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0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00화(100/353)
☆ 제101화 ☆
나는 가까이 선 시드를 올려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무슨 생각인 걸까.’
보랏빛 눈동자에서 읽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시드에게 나와의 만남은 분명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불쾌하겠지.
‘……설마 황자의 신분을 되찾은 김에 내게 복수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마지막에는 내가 내 모습으로 직접 자유라면서 풀어 줬잖아.
거기다 할미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불안해. 얘 성깔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수틀리면 할미 이야기라도 꺼내 봐야겠다.
최대한 경계하며 털을 바짝 세운 순간이었다.
“……!”
따스한 온기가 내 손을 감쌌다.
기다란 손가락이 내 손 틈 사이로 부드럽게 파고든다.
자연히 손바닥이 열리자 시드가 그 안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돌려주러 왔어. 주인님 물건.”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아주 가까이 시드의 얼굴이 있었다.
나는 미소 지은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자그마한 열쇠.
“이건…….”
확실하다.
이건 예전에 시드에게 채운 구속구의 열쇠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걸 왜.
나는 휙 고개를 들며 외쳤다.
“이런 건 돌려一.”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것은 잘 가꿔진 정원수뿐이었다.
텅 빈 공간에 시드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던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내 손안에 있는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의 감촉은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열쇠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의미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저의를 알 수 없었다.
주먹을 꽉 쥐자 열쇠의 끝이 손바닥을 찔렀다.
‘……일단 돌아가자.’
* * *
클라티에는 지금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주목을 받아야 하는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영애들의 반응이 루아티샤에게 호의적이었다.
‘결국엔 성질 더러운 것만 보여준 거잖아. 그런데 왜?’
싸가지 없는 성격답게 어쩌면 유하게 넘어가는 것 하나 없었다.
무리 안에 편입되려는 액션 한번 없었는데 이걸 콧대 높은 영애들이 용납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어머, 저길 봐요. 델바트렌 공자예요.”
“어머, 땡땡이쳤나 봐요. 머리칼에 나뭇잎이 묻었네.”
“저는 성실한 사람이 좋아서 델바트렌 공자는 좀…….”
“아이참, 그게 매력이잖아요.”
“별로라고 하면서도 자꾸 델바트렌 공자를 힐끔거리시는데요?”
“잘생기긴 잘생겼으니까요.”
영애들이 꺄르륵 웃었다.
클라티에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살포시 들고 속눈썹을 나붓이 내리깔았다.
온갖 영식들의 첫사랑이 된 비결 중 하나였다.
‘델바트렌 공작가면 가문도 괜찮아.’
어울려도 흠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흠 잡히긴커녕 선망의 대상이 되겠지.
‘물론 내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지만.’
클라티에는 아까 보았던 에스테반 황자를 떠올렸다.
자연히 자신을 무시하고 루아티샤에게 말을 걸었던 모습까지 생각났다.
‘흥, 두고 봐.’
델바트렌 공자를 이용해서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클라티에가 전의를 불태우는 가운데, 루아티샤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네가 내 주인 노릇 한 거 잘 기억하고 있다. 너도 기억나지? 기대해. 앞으로 차근차근 족쳐 줄 테니까.
‘一라는 건 아니겠지? 아니어야 해.’
하지만 왠지 그게 맞는 거 같아.
이 열쇠는 루아티샤가 감히 황족을 능멸한 증거였다.
범죄의 증거를 들이미는데 그 뜻 외에 다른 게 있겠는가.
‘흑흑, 아빠 보고 싶다.’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 시드의 얼굴이 눈앞에서 맴돌았다.
‘키가 많이 컸지.’
손도 크고, 어깨도 넓어지고.
원래도 깜짝 놀랄 만큼 잘생긴 아이였는데 정말 잘 컸어.
‘역시 걔는 아이를 열둘은 낳아야…….’
“야.”
갑작스러운 부름에 루아티샤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보았던 주홍빛 머리의 소년이 불퉁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사람 많은데.”
루아티샤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커다란 홀 안에는 영식과 영애들이 넘쳐났다.
티타임이 끝나고 어른들의 통솔하에 남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아까 내 배에 다이빙킥을 먹인 사람은 너밖에 없지.”
“……그건 미안하다고 했잖아.”
“말이면 다야?”
루아티샤는 가만히 남자애를 살폈다.
아주 멀쩡해 보였다. 심지어 컨디션이 매우 좋아 보였다.
“혹시 다쳤어? 아파?”
“내가 그런 약골로 보여?”
“근데 왜 자꾸 집착해.”
“집차악?”
남자애가 어이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휙 치켜올렸다.
“네가 날 깔고 뭉갰으니까 그렇지.”
안 그래도 시드 때문에 싱숭생숭해 죽겠는데 웬 남자애까지 시비를 거니까 짜증이 났다.
“영광인 줄 알아.”
“뭐?”
“우리 집 가면 내가 깔고 뭉개줬으면 하는 사람들 천지니까.”
