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1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17화(117/353)
☆ 제118화 ☆
“아니이……. 익시온도 참. 내가 무슨 연애야. 아직 어린데.”
부끄러움에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포크로 가재 살을 찍었다.
“그럼 갑자기 왜 물어봤어?”
“그냥, 엄마랑 아빠 이야기 들으니까 궁금해서 물어봤던 거야.”
“그래?”
“응.”
“그렇단 말이지.”
식당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달그락거리며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아, 배부르다! 저는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더 있다간 뭘 또 집요하게 물어볼지 몰라!
나는 후다닥 식당에서 나왔다.
* * *
루아티샤가 식당 문을 꿍, 닫고 나간 직후.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던 다섯 남자가 일시에 식기를 내려놓았다.
“수상하지?”
“얼굴이 빨갰어.”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깨작거렸지.”
콰가각!
파에라톤 공작이 들고 있던 포크가 대리석 테이블에 꽂힌 채 부르르 떨렸다.
“어떤 썩을 놈이 감히.”
어둡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분명 딸아이는 자신과 평생 함께 살 거라고 했다.
그런데 웬 놈팡이가 끼어들어서 그 행복한 미래에 초를 치고 있었다.
“이번 새벽 축제 예선에서 성사된 커플만 해도 열 쌍이 넘는다고 합니다.”
“경합하러 갔지, 연애하러 갔나?”
“그 어린것에게 연애는 너무 일러. 아직 가족의 품 안에 있을 때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타렌카 후작과 파에라톤 공자들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뜻 아래, 건강이 걱정이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던 조손지간의 정이 단단해졌다.
“순진한 솜뭉치를 꼬여낸 쳐 죽일 놈을 쳐 죽여야겠어.”
“쳐 죽이는 걸로는 부족하지.”
“아예 어떤 남자도 막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아야겠어.”
“흠, 타렌카에는 비밀 정보 조직이 있네. 위장과 잠입이 특기지.”
“호오, 거기에 파에라톤의 암살 부대의 힘을 합치면 삶에 미련이 없는 것들에게 인생을 하직시켜 줄 수 있겠습니다.”
“루루는 영리한 아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럼요.”
네 남자는 믿음직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유대감이 그들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이 순간, 그들은 진정으로 한 가족이 되었다.
Chapter 25. 삼자대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으, 모자를 쓰고 올 걸 그랬나.’
한낮의 여름 햇살은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녀. 내궁에서 공녀를 보니 기분이 색다르군요.”
“오랜만이에요, 체시아 백작님. 백작님께서 직접 마중 나와 주실 줄 몰랐어요.”
“황제 폐하께서 그만큼 공녀를 신경 쓰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어머나, 영광이네요.”
체시아 백작은 하나도 영광스러워 보이지 않는 내 얼굴을 보고 재밌다는 듯 웃었다.
“황제 폐하께 감히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영애는 오직 공녀뿐일 겁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절 신경 쓰시는 거 아니시겠어요?”
“하하! 맞는 말이군요.”
체시아 백작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폐하의 명으로 나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저 역시 공녀께 흥미가 있습니다.”
“서북 지방의 문제를 해결해서요?”
“그땐 정말 놀라웠죠. 설마 그런 대답이 새벽 축제에서 나올 거라곤 정말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더 흥미가 이는 것은 공녀의 태도입니다.”
내 태도?
그가 말하는 태도는 단순히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것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내 정치적 태도의 문제였다.
내가 침묵하자 그가 미소 지었다.
“역시 영민하십니다.”
“이번엔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죠.”
새침하게 답하자 그가 다시 웃었다.
그리고는 심각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황궁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폭풍전야라 그러는 것일 뿐입니다.”
본디 가장 강력한 태풍이 오기 전이 가장 고요한 법이다.
“공녀께서는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같습니다.”
“웅? 저는 그냥 열 살 응애일 뿐인데요.”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갸웃하자 체시아 백작이 웃었다.
“공녀님의 활약을 봤으면서도 깜빡 속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우시군요.”
거참, 사람 민망하게.
