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1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10화(110/353)
☆ 제111화 ☆
“그럼요. 나중에 초대장을 보낼게요.”
아빠가 내 머리를 꾹 누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마차를 타고서는 졸음이 밀려 와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빠가 내 등을 토닥여줘서 기분 좋게 아빠 품으로 파고들었다.
반쯤 열린 귀로 오빠들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눈독…… 큰일…….”
“경쟁자…… 용납할…….”
“지금도 독점…….”
“굴러들어온 돌…….”
형제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심각하게 하나 궁금했지만 수마를 이길 순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빠가 나를 안고 마차에서 내릴 때가 되어서야 나는 가물거리는 눈을 떴다.
아빠가 나를 내 방으로 운반하자 하녀 언니들이 내 머리 장식을 풀고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졸면서 그 시중을 받았다.
“아가씨, 피곤하시면 그냥 간단히 씻고 빨리 주무실래요? 아니면 목욕하고 싶으세요?”
“……목욕.”
반쯤 잠에 취해 답하자 언니 들이 웃고는 나를 안아 들었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니 발끝부터 찌르르 울렸다.
물에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노곤노곤하게 몸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잠이 물러가며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편한데?’
이것이 다이아수저의 삶?
나는 한가롭게 떠다니는 해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알림 확인.’
아까 상황이 좀 심각하다 보니 딴청을 피울 수 없어서, 퀘스트 완료 알림을 확인하지 않았었다.
[미확인 알림을 표시합니다.] [퀘스트 〈클하다, 추라티에야!〉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황제가 독자님의 논리와 영민함에 감탄합니다!] [황후가 독자님의 기지와 배짱을 탐냅니다!] [황비가 독자님의 의견에 감탄하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황태후가 독자님의 영특함과 지혜로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궁내부 장관 체시아 백작이 독자님의 장악력과 총명함에 탄복합니다!] [황실 관료들이 독자님에게 경탄합니다!] [새벽 축제 참가자들이 독자님을 주목합니다!] [제국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금 추가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응.’
[추가 보상 계산 중…계산 완료.] [〈환수의 온기〉,〈뚱카롱〉이 지급되었습니다.]‘와, 한 번에 추가 보상이 두 개나 되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저를 목 막혀 죽일 뻔한 클라티에를 치워준 보답입니다!] [앞으로 사이다 길만 걸어주세요!]‘얘도 진짜 참 한결같다.’
어쨌든 더 준다니 나야 좋았다.
‘그나저나 뚱카롱이라니……!’
저것은 그 유명한 K-한과 아닌가!
프랑스 파티시에가 직접 뚱카롱은 한국 음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던 걸 본 것 같은데.
솔직히 여기서 맛있는 마카롱을 많이 먹었지만, 가끔씩 뚱카롱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진으로만 보고 못 먹어봐서 그런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히히, 좋아. 라면도 있고 뚱카롱도 있고.’
나중에 한식 파티해야지!
기분 좋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방안에는 오빠들이 있었다.
오빠들이 자연스럽게 하녀 언니들에게서 수건과 빗을 받아 들었다.
소파에 앉자 익시온이 내 머리를 수건으로 꾹꾹 누르고 아레스가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온은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제온은 뭐해?”
“쓰다듬어줘.”
“오늘 힘들었어?”
“응.”
손을 들어 사락, 사락 제온의 머리를 쓸어주자 그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 다 생쇼야!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저러는 거라고!”
제온이 소리치는 익시온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질투는 나빠.”
“아오, 저 새끼 저거!”
그때, 아레스가 싱긋 웃으며 내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칭찬해줘.”
“응?”
웬 칭찬?
“아까 황궁에서 잘 참았잖아. 보상이 없으면 난 다음에 참기 힘들지도 몰라.”
아레스가 눈을 내리뜨자 긴 속눈썹의 그의 눈가에 깊은 음영을 만들었다.
“내 동생이 내 성질 더럽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씨익 웃는데.
와, 다정하던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니까 엄청났다.
“아레스는 진짜 여자 잘 꼬실 거 같아.”
아레스가 웃으며 나를 안아 들었다.
