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7화(137/353)
☆ 제137화 ☆
“어? 아, 아닌데?”
“아니라고?”
익시온의 말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오빠들을 쳐다보자 아레스가 봄볕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야. 나는 내 동생과의 약속대로 오늘은 가만히 있었어.”
“칭찬해줘.”
흠, 진짜 아닌가?
“아까 한 소리는 뭐야?”
“그냥 농담으로 해본 소리지.”
“진짜로 가만히 있을 거지? 친구들이 나 무서워하게 되면 미워.”
“……!”
쿠구궁!
오빠들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집에 가면 ‘참 잘했어요’ 해줄게.”
“……!”
“우린 방해 안 할 테니 잘 놀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내 동생 좋아하는 푸딩 있더라.”
“집에 가서 ‘아이, 착해’도 해 줘.”
“응!”
오빠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 그래도 꼭꼭 눌렀던 기세를 더 꾹꾹 감췄다.
사람들은 파티장 구석의 소파에 찌그러져…… 아니, 얌전히 앉는 오빠들을 보고 토끼 눈을 떴다.
“저 파에라톤 공자들이 이리 순한 양처럼 굴다니요.”
“놀랍네요. 공녀는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걸까요?”
음, 원래 양은 순하지 않거든요. 순하게 보일 뿐이지.
부인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나는 또래 영애들과 팔짱을 끼고 재잘재잘 떠들었다.
“어쩜 제온 님은 저렇게 앉아 계신 것만으로도 완벽하시죠? 다리 긴 것 좀 봐. 소파가 잘못했네.”
“전 벌써 봄이 온 줄 알았잖아요. 아레스 님이란 태양 때문에.”
“하……. 익시온 님과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
“넌 맨날 그 소리냐.”
어째 영애들도 점점 주접이 느는 것만 같아.
“공녀.”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얼른 뒤를 돌아봤다.
“미첼로인 영애! 오셨군요!”
그런 큰일이 있었던지라 오늘 파티에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에스테반 황자는 나오지도 않았다.
“공녀의 배려 덕에 집안이 평안했어요.”
황후를 고발할 때 미첼로인 가의 비리 자료는 쏙 감춰준 일을 말하는 거였다.
황후 측도 귀족의 비리를 뒷 조사해서 협박했다는 것까지 파헤쳐져서 좋을 일 없으니 그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겠어요.”
“……그래도 이젠 많이 괜찮아졌어요.”
옅게 미소 짓는 미첼로인 영애를 본 다른 영애들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괜찮아요, 미첼로인 영애. 영애는 부정 시험을 밝혀내려고 그러신 거잖아요.”
“미첼로인 후작님이 영애 이름으로 막대한 기부를 했다고 들었어요. 영애의 명예로운 행동을 기념해서.”
“아, 네…….”
미첼로인 영애가 조금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부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부한 걸로 끝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나는 미첼로인 후작 내외와 따로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미첼로인 영애가 왜 황후의 말을 들었는지 알고 계세요?”
“그거야 황후의 부정을 밝히기 위해서 말을 듣는 척한 거라고 하지 않았나?”
“협박당한 건요?”
“왜 이런 걸 묻는지 모르겠군. 딜루쿨룸 홀에서 공녀가 말하지 않았는가? 황후가 말을 안 들으면 가문에 해를 끼칠 거라고 클라우디아를 협박했다고. 아직 어린 클라우디아는 그 협박을 믿었고.”
“그건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한 거고 사실은 이 자료 때문이에요.”
내가 미첼로인 가의 비리 자료를 내밀자 그걸 확인한 후작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건…….”
“증거 자료에 있었어요. 이것까지 제출하지 않은 건 미첼로인 영애를 위해서고요.”
“클라우디아를 위해서?”
“용기 있고 정의로운 소녀가 가문의 잘못 때문에 괜한 구설수에 오르게 되는 걸 원치 않으니까.”
“이, 이걸 클라우디아도 안다는 말인가?”
“황후가 그걸로 미첼로인 영애를 협박했으니 알겠지요.”
“그, 그럼 설마 본선을 치르는 내내 클라우디아가 이상했던 게…….”
미첼로인 후작 부인이 가슴을 치며 몸을 수그렸다.
“이걸 왜 말하지 않았어, 왜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게야.”
“부끄럽구나. 항상 진리를 추구하며 청렴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라고 가르쳤는데…….”
다른 것보다 딸아이가 느꼈을 배신감과 충격, 고뇌부터 걱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풀렸다.
“나는 이해해요. 사실 이 정도면 비리 축도 들지 않는다고,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미첼로인 후작의 비리는 고작해야 딴 주머니를 조금 찬 정도였다.
액수도 비슷한 체급의 가문에 비하면 훨씬 적었고.
아카데미를 가지고 있는 가문에서 비리를 저질렀다길래 당연히 장학 비리나 입시 비리 같은 거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카데미는 깨끗했고 다른 사업 쪽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미첼로인 영애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겠죠. 여태껏 공부만 했던 게 내 눈에 보이더라고요.”