체시아 백작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저는 공녀께서 어느 편에서 실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묻는다.
나는 체시아 백작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내 의중을 묻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황제의 명일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흐음…….’
“백작님과 제 사이에는 어떤 친분도 없는데 말씀을 조금 조심하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내가 남들한테 이르면 어쩌려고 그래?
“궁내부 장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해도 되는 사람이다?”
“공녀께서는 제가 한 말을 다른 곳에 옮기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체시아 백작을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딱히 제가 다른 곳에 말해도 곤란하시지 않군요?”
“하하.”
체시아 백작은 농담을 들었다는 듯 웃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만한 권력이 있다는 거겠지.’
대놓고 황족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내게 어떤 황족을 선택할 거냐 묻고.
그 이야기가 황족들 귀에 들어가더라도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주변을 살폈다.
체시아 백작 외에도 궁인들이 우리의 곁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표정 변화가 없었다.
체시아 백작은 이들이 제 이야기를 다른 곳에 가서 떠들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황궁 내부에 자기 세력도 견고하다는 뜻이야.’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궁인들을 물리지 않음으로써 은연중에 그 사실을 내게 알리고 있다.
‘나한테 능력 자랑을 하는 이유가 뭘까.’
호의일까, 경고일까.
“친분이라는 것은 없다가도 생기기 마련이죠. 오늘 공녀와 이리 길게 이야기를 나눴으니, 어떤가요.”
체시아 백작이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모르는 아저씨에서 동네 아저씨 정도는 됐습니까?”
체시아 백작은 명백하게 내게 손을 잡을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글쎄요, 저는 동네 아저씨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서. 하루 종일 걸어도 우리 집 안이었거든요.”
“하하, 파에라톤 공작성이 넓기야 넓죠.”
돌려 말한 거절에 체시아 백작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음에는 사탕 주는 아저씨이길 기대할게요.”
운명공동체처럼 한배를 타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황궁 내부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체시아 백작과 인연을 만들어 놓는 건 내게도 도움이 되겠지.’
서로 주고받는 관계.
그게 가장 적당하다.
시무룩했던 체시아 백작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사탕이라……. 공녀가 좋아할 만한 사탕으로 준비해놓아야겠군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러는 사이 우리는 티룸 앞에 도착했다.
체시아 백작은 손수 티룸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알현실 안으로 들어가는 내게 속삭였다.
“아참, 사탕 준다고 아무 데나 따라가면 안 됩니다.”
뭐야?
왜 갑자기 애 취급?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니 체시아 백작이 웃었다.
“똘망똘망하게 굴 때도 귀엽지만 역시 표정이 다 드러날 때가 더 귀엽군요.”
“……지금 그 발언으로 백작님은 사탕을 줘도 절대 따라가면 안 될 사람이 됐는데요.”
“저런, 커다란 사탕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체시아 백작이 문을 닫았다.
‘거참, 이상한 아저씨일세.’
앞을 바라보자 시종이 고개를 숙이고 안쪽 문을 열었다.
가까운 사람과 다과를 들기 위한 방인지, 티룸의 규모는 조금 작았다.
하지만 바닥과 벽의 장식부터 시작해서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까지 예사롭지 않은 게 없었다.
황제와 황후, 황비와 황태후는 물론 에스테반 황자까지 자리해 있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나는 치마를 넓게 펴며 무릎을 굽혔다.
“파에라톤의 딸이 지고하신 분들을 뵙습니다.”
“어쩜 인사하는 모습도 저리 예쁠까.”
“어서 오려무나. 내 어찌나 공녀를 보고 싶던지.”
“자자, 이쪽으로 앉게나.”
황후가 에스테반 황자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내가 그 자리에 앉자 에스테반이 미소 지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나는 고개를 한 번 까딱이곤 새침하게 얼굴을 돌렸다.
“공녀가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해서 오늘 우리 황궁 파티시에들이 힘을 냈어.”
“그래요? 궁금하네요.”
“입에 맞을 거야.”
황족들이 서로 견제질을 하며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이었지만, 나로서는 나쁠 것 없었다.
