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4화(134/353)
☆ 제134화 ☆
으, 부담스러.
나는 황제의 찡긋을 외면하며 말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죄는 부정할수록 더 커진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면 바로바로 인정하는 것이 최대한 죄를 덜 수 있는 방법이라구요.”
지켜보는 분들, 이거 가중처벌 가야 합니다. 알죠?
“공녀의 말은 지금 내가 죄를 부인한다는 뜻인가?”
“여기 계신 시드리한 황자 전하께서 직접 증거 자료의 공정성을 보장해주셨습니다.”
물론 그런 적은 없다.
그냥 한 번 찔러보려고 한 소리지.
너무 빤한 함정이긴 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시드를 걸고 넘어지겠어?
그럼 진짜로 멍청한一.
“하! 시드리한 황자의 보장을 믿는다고?”
어어, 진짜로 이렇게 말해?
그래도 제국의 황후씩이나 되면서 그렇게 생각 없어도 되는 거야?
그러고 보면 레이디 아펠리아를 공작성에 보낸 것도, 성급하게 클라티에의 역성을 들어주었던 것도 그다지 현명하고 신중한 처사는 아니었다.
하긴 생각할 필요도, 신중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권력이 웬만한 실수를 덮어주고 어려운 일도 쉽게 만들어주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지.’
“믿으면 안 되나요?”
“공녀는 헛똑똑이였군.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나? 시드리한 황자는 우리 에스테반을 제치기 위해 모함한 거야! 무엇보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一.”
“황후!”
선을 넘는 발언에 황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폐, 폐하…….”
황후는 그제야 아차 한 모양이었다.
불리한 증거 자료와 믿었던 시녀들의 배신.
당황과 불안 그리고 분노가 그녀에게 작게나마 남아있던 신중함을 앗아갔던 것이다.
“감히 짐이 인지한 짐의 아들에게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 모른다고 하는 건 아닐 거라 믿소.”
황제가 못마땅한 얼굴로 황후를 노려봤다.
“형제끼리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언제부터 경쟁심에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게 됐지? 그런 일이 생기면 황가에서는 벌로 엄히 다스려왔소.”
솔직히 드러나지 않은 온갖 지저분한 싸움이 많았을 거 같긴 한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면 아래에서지.’
물 위까지 끌고 오는 건 다른 문제다.
“……송구합니다, 폐하. 없는 증거가 나왔다는 말에 놀라서 내뱉은 실언이었습니다.”
결국 황후가 고개를 숙였다.
“우움, 근데 황후 폐하께서 사과하셔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순진하게 눈을 깜빡였다.
“잘못한 건 당사자한테 직접 사과해야지 착한 아이라고 했어요.”
내가 시드의 팔을 붙잡으며 말하자 황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황후라고 해도 나한테 ‘무슨 개소리야!’하고 소리 지를 순 없지롱.
“……내가 오해한 거라면 황자에게 사과하지.”
애매한 사과였지만 귀족들 사이에서 소란이 퍼져나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황후가 이를 으득 갈며 외쳤다.
“만약 증거가 미흡할 시, 황자는 자신이 보장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져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황후 폐하.”
시드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제가 피곤한 듯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어떤지는 한 번 보면 알겠지. 공녀, 질문지 외에 다른 증거는 있나?”
“질문자였던 브론쉐 교수님과 황후 폐하의 계약서입니다. 폐하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져 있지요.”
나는 짜잔, 하고 자랑스럽게 계약서를 들었다.
어느 한쪽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문서로 남겨둔 게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조작된 계약서입니다! 제 인장을 위조해서……!”
“확실하게 황후의 인장이 맞군. 인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시종을 통해 계약서를 받아든 황제가 무거운 어조로 단언했다.
“기운……?”
황후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황가의 인장에는 특별한 기운이 흐르지. 그리고 황가의 피를 이은 자들은 그 기운을 읽을 수 있고.”
“그, 그럴 수가…….”
황후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몸을 떨다가 성큼성큼 내 쪽으로 다가왔다.
짜악一!
뺨을 갈기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졌다.
빅토르아 부인은 황망하게 자신의 뺨을 움켜쥐었다.
“폐, 폐하?”
“네년! 네년이 감히 황후의 인장을 훔쳐서 이딴 짓을 벌여?!”
아이고, 저런…….
“황제 폐하! 이런 자를 중용한 제 죄가 큽니다! 인장의 위치까지 다 알려주었으니 필시 빅토르아 백작 부인이一.”
“아닙니다, 폐하! 저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아닙니다!”
빅토르아 부인이 무릎 꿇고 황제에게 외쳤다.
황후의 인장을 훔쳐 쓴 죄는 당연히 사형이다.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빅토르아 부인의 말이 맞습니다. 시녀 중 그 누구도 인장을 쥔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브론쉐 교수와 황후 폐하가 언제 만났는지도 전부 증언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내 설득(?)에 증언을 하기로 약속했던 시녀들이었다.
