지어 엄청난 속도로 내게 돌진 중이었다.
갑자기요?
끼이이이익一!
퍼억!
네, 갑자기요.
그게 내 마지막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살아있는 나〉의 마지막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팔짱을 낀 채 내 시체를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한순간에 죽어버려서 아프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그저 얼떨떨했다.
진짜로 죽었다고?
이렇게?
그간 내 고생은 뭐지?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그때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환생할 기회를 손에 넣었습니다!]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들린 음성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밝아진 하늘을 배경으로 웬 남자애가 폭죽을 터트리며 웃고 있었다.
구름 같이 폭신폭신해 보이는 하얀 머리칼과 황금색 눈. 인간이 아닌 것처럼 완벽하게 조화로운 얼굴.
‘내가 죽긴 죽었나 보다. 헛것이 다 보이네.’
[저기요? 환생할 기회를 손에 넣으셨다니까요? 조금 더 기뻐해 주시죠?]뭐라는 거지. 환생할 기회?
무덤덤하게 그 말을 곱씹다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내가 치인 게 그 유명한 환생 트럭이었어?!”
환생 트럭.
치이기만 하면 판타지 세계에서 환생한다는 전설의 트럭이다.
“소설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확실히 소설을 많이 본 사람 다운 생각이군요! 역시 선택받은 자!]“응?”
[저는 신, 아프타네스의 사자입니다.]신의 사자? 천사였구나.
하긴, 죽은 사람에게 말을 걸 존재는 천사나 악마겠지.
자세히 보니 남자애의 등에 콩알만 한 날개가 파닥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천사가 너무 경박하고 하찮은데…….’
[아프타네스께서는 세계를 창조하시며 다양한 것을 참고하셨는데요.]신도 참고자료를 본다는 걸 밝힌 천사가 대단한 말이라도 하듯 쨘! 하고 팔을 벌렸다.
[그중 가장 많이 참고한 게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랍니다!]예?
뭘 참고해요?
이게 무슨 멍멍 소리란 말인가.
‘다른 것도 아니고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참고해서 세계를 창조했다니!’
제정신이냐?
[어떤가요? 딱 로판 애독자인 당신을 위한 세계 아닌가요? 환생하고 싶죠?]“아니, 로판을 참고하는 정신 나간 신이 만든 세계인데 누가 가고 싶겠어.”
나도 모르게 정색해버렸다.
콩알날개천사가 붕붕방방 팔을 흔들며 볼을 부풀렸다. 신의 사자라면서 신성하긴커녕 참으로 경망스럽다.
[방금 단 댓글에는 여주 대신 하고 싶다면서요!]“그건 이상한 신이 창조한 세상이 아니니까…… 응?”
무심코 생각하던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얘, 진짜 신의 사자가 맞나?
아무리 생각해도 신이나 천사가 이렇게까지 정신 나갔을 거 같진 않다.
“왜 나한테 환생할 기회를 주는 거야?”
[아프타네스께서 보신 모든 소설에 당신이 댓글을 달았어요.]뭐?
[가장 많이 베스트 댓글이 됐고, 주인공들에게 훈수도 제일 많이 두었지요.]“…….”
[로판의 프로베댓러인 당신께 따악! 어울리는 로판을 참고한 세상! 어떤가요!]이보다 더 명쾌할 수 없다는 듯 천사가 상큼하게 웃으며 윙크했다.
[살아보시고 별점이랑 댓글 부탁해요!]“…….”
신이 관심병자인가.
안 살아봐도 별점 0개다, 이 놈아.
[자, 의문이 풀렸으면 환생하실 거죠?]그걸로 의문이 풀릴 리가 있냐! 오히려 의혹만 더 커졌다. 수상쩍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나는 죽었다.
잃을 게 없는 도박이니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일 법했다.
‘보통이라면, 말이지.’
나는 로판 독자다.
그것도 한 달에만 몇십 권을 읽을 정도로 헤비독자.
