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0화(130/353)
☆ 제130화 ☆
“그게 왜 공작만 믿고 등에 업은 건가. 할애비와 오빠들까지 포함된 거지.”
타렌카 후작이 은근하게 파에라톤 공작을 타박했다.
손녀딸의 사랑을 받는 건 너 혼자가 아니다!
“뭐, 후작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막내는 정확히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익시온과 제온이 타렌카 후작의 역성을 들었다.
파에라톤 공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 자기 혼자로는 약할 것 같으니 아들들을 끌어들였다.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익시온·제온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때.
“누구를 믿고 그랬는지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아레스가 봄볕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깊게 기댔다.
“내 동생은 예전에도 나를 등에 업고 날뛴 적이 있으니 당연히 내가 가장 먼저 생각났겠지요.”
이전에 원로원 수장이었던 요젠하임 백작을 몰아낼 때를 말 하는 것이다.
“아레스으! 나쁜 놈이 나 아야하게 했어!”
“울 오빠 왔으니까 니네 다 디져써!”
“울 오빠 완전 멋지구, 완전 강하구, 완전 똑똑해! 그치?”
그때를 생각하니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다르지 않거든?! 솜뭉치 녀석이 저번에 피크닉 갔을 때…….”
익시온을 시작으로 서로 막내가 나를 등에 업은 거라면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살기까지 뿜으며 하는 말에 박스석 안이 순식간에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정작 막내 아가씨께서는 아무 생각도 없으셨을 거 같은데.’
파에라톤 공작의 수석 보좌관이라는 슬픈 죄로 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고 있던 에르켈 자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저 잘 먹히니 가족들 이야기를 꺼냈을 뿐, 누굴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거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가족은 정말 눈에 루루깍지가 두껍게 끼어 있다.
“저, 괜찮은 겁니까?”
타렌카 후작의 보좌관이 조심스레 에르켈 자작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혹시라도 박스석이 부서지면 그때 가서 황실에 보상을…….”
“예? 부서져요?”
“아니지. 최근엔 막내 아가씨가 귀엽다거나 웬 남자애가 접근했다는 이유 말고는 마음대로 부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아요.”
“예?”
“하하, 그냥 두세요.”
보좌관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두라는 건 알아들었기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까부터 파에라톤 일가에게 구박(?)받으며 흐린 눈을 뜨고 있던 에르켈 자작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가장 정상인 같아 보였던 것이다.
그는 은근한 태도로 다시 말을 붙였다.
“그런데 본인을 등에 업고 날뛰었다면서 저렇게 자랑해도 괜찮은 건가요?”
“하하, 자랑할 일은 아니죠.”
“그쵸. 그보다 아이가 날뛰면 말리는 게 제대로 된一.”
“말려요?”
웃고 있던 에르켈 자작이 정색하며 타렌카 후작의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우리 막내 아가씨가 하고 싶은 걸 하시는데 왜 말려요?”
“예? 아니…….”
타렌카 후작의 보좌관은 이쯤 되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말리는 게 이상한 건가?!
“아가씨께서 저기서 저렇게 나서면 뒷수습은…….”
“그거야 등에 업힌 사람들이 알아서 할 문제죠. 흠, 근데 어느 분을 믿고 날뛰어도 결국 저도 수습에는 한몫 거드니까, 결과적으로 우리 막내 아가씨는 역시 저를 믿는 게 아닐지…….”
“……예에, 그러시군요. 좋으시겠어요.”
파에라톤 공작가 남자들과 타렌카 후작을 보며 자기는 아닌 척했지만.
사실 에르켈 자작의 눈에도 누구보다 두껍게 루루깍지가 끼어 있었다.
* * *
‘루아티샤 파에라톤! 저 건방진 계집이 또……!’
파에라톤 공녀가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미첼로인 영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갔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이 사건에서 지울 수 있었을 텐데!
“황후,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황족들을 위한 박스석 안에 들어오자 황제가 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건 황후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세. 황가의 위신이 관련된 문제야!”
황태후의 호통에 황후는 이를 악물었다.
그간 숨소리 내는 것 하나 조심하며 지내왔던 뒷방 늙은이까지 자신을 무시하다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따지고 들 순 없었다.
“폐하, 억울합니다. 이건 모함이에요. 분명 미첼로인 영애가 사주를 받고一.”
“그래서?”
“그러니 저는 억울하다는 말씀을…….”
“하아, 황후.”
황제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제 결백이 중요하지 않으면 무엇이 중요하단 말입니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어쭙잖은 변명이 아니네.”
