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화(14/353)
☆ 제14화 ☆
클라티에가 억지로 쥐여준 녹색 드레스가 땅에 떨어졌다.
파에라톤 공작의 구둣발이 드레스를 짓이겼다.
클라티에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럴 리가 없다.
‘그, 그래. 나를 오해하고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까 공작이 제게 드레스를 훔쳤다고 하지 않았나.
‘쟤가 우리 고모부한테 내 욕을 한 게 틀림없어!’
클라티에가 타다닥 달려가 파에라톤 공작의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고모부, 티에가 미워요?”
우물쭈물하는 얼굴로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파에라톤 공작의 시선이 클까 봐 티에를 향했다.
“우음, 고모부가 티에 미워해도 용서해줄게요!”
클라티에가 활짝 웃었다. 태양 보다도 더 환하게.
“거짓말에 속은 거니까!”
파에라톤 공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클라티에는 아차, 한 얼굴로 두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앗, 이를 생각은 없었는데. 사촌 동생의 잘못은 언니인 제가 감싸야 하니까요.”
클라티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눈썹을 늘여트렸다.
애교 넘치는 아까의 태도와 달리, 의젓하고 바른 점잖은 태도였다.
“대신 사과드릴게요, 고모부. 제 사촌을 용서해주세요.”
클라티에가 드레스 자락을 사라락 잡고 무릎을 굽혔다.
귀여운 꼬마 숙녀가 짐짓 어른스러운 척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깜찍했다.
침묵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파에라톤 공작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용서라니.”
내 딸을.
감히.
하지만 클라티에는 파에라톤 공작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하물며 파에라톤 공작은 딸의 앞에서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기세를 완전히 죽이고 있었다.
이전에 가신들에게 〈마기〉를 사용했을 때, 막내딸이 놀랐던 탓이었다.
덕분에 클라티에는 처음 파에라톤 공작을 만났을 때와 다르게 편한 상태였다.
해서 당연히 용서해야 할 잘못이 무엇인지 되묻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됐다!’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표정은 걱정과 당혹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고모부한테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제가 드레스를 훔쳤다고.”
참 웃기는 거짓말이었다.
드레스는커녕 새 옷조차 한 번 가지지 못했던 주제에 뻔뻔하게 그런 거짓말을 치다니.
“저는 이해해요. 고모부한테 조금이라도 예쁨받고 싶었을 테니까 그런 거짓말을 한 거겠죠.”
클라티에가 한숨을 포옥, 내쉬며 제 사촌 여동생을 올려다봤다.
자애로운 언니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날 욕하는 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데.”
파에라톤 공녀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클라티에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러워…….’
도도도 달려와 어리광과 애교를 부리는 클라티에의 행동이 이상하리만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거절이나 외면으로 돌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
‘……정작 공작은 우리 아빠인데.’
피는 안 섞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우리 아빠인데.
정작 딸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클라티에였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는데.’
거절당하고, 거부당하고, 외면받고, ‘너는 필요 없다’라는 말을 듣는 게 얼마나 아픈지 아닐까.
그래서 도무지 저렇게 행동할 수 없었다.
공작이 시선을 내려 딸아이의 자그마한 손에서 사정없이 구겨진 자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그 거짓말 때문에 고모부가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
딸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다시 클라티에를 향했다.
“제가 드레스를 훔쳤을 리가 없잖아요? 방금도 제가 주려고 했던一.”
“그럼 내가 봤던 드레스는 뭐지?”
바짝 날이 선 칼날처럼, 클라티에의 말을 자르는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클라티에는 그제야 파에라톤 공작의 심기가 제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새빨간 눈과 마주치는 순간, 주춤주춤 잊었던 두려움이 올라왔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타렌카 후작저에 내 딸을 데리러 간 날.”
파에라톤 공작은 제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리고 잔뜩 힘이 들어간 딸의 손을 붙잡았다. 아주 부드럽게 살살.
스르륵, 파에라톤 공녀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왜 내 딸을 위해 준비한 드레스를 네가 입고 있었느냔 말이야.”
“……!”
훅, 파에라톤 공녀의 푸른 눈동자가 일순 부풀었다.
‘아.’
벼락처럼 깨달음이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이 비쩍 골은 쥐새끼는 뭐지.”
“설마, 이딴 몰골을 한 자가 파에라톤 공녀라는 건 아니겠지.”
그날.
그렇게 말했던 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너무 못나서가 아니라一.’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곧장 파에라톤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아까부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저렇게 사랑스럽게 행동하는 클라티에가 아니라,
고개 숙인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자신만을 바라본 것처럼.