“…….”
“미첼로인 영애가 지금까지 후작께 말씀드리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죠.”
“……그 아이가 몇 번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 삼키는 걸 봤단다. 그러다 말하고 싶으면 말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미첼로인 영애는 가문에 실망한 것도 실망한 거지만. 자신이 가문에 누가 되었을까, 부모 님이 실망하지 않으셨을까 걱 정을 많이 하더군요.”
“그런……!”
“이럴 때 먼저 다가가 주세요. 엄마랑 아빠잖아요.”
후작이 고개를 떨궜다.
그야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식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은.
“미첼로인 영애가 보여주었던 용기, 이번에는 후작님과 부인께서 따님에게 보여주세요.”
“……공작이 딸을 정말 사랑으로 키웠나 보구나.”
“그럼요!”
엣헴! 나는 자랑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제대로 미첼로인 영애에게 말씀하시고 사과하도록 하세요.”
“……그러마. 클라우디아의 곁에 공녀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야.”
“나도 미첼로인 영애처럼 멋진 사람과 친구가 되어서 기뻐요.”
생긋 웃는데 미첼로인 후작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공녀가 원하는 때, 미첼로인의 지식 보고는 열릴걸세.”
미첼로인의 지식 보고.
그건 단순히 도서관이나 아카데미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미첼로인의 근간이자 가보인 성물이었다.
후작은 내게 그 사용권을 한 번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약 때문에 가주조차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저 미첼로인 영애를 두고 볼 수 없어서 도운 것뿐이었는데 이건 정말 내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퀘스트 완료 보상도 알차게 받았고.’
고개를 돌리다가 미첼로인 영애와 눈이 마주쳤다.
생긋 웃는 얼굴을 보니 잘 됐다 싶었다.
‘결국 미첼로인 후작 내외는 딸에게 사과하면서 딴 주머니를 찼던 돈으로 기부를 한 모양이고.’
그만하면 딸이 다치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이 일을 마무리한 것이었다.
“미첼로인 영애, 여기 이 케이크 드셔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미첼로인 영애는 마음에 드는 영식 없어요?”
“네?”
“에스테반 황자님과는 딱히 파트너 이상의 분위기는 없던데. 다른 영식 중에선 눈이 가는 분 없나요?”
미첼로인 영애는 자신에게 이렇게 서슴없이 다가오는 영애들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 친구들과 미첼로인 영애의 사이에는 벽이 있었다.
같은 반에 있어도 함께 어울리지도, 싸우지도 않는 무리처럼.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친근하게 말을 붙이니 놀랄 만도 했다.
‘하여간 내 친구들은 다들 너무 착하다니까.’
그런 대형 사건이 있었으니 어쨌든 뒷말은 나왔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굳어 있는 미첼로인 영애를 위해 부러 저러는 것이다.
“저, 저는 딱히 아직 그런 데엔…….”
미첼로인 영애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수그리며 말했다.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그 의외의 모습에 영애들이 귀엽다는 듯 광대를 올리며 웃었다.
“에이, 미첼로인 영애는 너무 공부만 해서 그래요. 다음에 우리 집에 와요. 다들 게임하기로 했어요.”
“앗, 공부를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이번 새벽 축제에서 엄청 멋졌어요. 영애도, 루아티샤도. 나중에 공부도 같이 해요!”
“근데 진짜로 관심 가는 영식 없어요? 한 번 쭉 둘러봐 봐요.”
“저, 저는…….”
쿨한 미첼로인 영애가 연애 이야기에는 이렇게 부끄럼을 많이 탈 줄이야.
한참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미첼로인 영애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저기, 공녀.”
“네?”
몇 번 말을 고르던 미첼로인 영애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도 루아티샤라고 불러도 될까요?”
“응, 클라우디아!”
활짝 웃으며 답하자 클라우디아의 얼굴에도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티리엘이 클라우디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클라우디아는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맞아, 맞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지.”
“……그래, 그렇구나.”
클라우디아가 멋쩍은 듯 웃었다.
아아, 훈훈하다. 힐링 돼.
귀여운 여자아이들의 우정,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심지어 나도 우정을 나누는 사람 중 한 명이야!
‘너무 좋아!’
이 행복함이 부디 오래오래 가기를……!
* * *
톡톡.
음료를 가지러 가는 길에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데 쿡, 뺨이 찔렸다.
이런 유치한 장난을 칠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뭐야, 라파엘.”
인상을 찡그리며 돌아보자 라파엘이 씨익 웃었다.
“어휴, 진짜 살 떨려서 인사 한번 못 하겠네.”
“왜 살이 떨려. 우리 가족들 오늘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너희 가족 말고도……. 아니다, 됐다.”
“절로 갈래? 음료 하나 들고 가자.”