‘잘 적응할 거란 말에 아, 그렇구나, 할 리가 없잖아!’
로판에도 여러 가지 스토리가 있다.
‘혹시라도 피폐물에서 환생하면 어떻게 해!’
피폐물이 아니어도 문제다.
바로 목 잘리는 악역으로 환생하면?
아니면 이용만 당하다 끝나는 조연은?
[왜 망설이세요? 이곳 말고 판타지 세계에서 살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난 단순히 판타지 세계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러면요?]“아까 댓글에 달았던 대로 금수저에, 잘생긴 아빠와 오빠가 있는 집에서 환생하고 싶다고!”
[거참, 까다로우시네.]이거 봐. 분명 이상한 데 환생시키려고 했지.
“로판의 기본이라고.”
[뭐, 좋아요. 잘생긴 아빠와 오빠가 있고 돈 많은 집에 태어나게 해줄게요.]“그리고 그 가족들이 다 나한테 껌뻑 죽어야 해.”
[흠……. 그런 로판은 잘 없던데. 나중에는 껌뻑 죽어도 다들 처음에 안 좋아하던데…….]“왜 없어! 레이디 베**!”
“아니, 미안. 실언이었어. 내가 잘해볼게…….”
빠른 태세 전환은 편안한 삶의 지름길이다.
[자, 그럼 이제 됐죠? 환생할 거죠?]잘생긴 아빠와 오빠에 금수저.
딱 내가 원하는 거긴 하다.
“으음, 하지만 로판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특별한 능력이 있던데……. 하다못해 똑똑하거나.”
[……진짜 바라는 게 많네.]고개를 돌린 천사가 뭐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특별히 환생시켜드리는 건데, 능력도 드릴 거예요.]천사가 언제 투덜댔냐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내 욕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잘생긴 아빠와 오빠에, 특별한 능력까지 지닌 채 환생이라.’
이쯤 되면 그간 고생하며 산 것에 대한 보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내가 착하게 살진 않았어도 고생은 엄청 많이 했지.
드디어 쥐구멍에 볕들 날이 왔구나!
“그럼 좋아. 환생할래.”
그 말을 마친 순간, 가슴에 선득한 기분이 들었다.
당황해 위를 보니 천사가 웃고 있었다.
입꼬리를 사악 말아 올린 진득한 웃음. 그 미소는 천사라기보단 오히려一.
[그렇다면 계약 성립이다, 인간이여.]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어조가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균열 속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다.
천사나 신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심연이 넘실거린다.
거기다가.
‘계약……이라고 했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보통 신은 은총을 내린다고 하지 않나?
‘계약은…… 그거나 하는 게 아닌가…….’
그거.
그러니까一.
‘악마.’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자, 잠깐!”
새까만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나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이 계약 취소야! 무를래!”
[이미 계약은 성립했다, 인간이여.]완전히 커진 균열이 시꺼먼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내 영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빠져나가려고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대로 환생하는 건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뭐라도 건져야 한다!
“내, 내 능력은……! 내 능력은 뭔데!”
악마들은 잘 속이던데, 능력도 막 이상한 거 주는 거 아냐?
[걱정 말거라, 인간이여.]“걱정된다고, 이 악마야!”
[네게 가장 잘 맞는 능력이니.]“내게 잘 맞는 능력이 대체 뭔데!”
지금 실시간으로 사기당하는 것 같아서 매우 불안했다.
“사기당하는 능력이면 죽는다,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넌 나의 一一一니까.]‘뭐?’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무슨 소리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물어보려고 했지만 내 영혼은 이미 전부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지독한 어둠이 찾아왔다.
* * *
‘이 사기꾼 악마 놈!’
나는 솔로 대리석 바닥을 벅벅 문지르며 울분을 삼켰다.
‘잘생긴 아빠 어디 갔어!’
한겨울이라 손가락이 새빨갛게 텄다.
‘잘생긴 오빠는 또 어딨고!’
손끝에 감각도 없는 게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내 금 숟가락!’