루아티샤가 흥, 하고 새침하게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그럼 짝은 다 지어진 것 같군요!”
나이 지긋한 부인이 미소 지으며 박수를 쳤다.
‘어? 짝?’
주변을 둘러보니 영애와 영식들이 어색하게, 혹은 미소 지으며 마주 서 있었다.
힐끔거리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영애와 영식들을 보니 아무래도 새벽 축제가 큐피드 역할을 제대로 할 듯했다.
‘다들…… 짝을 지었네?’
“뭐하냐? 손 안 잡고.”
눈앞의 소년이 미간을 찡그리며 손을 내밀었다.
루아티샤는 얼결에 그 손을 맞잡았다.
어째서인지 클라티에가 이쪽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 * *
홀의 문이 열렸다.
영애와 영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보통 동성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성과 세 걸음 떨어진 채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걷고 있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서로를 힐끔거리는 시선.
그 모습이 마차에 기댄 채 서 있는 아레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 없다.
“이것 참, 마음에 안 드는데.”
“왜 사내놈들이랑 같이하는 거지? 어차피 에오스와 아우로라를 각각 뽑을 거면 완전히 분리해서 진행하는 게 낫잖아.”
“청소가 필요하겠어.”
익시온과 제온 역시 한마디씩 했다.
조금 있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냇동생이 밝은 얼굴로 나오는게 보였다.
또래 영애들과 팔짱을 낀 채 재잘거리는 모습이 무척 신나 보였다.
날 서 있던 세 남자의 기세가 순식간에 부드럽게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야, 왜 저렇게 힐끔거리는 것들이 많아?”
“저 새끼들이 눈만 높아선.”
“눈알을 뽑을까.”
주변의 영식들이 힐끔힐끔 루아티샤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세 남자가 얼굴을 굳혔다.
“안 되겠군.”
제온이 긴 다리를 뻗으며 앞으로 나갔다. 그 옆으로 아레스와 익시온이 함께 했다.
“어머?”
“세상에, 파에라톤 공자님들이야!”
“제온 님을 다시 뵙게 되다니, 하아……. 난 이제 죽어도 좋아.”
“죽으면 안 돼! 어서 눈 뜨고 조금이라도 잘생김을 눈에 담자!”
“곁에는 아레스 님과 익시온 님이신가 봐.”
“후우, 오늘부터 나는 아레스 님 신도다. 아레스 님의 얼굴이 빛이고 태양이야.”
“익시온 님이 나한테 짓궂은 장난 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독하게 얽히고 싶네.”
“잘생긴 사람들이 같이 있으니 아침이 밝은 것 같아.”
루아티샤는 조금 짜게 식은 눈으로 영애들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렇게 의젓하던 영애들이 맞나 싶었다.
‘뭐, 이편이 더 귀엽긴 하네. 다들 젊구나.’
꼭 연예인을 본 십 대 초반의 소녀들 같았다.
“막내야.”
제온이 루아티샤를 안아 들었다.
루아티샤는 습관적으로 제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제온이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아레스가 사르르 웃으며 루아티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동생, 오늘 하루 재밌었어?”
“응!”
“어디 봐. 솜뭉치 찌그러졌나 확인해야지.”
익시온이 루이티샤의 얼굴을 휙휙 돌려보더니 씨익 웃으며 뺨을 꼬집었다.
“익시온 때문에 찌그러지잖아!”
“나 아니면 누가 찌그러트려? 그런 새끼 있으면 족쳐야지.”
마지막 말을 할 때 익시온은 웃음을 지운 채 주변을 둘러봤다.
그 싸한 시선에 주변에 있던 영식들이 찔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어서 집으로 가자.”
“내 동생이 좋아하는 자두 타르트 있어.”
“응! 영애들, 다음에 봐요!”
루아티샤가 제온에게 안긴 채 친해진 영애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덩달아 시선을 받은 영애들은 멋쩍어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마주 손을 흔들었다.
제온은 루아티샤의 머리를 제 가슴팍에 누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영식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그건 아레스와 익시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남자의 시선에 안 그래도 뒤로 물러났던 영식들이 후다다닥 더 물러났다.
“쓸데없이 내 동생에게 접근 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렇지. 없어야지.”
익시온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있어도 없게 만들겠다는 표정이었다.
파에라톤의 세 공자들은 막냇동생을 품에 안은 채 위협만 잔뜩 하고 사라졌다.
* * *
집에 돌아와 깨끗이 씻고 나오자 아빠까지 돌아와 계셨다.
다들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듣고 싶어 했다.
나는 아빠 무릎에 앉은 채 자두 타르트를 먹으며 발을 흔들었다.
“첫날이라 그런가 별거 없었어요. 축사 듣고 영애들과 티타임 가지고 그 후에 춤 연습하고.”
“춤 연습?!”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빠와 오빠들의 시선이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춤 연습을 거기서 왜 해?”
