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3화(133/353)
☆ 제133화 ☆
스르릉一!
황후궁의 근위병들이 일제히 검을 뽑는 소리가 스산하게 울렸다.
상대는 고작해야 어린 소년.
하지만 시드의 전력을 전혀 모를 텐데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까?
시드를 마주한 근위병들의 눈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져 있었다.
마치 웅크린 범을 앞에 둔 사람처럼.
‘과연 겉모습에 방심하지 않는다는 건가. 대단하네.’
칼자루를 움켜쥔 근위병들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시드리한 황자, 그대의 신분이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는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소!”
오, 멋진 대사.
각오를 다진 근위병들이 용맹하게 달려들었一.
“커헉!”
“으흑, 컥!”
“?!”
아니, 달려들지도 못했다.
나는 픽픽 쓰러지는 건장한 근육남들을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저씨들은 몸을 떨며 일어나지 못했다.
‘저거 독 때문에 떠는 거야, 아님 쪽팔려서 떠는 거야?’
둘 다겠지만 내가 보기엔 후자가 더 컸다.
떨리는 몸으로나마 얼굴을 들면서 대사 한 번 내뱉을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거 보면 쪽팔려서지, 뭐.
나도 폼 잡고 나서다가 한 발짝 떼는 순간 넘어지면 얼굴 못 들겠다.
시드는 5년 전에도 기사들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때도 병사는 시드의 상대가 안 됐을 텐데 그만큼 세월이 지났으니…….
아무리 황궁 근위병이라고 해도 기사도 아닌 병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지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상대가 애기라도 질 수도 있는 거지!”
나는 얼굴도 못 든 채 푸들거리는 근위병 아저씨들을 응원했다.
“근데 조금 생각 없긴 했다. 여기 내 주변에 이렇게 픽픽 쓰러져 있는 다른 근위병 아저씨들이 있는데 왜 무작정 달려들었담? 검을 맞댄 것도 아닌데 쓰러져 있으면 다른 걸 생각했어야지.”
뻗어 있는 근위병 아저씨들의 귓등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음, 역시 쪽팔렸구나.’
“파에라톤 공녀!”
빅토르아 백작 부인이 소리를 빽 질렀다.
내가 또 놀린다고 오해했나 보다.
“우웅, 루루는 진심으루 근위병 아찌들을 위로해준 곤데, 왜 소리를 지르세요? 루루 무또오.”
울상을 지은 채 눈을 깜빡깜빡하며 말하는데 바로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아.
불안한 기분에 움직이지 않는 눈을 애써 도로록 굴리니 시드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화르륵!
얼굴이 불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서먹하게 뺨에 착 붙였던 손을 내렸다.
‘어……. 그럼 설마 아까도 보고 있었나?!’
길 잃어버렸담서 무섭다며 혀 짧은 소리 냈던 거.
‘쪽一팔一려一.’
근위병 아저씨들이 쪽팔려 하는 걸 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쪽팔려서 콩콩 뛰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며 최대한 태연한 척 고개를 돌렸다.
‘하, 덥다, 더워.’
딴청을 피우는데도 시드의 시선이 느껴졌다.
딴 데 좀 봐라, 제발.
“감히 황후궁의 근위병 공격하다니! 이는 황후 폐하에 대한 불충입니다!”
빅토르아 부인의 외침에도 시드는 내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손을 슬쩍 들어 올리는 것이 귀찮게 앵알앵알하는 보좌 시녀들까지 쓰러트릴 것 같았다.
‘그럼 안 돼!’
내 소중한 증인들!
나는 시드의 손을 꽉 붙잡았다.
‘독에 당하면 황후 측에서 해독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말대로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거야!’
내 뜻을 알아차렸는지 시드의 손에서 스르륵 힘이 빠졌다.
그리고는 내 손을 역으로 감싸 쥔다.
‘공격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뜻이구나.’
다행이야.
“지금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나 보군요!”
저 아줌마는 내가 자신을 지켜줬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떠들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아니, 공포 때문에 더 센 척하는 건가?’
털을 부풀리는 짐승처럼.
부러져서 퉁퉁 부은 손가락을 감싸 쥐고 있는 빅토르아 부인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건 아무리 황자라고 해도 쉬이 넘어갈 수 없습니다! 반역 죄로一.”
“넘어가야 할 텐데.”
나는 빅토르아 부인의 말을 툭 끊었다.
“무력으로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그럴수록 뒷수습을 하지一.”
“아니요. 루…… 크흠, 열 살 응애가 무슨 힘이 있다고 힘을 쓰겠어요.”
큰일이야. 놀리는 게 습관이 됐어.
나는 내 앞에 둥둥 떠 있는 재산 목록 중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를 읊었다.
소유주가 따로 있다고 알려진 것들이었다.
