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1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16화(116/353)
☆ 제117화 ☆
“……진짜 아프신 거 맞아요?”
루아티샤가 불신 가득한 눈으로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봤다.
파에라톤 공작은 잠시 딸아이를 보며 고민했다.
한 번 아파본 적이 있어야 아픈 척을 잘할 텐데.
결국 그는 딸아이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루루.”
아프다는 설득은 포기한 건지, 누가 봐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아티샤는 치, 하고 입술을 삐 죽이곤 도도도 다가가 아빠의 품에 안겼다.
파에라톤 공작이 딸아이를 달랑 안아 올렸다.
“편찮으셔서 식사도 못 하셨다니 어쩔 수 없죠. 효녀인 제가 간호해드려야지.”
“고맙구나.”
“하지만 밥 안 드시면 슬퍼요. 앞으로는 꼭 거르지 않고 잘 드시기예요?”
“그러마.”
파에라톤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루아티샤는 발을 달랑거리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치사하다!’
‘저딴 꾀병을……!’
‘최소한 아픈 티라도 제대로 내던가!’
파에라톤 공작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들을 돌아보았다.
피식.
그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오만하게 걸렸다.
세 사람이 뒷목을 잡으려는 순간, 루아티샤가 그들을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오빠들은 할아버지 부축 잘 해드려! 산책 재밌게 해!”
파에라톤 공작은 승리감이 가득한 눈으로 네 남자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몸을 돌렸다.
“…….”
“…….”
정원에 덩그러니 남은 네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희대의 사기꾼 아기 고양이가 막내를 채갔다.
* * *
나는 건강하다 못해 식스팩까지 지닌 아기 고양이에게 맘마를 떠 먹여주며 간호해준 뒤, 곧바로 외출했다.
아즐의 도움을 받아 수르아로 변한 후, 곧장 에첸이 기다리고 있는 용병단 아지트로 텔레포트했다.
“미안, 늦었지.”
서두른다고 빨리 움직였는데도 약속 시간에서 한참 지나 있었다.
시간 엄수는 거래의 기본 중 기본이거늘.
“무슨 일 있었어?”
“집에 아기 고양이가 있어서 좀 달래주느라.”
“아기 고양이?”
“응.”
에첸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딱히 기다리느라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행이야.’
이번 의뢰에서는 내가 좀 양보해주자!
저번보다 더 많은 양의 검은 황금을 지불하겠다는 말에 에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에첸은 말이 통하는 상대였고, 몇 번 의뢰를 반복하며 합을 맞추다 보니 협상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솔직히 이제는 거래 상대가 아니라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지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에첸은 의뢰서에 숫자를 적어 넣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어?”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 싶어서 뺨을 매만졌다.
에첸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풍기는 분위기가 그래. 기분이 좋아 보여.”
“그걸 보면 알아?”
“알아, 나는.”
나를 바라보는 에첸의 눈동자는 개암나무 열매처럼 반질반질했다.
나는 그 눈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그야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쓰러지셨던 할아버지가 무사히 깨어나시고 차차 건강을 회복 중이니.
“그 노예는 잘 해결됐나 봐?”
“노예? 아……!”
시드에 대해서 에첸에게 상담했었지, 참.
“……잊고 있었어?”
“일이 좀 많았어서.”
클라티에의 농간부터 시작해서 외할아버지와의 만남. 거기 다 쓰러지시기까지 했으니…….
내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
“흐음…….”
에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응?
왠지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하지만 에첸이 기분 나쁠 이유는 전혀 없잖아?’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럭저럭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얘도 남의 연애 이야기 좋아했지.’
오죽하면 그 시드의 이야기를 연애 쪽으로 해석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 만남에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나 보다.
나도 그 마음 안다.
두근거리면서 다음 편을 기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재하면 속상하지.
‘하지만 시드랑 나는 진짜로 연애가 아니라고.’
후속편이 올라와봤자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가 나올 것이다.
