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3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39화(139/353)
☆ 제139화 ☆
“소피아?”
휴엔 부인이 깜짝 놀라서는 딸에게 달려왔다.
“어, 엄마…….”
“세상에 이게 무슨…….”
휴엔 부인이 엉망이 된 소피아의 얼굴을 떨리는 손으로 만졌다.
속상한 듯 얼굴을 일그러트린 휴엔 부인이 이내 단호한 얼굴로 딸의 고개를 눌렀다.
“죄송합니다, 공녀님. 정말 죄송해요.”
휴엔 부인이 내게 고개를 조아리며 빌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분명 제 딸이 공녀님께 잘못을 저지른 거겠죠.”
“엄마…….”
“소피, 너도 어서 공녀님께 죄송하다고 빌어.”
소피아가 울먹울먹하며 엄마를 바라보자 휴엔 부인이 속상함을 애써 감춘 얼굴로 딸아이를 다그쳤다.
“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공녀님 말 한마디에 죽을 수도 있어! 빨리!”
“아니…….”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는데 소피아가 납작 엎드렸다.
“자, 잘모태써여, 잘못해써여, 공녀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와…….
소피아야 아까 본색을 봤으니 그렇다고 치고.
저 아줌마까지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일부러 그러는 게 틀림없습니다! 아까부터 재수 없었다니까요?]그치?
안에서도 내가 다그치지도 않았는데 과도하게 빌고.
그땐 그냥 귀족 사이에 있으니까 이렇게 오버하나 했는데 지금 보니까 확실해.
일부러 분위기 조장하려고 그런 거야.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역시 로판 독자! 그간 읽은 로판이 몇 개인데 이 정도는 알아채야지요!] [어서 사이다 주세요!]‘퀘스트는?’
[네?]‘퀘스트도 없이 사이다 마시려고?’
어디서 밑장 빼기야.
[와, 와아…….] [지금 퀘스트가 중요해요? 저쪽에서 싸움 걸어왔는데!]‘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고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내야지!’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로판 독자!
[…….]‘너도 할 말 없지?’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이것이 탄산이야, 송곳이야(1)〉
이것 참. 제가 독자님을 잘못 키운 것인지.
이렇게나 자본주의에 찌든 아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퀘스트는 원래 드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왠지 독자님께 말려버린 듯한 이 기분.
뭘까요, 이 찝찝함은.
이렇게 된 이상 더 큰 사이다, 더 톡톡 쏘는 사이다를 보여주세요!
아, 따갑다, 따갑다!
내 목구멍을 찌르는 이것이 탄산이야, 송곳이야!
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강력한 사이다를 원합니다!
– 조건: 소피아와 휴엔 부인에게 사이다 먹이기
– 보상: 5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상승, 연계 퀘스트〈???〉 진행
‘연계 퀘스트?’
그냥 이 자리에서 저 둘에게 사이다 먹이고 끝날 일이 아니었나?
‘……아까 그 문양도 그렇고 확실히 뭔가 있나 본데.’
소피아의 다리에 나타났던 문양.
한순간 보이고 사라졌지만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일단 수락.’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제 딸아이가 공녀님의 옷을 더럽혔나 봐요. 그래서 화가 나신 듯한데……. 제가 어떻게든 변상할 테니 제발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휴엔 부인이 보고 있는 내 드레스 자락에는 흙이 살짝 묻어 있었다.
아까 넘어진 소피아에게 다가가면서 묻은 듯했다.
‘아님 일부러 묻혔거나.’
덕분에 나는 드레스에 흙 좀 묻었다고 어린애를 저렇게 밀친 치졸한 사람이 됐다.
“휴엔 부인, 내가 고작해야 옷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일곱 살 응애를 해코지했겠어요?”
“예?”
“나는 안 그래요. 그 말씀 자체가 굉장히 모욕적이네요.”
“저, 저는 결코 그런 뜻이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가 다 나빴어요. 우리 엄마 혼내지 말아주세요…….”
휴엔 부인이 밀리자 바로 소피아가 지원사격을 나섰다.
어쨌거나 엄마를 보호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어린애의 모습은 불쌍하고 가련했다.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진짜 일곱 살 맞아?’
그냥 여기서 사이다 확 들이붓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거기다 이 모녀에게 뭔가 있는 것 같으니 여기서 바로 아웃시키는 것보단 꼬리를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연계 퀘스트가 어떤 건진 몰라도 얽혀야 한다면 아예 처리하는 것보단 끈을 붙들고 있는 편이 수월하다.