“나는 내 동생 꼬시는 건데. 어서 칭찬해달라고.”
아레스가 슬쩍 자기 뺨을 내밀었다.
‘어휴, 진짜 당해낼 수 없다니깐.’
내가 쪽, 하고 뽀뽀하자 아레스가 배부른 맹수처럼 나른하게 웃는다.
그때였다.
툭, 수건이 떨어졌다.
돌아보니 익시온이 그늘진 얼굴로 새빨간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흠칫거릴만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안다.
‘충격이 컸구나.’
제온은 쓰다듬어 주고, 아레스한테는 뽀뽀까지 해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상처 받은 익시온을 위해 잠이 들 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익시온이 최고야. 익시온이 제일 멋져.”
“…….”
내 침대 옆에 앉은 익시온의 얼굴이 슬쩍 풀어졌다가 다시 단단해졌다.
그냥 칭찬은 약한가 보다.
‘끄응…….’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걸 해야 해, 말아야 해.
안 그래도 5년 전 주접 가지고 아직까지도 자랑하는데 내 무덤을 더 깊게 파는 게 아닐지.
하지만 상처받은 막내 오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졌다.
“루루한테는 일주일이 6일이 되어버렸어.”
“……왜?”
“익시온 기다리느라 ‘목’이 빠져버렸잖아.”
“…….”
익시온은 잠시 침묵했다.
슬금슬금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차암나, 어이가 없어서. 무슨 일주일이 6일이 돼.”
저기요.
입꼬리부터 내리고 말씀하시죠?
“날 얼마나 기다리면. 하, 참. 넌 나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니까?”
“…….”
“안 되겠어. 혼자만 일주일이 엿새인 채 살게 할 수 없으니 내가 꼭 붙어있는 수밖에.”
“…….”
“다시 말하는데 내가 좋아서 붙어있는 게 아니야.”
“네가 나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있는 거다? 똑바로 알아둬.”
“……으응, 그래.”
어련하시겠어.
얼굴이 활짝 핀 익시온을 보니 조금 심통이 나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해서 나 역시 웃음이 났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 뒤에 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주접이나 떨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Chapter 24.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소식 들었어요?”
“타렌카 영애 말이죠?”
“타렌카 영애라니요! 이제 귀족도 아니거니와 타렌카란 성도 못 쓰는데.”
“아아, 클라티에라고 말해야 하나. 진짜 놀랐어요.”
“일전에 살롱에서 봤을 때 예의도 발라서 좋게 생각했는데 그런 음흉한 흉계나 꾸미고 있을 줄이야.”
“이래서 겉만 보고는 모르나 봐요.”
요즘 귀족들은 모이기만 하면 새벽 축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떠들었다.
신문과 가십지 역시 전면에 클라티에와 루아티샤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클라티에, 우승 후보의 끝없는 추락.
추앙받던 레이디의 숨겨진 본모습?!
사촌의 옷까지 훔쳐 입은 도둑 영애
셀란도 영애, 이대로 괜찮은가?
스스로 누명을 벗은 파에라톤 공녀의 기지!
파에라톤 공녀, 위기를 극복해 내며 단독 우승 후보로!
황궁은 지금 파에라톤 공녀 러브콜.
이번 대 아우로라는 확정적! 과연 아우로라의 짝은?!
새벽 축제는 귀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제국민들 모두가 관심을 갖는 행사다.
그런 행사에서 일어난 초유의 사태에 온 제도, 아니, 온 나라가 소란스러워졌다.
“…….”
타렌카 후작은 보고 있던 신문을 접었다.
전면 기사부터 시작해서 몇 장을 넘겨도 다 새벽 축제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었다.
명문 중의 명문인 타렌카 후작가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오르내리는 것은 수치였다.
‘하지만 다 내 업보지.’
오래전, 니콜라스를 제때 내쳤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니까.
누굴 탓하겠는가.
“주인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
타렌카 후작은 지체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타렌카 후작님.”
루아티샤가 치맛자락을 넓게 펴며 무릎을 굽혔다 폈다.
예의 차린 그 인사에 타렌카 후작은 내심 씁쓸해졌다.