연애.
연애라…….
솔직히 엄마와 아빠의 연애가 진짜 궁금했다.
나는 테이블 위에 팔을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은근하게 물었다.
“있지, 감정에 둔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잘 모르는 남자를 꼬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에첸의 눈동자가 한차례 흔들렸다.
그의 얼굴이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딱딱하게 굳었다.
어라?
이런 이야기 나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에첸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든 남자가 생겼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우리…… 음, 친구? 내 친구 이야기인데.”
“친구 이야기.”
“응.”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에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깊고 낮았다.
어쩐지 긴장이 됐다.
“네…… 친구가 노예를 잊은 이유가 갑자기 나타난, 감정에 둔한 남자 때문이야?”
그는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조용하고 느릿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타오르듯 강렬했다.
나는 앞에 놓인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까지도 내게 달라붙은 그의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컵을 잡는 손, 빨대를 무는 입술, 꼴깍 움직이는 목울대까지.
도무지 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차가운 음료로 목을 축여도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게, 일단 걔랑은 다른 친구인데…….”
“그런 남자는 포기해.”
단호한 목소리.
“왜?”
“매력 없어.”
나는 입을 떡 벌렸다.
한순간에 긴장이고 뭐고 다 날아갔다.
아니, 우리 아빠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전통적으로 북부대공은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더불어 우리 아빠는 겉바속촉에 아기 고양이이기까지 해서 반전 매력이 끝내줬다.
“네가 뭘 알아?”
“안 봐도 뻔해.”
“얼굴도 잘생겼고, 몸도 좋고, 엄청난 부자에다가 신분도 높아.”
“…….”
“거기다가 능력도 좋고 강하기까지 해. 무엇보다 일편단심. 다른 여자는 바라보지도 않아. 근데 매력 없다고?”
“…….”
에첸은 퉁퉁거리며 열변을 토하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할 뿐 별말이 없었다.
나는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누구나 탐낼 신랑감 아냐?”
우리 아빠야말로 최고의 신랑감이다!
“……너도?”
“응?”
“너도 탐내?”
나는 에첸의 물음에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 사람이 우리 아빤데…….
탐내면 큰일나.
이건 인륜대사에 어긋나.
그런 거 K-유교걸은 용납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런 남자가 네 취향이야?”
“어?”
“얼굴 잘생기고, 몸도 좋고, 엄청난 부자에 신분까지 높은 남자. 거기다 능력도 출중하고 무력도 강해야 하고.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지 않는 일편단심.”
어…….
저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정말 판타지였다.
에첸은 입을 다문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또?”
“응?”
“또 뭐가 좋아?”
“그, 글쎄?”
솔직히 저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드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남자인데.
“다 좋아. 하지만 감정에 둔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자각도 하지 못하는 남자는 안 돼.”
“왜?”
에첸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깊은 눈으로 지그시 나를 응시할 뿐.
어…….
나는 그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괜히 테이블 위에 놓인 손을 어색하게 꼼지락거렸다.
혹시 이거 썸인가.
* * *
집에 돌아온 나는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말랑말랑한 햄찌 인형을 푹 끌어안고선 이리 뒹굴, 저리 뒹굴했다.
이전 생에서 나는 모태 솔로였다.
그리고 지금도 당연히 모태 솔로.
‘드디어 내 인생에도 봄이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그저 설레발일까?
수천 권의 로판을 보면서 수많은 연애사를 접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연애 고자였다.
그렇다.
나는 연애를 글로 배운 사람이었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열렸다.
“아가씨, 마법부 수장인 브라운 자작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응, 나중에 볼게…….”
아주 심각한 고민 중이었기에 나는 누운 그대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다 든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안나!”
“네?”
안나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안나한테 연애 상담하기엔 좀 그렇지.
“무슨 일이신지 몰라도 필요하시면 바로 부르세요.”
안나는 더 캐묻지 않고 빙긋 웃었다.