그래도 평판이나 기타 등등의 문제로 먼저 나서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는데.
‘황후가 먼저 저렇게 시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니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거지.’
어디 빅토르아 부인 한 명에게 뒤집어씌우는 걸로 끝나겠는가.
* * *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게 무슨…….”
“황자 둘이 우승 후보이니 마냥 축제 같을 순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귀족들은 순식간에 머리 아픈 세력 다툼장으로 변한 딜루쿨룸 홀을 바라보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황후가 부정 시험에 관여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고.
“폐하, 저것들이 지금 짜고서 저를 함정에 빠트리는 것입니다! 저는 절대 아닙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황후는 황후대로 억울하다고 난리였다.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진범이 아니다.
사실, 황후가 일을 벌였다는 것은 파에라톤 공녀가 증거와 증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다들 알아차렸다.
중요한 것은 판가름이 어떻게 나는가다.
진실보다는 공적인 결과가 더 중요했다.
“아무래도 폐하는 지금 시드리한 황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국 아닙니까. 증거도 명백하니 황후를 벌하시겠지요.”
“시드리한 황자를 지지하는 건 어디까지나 균형을 맞춰 황후를 견제할 생각으로 그런 거겠죠. 균형이 맞춰지고 나서도 계속 지지할지는…….”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서 지금은 일단 황후의 역성을 들어 주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황후의 죄가 인정되면 황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집니다.”
“하지만 증거와 증인이 확실한 상황인데 황제께서 황후의 편을 들어주시면 그것도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진퇴양난.
황제로서는 황후의 편을 들어 주어도, 들어주지 않아도 체면과 위엄을 깎아 먹게 된다.
그때, 파에라톤 공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황제를 향해 무릎을 굽혔다.
“양쪽의 의견 차이가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군요. 지엄한 제국법에 따라 재판을 하면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겠으나, 지금 이곳에는 제국의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황제 폐하께서 계시지요.”
또랑또랑한 아이의 목소리.
귀족들은 ‘설마?’ 하면서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공명하고 정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진실을 가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서 황제 폐하께 맡긴다고? 진퇴양난이라 어떻게든 빠져나가시려 할 텐데?’
설마가 진짜였다.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저 작은 아이에게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그래, 어린 공녀가 이리 맑은 눈으로 짐의 공명정대함을 칭송하는데 내 확실하게 판가름해야지!”
황제가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사사로이는 황후의 남편이나 그 전에 나는 황제의 관을 쓰며 이 제국을 위해서 내 사적인 이득과 감정을 모두 배제하리라 맹세했다.”
그 말에 루아티샤가 고개를 숙였다.
“저는 관의 무게는 잘 모르지만, 제국의 역사는 배웠습니다. 폐하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아버지까지. 제국의 역대 황제께서는 자신은 물론, 피붙이까지도 사지로 내몰면서 제국을 지켜내셨습니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황제 폐하가 아니라면 누가 공명정대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공녀의 말이 참으로 옳도다. 제국의 미래에게서 공정한 판결을 요청받았으니, 그에 응하는 것도 이 나라를 이끄는 짐의 기쁨이자 긍지. 짐은 제국의 황제로서 모든 사적인 관계를 배제하고 판단하겠네.”
‘어라?’
‘폐하께서 뭘 잘못 드셨나? 왜 저러시지?’
물 흐르듯 진행되는 대화에 귀족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과 황권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황제의 성정을 알고 있는지라 이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공녀에게 화를 내야 하는데?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모순을 찾아볼 수 없다. 거기다가 날짜와 시각까지 세세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있지.”
“폐, 폐하! 아닙니다! 저것들이 사전에 말을 맞춰서 그리 말한 겁니다!”
황제는 황후의 말을 무시하며 손에 있는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또한 여기에 찍힌 인장은 황후의 인장이 확실하다. 또 황가의 인장은 멋대로 찍을 수 없지.”
“……!”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찍을 수 있다. 황후는 나와 성혼하며 그 권리를 받았지. 황가의 오랜 비밀 중 하나다.”
황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인장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니, 시녀들이 몰래 훔쳐서 찍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때 루아티샤가 냉큼 치맛자락을 넓게 펴며 무릎을 굽혔다 폈다.
“황가의 오랜 비밀까지 밝히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시다니. 폐하의 엄정한 판결에 탄복했습니다.”
“제국의 황제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나 쉬운 일은 아니지요. 듣자 하니 폐하께서는 홀에 드실 때부터 행동을 삼가시고 신중하셨다 들었습니다.”
“그 역시 당연한 일이다. 비록 황후는 내 아내이나…… 아니, 오히려 내 아내이기에 정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보았다. 내가 나서는 순간 진실과 상관없이 황후의 역성을 들어주는 게 되어버리니.”
