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1화(131/353)
☆ 제131화 ☆
“본후는 심히 유감일세. 제국의 미래를 이끌 동량들의 기량을 겨루는 축제에서 계속해서 이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다니…….”
황후가 위엄있는 태도로 말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귀족들의 시선에는 황공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후의 눈썹이 꿈틀했다.
“귀족이라는 자들이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아 어떤 책임감도 없는 어린 영애의 한마디에 휘둘리는 겐가?”
그 꾸짖음에 페르마인 백작이 입을 열었다.
“어린 영애의 한마디라고 일축하기엔 너무나 큰일 아닙니까.”
“뭐라?!”
“황후 폐하, 저희도 어리석은 자들이 아닙니다. 미첼로인 영애는 미리 질문지를 받아야만 알 수 있는 질문의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유출자로 황후 폐하를 지목했지요. 저희는 이런 정황을 두고 합리적인 추측을 하는 겁니다.”
“그건 미첼로인 영애의 일방적인 주장일뿐일세. 감히 제국의 황후인 나를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의심하는가!”
“그럴 리가요. 어찌 감히. 다만 미첼로인 영애가 그런 말을 했으니, 영애의 의견을 소상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공개적으로 말입니다.”
잔뜩 힘이 들어간 황후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화살을 미첼로인 후작에게로 돌렸다.
“미첼로인 후작께선 어찌 생각하는가.”
미첼로인 후작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는 사실 정신이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질문지 유출에다 황후까지 연관되어 있다니.
여태껏 속 한 번 썩인 적 없던 아이였다.
의젓하고 바르고 점잖은데다가 훌륭한 학문적 성취까지.
미첼로인의 후계로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늘.
처음으로 친 사고가 어찌 이리 무거울 수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는 실망감이 그의 가슴에 차올랐다.
황후가 연루되었다는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첼로인 가의 드높은 명성은 곤두박질칠 터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클라우디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다른 분들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러나 클라우디아는 아직 어립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질 심문을 받는다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듯합니다.”
미첼로인 후작은 자신의 딸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 클라우디아를 속였으면 속였지, 자신이 불러올 말의 결과를 아는 아이가 황후를 걸고넘어지며 거짓을 고하진 않았으리라.
각오를 하고 던진 말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자식이 몰매를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해도 몸을 던져서라도 막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부디 아직 어린 나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조용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심문을 받게 해주십시오.”
황후가 냉큼 그 말을 받았다.
“후작의 걱정을 내 십분 이해하네. 미첼로인 영애가 내 이름을 거론한 건 나로서도 심히 유감이네만, 감정적인 이유로 어린 영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순 없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게 왜 상처가 되는지요. 미첼로인 영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 몇 번이고 나서지 않았습니까!”
“많은 이들이 지켜본다는 중압감을 어찌 극복하는지도 새벽 축제의 평가 요소입니다. 이제와 새삼 사람들의 시선을 핑계로 대시다니…….”
“이게 그것과 같나? 미첼로인 영애가 지금 홀에 나오면 어떤 시선을 받을지 분명하거늘.”
“새벽 축제에서 실수를 저지른 아이들도 안 좋은 시선을 받습니다. 그간 왜 새벽 축제를 반대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인데.”
“페르마인 백작, 논점을 흐리지 말게.”
“저는 생각한 바를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팽팽한 대립.
황후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고, 페르마인 백작의 세력은 황가의 신뢰를 낮출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두 사람 모두 한 치의 양보가 없이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황후는 힐끔 황제를 곁눈질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 게야!’
서북부의 토호 세력과 결탁한 페르마인 백작 세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황제가 가만히 있다니.
이대로 공개 심문이라도 한다면 자신만 망하는 게 아니라, 황가의 위신까지 땅에 떨어질 게 분명한데……!
‘말을 끌고 가면 끌고 갈수록 내가 불리해.’
귀족들은 왜 황후가 이토록 공개 심문을 반대하는지 의심할 거다.
‘지금 무슨 수라도 써야 해. 아직은…….’
그때였다.
홀의 입구가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미첼로인 영애?!”
태풍의 눈이 직접 온 것이다.
* * *
클라우디아는 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쏟아지는 시선에 몸을 움츠렸다.
들어오기 전 의연하자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웅성이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모두 자신을 욕하는 것만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루아티샤가 귓가에 속삭였던 말들을 되풀이하며 그녀는 천천히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이곳에 그 아이가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걸.
자신보다 한참 어린아이에게 이토록 의지하다니.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루아티샤에게는 굳건히 버티고 선 아름드리나무 같은 면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대게 되는 것이다.
“미첼로인 영애, 저는 같이 들어갈 수 없어요.”