“바리스 광장의 아보르텐 호텔.”
“……!”
“세피스엘 별장, 쉐브론령의 아케인 거리, 페롱 산맥의 구리 광산까지.”
“무, 무슨 소리를…….”
“흠, 더 읊어야 해요? 오, 파셴 공주의 파뤼르?”
이건 나뿐만 아니라 온 제국민이 잘 아는 물건이다.
몬스터를 막지 못해 멸망한 나라의 공주가 가지고 있던 유산.
“작년에 경매에서 룰즈 자작이 역대 최고가에 낙찰해서 신문에까지 났던 파셴 공주의 파뤼르가 왜 부인의 손에 있을까요? 차암 궁금하네.”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긴 어떻게야.
우리 아렌트웰 제국의 인정해 준 합법적 도둑질…… 아니, 재산 압류 목록에 떠 있어서지.
“더할까요?”
나는 생긋 웃었다.
빅토르아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창백하게 질린 채 떨고 있는 모습이 그 무엇보다 확실한 대답이 되었다.
“가만히 있어야겠죠? 이거 다 알려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에요.”
“…….”
“그러게 작작 좀 해 드시지. 황후 폐하의 최측근으로 있으면서 그간 꿀 많이 빨았나 봐요?”
하긴, 황후라는 지위에 유일한 황자의 모친이었으니 황후 폐하께 오죽 줄 대려는 사람이 많았겠는가.
다른 시녀들이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켕기는 게 많나 보다.
“다른 분들도 읊어드려요?”
“괘, 괜찮습니다!”
“저는 오늘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눈치가 없진 않네.
‘근데 어쩌나? 이거 블러핑인데.’
난 언니들 재산 목록 몰라요.
진실을 알면 꽤 억울하겠지만, 시녀들이 알 방도가 없었다.
나야 아주 땡큐다.
능력 사용 횟수를 아낄 수 있으니까.
“이 근위병들은요?”
“이곳에 온 적 없습니다. 혹, 살인 멸구 하신다면 그에 따른 처리를一.”
“아, 아니. 멀쩡한 아저씨들을 왜 죽여요.”
이 사람들 열 살 응애를 상대로 아주 무서운 소리 하고 있네.
내 말에 황후의 보좌 시녀들이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날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 내가 뭘 했다구?
그냥 재산 목록 조금 읊어준 거뿐이잖아. 그게 사람 죽이는 거랑 같아?
“시드.”
“바로 해독 가능해.”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시드가 바로 대답했다.
“그럼 근위병들이 이곳에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모르겠지요.”
흠, 그거야 좋은데.
과연 보좌 시녀들의 말을 근위병들이 전부 다 따를까?
여기서 한 명이라도 황후에게 일러바쳤다간 시드가 반역죄로 잡혀갈 텐데.
할미는 허락 못해!
“근위병 아저씨들한테도 그게 좋을 거예요. 아직 어린 소년한테 검 한 번 못 쓰고 당했다고 소문나면 기껏 어렵게 얻은 직장을 잃을 테니까. 다른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거고.”
“……예.”
근위병들 중 십인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무거운 얼굴로 답했다.
“일이 다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해독하지 않는 게 좋겠어. 상태만 조금 호전시켜 놓자.”
“그래.”
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이 다 풀리지 않는다는 말에 근위병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황궁에 적군이 쳐들어온 것은 400년도 더 전의 일.
기사라면 모를까 현대의 황궁 근위병은 전투와 크게 상관없는, 나름대로 꿀보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숨이 위험하게 생겼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것이다.
이 정도면 됐나?
하지만 로판을 보면 좋게 좋게 끝내면 나중에 후환으로 남던데.
으음…….
“아저씨들, 나는 폭력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착한 독자…… 아니, 열 살 응애예요. 아저씨들을 살인 멸구하겠다는 걸 막은 건 어디까지나 내 호의라는 뜻이야.”
나는 짝다리를 집고 침을 퉤, 뱉었다.
“목숨은 하나뿐이니 소중히 하셔야지? 집에 가면 토끼 같은 마누라와 여우 같은 자식들이 있을 텐데. 우리 잘하자?”
“크흐흡, 알겠, 흑, 습니다.”
“제발 가족들만은……. 크허허허엉!”
아니…….
가족들까지 다 죽이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나를 바라보는 보좌 시녀들의 얼굴에 억울함이 더 커졌다.
크흠.
나는 헛기침하며 그 시선을 외면했다.
“나 반역죄로 잡혀가지 않게 지켜준 거야?”
시드가 물었다.
순순히 잡혀갈 생각 따위 하나도 없었으면서 무슨…….
휴, 이 할미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사고뭉치가 됐담?
“주인이라면서. 그럼 지켜줘야지, 뭐.”
내 농담에 시드가 웃었다.