그 눈에 자신이 담기는 순간, 그녀는 확신했다.
‘내 차림새에 대해 말하는 거였구나.’
그의 딸이자 파에라톤 공녀인 자신에게 그런 몰골을 하게 한 타렌카 후작에 대한 분노.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못 나서 그런 게 아니었어.’
진짜일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의심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본래 그녀라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래야 상처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무, 무슨 소리를……. 그건 우리 아빠가 저를 위해 생일 때 입으라고 사주신 거예요!”
당황한 클라티에가 빽 소리를 질렀다.
“타렌카 후작이?”
그럴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뒷말을 읽을 수 있었다.
“매년 그랬어요! 내 생일이면 항상 예쁜 드레스를 깜짝 선물로 주셨다구요!”
“매년 그랬단 말이지.”
“제 드레스예요! 저 저능아의 드레스가 아니一 커흑……!”
갑작스레 숨이 턱, 막혀왔다.
클라티에는 꺽꺽거리며 목을 움켜쥐었다.
파에라톤 공작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클라티에를 향해 손을 뻗는 것조차도.
하지만 새까만 어둠이 스멀스멀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그림자조차 삼켜버릴 것 같은 어둠.
그 불길하고 흉포한 기운에 클라티에는 벌벌 떨다 픽 주저앉았다.
“뭐라고 했지?”
“다, 다들 그랬어요. 아빠도, 리엔도 쟤는 저능아니까一 허억……!”
클라티에는 퍼렇게 질린 채 숨을 삼켰다.
새까만 어둠이 그녀의 코앞에서 넘실거렸다.
저를 한입에 삼켜버릴 것만 같이 도사린 어둠이 공간을 좀 먹으며 몸피를 부풀렸다.
“아, 아아, 아, 흑…….”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곱게 치장했던 머리칼과 드레스가 땀에 흠뻑 젖어 너절해졌다.
“나에 관한 소문은 못 들었나?”
검은 피의 냉혈한.
최흉최악의 살육자.
파에라톤 공작은 슬픔을 몰라 그가 울면 눈물 대신 타인의 피가 흐른다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관대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
“흐윽, 으, 흑…….”
클라티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할 정신조차 없었다.
두려움과 혼란으로 좁아진 시야 속에서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왜 내가 벌레처럼 벌벌 떨며 바닥을 기고 있지?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구!’
이런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아.
‘이런 게 어울리는 건一.’
클라티에의 두 눈이 위를 향했다. 정확히는 파에라톤 공작의 품에 안긴 사촌을 향해.
‘一쟤잖아!’
경멸스러운 눈초리를 받는 것도, 없신여김 당하는 것도, 비루먹고 초라하다 조롱당하는 것도.
모두 저 애의 몫이었다.
‘틀려! 틀리다구! 완전히 뒤바뀌었어!’
파에라톤 공작의 품은 자신의 것이다.
부인이 밖에서 낳아온 가짜 공녀가 아니라!
‘왜 쟤가 안겨 있는 거야?’
저렇게 소중히 보듬어지고, 따스하게 안기고, 사랑스럽게 보호받는 것.
그건 내 몫이라고!
“내…… 내 자리를 훔친 더러운 사생一.”
뚝
클라티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새까만 기운이 그녀를 압박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파에라톤 공작의 눈.
저 지옥 밑바닥에서 타오르는 겁화가 저럴까.
그 눈과 마주치는 순간 폐부까지 굳어 목소리는커녕 숨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공포.
오로지 생의 끝에 달하는, 살갗을 찔러대는 그 날카로운 감각만이 그녀의 전신을 지배했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사, 사, 살려, 살려…….”
파에라톤 공작은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로 범벅된 채 목숨을 구걸하는 클라티에를 응시했다.
사람이라면 어린아이의 애원에 최소한의 측은지심이라도 느낄 법하건만, 그의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찰나이나 클라티에에겐 영원 같은 시간이 지나고, 파에라톤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래, 살아있는 것이 낫겠지.”
그가 차갑게 일갈했다.
“꺼져.”
* *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걸까.’
나는 안나가 준 꿀을 넣은 우유를 마시며 힐끔힐끔 공작을 바라보았다.
클라티에가 나를 저능아라고 부르자마자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다.
덕분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데다가 듣지도 못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나를 감싼 어둠은 어쩐지 부드럽고 편안했다.