나는 입술을 꾸욱 다문 채 소피아와 휴엔 부인을 바라보다가 주변의 어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움찔.
여태까지는 애써 당당한 척 말했지만, 결국 서러움과 두려움이 터진 것처럼.
“흑,너무해…….”
울먹울먹 울음기가 얼굴 가득 올라오자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 공녀?!”
“자꾸 루루 보구 애기 죽일 거래. 루루는 애기 좋아해. 루루는 살인자 아냐.”
소피아가 벙찐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가 공작성을 부술 뻔한 포즈3’을 취했다.
“루루는 아무도 죽일 생각 없눈데. 히잉一.”
“고, 공녀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루루는 옷 더러워져두 상관 없어. 원래 옷은 입다 보면 상하고 해어지는 거랬어요. 그러니까 그런 걸루 친구 괴롭히지 않아.”
훌쩍훌쩍.
“루루는 소피아가 넘어졌길래 일으켜주려고 해써. 그러다 옷이 더러워진 거야…….”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채 어른들을 바라보자 다들 서둘러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공녀의 상냥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단다.”
“경쟁자였던 미첼로인 영애를 위해서 나선 그 용기와 우정을 어떻게 잊을까.”
“에구, 오죽했으면 의젓하던 공녀가 저리 섧게 울까.”
“아이들 말도 들어보지 않고 옷이 더러운 걸 보고 무작정 그런 말을 하다니……. 휴엔 부인은 경솔하군요.”
사람들의 시선이 휴엔 부인에게로 향했다.
휴엔 부인은 바로 내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공녀님.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결코 공녀님을 모욕하려는 뜻이 아니었어요. 서둘러 잘못을 사과드리고 용서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실언했습니다.”
바로 사과하네.
‘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야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셰루인 부인께서 아끼시는 손님이니까 루루도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셰루인 부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았다.
눈이 마주쳐버리면 너무 노린 것 같잖아.
나는 눈물을 쓱쓱 닦고는 씩씩하게 사람들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이번 일로 휴엔 부인과 소피아가 불이익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귀족들은 물론, 소피아와 휴엔 부인까지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이런 자리에 나오다 보니 휴엔 부인도 당황해서 말실수를 저지른 거 같아요. 소피아야 아직 애기니까 당연히 실수할 수 있는 거구.”
“공녀는 참으로 이해심이 많구나.”
“저는 한 번의 실수 때문에 기회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구 생각해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한 뒤, 소피아를 바라 보았다.
무슨 생각이야?
소피아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긴.
‘너네들 엿 먹일 생각이지.’
나는 아직도 주저앉아 있는 소피아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소피아, 넘어진 건 괜찮아?”
“네, 네에…….”
“어머, 이 상처 좀 봐. 하나도 괜찮지 않잖아. 어서 치료해야겠다.”
나는 소피아를 일으켜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나 보고 엄마 없댔지. 근데 너는?”
“……?”
“정말 너희 엄마 맞니?”
“……!”
소피아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라?
왜 이런 반응이야?
나는 그냥 불꽃 패드립을 날려준 건데.
‘수상한데.’
지켜보는 눈들이 있으니 나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소피아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갑자기 달려가다 넘어져서 깜짝 놀랐어. 그런데 아까 왜 나한테 사과한 거야?”
소피아는 당황한 얼굴로 귀족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일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엄마가 신신당부해서…….”
그 말에 사람들이 휴엔 부인에게 눈총을 주었다.
“그랬구나.”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일곱 살답지 않은데.’
일곱 살이라고 다 착하고 순진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심통을 부릴 때도, 영악하게 행동할 때도 당연히 있다.
차라리 ‘네가 날 밀었잖아!’ 하고 거짓말을 하는 게 일곱 살답다.
얼버무리더라도 ‘그냥 놀라서…….’ 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지금 그 대답은 너무나도 선후 관계가 명확하게 들어맞는 말이었다.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논리적이라는 뜻이다.
여태까지 휴엔 부인이 보여준 행동 양식을 통해 어른들이 ‘납득할 만한’ 말.
‘흐음.’
나는 몸을 돌렸다.
“옷도 더러워졌고 피곤해서 먼저 돌아가봐야겠어요. 괜찮을까요, 셰루인 부인?”
“물론이지. 손님을 초대해 놓고 내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초대해주셔서 무척 기뻤는걸요!”