저리 예를 차리지 않아도 좋으련만.
하지만 무슨 염치로 살가운 대우를 바라겠는가.
“초대해줘서 고맙구나, 루아티샤. 이건 선물이다.”
초대받은 손님이 선물을 들고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루아티샤는 별생각 없이 받아들었다.
“펴 보렴.”
지금?
루아티샤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말려있는 가죽 두루마리를 펴 보았다.
그러자 금박과 보석으로 장식된 지도가 나타났다.
“와, 멋진 지도네요.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예뻤다.
집무실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기 딱 좋았다.
‘걸어놓으라고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 땅 가지렴.”
타렌카 후작이 가볍게 툭, 내뱉은 말에 루아티샤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이제 그 땅은 루아티샤, 네 거다. 땅 앞의 해역까지.”
예?
루아티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타렌카 후작은 저도 모르게 손녀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루아티샤에게 닿지 못했다.
제온 파에라톤이 루아티샤를 휙 안아 든 탓이다.
타렌카 후작은 멈칫하며 빈손을 꽉 움켜쥐었다.
첫 손자를 이렇게 마주하는 게 몇 년 만인지.
하지만 그 손자의 눈빛에 어린 것은 경계였다.
그때, 아레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제 동생은 낯을 가려서요. 잘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움 웃음 속에는 숨겨진 날이 서 있었다.
모르는 사람.
그래, 그 말이 맞았다.
태어나서 본 거라고는 저번에 황궁에서 본 게 처음이었다.
그간 한 번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어찌 멀쩡히 할아비 행세를 하겠는가.
“뭐야, 솜뭉치를 만지려고 했다고?”
익시온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그가 타렌카 후작을 응시했다.
“난 당신 인정하지 않아.”
“…….”
“내 솜뭉치 괴롭혔던 그 못된 것의 조부라며?”
아.
다들 많이 컸구나.
타렌카 후작은 말없이 손자들을 바라봤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제 어미를 향해 웃어주지도 않는, 공작을 쏙 뺀 손주들이 괘씸하다고 외면했던 건 자신 아니던가?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 있으니…….
“후작께서 이해하십시오.”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타렌카 후작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손자들이 제 막냇동생을 감싸며 자신에게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을.”
어떻게 자신이 저 애들을 탓하겠는가.
“안쪽에 다과를 준비해놨어요. 요즘 봄 딸기를 잔뜩 얹은 타르트예요. 커스터드 크림은 메리가 직접 만들었어요. 메리는 아주 솜씨가 좋거든요.”
“그거 맛있겠구나.”
타렌카 후작이 웃었다.
분위기를 풀며 이 못난 할아비를 배려해주는 손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티룸에 들어선 타렌카 후작이 움찔했다.
방안이 레이스와 프릴, 솜인형 투성이였다.
루아티샤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분홍색으로 온통 꾸며진 방 안에 앙증맞은 테이블이 있었다.
파에라톤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테이블에 착석했다.
누가 봐도 루아티샤의 키에 맞춘 테이블이었다.
자연히 의자도 낮았다.
다리가 길쭉한 파에라톤 남자들이 앉기엔 불편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네 남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심지어 파에라톤 공작은 딸아이를 무릎에 앉히기까지 했다.
타렌카 후작은 다소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왠지 하녀들이 ‘어서 오세요, 공주님’이라고 자신을 맞아줄 것만 같았다.
테이블 위에는 봄 딸기 타르트를 비롯해 마들렌과 휘낭시에, 머랭 쿠키 등 온갖 디저트가 가득했다.
루아티샤는 눈을 빛냈고, 제온과 아레스, 익시온이 돌아가며 이것저것 아이의 입에 무언가를 넣어 주었다.
“루루.”
타렌카 후작은 식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파에라톤 공작의 입에서 저런 낯간지러운 애칭이 나오다니.
하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파에라톤 공작은 아이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저 깔끔하고 냉혹한 남자가 애 입을 손으로 닦아준다고?
이건 자신이 생각했던 파에라톤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메마르지 않았어요. 겉보기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안 그래요. 아버지는 제 남편에 대해서도, 제 아들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라요.”
오래전, 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