햇살이 그 애만 비추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예쁜 미소였다.
“……황족들이 전부 다 딜루쿨룸 홀에 있어서 여기는 경비병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그치. 안 그랬음 수습하기 귀찮았을 거야.”
괜히 멋쩍은 기분에 말을 돌렸다.
시드는 가만히 미소 지은 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여러분들이 숨기신 증거들, 전부 다 꺼내 볼까요?”
내 말에 보좌 시녀들이 흠칫했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짐작하고 있잖아요?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는 거.”
“하지만…….”
시녀들은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망설였다.
시드의 공격에 관해 침묵하는 것과 황후가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내놓는 건 확실히 경중이 달랐다.
“내 손으로 꺼내야 해요? 저기, 콘솔 위에 있는 화병을 만지니까 거울에 마법진이 생기던데.”
“……!”
“아, 내 손으로 꺼낼 필요도 없네요. 딜루쿨룸 홀에 가서 황후 폐하의 보좌 시녀들이 증거인멸을 도왔다고 증언하면 다들 열심히 마법진을 파훼해줄 거 같은데.”
“흥, 공녀는 아직 어려서 그런가, 순진하군요. 그렇게 쉽게 파훼 될 마법이었다면 거기에 숨기지도 않았죠. 몇 번 조사를 해서 안 나오면 오히려 공녀가 곤란해一.”
“내 입으로 홀에 가서 말하는 순간, 여러분의 부당 이익 취득에 대해서도 다 드러나겠죠?”
보좌 시녀 오인방 게이트 터지는 거야!
빅토르아 부인이 이를 악문 채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었다.
어디 돌을 던져서 물결을 거세게 만들어 볼까.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갸웃했다.
“보기 좋네요. 동료 사이에 믿음이 가득한가 봐요?”
그 말에 보좌 시녀들이 경계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아도 비리가 터지는 상황.
누군가가 자기 혼자 살겠다고 배신이라도 하는 순간, 나머지는 다 죽는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지켜보았다.
때로는 침묵이 그 어떤 말보다 날카로운 창이 되는 법.
결국 백기를 든 건 시녀들이었다.
나는 품 안 가득 증거 자료와 시녀들을 증인으로 이끌고 황후궁을 벗어났다.
‘아, 그전에.’
나는 아까부터 눈여겨봤던 시녀 언니 한 명을 불러세웠다.
* * *
내게 완전히 협력하기로 결정하자, 빅토르아 부인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내 명령대로 홀에 먼저 들어가 황후에게 증거를 인멸했다는 싸인을 보냈다.
사냥감이 방심했을 때가 가장 물어뜯기 좋은 법.
“증거는 있나?”
황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이 신호탄이 되었다.
“그만한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면 증거가 남기 마련이지. 당연히 증거가 확실하기에 이렇게 당당히 나선 것일 터!”
홀의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작은 몸으로 의연하게 서 있는 미첼로인 영애의 뒷모습이 보였다.
“설마 없는 건가?”
“…….”
“아무 증거도 없이, 가벼이 입을 놀려 제국의 황후인 나를 모함한 건가! 어리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네!”
어린 소녀를 겁박하는 비열한 황후의 얼굴.
나는 씩씩하게 외쳤다.
“있어요, 증거.”
미첼로인 영애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잘해주었어요.’
나는 씨익 웃었다. 서서히, 미첼로인 영애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이제 내가 지켜줄게.’
“증거도, 증인도 여기 잔뜩 있습니다, 폐하. 이제 됐을까요?”
황후가 황망한 얼굴로 내 뒤에 서 있는 자신의 측근 시녀들을 바라보았다.
시녀들은 자신을 외면하는 것을 본 황후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너……!”
황후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삿대질했다.
나는 무시하고 황제를 향해 무릎을 굽혔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 여기 미첼로인 영애가 당했던 수모의 증거가 있습니다. 또한 불의를 참지 못하며 의기 있는 분들이 이 사건에 대해 증언해주시겠다고 합니다.”
사실은 내가 협박해서 온 거지만.
“어떤 증거인가?”
“황후궁에서 유출된 질문지가 나왔습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지금 저 년이 거짓을 고하는 겁니다!”
그 말에 대한 반응은 황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왔다.
“년?”
“혀가 잘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홀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느새 1층까지 내려온 우리 가족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 서슬에 황후의 가슴팍이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협박을 마친 익시온이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 왔다.
‘아니, 익시온. 존대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야. 아무리 빡쳐도 황후에게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지.’
황후가 익시온을 엄히 꾸짖기 전에 황제가 입을 열었다.
“공녀에게 년이라니. 황후는 제국의 국모로서 채신을 지켜라.”
익시온을 나무라야 할 황제가 오히려 황후를 탓하자 귀족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황제가 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