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8화(138/353)
☆ 제138화 ☆
* * *
〈사교계를 정복하라!(1)〉
축하합니다!
셰루인 부인이 독자님과 친분을 맺고 싶어 합니다!
셰루인 부인은 프라이빗 독서 클럽 〈메티스〉의 주최자로 각계각층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메티스〉의 초대를 받으세요!
– 조건: 〈메티스〉 초대받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증가, 연계 퀘스트〈???〉 진행
나는 퀘스트창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종료했다.
이 퀘스트는 새벽 축제의 일환으로 살롱을 주최했을 때 받았던 거였다.
그날 살롱이 끝날 무렵 만났던 셰루인 부인.
나를 시험했던 그녀는 내게 사과와 고마움의 뜻으로 무얼 원하느냐고 물었고.
“저 파블로바가 먹고 싶어요!”
나는 그렇게 답했다.
그 결과 오늘, 나는 셰루인 가의 티파티에 초대받게 되었다.
‘좋아. 아주 좋아!’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는 사교계 명사들이 너도 나도 참석하고 싶어 하는 자리!
‘내가 가서 완전 다 쓸어버려야지!’
이대로 차근차근 사교계도 정복해버려서 예정된 비극 따위 다 패버릴 거야!
아무도 이 루루님을 막을 수 없다!
“후후, 우리 아가씨 기분이 정말 좋으시네?”
“그렇게 그 파블로바가 드시고 싶으셨어요? 제가 비법을 알아 올까요?”
낸시가 웃으면서 내 어깨에 서리꽃 망토를 둘러주었다.
“나 책도 가져갈래!”
저번처럼 언제 능력이 필요할 지 가지고 다니는 편이 마음이 놓였다.
‘결국 그 오류에 대해선 알아내지 못했고.’
악마 녀석에게도 말을 걸었지만 아무 반응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데에는 잘만 참견하더니.
나는 협탁에서 아키투스를 꺼내 꽉 끌어안았다.
“후후, 아가씨께서는 정말 그 책을 좋아하시네요.”
언니들은 아키투스를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책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이 겉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 닳아빠질 것 같았던 가보랑 똑같은 책인지 알겠어.’
어쨌거나 내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아빠도 옛날에 아키투스의 행방을 물은 뒤로 더 이상 내게 묻지 않고.’
그때 엉엉 울어버린 날 보고 망가트렸다고 생각하시는 게 틀림없다.
‘아니, 근데 애가 떼써서 받은 가보를 망가트렸는데 그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거야?’
넘어가서 나야 좋긴 하지만.
우리 아빠는 물렁한 구석이 있으니 내가 잘 챙겨야겠다!
다짐하며 나는 씩씩하게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는 아빠와 오빠들까지 다 나와 있었다.
“다들 나와 계시네요?”
“내 동생의 외출인데 배웅은 당연하지.”
“아빠가 같이 갈까?”
아빠가 나를 안아 들며 물었다.
“괜찮아요. 아빠 일 많잖아요.”
“나는 일 없는데 내가 같이 가줄까?”
“일이 없을 리가 없을 텐데?”
“내가 간다.”
“제온은 일 좀 해…….”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마차 위에 올랐다.
“괜찮겠지. 또래 남자애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혹시나 만약의 사태를 위해 준비한…….”
“후작께서도…….”
닫히는 문 사이로 가족들이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유난이라니까?’
* * *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는 아주 유명한 티 하우스에서 열렸다.
예약 없이는 오기 힘든 곳이라는데 거기를 통째로 전세 낸 것이다.
과연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땅값 비싼 곳에 이토록 공간을 낭비하다니…….’
겨울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데다가 유리 온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무슨 호텔 결혼식같이 실내가 장식되어 있었다.
“어서 오렴, 공녀.”
“안녕하세요, 셰루인 부인!”
또랑또랑 인사하며 치마를 넓게 펴자 세루인 부인은 물론이고 다른 어른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이거 아우로라 님 아니신가.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년의 신사가 어린애에게 장단 맞춰주듯 자못 예의 바르게 내게 인사했다.
“저도 영광이에요! 유아렌 백작님!”
“오? 나를 아십니까?”
“그럼요! 〈아스탈루만 연대기〉를 재밌게 읽었는걸요!”
“허어, 아직 어린 공녀가 그 책을?”
“과연 제국의 새벽을 열 아우로라답구나.”
“왜 셰루인 부인께서 초대했는지 알 것 같아요.”
셰루인 부인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내 자리는 가장 중앙의 테이블로 셰루인 부인의 옆자리였다.
아무리 내가 파에라톤 공녀에 아우로라라지만 열 살 아이에게 주기에는 지나치게 좋은 자리였다.
이 티파티에 초대된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유명한 명사들이 많았으니까.