“……알고 있어요. 이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가 같이 가면 영애에게 불리할 수도 있어요.”
“내게 불리하다니요?”
“황후가 나랑 영애를 엮어서 자신을 모함한다고 주장할 테니까.”
“그런…….”
“분명히 그럴 거예요. 이런 문제에서는 진실보다 다른 것이 힘을 얻을 때가 많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허황한 소리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해서 논점을 흐리고 시간을 끄는 게 황후에겐 큰 도움이 될 거거든요.”
“시간을 끈다……. 증거인멸 말씀이군요.”
“네. 미첼로인 영애의 손에는 질문지만 있을 뿐, 황후가 협박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너무 생각 없이 일을 벌였군요.”
“자책하지 마세요. 영애는 아무도 쉽게 하지 못할 용기를 보인 거니까.”
“……고마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진실은 가릴 수 없는 법.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죠.”
그렇게 말하며 루아티샤는 씨익 웃었다.
올바르고 경건한 말과 달리, 그 미소는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음흉했다.
‘이상한 일이야.’
그 음흉한 미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쿵쾅거리던 가슴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클라우디아.”
미첼로인 후작 내외가 한달음에 클라우디아에게 다가왔다.
“아버지, 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꾸나. 보는 눈이 많다.”
딱딱하게 끊는 아버지의 말에 클라우디아는 힘없이 고개를 수그렸다.
미첼로인 후작은 그런 딸의 모습을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고개 숙이지 마라.”
“…….”
“너는 미첼로인의 자랑이자 긍지다. 그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는 건 누구에게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너는 해냈지.”
“……!”
“하니 당당해라.”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당당하게 네 죄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바로 잡아야 할 것을 바로 잡아라.”
아버지의 옆얼굴은 엄격하게 굳어져 있었지만, 클라우디아는 그 속에서 애정을 느꼈다.
“네.”
미첼로인 부인이 딸아이의 손을 힘있게 붙잡았다.
미첼로인 영애는 심호흡을 한 뒤 앞으로 나섰다.
“황제 폐하, 감히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이 사안에서 미첼로인 영애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겠지. 기탄없이 말해보거라.”
황제가 너무 시원스레 허락하자 지켜보던 귀족들은 다소 놀랐다.
“이틀 전, 황후 폐하께서는 저를 따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질문지를 주시며 제게 답을 준비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미첼로인 영애!”
경악한 황후가 소리쳤지만, 클라우디아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뿐만 아닙니다. 새벽 축제 본선에 진출하고 에스테반 황자 전하와 파트너가 되자, 황후 폐하께서는 수시로 저를 부르시며 각 경합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을 종용했습니다.
제가 황후궁에 드나든 것은 많은 사들들이 목격했을 겁니다.”
“종용이 아니라 격려였겠지. 힘내라고 말한 게 이렇게 돌아을 줄은 몰랐네. 미첼로인 영애, 지금 본후의 호의에 사특한 의도가 있었다고 모함하는 건가?!”
“정말 힘내라는 격려였다면 가문을 놓고 저를 협박하지도 않으셨겠죠.”
“……!”
미첼로인 영애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협박? 진짜로 황후가 영애를 협박한 건가?”
“어머나,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않아요? 미첼로인 영애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 폐하의 말을 따른 게 아닌지…….”
“그렇다고 해서 유출된 질문지를 보고 미리 준비해서 답변했다는 잘못은 사라지지 않아요.”
“아니죠. 정확히는 그러는 척하다가 마지막에는 완벽하게 진실을 폭로했잖아요.”
“오히려 폭로할 때를 위해서 정확하게 답변했다고 보는 게 맞죠. 아까 같이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이 아니면 말해봤자 묻힐 가능성이 크니까요.”
“미첼로인 영애가 총명하다고는 하나 아직 어린데, 황후 같은 권력자가 협박하니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런데도 진실을 밝히고……. 어린 영애가 그리 용감할 수가 있죠? 잘못하면 자신도 오해받을 수 있잖아요.”
딜루쿨룸 홀 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첼로인 영애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에라톤 공녀의 말이 맞았어.’
클라우디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학문을 연구하는 것에는 자신 있지만, 이런 식의 정치 사교적인 부분은 약했다.
파에라톤 공녀의 조언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지금 곁에 없지만, 그 아이가 계속 힘을 실어 주는 느낌이다.
“협박이라니! 미첼로인 영애, 자신이 하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라. 이 이상 본후를 모함하면 본후도 참지 않겠다.”
황후가 눈을 부릅뜨고 클라우디아를 노려봤다.
클라우디아는 황후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챘다.