“그야……. 본선 진출자들끼리 나중에 춤추잖아요? 그런 명분이었지만 뭐 테스트였겠죠.”
사교댄스도 못 추는 사교계의 중심이라니, 내실만큼이나 보이는 것도 중요한 세계였다.
기량이 거기서 거기인 이상 보기 좋고 몸가짐도 좋은 쪽이 메리트가 있겠지.
‘또 이성에 대한 태도도 보고 싶었을 거야.’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가족들 분위기가 심상잖았다.
“본선 진출자들끼리 춤을…… 춘다고?”
아레스가 사르르 미소 지었다.
웃는 얼굴은 무척 예쁜데 어쩐지 보고 있자니 등골이 시려 왔다.
“새벽 축제에 참여해야겠어.”
“아니.”
제온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아빠가 단번에 일축했다.
휴, 그래도 아빠는 생각이一.
“내가 나간다.”
아빠, 아빠가 십 대 초반 애기들의 축제에 어떻게 나가요.
“주책 떨지 마시죠. 내가 갑니다. 난 자격이 되니까.”
익시온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익시온도 안 돼. 정신 차려.
무엇보다 익시온이 참여하는 순간 내 우승은 물 건너갈 거야.
오늘 낮처럼 다른 영애가 시비를 거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
“이미 새벽 축제가 시작됐잖아. 중간에 끼어드는 건 규칙상 불가능해.”
“그딴 불공정한 규칙이 어딨어!”
“아니, 공정한 거지.”
“당장 이 악법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새벽 축제에 나이 어린 것들만 참가할 수 있다니 이건 부당합니다.”
“확실히. 당장 국무회의에 안 건으로 넣고 중간에 내가 참여 할 수 있도록……. 내 딸과 춤추는 사람은 나다.”
“…….”
틀렸어.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야.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국무회의에 그딴 안건을 발의할까 걱정됐다.
‘그럼 진짜 역사서에 남는 쪽 팔림이야!’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뭘 다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요. 예선에서 떨어지면 춤출 일도 없는걸.”
“떨어질 리가 없잖아, 내 동생이.”
“모두가 네 발 앞에 무릎 꿇을 텐데.”
뭘 꿇어.
이건 결투가 아니야.
“춤은 우리끼리도 많이 췄잖아요. 딱히 중요한 건一.”
“중요해.”
단호박을 먹었나 왜 이래.
‘하…….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이다.
“나…… 또래 영애들과 같이 놀고 싶었는데, 아빠랑 오빠들이 있으면 힘들어서 안 돼.”
“방해하지 않으마.”
“그래, 여자애들이랑 놀 때는 가만히 있을게.”
“물론 그 애들이 감히 솜뭉치 한테 대들지 않으면.”
“그게 아니라아…….”
나는 입가에 손을 착 붙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가족들을 바라봤다.
“루루 아빠랑 오빠들이 너무너무 잘생겨서 그래.”
“응?”
네 남자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다른 영애들이 루루 아빠랑 오빠들 구경하느라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걸. 아빠랑 오빠들이 너~무 잘생겼으니까.”
나는 슬금슬금 올라가는 아빠의 입꼬리를 확인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 루루는 벽 보고 말해야 하는데 그럼 너무 슬퍼!”
속상해 죽겠다는 듯 와락 안 기자 아빠가 내 등을 토닥였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루루의 아빠는 경마장에 가서도 안 되니까. 말이 안 나와서.”
“…….”
“막내의 오빠는 조각상이라 사람들이 말없이 계속 구경할 만하군.”
“…….”
“내 동생의 오빠는 천국 혼혈이다 보니 사람들이 신기해 하느라 말할 틈도 없겠지.”
“…….”
“솜뭉치의 오빠에겐 완벽이라는 벽이 있으니 사람들이 압박을 느껴 제대로 이야기도 못 하겠군.”
“…….”
다들 나가.
혼자 있고 싶어요.
대체 저걸 언제까지 우려먹을 생각인가.
“그래서, 오늘은 또래 영애들이랑 잘 놀았니?”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쨌거나 국무회의 기록은 지켜낸 듯했다.
“응! 친구들도 사귀었어요. 귀여운 영애들이에요.”
“나보다?”
불쑥 아레스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레스의 머리를 쓰다듬자 제온이 머리를 들이밀어서 제온도 쓰다듬었다.
익시온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 머리를 마구마구 흐트러트렸다.
아빠가 내 머리를 정리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응?
눈을 껌뻑이니 아빠가 퍽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어렸을 땐 아빠 머리카락 가지고 장난도 잘 치더니.”
그땐 네 살 응애였잖아요!
거기다가 패널티 때문에 진짜 애기가 됐을 때만 그랬고!
아빠는 무표정했지만, 붉디붉은 눈동자가 상처받은 것처럼 무척 애달팠다.
그리고 나는 저 눈에 약하다.
결국 나는 패륜아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