황제의 말에 황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황제의 안중에는 정말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태를 일으켜 황가의 위신을 땅에 박은 황후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명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황후는 고개를 수그린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미 황제는 미첼로인 영애의 말이 사실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여기서 억울하다며 결백을 주장해봤자 짜증과 환멸만 받을 뿐이다.
‘젠장, 그 계집애는 무슨 생각으로 다 보는 데에서 폭로한 게야!’
황후는 미첼로인 영애가 절대로 다른 이에게 말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미첼로인 영애는 조용하고 신중한 데다가 가풍에 따라 명예를 중시했다.
폭로하는 순간 미첼로인 후작 가의 비리까지 터지며 명예가 곤두박질칠 게 분명하거늘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인 건지.
‘그때 내 앞에서 벌벌 떨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 안 돼.’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는 무모한 아이가 아니었다.
한데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하, 기자들이 신나서 호외를 뿌리겠군. 거기다 지금 아래에는 귀족들이 모여 있어. 여기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一.”
“폐하, 페르마인 백작을 위시한 귀족들이 공개 재판을 요구했습니다!”
“뭐라?! 감히 이것들이……!”
페르마인 백작 세력은 서북부에 세력을 두고 황제를 비롯해 중앙과 척을 진, 토호 세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귀족 계파였다.
그들이 요구한 공개 재판은 미첼로인 영애에 관한 것이었지만, 사실상 황후를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황제는 시퍼런 눈으로 황후를 노려봤다.
“이 일을 어쩔 거요!”
“……송구합니다.”
황제는 황후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시종에게 일렀다.
“일단 홀에 회견할 준비를 해라. 공개 재판까진 아니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지 못하면 더 큰 사달이 날 테니.”
“예, 폐하.”
황제가 측근들을 불러 소회의실로 향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황가의 체면을 지킬 수 있을지 논의해야 했다.
그때, 황제의 곁으로 다가온 체시아 백작이 쪽지를 건네며 작게 속삭였다.
“이걸 파에라톤 공녀가…….”
파에라톤 공녀?!
황제가 눈을 번쩍 떴다.
지금 이 상황에 몰래 쪽지를 건넨 의도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래, 그 아이가 얼마나 총명한데 생각 없이 나섰을 리가 없어.’
파에라톤 공녀가 나섬으로써 미첼로인 영애가 황후에 대해 폭로할 수 있었다.
그 탓에 황제는 루아티샤에게 조금 화가 난 상태였다.
‘내가 괜히 성급하게 공녀를 오해했군.’
서북부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준 예쁘고 예쁜 아이가 이번에는 또 무슨 묘안을 내어줄지!
* * *
루아티샤가 미첼로인 영애의 앞을 막아서는 걸 보자마자, 시드리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면접장으로 향했다.
“황자 전하? 여기는 시험 치는 영애들만…….”
진행을 맡은 관료들은 말리는 시늉을 했지만, 감히 황자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시험 비리가 터진 데다가 심지어 황후의 이름까지 거론된 상황.
이때 잘못 행동하면 어떻게 될지 앞일을 장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어린 황자에게는 길을 비키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거침없이 걸어가던 시드리한은 멈칫한 후 방향을 돌렸다.
코너를 돌자 파티션을 세워 만든 휴게 라운지에 미첼로인 영애와 함께 앉아 있는 루아티샤가 보였다.
시드리한은 발걸음을 멈췄다.
미첼로인 영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예전에 그랬죠. 본선에서 좋은 승부 기대하겠다고.”
“기억해요.”
“제가 그렇게 말해놓고서 정작 제가 그 승부를 망쳤네요. 그래도 이제야 공녀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볼 수 있겠어요.”
루아티샤는 이런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말하는 미첼로인 영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괜찮아.”
미첼로인 영애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루아티샤가 그녀를 푹 끌어안았다.
토닥토닥.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전부 다 괜찮아.”
열 살인 루아티샤는 열네 살인 미첼로인 영애보다 한참 작았다.
그런데도 무릎을 세워 어떻게 든 미첼로인 영애를 끌어안은 채 등을 토닥이고 가슴에 얼굴을 기대게 했다.
미첼로인 영애는 완전히 굳은 채 아무 반응도 못 하고 우두커니 그 토닥임을 받았다.
그러기도 잠시.
“흐, 윽……. 흐어어어엉!”
미첼로인 영애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눈물로 범벅되기 시작했다.
“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혼자서 많이 무서웠지. 이제 내가 옆에 있어 줄게.”