혼자서 만났으면 이렇게까지 내 심기를 살피지 않았을 텐데 자기들끼리 경쟁하느라 난리였다.
‘흠, 황태후는 지난번 새벽 축제 초반까지만 해도 한 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였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네?’
황후가 연설을 할 동안 격려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지금 황태후는 꽤 적극적으로 주변을 견제하고 있었다.
나는 다크초콜릿 무스에 생 체리를 얹은 케이크를 먹으며 흥미진진하게 황족들의 암투를 구경했다.
‘꿀잼.’
나는 원래 로판에서도 사교계의 물밑 다툼을 재밌어했다.
눈앞에서 서양풍 사극을 보는 느낌.
한동안 서로 말을 주고받던 황족들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참, 예선 통과를 축하하네, 공녀. 나는 영애가 통과할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눈빛부터 오죽 똘똘해보였어야지. 본선에서의 활약도 기대하고 있어.”
“대다수의 매체가 공녀를 이번 대 아우로라로 점찍고 있더군.”
“하지만 아우로라는 에오스와의 관계도 중요한 것 알지?”
황후가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네, 그렇다고 들었어요. 어떤 영식과 파트너를 이루는지도 무척 중요하다고.”
“그래,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출중해도 파트너가 별로면 감점을 당할 수 있어. 사교계에서는 홀로 빛날 수 없기 때문이지.”
“취지는 잘 알겠습니다.”
새벽 축제의 본선은 이인삼각과도 같다.
최악의 경우, 파트너 때문에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선과 달리 본선은 황족들도 참여하지. 내 아들도 나갈 거란 뜻이야.”
황후가 은근하게 말하며 에스테반 황자를 눈짓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전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에스테반은 대외적으로 황제의 유일한 자식.’
확실히, 황후-에스테반과 손을 잡으면 나와 파에라톤에는 큰 힘이 실릴 게 분명했다.
나는 힐끔 황제를 바라봤다.
왜 제 아들이 파에라톤과 혼인 동맹을 맺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리 시큰둥할까.
황비나 황태후는 몰라도 황제는 좋아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그는 시큰둥한 것을 넘어 탐탁잖아 보이기까지 했다.
‘황제는 황후와 에스테반을 경계하고 있어.’
나한테도 좋은 소식이었다.
황후와 손잡긴 싫거든.
예전에 레이디 아펠리아를 이용해서 우리 가문을 한 번 날름 삼켜버리려고 했던 전적이 있잖아?
내가 어떻게 좋아하겠는가.
“영애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겠습니다. 모두 황자님과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할 테니까요.”
“공녀는 아니라는 말로 들리는군?”
“5년 전, 저는 지금보다도 더 어렸지만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답니다.”
“무슨 교훈이지?”
“무리해서 남의 것을 탐내면 탈이 난다는 사실이요. 제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던 어느 레이디는 아직까지도 사교계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더군요.”
“풋……!”
황비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후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채 황비를 노려봤다.
황비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여전히 비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 실례. 하지만 그때 일은 정말 우습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시킨 일이라는 소문도 있었지요.”
황후가 시켜서 레이디 아펠리아가 반나체로 파에라톤 공작의 침대에 숨어들었다는 말이었다.
황후는 분노를 누르며 내게 말했다.
“공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하나 내가 깊이 연루되었다는 말은 잘못된 소문이야. 나는 그저 먼 친척인 아펠리아가 재혼을 원한다고 해서 뜻대로 하라고 했을 뿐.”
“그렇군요.”
“지난 일은 내 엄히 꾸짖었네. 나도 그 일로 꽤나 곤란했어.”
황후 본인 역시 곤욕을 치렀으니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말이었다.
“어른들과의 대화가 공녀를 지루하게 만들었나 보구나. 에스테반과는 또래이니 말이 통하겠지. 에스테반, 공녀에게 정원을 구경시켜주렴.”
그 말에 에스테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지루하던 차였어. 나가서 함께 지루함을 달래보는 건 어때?”
애쉬 블론드빛 머리카락과 신비로운 청회색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소년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