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1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13화(113/353)
☆ 제114화 ☆
* * *
나는 의사들이 할아버지를 진찰하는 것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진료를 마친 의사가 아빠에게 고개를 숙였다.
“노환입니다.”
“노환?”
“원체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몸을 돌보지 않으신 듯합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보통은 주치의를 붙여 관리하기 마련인데…….”
“그래도 일어나실 수 있는 거지?”
내 물음에 주치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건 전적으로 후작님께 달려 있습니다. 체력이 버텨주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체력이 너무 없으시다는 거구나.”
“사실 거동도 불편하셨을 겁니다. 이런 몸으로 매일같이 공작저에 오셔서 활동하시는 것도 부담이셨을 겁니다.”
“…….”
젊은 사람도 한두 달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가면 쉽게 피로하고 지친다.
하물며 할아버지는 십 년 넘게 칩거 중이셨다.
후작성은 당연히 넓을 테니 그런 쪽으로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든 사람은 성처럼 드넓은 집에 산다고 해도 단칸방에 갇힌 것처럼 살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이전에 한 번 충격에 쓰러져 거동도 못 하셨던 때가 있었다.
“후작님께서 일부러 내색하지 않으신 거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나는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키가 크고 허리도 꼿꼿했지만, 살집은 하나도 없었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살집이 필요하다던데.’
활동을 거의 안 한 듯 딱 봐도 근육량이 현저히 적었다.
‘바보 루아티샤.’
할아버지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가족이 되려면 이래야 한다고 잘난 척이나 했다.
할아버지가 쓰러지기 직전에도 그렇다.
오빠들이 할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싫다, 짜증 난다.’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받아들이는 게 보여서 흐뭇해하기만 했다.
할아버지에게도, 오빠들에게도 아주 좋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할아버지 상태가 어떤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으면서 대체 무슨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자책은 여기까지!’
나는 양손으로 뺨을 짝, 소리 나도록 부딪쳤다.
할아버지를 지켜보고 있던 아빠와 오빠들이 놀라서 나를 바라봤다.
“루루?”
나는 괜찮다는 듯 빙긋 웃어 보였다.
우울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쓰러진 할아버지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 * *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협탁에서 아키투스를 꺼냈다.
‘어떤 능력을 소환하지?’
천재 의사로서 이름을 떨친 여주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다 외과의 아니었나? 내과의는 없었잖아.’
아무래도 수술하는 본새 때문인지 드라마도, 소설도 외과의가 주인공인 게 대다수였다.
지금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내과적 치료였다.
‘하긴 내과의면 진단과 처방이 가장 중요한데……. 둘 다 너무 현대 의료 기술에 의존하지.’
판타지 세상에 끌고 오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럼 역시 성녀 여주?’
하지만 내가 아는 성녀 여주 들은 대다수가 신성력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낸다거나 하는 등등.
‘볼 때는 고구마라고 하면서도 개연성을 위해 이해했던 설정이었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이 사람을 무한정 치료할 수 있으면 그 세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내가 그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니 이해는 무슨 원망만 들었다.
“하……. 그딴 개연성 그냥 무시해서 써주지. 어차피 판타지인데 꼭 그렇게 개연성을 신경 쓰셔야 했나요?”
애꿎은 작가님을 탓해 봐야 있던 설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후우……. 그것밖에 없는가.’
동양의 신비로운 의술.
K-한의학.
어쩌다 동네 한의원 앞을 지나면 할머니들이 모임이라도 하듯 수다를 떨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그만큼 한의원이 노인들이 몸을 지지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에 탁월하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소환하려는 책의 여주는 그냥 한의사가 아니었다.
무려 성녀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여주인공의 침술과 탕약에 신성력이 스며들어 그렇게 효과가 좋았다!
‘一는 설정이었지.’
신성력은 거들뿐!
신성력으로 사람을 막 살리는 게 아니었기에 딱히 제약도 없었다.
좋아.
‘이 능력이면……!’
“소설 소환!”
[소환할 〈소설〉을 말씀해주십시오.]“〈저는 한의사지, 성녀가 아닌데요〉!”
파라라락一.
아키투스가 빛나며 책장이 저절로 넘어갔다.
적혀 있던 글자가 지워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글자가 새겨진다.
책에서부터 흘러나온 빛의 알갱이가 합쳐지며 여섯 개의 하트컷 크리스탈로 화했다.
지금 적용 중인 능력이 두 개, 능력 보관함에 있는 능력이 두 개.