“응, 고마워.”
탁,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털썩 누웠다.
‘티리엘이나 자스민한테 말해 볼까.’
자고로 연애 이야기는 여자 친구들하고 해야 제맛이었다.
새벽 축제에서 부쩍 친해진 영애들을 떠올렸다가 팔다리를 붕붕방방 흔들며 햄찌를 퍽퍽 쳤다.
부끄러워!
상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무엇보다 내 착각일 수도 있잖아.’
로판 볼 때는 조연들의 연애사까지 척척 맞췄고, 현실에서 친구들의 연애 상담까지 잘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내 이야기가 되니…….
‘혹시 나 괜히 모솔 티 내며 설레발치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에첸을 단 한 번도 연애 대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에첸이라…….’
그야 능력도 좋고, 말도 잘 통하고, 생긴 것도…….
평범한 듯한데 볼수록 매력 있다고 해야 하나.
실질적으로 고백 많이 받을 상이라고 해야 하나.
“흠…….”
나는 얼굴을 감싼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에첸의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미쳤나 봐. 갑자기 왜 이래.’
지금 난생처음으로 썸타는 상황에 들뜬 게 분명했다.
나는 에첸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좀 설레고 들뜨면 사귈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다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는 거고.”
“하지만 진짜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너는 연애를 너무 경건하게 생각해. 모태 솔로 특징이라고 하더라.”
“뭐어? 그 모태 솔로한테 여태 연애 상담 몇 번이나 했으면서!”
“남 연애 상담은 잘해주고 정작 자기 연애는 못 하는 것도 모태 솔로 특징이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회전초밥처럼 운동장을 돌며 재잘재잘 떠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때 참 재밌었는데.
하지만 나는 결국 아무하고도 사귀지 못했다.
그야 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말 연애를 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 결과 나는 모태 솔로로 생을 마감했고.’
그렇게 생각하니 가볍게 한 번 썸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쪽은 나를 완전히 성인이라고 알고 있잖아.’
진짜 나는 열 살 응애인걸.
이건 범죄다.
‘휴, 내 설레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다음에 에첸을 만나면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다.’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 나는 비척비척 침대에서 일어났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가족들이 이미 다 와 있었다.
할아버지까지 포함해서.
“어?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그래, 오늘 산책하러 나갔다 왔더니 컨디션이 좋아.”
“다행이에요. 매일은 무리더라도 한 번씩 내려와서 식사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빠들이랑 산책 잘하셨나 보다.
내심 걱정했는데 잘됐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으렴.”
오늘 저녁은 치즈를 잔뜩 올리고 짭쪼름한 소스를 뿌려 구운 바닷가재였다.
신이 나서 먹는데 가만히 나를 보던 아레스가 말을 걸었다.
“루아티샤.”
“응?”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런 걸 묻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레스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니야. 아무 일도 없으면 됐어.”
아레스는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다른 가족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런 걸 물었지?’
나는 아빠가 발라주신 가재 살을 입에 넣으며 힐끔 오빠들을 바라봤다.
내 오빠들이지만 정말 잘생겼다. 에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건 당연했다.
‘새벽 축제 때 나를 바래다주거나 마중 나올 때마다 영애들이 난리 나기도 했고.’
그럼 고백도 많이 받았을까?
“저기, 있잖아. 오빠들은 혹시 연애…… 아니다.”
나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인기 많으면 뭐하나.
고백 받았으면 뭐해.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들이 연애는 무슨 연애.
솔직히 동생이랑만 같이 있으려는 거 보면 모솔인 게 뻔하다.
여친 있었으면 나랑 노는 게 아니라 여친이랑 놀았겠지.
‘쯧쯧.’
“……연애?”
제온이 나직하게 물었다.
“갑자기 연애는 왜?”
“너 연애해?”
이어지는 아레스와 익시온의 물음.
주변을 살피니 아빠가 식사도 멈춘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