어차피 오늘 〈메티스〉에 초대받는 건 물 건너갔으니 더 있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다른 귀족들에게도 인사를 한 후 티 하우스를 나왔다.
“공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셰루인 부인이 따라 나왔다.
“굳이 배웅 안 해주셔도 되는데.”
“공녀가 큰 배려를 해줬구나.”
휴엔 부인의 활동에 문제가 없도록 당부해준 것을 말하는 거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셰루인 부인께서 휴엔 부인을 정말 아끼시는 건 알겠어요. 아마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겠죠.”
“그래, 그런 사람이 생계 때문에 재능을 썩히는 게 안타까워서 후원 중이란다. 그리고 그 성과가 곧 나올 거야.”
“대단한 성과인가 봐요. 이렇게 귀족들과 연까지 만들어주시려는 걸 보면.”
“공녀도 보면 깜짝 놀랄 거란다.”
셰루인 부인이 내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오늘 휴엔 부인을 초대한 탓에 공녀를 곤란하게 한 건 정말 미안하구나. 애초에 오늘 공녀를 부른 것도 저번 일을 사과하고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인데.”
“셰루인 부인께서 의도하신 것도 아닌데요.”
“크게 넘어져 있는 아이와 그 앞에 서 있는 공녀. 그리고 울며 사과하는 아이. 이것만 보면 화가 난 공녀가 아이를 밀쳤다고 생각하기 쉽지.”
“그렇죠.”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공녀가 아이를 밀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왜요?”
“나는 남들의 말보다 내 안목을 믿지.”
셰루인 부인은 지금 내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묻고 있다.
그리고 내가 진실을 말한다면 여태까지 후원한 것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휴엔 부인을 끊어낼 것이다.
‘그럼 안 되지. 내 먹이인걸?’
그리고 내가 무엇 때문에 오늘 잡지 않고 일부러 놔주었는데.
“역시 셰루인 부인께선 훌륭한 안목을 지니셨군요.”
“그렇다면…….”
“음, 솔직히 온실에서 다소 불쾌한 일이 있었어요.”
셰루인 부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기회를 주려고요. 아직 어린애기도 하고…….”
“어린애기도 하고?”
“셰루인 부인을 봐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큰 비밀을 말하듯 목소리를 낮춰 속닥속닥 말했다.
“저는 셰루인 부인을 편애하거든요.”
“허.”
셰루인 부인이 상상도 못 했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빙그레 웃었다.
“편애는 나쁜 거라고 배우지 않았니?”
“그래서 비밀이에요. 사람인 이상 더 좋고 싫은 게 있는걸요.”
“공녀에게 편애받는 게 썩 나쁜 기분은 아니구나.”
셰루인 부인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고맙긴요.
다 더 큰 사이다를 위해서 그런 건데.
* * *
콰앙!
집무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벌컥 열렸다.
“아가씨이!”
디에르 자작이 눈물 바람으로 내게 달려왔다.
“자, 잠깐……!”
내가 말릴 새도 없이 디에르 자작이 내게 달려들어 나를 꽉 끌어안았다.
“제가 얼마나 아가씨를 뵙고 싶었는지 아십니까! 공작성에서 아가씨와 함께 거닐었던 정원, 아가씨와 함께 간식을 먹었던 테라스, 아가씨와 함께 일했던 집무실을 매일매일 다시 가 우리의 추억을 곱씹으며一.”
디에르 자작이 내 뺨에 얼굴을 부비며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늘어놓았다.
“힘들어 보이시는군요.”
칸도르 백작이 집무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그래 보이면 좀 떼줘.”
“안돼! 안 떨어질 거예요!”
“안 떨어지면 보좌관 자리에서 파면一.”
“떨어졌습니다, 헤헤. 더 떨어질까요?”
순식간에 다섯 걸음 물러난 디에르 자작이 웃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지에서 처리할 일들이 많기에 디에르 자작과 칸도르 백작은 공작성에 두고 왔다.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이번 일에는 두 사람의 조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제도로 불렀는데 보자마자 저 난리였다.
“내가 명한 건?”
“너무 하십니다! 거의 일 년 만에 재회한 건데 일 얘기부터 하시다니.”
“일 끝나면 같이 케이크 먹자.”
“어서 일부터 처리하죠! 빨리! 5분 만에!”
디에르 자작이 외쳤다.
칸도르 백작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더니 내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여기 명하신 휴엔 부인과 그 딸에 대한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