“이리 사려 깊고 공정하시다니, 제국민들은 언제나 폐하의 판단을 지지하고 따를 것입니다.”
아주 둘이서 쿵짝이 잘 맞았다.
호탕하게 웃는 황제를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던 황후가 고개를 돌려 루아티샤를 바라보았다.
‘너, 네년이었구나!’
원래대로라면 자신을 보호했을 황제가 뒷짐 쥐고 있게 만든 원흉!
황제가 모두의 앞에서 황후인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만든 사람이!
‘응, 나야.’
루아티샤가 생긋 웃었다.
‘빠른 손절이야말로 빠른 행복의 지름길이지!’
그 간단한 진리를 황제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을 뿐이었다.
지켜보던 귀족들은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서서 황후의 죄를 덮으실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조용하셨죠.”
“이번은 정말 폐하께서 공정한 판단을 내리셨네요.”
“황가의 인장에 관한 비밀까지 밝히시고……. 선택받은 자만 찍을 수 있다니 역시 황가는 특별한 점이 많아요.”
밝혀서 이득이 될 비밀이니 밝힌 것이었지만.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진심인 자들도 있는 반면 아닌 자들도 있었다.
‘황제께서 판단을 잘하셨군. 이렇게 하면 오히려 황제 폐하의 체면은 살리고 황후의 위신만 떨어지지.’
‘기자들이 타자기 위로 빠르게 손을 놀리는 걸 보니 어떤 식으로 기사가 나갈지 빤히 보이는군. 이번 일은 오히려 황제 폐하께 득이 되겠어.’
굳이 이런 자리에서 그 말을 입 밖에 낼 정도로 생각 없지 않기에,
“호호, 황제 폐하께서는 참으로 공명정대하시군요!”
하며 말을 맞출 뿐.
그들은 그러면서도 예리한 눈으로 파에라톤 공녀를 바라보았다.
‘파에라톤 공녀가 대놓고 분위기를 만들어서 가능했던 일이야.’
‘증거와 증인들을 확실하게 대동하고 자신과 손을 잡은 시드리한 황자와 엮기까지 하다니…….’
‘황제와 주고 받은 말을 보면 미리 말을 맞춘 게 틀림없어. 언제 그럴 시간이 있었던 거지?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걸 공녀는 미리 알고 있었나?’
‘어느 쪽이든 대단하군……! 저게 고작 열 살이라니!’
‘파에라톤의 군사력은 인정하지만 정치 외교나 사교술은 취약하다고 여겼는데……. 이거 참, 범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군!’
눈치 빠른 자들은 이게 황제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 실제로 판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챘다.
* * *
[퀘스트 〈공짜 떡은 글렀으니 일합시다!〉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7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황제가 독자님의 협력에 매우 흡족해합니다!] [궁내부 장관 체시아 백작이 독자님의 수완에 감탄합니다!] [델바트렌 공작이 독자님의 정치술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스카밀 공작이 독자님의 기지에 탄복합니다!] [미첼로인 백작이 독자님에게 크나큰 감사와 은혜를 느낍니다!] [슈에브 후작이 독자님의 용기와 결단력에 감동합니다!]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권력가들의 반응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나는 그 문구를 대강 슥슥 넘기고 나머지를 읽었다.
[제국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으면 추가 보상도 짭짤하겠지?’
히히.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공녀가 아니었으면 짐이 무척 곤란할 뻔했어.”
황제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는 가족들과 함께 따로 황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짐이 믿을 사람은 우리 파에라톤 공녀뿐이야.”
“어머나? 미첼로인 영애를 데려가려는 황후 폐하의 사람들 앞을 가로막았을 때는 저를 원망하셨을 거면서.”
“하하! 못 당하겠군. 그때는 공녀 탓을 조금 했던 게 사실이야. 하지만 딱히 제재하지 않았지 않은가. 다 내심으로는 공녀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게 아니라 우리 아빠랑 우리 할아버지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컸지만.
‘이쯤에서 봐줄까.’
“와아, 폐하께서 저를 그렇게 믿어주셨다니 정말 기뻐요!”
황제가 껄껄 웃었다.
“정말 공녀 같은 딸이 하나 있었으면 걱정이 없었…… 크흠! 말이 그렇다는 거네, 말이! 공작 앞에서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시겠군.”
황제가 민망하게 헛기침했다.
“허허, 폐하께서 간만에 이리 농을 던지시는 모습을 보니 반갑군요.”
할아버지는 분명 웃고 계신데 왜 이렇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까.
“에잉! 이제는 후작까지 눈치 주는 건가! 이런 손녀가 있어서 좋겠네, 정말! 손주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꿍얼거리던 황제가 일순 눈을 빛냈다.
“내게 공녀 같은 손녀가 생길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