“끅, 흐읍…….”
미첼로인 영애가 손을 뻗어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의 몸을 마주 끌어안았다.
이제는 루아티샤가 미첼로인 영애를 끌어안은 게 아니라, 미첼로인 영애가 루아티샤를 끌어안은 형국이 되었다.
시드리한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하고 상냥하구나.’
햇빛이 빛을 뿌리듯, 빗줄기가 땅을 적시듯 빛과 물이 필요한 이에게 그 다정함을 나눠준다.
시드리한은 그게 자랑스러우면서도 괴로웠다.
햇빛과 빗줄기가 사람을 가리지 않듯 루아티샤도 마찬가지다.
더 특별하고 소중해서 손을 뻗고 품을 내주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자리에 있고 자신이 할 수 있기 때문일 뿐.
‘나도 알아.’
자신에게도 큰 의미 없이 할 수 있는 호의를 베푼 것이다.
하지만 탓할 수도 없었다.
만약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루아티샤는 자신을 보고서도 못 본 척 지나쳤을 테니까.
공평하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쁘면서도 비참한 일이라니.
“……나한테 실망했죠.”
한참을 울고 난 미첼로인 영애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당당한 척, 이제 제대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네 어쩌네 했지만 내가 무슨 염치로 그러겠어요. 자수했다고 했던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미첼로인 영애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밝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솔직히 나라면 못 그랬을걸요.”
“공녀라면 애초에 유출된 질문지를 안 받았겠죠.”
“음, 그렇게 봐준 건 고마운데…….”
루아티샤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가문의 비리 가지고 협박하는데 미쳤다고 ‘그럼 밝히세요! 그게 정의니까요!’라고 하겠는가.
옥살이하며 피죽도 못 먹은 채 “우리 막내 보고 싶어!”하고 울 아빠와 오빠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런 곳에서 지내면 잘생긴 얼굴들도 다 상할 것이다.
‘나라면 우리 가족이 비리를 저지른 증거를 전부 다 없앤 다음에 역으로 황후의 뒤를 잡았겠지.’
그리고 그 누구도 다시는 우리 가족 가지고 협박 못 하도록 본보기로…….
“공녀?”
“나는 영애의 생각보다 훨씬 못 됐거든요.”
루아티샤가 씨익 웃었다. 악동 같은 웃음이었다.
그 미소에 미첼로인 영애의 입매도 슬쩍 풀렸다.
손가락질과 흰 눈으로 보는 게 두려웠는데 눈앞의 아이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미첼로인 영애는 조금 더 어깨에 힘을 뺄 필요가 있어요. 너무 어른 같이 굴어.”
“……그걸 공녀에게 들으니까 기분이 참 묘하네요.”
“우웅? 루루는 척 봐도 열 살 응애인데요?”
루아티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그 모습에 결국 미첼로인 웃음이 웃음을 터트렸다.
코가 빨갛고 눈가는 살짝 짓물러 있었지만, 그래도 속에서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루아티샤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조금 쪽팔리지만 언니가 웃으니 됐어…….’
가족들한테 주접떨던 거에 비하면 이제 이 정도는 익숙해.
‘아니, 익숙해지면 안 되지?!’
왠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점점 건너가는 것 같은 기분에 루아티샤는 마음을 다잡았다.
한참 웃던 미첼로인 영애가 다시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영애를 자랑스러워하겠죠.”
“하지만 저는 가문의一.”
“미첼로인 영애가 우리 언니였다면 나는 우리 언니가 이렇게나 용감하고 똑똑하고 진솔하고 정의롭다며 동네에 현수막까지 걸었을걸요?”
눈을 찡긋하는 루아티샤를 보며 미첼로인 영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정말 그럴까.
부모님께서 조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그때 루아티샤가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황후가 영애를 두고 협박했다는 그 가문의 비리. 그게 대체 어떤 내용인데요?”
* * *
“이번 새벽 축제는 어째 바람 잘 날이 없네요. 예선 최종 경합부터 본선 최종 경합까지…….”
“저는 경합 끝나고 난 다음에 우승자 축하 파티를 즐길 마음으로 가볍게 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애들 싸움도 아니고 무려 황후께서 얽힌 일이라니…….”
소란스러운 가운데 1층의 메인 홀 안으로 황제와 황후, 황비와 황태후가 등장했다.
속닥이던 귀족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황제는 단상 위에 마련된 상석에 앉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황후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황제가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말을 한단 말인가.
황제가 그렇게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자 모두의 시선이 황후에게 쏠렸다.
황후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