나는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러자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료를 받고 들어가는 고성에 있을 것처럼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홀.
보통이라면 감탄했겠으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드넓은 홀의 바닥을 나 혼자 닦아야 하니까.
‘이건 흙수저도 아니고 먼지 수저잖아……!’
엉엉엉엉.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냥 그때 환생하지 말 걸 그랬나.
나는 짤따란 팔로 짤따란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성인이어도 혼자 청소할 수 없을 텐데, 하물며 나는 지금 어린아이의 몸이었다.
코를 훌쩍이는데 뒤에서 벼락같은 노호가 들렸다.
“또 농땡이를 부리고 있구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납작 엎드렸다.
“자, 잘못했어요……!”
입술이 발발 떨리고 온몸이 굳었다.
이렇게 바보 같이 굴고 싶지 않았지만 학습된 공포가 내 몸을 잠식했다.
“이렇게 게으른 것도 제 어미를 닮은 건가.”
쯧, 혀를 차는 소리.
내 곁에 다가온 그가 양동이를 발로 툭 쳤다.
양동이가 넘어지며 비눗물이 쏟아져 흘렀다.
옷자락이 젖어 축축했다.
“젖은 꼴이 꼭 더러운 생쥐 같군.”
차갑다.
“이렇게 품위 하나 없어서야, 원.”
춥다.
“시키는 일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외롭다.
퉁퉁 부은 손으로는 주먹도 잘 쥐어지지 않았다.
“……잘못했어요.”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삼촌.”
나를 윽박지르며 엄마를 욕하는 사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외삼촌이었다.
이 넓은 홀을 어린애 혼자 청소하라고 명령한 사람 역시.
남이라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청소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 커다란 홀도, 이 홀을 품은 거대한 저택도 모두 그의 것이니까.
“네가 감히 내 조카행세를 해?!”
그가 역정을 냈다. 삼촌이라고 부른 게 신경을 거슬렀나 보다.
“후작님…….”
재빨리 호칭을 고치자 그가 헹, 하고 코웃음을 쳤다.
“네 주제를 알아야지.”
반질반질한 구둣발이 내 어깨를 눌렀다.
어린아이의 몸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러니 네 아비가 널 버리고 간 거야.”
나는 신음도 내지르지 못하고 그의 폭언을 들었다.
“하긴, 진짜 공작의 친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시처럼 어린 심장에 박혀 들었다.
“내 누이지만 네 어미가 오죽 경박했어야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
그런데도 삼촌이 엄마를 욕하면 뱃속이 울렁거리고 코가 시큰해졌다.
“씨 다른 자식을 배도 이상할 게 없어.”
아니야!
“너 말고도 또 있을지 몰라. 그런 년이니까.”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건방지게 누굴 노려보는 게냐!”
불호령과 함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흐윽…….”
얼굴이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처박혔다. 먼지와 뒤섞여 회색이 된 비누 거품이 뺨을 적셨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울음을 삼켰다. 울면 더 혼난다.
다시 태어났을 때, 화려하고 아름다운 집안을 보며 생각했었다.
좋은 집에 태어났구나.
가족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겨울을 보내진 않겠지.
생존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 삶을 살게 될 거다.
그러다 보면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을 테지.
어쩌면 꿈을 가질 수도 있을 거다.
어쩌면 사랑받을 수도.
화목한 가정에서 불행은 모르는 것처럼, 건강하고 밝고 따뜻한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
어쩌면,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해피엔딩을 손에 넣을 수도…….
설렜다.
삶에 대한 희망.
미래에 대한 기대.
그런 걸 가져본 게 정말 까마득해서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아빠?”
모든 게 착각이었다.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여자아이가 어머, 하고 입술을 가렸다.
밝게 빛나는 탐스러운 금발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거기서 뭐 하세요?”
이 세계가 만약 소설 속이었다면 여주인공이었을 게 분명한 아이.
나의 사촌 언니, 클라티에가 천사 같은 얼굴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