그래서 추출할 수 있는 능력 열 개 중 네 개를 제외하고 여섯 개가 나온 거였다.
‘여섯 개면 충분해. 여주가 가장 많이 쓰는 능력이 한의사 능력이니까.’
다년간 능력을 사용한 결과, 나는 내 운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이 정도로 개수가 많으니 뽑다 보면 그중 하나는 원하는 게 걸리겠지!
그런 마인드로 부담 없이 손을 뻗었다.
[능력 〈나, 돌아온 거야?〉를 선택하셨습니다.]아니나 다를까, 능력의 이름부터 한의사와는 별 관련이 없었다.
역시 처음부터 쉽게 나올 리 없다.
차원 이동한 여주가 마지막에 지구와 판타지 세계를 놓고 선택하게 되는데, 그 장면인 듯했다.
[능력을 장착합니다.] [능력 〈나, 돌아온 거야?〉]– 공감 글귀:
소환한 침구는 역시나 깨끗이 소독되어 있었다.
나는 인당혈과 슬곡혈, 태양혈부터 시작해 차례로 침을 놓았다.
‘하지만 이건 침을 놓는 것만으로는 다스리기 어려운 병이야.’
이곳에 와서 내 침술이 이상할 정도로 과한 효과를 발휘하긴 했지만, 이번엔 반드시 약재를 써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약재를 어떻게 구하지?’
같은 약재가 있어도 똑같은 효능을 발휘할까?
‘어쩌지. 못 살리면 진짜로 날 죽일지도 몰라.’
눈물이 찔끔 났다.
그때였다.
차원 이동을 하면서 생겼던 상처가 따끔했다.
소매를 걷자 복잡한 문양과도 같은 상흔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처음 침구를 소환했을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문양에서 터져 나온 빛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황제의 침실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내게는 익숙하디익숙한 곳.
개원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욕에 차 모든 약재를 빵빵하게 채워놓은 내 한의원이었다.
〈저는 한의사지, 성녀가 아닌데요!〉의 여자주인공이 처음으로 자신의 한의원을 소환했던 장면입니다.
그녀는 신성력으로 침구와 한의원을 소환해 K-로판 세상에 K-의술을 펼쳤습니다.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독자님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 능력 효과: 신성력이 스민 침구와 한의원을 소환해 K-의술을 펼칠 수 있습니다.
– 사용 가능 횟수: 3/3
“후…….”
모든 것을 버릴 때, 비로소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
욕심을 버리니 원하는 것이 자연히 손에 들어왔다.
나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몸소 깨달았다.
‘여기까지!’
나는 유학자처럼 무게를 잡던 것을 그만두고 폴짝폴짝 뛰었다.
‘솔직히 이상한 패시브 나올까 봐 쫄았는데 이게 한 번에 나오다니!’
이건 내 지극한 효심이 하늘에 닿은 거다!
K-한의학과 K-유교걸은 한 몸이니까!
기쁨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구르듯 침대에서 내려왔다.
“가자! 울 할부지 구하러!”
* * *
“아가씨, 후작님이 걱정되셔서 다시 오신 겁니까? 아가씨께서도 많이 놀라셨을 텐데 쉬셔야…….”
“아냐. 할아버지 치료해보려구.”
“아가씨께서 말씀입니까?”
의사는 놀란 눈으로 물었지만, 나를 막진 않았다.
무려 흑사병 치료제를 개발했기에 의료 쪽에도 조예가 깊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문 의사들은 전부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내 덕에 목숨을 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야지.’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어. 기력이 쇠한 노인들에게 좋은 치료술이 있대. 타대륙 건데…….”
나는 미리 소환해놓았던 침통을 꺼냈다.
“아, 침술이군요?”
“알아?”
“먼 옛날 신화시대에 쓰인 의술이라고 들었습니다.”
오오, 역시 K-로판을 참고해서 만든 세계!
별게 다 있구나.
“하지만 그것은 지금은 소실 되어 사라진 의술입니다. 신화 속의 의술인데 작금에 그걸 어찌…….”
할아버지를 치료하기도 전에 의사들은 이미 뭔가 대단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다.
한의학을 올려칠 준비도 잘 되어 있구나.
나야 편하긴 한데 조금 오글거리네.
“얼마 남지 않은 기록을 보고 유실된 부분을 다 파악하신 겁니까? 역시 아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윽, 조금이 아니다.