마치 눈을 감고 편히 쉴 수 있는 밤처럼.
무엇보다 내 몸을 단단히 안고 있는 파에라톤 공작의 손이 나를 지탱했다.
다시 시야가 돌아오고 귀가 들리기 시작했을 땐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클라티에도, 그녀의 하녀들도 보이지 않았다.
공작이 나를 내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그의 무릎 위에서 안나가 건네준 꿀을 탄 우유를 홀짝홀짝 마셨다.
맛있다.
“각하.”
그때, 문이 열리고 고용인들과 기사들 그리고 오늘 저택에 있던 가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공작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가, 갑자기 왜 이러지?
“……?”
경직되다 못해 삼엄하기까지 한 분위기였다.
마치 끌려온 죄인들을 심문하는 것처럼.
“오늘 내 집에 벌레가 들어왔더군.”
파에라톤 공작의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멋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손대서는 안 될 것까지 갉아먹었어.”
그의 목소리는 녹아내리는 초콜릿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뚜렷했다.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어떻게 죄를 물어야 하지?”
차가운 시선이 바닥에 엎드린 자들을 향했다.
“주, 죽여주십시오, 각하!”
“감히 살피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그릇된 판단으로 막내 아가씨께 해를 끼쳤습니다.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어…….
뭔가 사극에서나 본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조금 서먹해져서 그들을 바라봤다.
‘근데 설마 진짜 죽겠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굳이 내 손을 더럽힐 필요 없겠지.”
파에라톤 공작의 말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뭘 이런 일로.’
원래 사극에서도 그러잖아.
‘죽여주십시오, 즈언하!’ 외치고 실제로 사약 받는 놈이 없었어.
그렇게 안심하는 순간이었다.
스르릉一
낮은 검울음과 함께 기사들이 제 검을 빼내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제 목에 가져다 대었다.
잘 벼려진 검날이 빛을 받아 새파랗게 빛났다.
‘칙!’
나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지만, 이 방안에서 동요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인 듯했다.
죽음을 각오한 자의 침통한 얼굴.
‘이, 이러다 진짜 일 나겠어!’
“안 돼!”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그러자 새빨간 눈이 나를 향했다. 감정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눈.
“저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잘못한 자들은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
공작의 얼굴이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꼴을 잠자코 볼 순 없었다.
“사, 사촌 언니가 놀러 온 거 뿐인걸요! 그러니까 굳이 클라티에의 출입을 막을 이유도 없지요.”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러다가 말다툼이 있었을 뿐이에요. 아이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랬어요…….”
꼼지락거리며 말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파에라톤 공작이 입을 열었다.
“에르켈.”
“예, 각하. 통상적으로 막내 아가씨 말이 옳습니다.”
공작은 “그래, 보통 아이는 그렇단 말이지…….”하며 턱을 쓸었다.
“그러니까 벌 받을 필요 없어요.”
내 말에 파에라톤 공작이 나를 빤히 내려다봤다. 뭔가 기묘한 얼굴이었다.
“……수염이 났군.”
수염? 나한테? 나는 솜털 보송보송한 애기인데?
생뚱맞은 소리에 끔뻑이고 있으니 그가 내 입가를 쓸었다.
하얀 우유가 우아한 손가락에 묻어났다.
‘앗!’
다 묻히고 먹고 있었다는 생각에 당황하는데, 그보다 더 늘 할 일이 일어났다.
츕.
파에라톤 공작이 손가락에 묻은 우유를 빨아먹은 것이다.
“달아.”
“…….”
모르겠다.
이 남자 대체 정체가 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지.
하지만, 진짜진짜 잘생겼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저 대사가 저렇게 어울리는 남자라니……. 까딱했으면 소름만 돋았을 텐데.
‘신이 로판을 참고했다더니.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가 봐.’
어쨌든 덕분에 방 안의 분위기는 아까와 확연히 달려졌다.
공작이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이만 물러가라는 뜻이었다.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몸을 일으켰다.
‘왠지 나를 부담스럽게 쳐다보는데…….’
그 순간이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가신 무리가 독자님의 은혜에 감사를 느낍니다.] [파에라톤 공작의 수석 보좌관 에르켈 자작이 독자님께 감탄합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수석 집사 하인츠가 독자님의 은혜에 감사와 존경을 느낍니다.] [파에라톤 공작가의 집사,하녀, 하인 무리가 독자님의 은혜에 감사와 존경을 느낍니다.] [파에라톤 가문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5000캐시가 지급됩니다.]내 눈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오, 오천 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