나도 놀랐지만, 티파티에 참석한 다른 귀족들 사이에서도 말 없는 소요가 일었다.
“자아, 공녀가 먹고 싶어 했던 우리 집 파블로바란다! 일부러 여기까지 가져왔지. 파티셰가 오늘은 특별히 더 신경 썼다고 하더구나.”
“와아! 엄청 맛있어 보여요! 먹어봐도 돼요?”
“그럼.”
나는 환호하며 파블로바를 먹었다.
파삭파삭한 겉과 쫀득쫀득한 속. 달콤한 머랭과 곁들여진 새콤한 과일들.
앗, 하는 순간 머랭이 녹아 스르르 사라졌다.
나는 얼른 한 입 더 먹었다.
“후후, 공녀의 마음에 쏙 드나 보구나.”
“파블로바는 많이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 다른 파블로바에 비해 달지 않아서 더 술술 넘어가지.”
“이거, 공녀가 이렇게 좋아하니 파블로바는 전부 공녀에게 양보해야겠구나.”
“아니에요! 맛있는 건 함께 먹으면 더 맛있어요! 저는 마음에 드는 간식 있으면 아껴놨다가 꼭 아빠랑 같이 먹어요.”
“딸 때문에 파에라톤 공작이 이렇게나 부러울 줄은 몰랐는데.”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셰루인 부인은 엄청나게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나를 챙겨주었다.
모든 사람이 아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리하고 눈치 빠르고 말 잘 듣는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특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제는 마나석 광산의 반절 정도가 텅 빈 마나석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지질학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런 현상에는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오리무중이니…….”
“그래도 검은 황금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게 아니었으면 에너지 자원의 고갈로 큰 혼란이 왔을 거예요.”
“박사님께서는 지질학적으로 확고한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오, 공녀도 관심 있나? 그래, 마나가 있었는데 자연히 고갈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나는 생성 과정 자체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본단다.”
“탄소가 온도와 압력에 따라서 다이아몬드가 되고 흑연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지. 둘 다 탄소로만 이루어진 물질이니까. 공녀는 아주 똑똑하구나.”
“히히, 제가 한 똑똑하죠!”
당당하게 자랑하자 어른들이 웃었다.
그때였다.
“늦어서 죄송해요, 셰루인 부인.”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휴엔 부인!”
셰루인 부인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인?’
귀족을 부르는 부인이 아니라 미세스처럼 작위가 없는 기혼자를 부르는 부인이었다.
“안 오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아이가 자꾸만 울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는데 괜찮을까요?”
셰루인 부인은 조금 놀란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가 미소 지었다.
“마침 잘됐네요. 파에라톤 공녀가 와 있는데 어른들 사이에 껴서 심심했을 거예요. 또래 친구가 있으면 공녀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셰루인 부인이 나를 돌아봐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저는 하나두 심심하거나 지루하진 않았어요! 하시는 말씀이 다 너무 흥미로웠는걸요! 하지만 친구가 있으면 좋을 거 같긴 해요.”
“어머나.”
셰루인 부인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사람들에게 휴엔 부인을 소개했다.
“여기는 휴엔 부인이에요.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제 티파티에서 그런 문제로 사람을 차별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해요.”
“물론이지요.”
“반가워요, 휴엔 부인.”
사람들은 웃으며 인사했다.
하지만 나는 휴엔 부인이 안으로 들어설 때 몇몇 사람들의 안색이 굳은 걸 봤다.
잘 손질했지만 오래되어 낡은 티가 나는 드레스와 제대로 된 장식 하나 없는 머리.
그런 외양을 보고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휴엔 부인이 작위를 수여 받을 만한 업적을 남길 거라고 생각해요. 미리 이런 자리에 껴서 나쁠 것 없겠죠.”
“셰루인 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인재라면 대단한 능력자인가 봅니다.”
“진흙 속에서 발견한 보물이지요.”
그때였다.
부끄러운 듯 휴엔 부인의 치맛자락을 꼬옥 잡고 있던 아이가 도도도 달려가다니 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신나게 파블로바를 먹기 시작했다.
“어머? 여긴 공녀의 자리인데. 그리고 그 파블로바는 테이블에 있던 부인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들 나를 생각해서 파블로바엔 손을 대고 있지 않았던지라 순간 신경 쓰였나 보다.
휴엔 부인이 화들짝 놀라서 아이를 혼냈다.
“앗, 죄송해요. 소피아, 어서 일어나렴! 여기는 공녀님의 자리야. 우리가 앉을 곳이 아니야!”
갑자기 혼난 아이가 울먹울먹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그 디저트는 우리가 감히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공녀님 것이라잖니. 어서 공녀님께 사과하렴!”
난리라도 난 것처럼 아이를 다그치는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하긴, 귀족들 사이에 있는 거니 과하게 반응할 만도 했다.