완전 오글거린다.
아무리 토템 〈코촌 치킨 본점〉 덕에 파에라톤 공작가와 공작령에 내 영향력이 최대치를 찍었고.
그 덕에 영지민들은 무조건적으로 날 지지하고 사랑하며 연대할 거라고 했지만…….
“나도 다는 몰라. 할아버지 같은 경우에 어떻게 치료할지 겨우겨우 알아낸 거야.”
“그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아가씨께서는 참으로 겸손하십니다.”
“……옆에서 잘 기록해 놔.”
“예, 아가씨!”
어쨌든 이들은 유능한 의사였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을 그대로 기록해놨다가 비슷한 경우가 있을 때 쓰면 좋을 거 같았다.
‘좋아.’
나는 할아버지 곁에 다가가 손을 잡았다.
‘능력 〈나, 돌아온 거야?〉발동.’
[능력 〈나, 돌아온 거야?〉를 발동합니다.] [치료 대상을 지적합니다…지정 완료. 타렌카 후작.]미동도 없는 할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제가 꼭 할아버지를 낫게 해 드릴게요.’
그런데.
[인당혈에 수직으로 한치 깊이로 침을 꽂아 주십시오.]……인당혈이 어디야?
한치 깊이는 대체 뭐고?
[〈한의사〉의 한의학적 지식이 현저하게 낮다 못해 기초 상식도 없습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고지 방식을 변경합니다…변경 완료.]‘아니, 진짜 한의사도 아닌데 지식이 없는 건 당연하지!’
나는 입술을 비죽거렸지만, 그래도 안도했다.
말은 험해도(?) 사용자의 편의를 잘 봐주는 능력이라 다행이다.
이윽고 할아버지의 몸에 붉은 점이 표시되었다.
‘아, 침을 놓을 혈자리 표시구나.’
진작 이렇게 해줄 것이지.
나는 망설임 없이 침을 꽂았다.
각도나 깊이까지 침에 붉은 선으로 표시되어서 더더욱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오오, 대단하십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다니!”
“저 지체 없는 손놀림! 이미 아가씨께선 완벽하게 다 숙지하신 거죠?”
“어서 적어라!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
아니, 저는 그냥 치트키 써서 보이는 대로 꼽는 건데요.
민망했지만 어쨌든 나는 빠르게 침을 다 꽂았다.
그러면서 만진 할아버지의 팔다리가 너무 메말라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좋아, 이대로 일각만 있으면…….’
“15분 후에 침을 빼도록 해.”
“네, 아가씨.”
“나는 할아버지의 기력을 보할수있는 탕약을 만들어 올게.”
나는 내 눈앞에 뜬 처방을 바라보았다.
십전대보탕
공진단
둘 다 한의원에는 한 번 걸음도 하지 않은 나조차 익숙한 이름이었다.
‘재료를 구해오는 척이라도 해야 하니까.’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준비를 마친 후, 한의원을 소환했다.
“와, 진짜 한의원이네?”
신기했다.
“헐, 불도 켜지네? 전기 포트도 되고……. 완전 대박이다.”
제한 없이 소환할 수 있으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물건들이 넘쳐났다.
세 번밖에 못 쓴다는 게 퍽 아쉬웠다.
“여기 물리치료기도 가져가도 되나?”
밖에서는 안 통하겠지만 마법사들이 뜯어보면 어떻게든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놔둬봤자 쓰지도 못하는데 그냥 가져가자!”
내 생각엔 가져가도 재소환했을 때 새로 생겨있을 확률이 높았다.
“여주 언니가 사용했던 약재도 계속 리필되었으니까.”
소환 공간을 처음 상태로 보존되는 능력이라고 했다.
나는 가져온 자루에 약제를 있는 대로 쓸어 담았다.
그리고 물리치료기와 전기장판, 자루를 가지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침실이 물리치료기와 자루들로 찬 걸 보니 ‘그제야 너무 대책 없이 저질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수습하는 건 역시 남한 테 맡기는 게 최고지!’
나는 당장 칸도르 백작과 디에르 자작을 불렀다.
“아가씨! 집무실이 아니라 방으로 저를 불러주시다니 이제 드디어 저를 아가씨의 첫 번째 종으로一.”
“됐고, 내가 이걸 구했는데.”
슬쩍 침실 문을 열자 칸도르 백작이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오다 주웠어.”
“공녀님께서는 참 오다 주우시는 것도 많군요.”
그러게.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