고개를 까딱여 내 친구들이 있는 곳을 가리키자 라파엘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됐어. 내가 거길 왜 껴.”
“흐흥, 너도 참 의외로 부끄럼쟁이라니까.”
“뭐어?”
라파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는 내 팔을 툭 쳤다.
“우승 축하한다, 아우로라님?”
“별로 축하하지 않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기분 탓.”
라파엘이 대강 어깨를 으쓱였다.
‘흐음.’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라파엘에게 물었다.
“왜 망설여?”
“어?”
“춤 출래?”
내가 손을 내밀자 라파엘은 다소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이거 니가 먼저 청한 거다? 내가 청한 거 아니다?”
“뭘 그렇게까지……. 괜찮아. 우리 오빠들 오늘은 아무 짓도 안 하기로 했어.”
“오늘은, 말이지.”
라파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지금 큰 문제는 너희 가족이 아니라…….”
“응? 뭐라고 했어?”
“됐다.”
라파엘이 내 머리를 마구마구 흐트러트렸다.
“너, 내가 이러지 말랬지.”
“정확히는 좋아하는 여자한테 이러지 말랬지.”
심통 난 얼굴로 라파엘을 노려보는데 그가 내 앞머리를 꾹꾹 눌렀다.
자연히 내 고개가 아래를 향했다. 다시 들려고 해도 라파엘이 잡고 있어서 소용없었다.
나는 라파엘의 신발을 노려보며 성을 냈다.
“야!”
“못생겼어, 진짜.”
“죽을래? 니가 더 못생겼어.”
“넌 더더더 못생겼어.”
헐
이렇게 유치한 반응이라니.
질 수 없다!
“넌 완전 진짜 대박 더더더 못생겼어.”
“넌 울트라캡숑 완전 진짜 대박 더더더 못생겼어.”
“그래? 내 눈엔 예쁜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목소리에 나는 놀라서 옆을 쳐다봤다.
“시드?!”
눈이 마주치자 시드가 미소 지었다.
쪽팔려!
완전 유치한 말싸움 중이었는데.
“예, 예쁘다고?”
“나한테는 할미꽃처럼 예뻐.”
……욕인가?
시드가 흐트러진 내 머리를 살살 정리해줬다.
차분차분한 그의 손길을 받고 있으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서 나는 괜히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이번 대 에오스와 아우로라는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릴까요?”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왜 우승했는지 알 것 같아요.”
“몇 년 후가 더 기대되네요.”
우승자로서 시드의 손을 잡고 등장했을 때부터 들렸던 수군거림이 갑자기 의식됐다.
“돼, 됐어!”
버럭 소리를 지르고 탁, 시드의 손을 쳐냈다.
놀라서 나를 바라보는 보랏빛 눈동자를 마주치지 못한 채 나는 호다닥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달려가는데 부인들이랑 언니들이랑 눈이 마주쳤다.
‘설마 여길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다들 광대가 하늘로 치솟고 인중이 늘어나 있었다.
‘아휴, 진짜 그거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콩!
그때, 무언가에 코가 부딪쳤다.
“루루.”
“아빠! 할아버지!”
아빠가 나를 달랑 안아 드셨다.
“앞을 보고 다녀야지.”
“히히, 폐하랑 이야기 잘 나누셨어요?”
“그래.”
아빠가 빨개진 내 코를 톡 건드리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부딪쳐서 빨개진 게 맞는 건가? 왠지 뺨도 빨간데…….”
“부, 부딪쳐서 그런 거예요! 세게 박았어요!”
“그래?”
아빠가 고개를 갸웃했다.
안 되겠다.
“루루, 아빠 보구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엿새가 될 만큼?”
“네?”
“목이 빠져서 일주일이 엿새가 될 만큼 보고 싶었나.”
그, 그걸 어떻게…….
‘익시오오오온!’
“엿새가 안 된 모양이군.”
아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붉은 안광이 번뜩인다.
“여, 엿새 됐어요!”
나는 황급히 말했다.
“아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리다가 루루 목이 빠져 버렸어요! 루루 일주일은 오늘부터 엿새야!”
“…….”
“…….”
말을 마치자마자 찾아온 엄청난 정적.
어, 내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건 아니겠지……?
“어머?”
“들으셨어요? 일주일이 오늘부터 엿새래요. 아빠 보고 싶어서 기다리느라 목이 빠져버려서.”
“어머나, 정말. 파에라톤 공작이 딸에게 껌뻑 죽는 이유가 있었군요. 우리 아들은 엄마 말에 대답도 안 하는데.”
컸구나!
그것도 완전 컸구나! 다 들을 만큼!
“……그렇군.”
아빠가 입매 한쪽을 슬쩍 올렸다.
“이 할애비는? 할애비는 보고 싶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질문이 나와요?!’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어요.
시드, 할미꽃 닮은 내가 쪽팔 림과 등가교환해서 네 목숨 살려준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