이 이상 선을 넘는다면 여기서 미첼로인 가의 치부를 다 폭로하겠다는 협박이다.
이전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에 덜덜 떨면서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황후 폐하께서는 제가 폐하의 말을 따르지 않을 시, 가문에 불이익이 갈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협박이 아니면 어떤 것이 협박인지요?”
황후는 당황해서 입을 벌렸다.
미첼로인 영애가 먼저 가문에 대해 운운하다니?
진짜로 밝혀도 아무 상관없다는 건가?
그러나 황후는 미첼로인 후작가의 치부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 그걸 줄줄이 읊으면 자신이 무엇으로 미첼로인 영애를 협박했는지 자백하는 꼴 아닌가!
“황후가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세요.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서 미첼로인 영애가 처음부터 폭로할 결심을 하고 오늘 나왔다고 착각해줄 거예요.”
“아, 그럼 미첼로인 가의 치부 역시 전부 밝혀서 황후가 그걸로 협박을 했다고一.”
“아니요.”
“네?”
“그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하지만 진실은…….”
“미첼로인 영애, 지금 영애가 하는 건 떳떳한 사람 찾기 대회가 아니에요.”
“…….”
“황후를 잡을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영애는 가련한 피해자여야 해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비록 이런 정치 기술에는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클라우디아는 똑똑했고 이해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곧 루아티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알아요. 하지만 황후가 먼저 그 사실을 밝힌다면 피해자인 척한 만큼 더 역풍이 불 텐데…….”
“어떻게 밝히겠어요.”
“…….”
“황후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이 그걸 가지고 협박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인데.”
그 말대로였다.
이 이상 말하면 미첼로인 후작가에 대해 전부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으면서도, 지금 황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하는 거지.’
미첼로인 영애는 처음으로 통쾌함을 맛보았다.
여태까지 너무 책만 파고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데에서도 오는 재미가 있었다.
“황후 폐하, 지금 미첼로인 영애의 말이 진짜입니까?!”
“질문지 유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렇게 어린 영애를 협박하다니요!”
“이래서야 안심하겠습니까?! 황후 폐하께서 제 아이들을 불러 가문을 빌미로 협박하셨는지도 모르는데!”
“순진한 아이들은 황후 폐하께서 ‘너희 가문을 망칠 거다’라고 하면 그대로 믿었을 텐데!”
귀족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황후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조용하시오! 어디 황후께서 그러실 분인가? 너무 나간 것 아니오?”
황후의 세력이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황후는 주먹을 꽉 쥔 채 홀을 노려보았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내게 줄을 대지 못해서 안달복달하던 것들이 이제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를 비난하다니……!’
그때, 황후의 눈에 측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됐구나!’
황후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증거인멸.
모든 것은 결국 미첼로인 영애의 말뿐이다.
증거가 없으면 결국 주제도 모르고 경거망동하는 어린 영애가 일으킨 소란이 될 뿐이다.
질문지 유출이야 다른 허수아비를 지목해 뒤집어씌우면 그만이다.
“증거는 있나?”
황후가 미첼로인 영애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만한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면 증거가 남기 마련이지. 당연히 증거가 확실하기에 이렇게 당당히 나선 것일 터!”
미첼로인 영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황후는 그 모습을 보고 짙게 미소 지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었다.
미첼로인 영애의 손에 아무런 증거도 쥐여 주지 않았다.
‘네가 파에라톤 공녀였다면 이 일이 끝나면 더 이상 가문을 빌미로 협박하지 않겠다는 서류를 써서 인장을 찍어달라고 했겠지.’
하지만 미첼로인 영애는 그러지 않았다.
‘증거라고 해봤자 질문지 하나뿐인데, 거기에 내 인장이 얼굴이 박힌 것도 아니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지.’
“설마 없는 건가?”
“…….”
“아무 증거도 없이, 가벼이 입을 놀려 제국의 황후인 나를 모함한 건가! 어리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네!”
황후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귀족들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모함으로 마무리 지으면 다시 살아날 구멍이 있다.
자신에게는 차기 황제 자리에 가장 가까운 아들이 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있어요, 증거.”
또랑또랑한 아이의 목소리가 홀 안을 커다랗게 울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문가를 향했다.
루아티샤가 씩씩하게 홀 안으로 들어오며 생긋 웃었다.
“증거도, 증인도 여기 잔뜩 있습니다, 폐하. 이제 됐을까요?”
야무지게 서류를 들고 있는 열 살 아이의 뒤로 황후의 측근 몇이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서 있었다.
심지어 아까 고개를 끄덕이며 황후에게 증거를 인멸했다는 싸인을 보냈던 측근까지도!
황후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
‘대, 대체 저들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