“괜찮아요. 제가 다른 곳에 앉을게요. 맛있게 먹으렴.”
나는 아이에게 한 번 웃어주고 다른 테이블을 둘러봤다.
“공녀.”
셰루인 부인이 내게 다가와 미안한 얼굴을 했다.
이런 티파티에서 어떤 자리에 앉는가는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가 달콤한 걸 보고서 저지른 일인데 그걸로 뭐라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셰루인 부인에게 한 번 웃어준 후 남아있는 자리로 갔다.
원래 휴엔 부인이 앉을 자리였다.
“와, 공녀님께서 이 테이블에 앉으시다니.”
“영광입니다, 공녀님.”
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과도하게 내게 굽신거리며 친절했다.
능력 〈훗, 저는 천재.아.기.라고요?〉로 자동 입력한 내 기억에도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다지 입지가 높지 않은 귀족들인 듯했다.
‘하긴, 휴엔 부인 입장에서는 이 테이블이 더 편했겠다.’
여기는 학문적인 이야기보다는 사교계 가십거리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헐, 마커스 자작이 사촌이랑 바람났다고?!’
그런데 이 사람들 열 살 응애 앞에서 이런 이야기 해도 돼?!
물론 듣는 나는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만.
‘이래서야 셰루인 부인에게 어떻게 〈메티스〉의 초대를 받지?’
이래서야 티파티가 그냥 끝나 버리겠다.
얼마나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까.
갑자기 무언가가 내 드레스를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어머, 소피아! 공녀님께 무슨 짓이야. 함부로 공녀님께 손을 대면 큰일 난다고 했지! 공녀님이 벌하시기 전에 어서 사과드려!”
휴엔 부인이 사색이 된 얼굴로 딸을 꾸짖었다.
“공녀님, 정말 죄송해요. 아직 애가 뭘 몰라서…….”
절박한 얼굴로 내게 사과하는 휴엔 부인을 보니 괜히 내가 민망해졌다.
‘아니, 나는 딱히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귀족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른 테이블의 시선이 전부 이쪽에 집중되어서 더더욱 부담스러웠다.
“괜찮아. 애기가 옷이 신기했나 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기와 눈을 마주쳤다.
“안녕, 소피아 맞지?”
끄덕.
“몇 살이야?”
“일곱 살…….”
소피아가 손가락을 일곱 개 쫙 펼치며 대답했다.
‘귀여워…….’
“나는 루아티샤야. 내 드레스에 나비가 달려 있어서 신기했어?”
끄덕끄덕.
일곱 살 응애가 있기에 이 티 파티는 좀 지루하고 무거웠다.
특히, 지금 휴엔 부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은 더더욱.
‘애기가 돌아다니다가 이거저거 건드려서 휴엔 부인이 사과만 하기 전에 그냥 내가 데리고 나가서 놀아줘야겠다.’
휴엔 부인이 저런 식으로 자꾸 사과하고 다니면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까지 엉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런 사람을 초대했다는 이유로 셰루인 부인의 평판까지 깎이겠지.
어차피 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상 셰루인 부인과 이야기 나누긴 그른 것 같으니.
“그럼 우리 나비랑 같이 정원에서 놀까?”
“응! 아니, 네…….”
손을 꼼지락거리며 답하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온실에서 놀고 있을게요.”
온실은 티 하우스 내부랑 바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혹시 안쪽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맙구나, 공녀.”
셰루인 부인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인사했다.
‘히히, 고맙긴요. 이 빚은 꼭 받아낼 거랍니다?’
오히려 잘됐다.
나는 소피아의 손을 꼬옥 잡고 온실로 갔다.
* * *
탁!
화단 안쪽으로 들어오자 갑자기 소피아가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소피아?”
아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그리고는一.
“아야!”
갑자기 뜀박질 치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어찌나 세게 넘어졌는지 무릎이 다 까지고 뺨에 생채기까지 났다.
나는 당황해서 소피아에게 달려갔다.
“괜찮니? 어쩜 좋…….”
나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까진 아이의 다리에 기묘한 문양이 언뜻 비쳤다.
‘……문신? 아닌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그 문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잘못 본 건가?’
하지만 문양 외에도 나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보통 일곱 살 응애가 넘어지면 엉엉 울어대지 않나?
그런데 소피아는一.
고개를 든 순간 흠칫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소피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저히 일곱 살 응애라고 볼 수 없는 눈.
무표정한 얼굴.
소피아가 픽 웃었다.
“엄마 없이 자라서 그런가. 눈치는 하나도 없구나.”
뭐?
그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앙!!”
우렁찬 울음소리가 온실을 뒤흔들었다.
내가 황당해하기도 전에 안쪽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무슨 일인가!”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소피아를 바라보는 순간.
“죄, 죄송해요. 자, 자모태쪄여, 공녀님…….”
상처투성이인 아이가 납작 엎드려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