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0화(140/353)
☆ 제140화 ☆
나는 보고서를 받아들고 빠르게 읽었다.
단번에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엘릭서?”
흔히 판타지나 로판에서 나오는 전설의 만병통치약이었다.
납을 황금으로 바꿀 때 필수적인 촉매.
늙지도 죽지도 않게 해주는 불로장생약.
현자의 돌.
이외에도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대충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거나 늙지 않게 해준다는 물약으로 이해하면 편했다.
“예, 고대에 있었다는 만병통치약 말입니다. 진짜로 존재했는지, 그저 신화나 전설처럼 허황된 이야기인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실제 있었다고 해도 휴엔 부인이 만든 게 진짜 엘릭서는 아닐 겁니다.”
“흠, 휴엔 부인은 좀 더 발전시키면 진짜 엘릭서가 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죠. 연구에 지원을 받아야 하니 투자자들이 가장 혹하는 문구를 넣을 수밖에요.”
“지금은 그저 자잘한 상처를 치유하고 컨디션을 좋게 해주는 정도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하네.”
이곳의 신관들은 그렇게까지 강력한 신성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로판 세상이니 고위 신관은 병도 치유하고 다친 상처도 낫게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도 그냥 보조적인 역할로 도와주는 게 전부였고.’
그런 기적이 없는 세상에서 자잘한 상처나마 한순간에 치유하는 약이란 얼마나 큰 가능성이 있어 보이겠는가.
“아직 세상에 소개하진 않았지만……. 여길 보십시오. 예상 책정 가격이 엄청납니다.”
나는 서류에 적힌 예상 가격을 보고 조금 놀랐다. 정말 더럽게 비쌌다.
“재료가 뭐길래 이렇게 비싸?”
“재료는 별로 안 비쌉니다. 연구비나 투자금을 감안해도 해도 값이 비싸게 책정됐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디에르 자작이 보고서를 몇 장 넘겨 재료 항목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그쪽 기밀 아니야?”
“기밀인 게 무슨 상관입니까! 감히 우리 아가씨를 괴롭힌 것들인데!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까지도 다 알아내서 철저히 깨부숴야죠!”
디에르 자작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외쳤다.
“아가씨의 첫 번째 종으로서 이 레디안 디에르, 그것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으응, 그래…….”
다 좋은데 아저씨는 내 종 아니라니까?
왜 이렇게 노예가 되지 못해서 안달이야…….
나는 디에르 자작에게서 살짝 몸을 물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가격은 일부러 훨씬 더 비싸게 책정한 건데. 피부가 까진 정도의 상처를 치료하는 물약이 이 가격이라…….”
대체 누가 살까?
“남들에게 과시할 만한 사치품이나 뇌물의 탈을 쓴 선물로는 이보다 좋은 게 없을 겁니다.”
“네, 생산량도 조절하겠죠. 더 희귀하고 구하기 어려울수록 좋을 테니.”
흠, 그럼 휴엔 부인은 한순간에 라이징 스타가 될 수 있겠는 걸?
“휴엔 부인이 원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그저 연구를 성공하는 거?”
“휴엔 부인은 거의 집안에서 연구만 하고 밖에 외출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연구자입니다.”
“하지만 가격 책정도 그렇고,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에서 공녀님께 묘하게 행동했던 것을 보면一.”
“연구에 매진한 순수한 학자가 아니라 정치질해서 권력에 다가가고 싶은 살쾡이처럼 보이는데?”
“그렇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불로불사를 딱히 바라지 않죠. 오히려 싫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은 자일수록, 권력이 더 많은 자일수록 진지하게 염원하는 꿈입니다.”
“휴엔 부인이 권력자들의 환심을 얻기엔 충분하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휴엔 부인은 그럭저럭 괜찮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아주 포장하기 좋지.”
남편을 잃은 젊은 미망인.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사실 그녀 안에는 눈부신 재능이 있었다.
그 재능을 당대 최고의 학자 이자 학계와 예술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셰루인 부인이 단번에 알아보고.
셰루인 부인의 후원을 받은 휴엔 부인은 약 일년 만에 고대의 전설의 명약이라 불리는 엘릭서의 실마리를 발견.
그 실마리를 통해 엘릭서의 가능성을 담은 물약을 만들어낸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야망 있는 젊은 귀족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지요.”
“보통이라면 보수적인 귀족들은 기존의 구도에서 벗어나 새롭게 등장한 평민을 좋게 보지 않을 겁니다. 정치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더욱이요. 하지만.”
“응, 이번 경우는 다르지. 그 보수적인 귀족일수록 고위 귀족에 나이가 많거든.”
“그들이야말로 가장 엘릭서를 원할 테니까요.”
휴엔 부인을 경계하고 배척할 세력이 가장 두 팔 벌려 그녀를 환영하게 될 것이다.
“공교롭네.”
“그러게 말입니다. 저희가 준비 중인 게 있으니까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그 후로 진전은 있었어?”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디에르 자작이 송구한 듯 고개를 숙였다.
“쉬운 일일 거라곤 생각 안 했어. 천천히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공녀님께선 ‘그것’을 사용해 휴엔 부인을 견제할 생각이십니까?”
“응, 저쪽이 짝퉁 엘릭서를 개발해서 활개를 치고 다니게 놔둘 순 없지.”
“예! 감히 우리 아가씨께 무례를 저지른 것들인데!”
“마법부에 서둘러 달라고 말을 전해 놓겠습니다.”
“흠, 그쪽은 그쪽대로 진행하고 나는 다른 데를 좀 알아봐야겠어.”
“다른 곳이요?”
“응, 있어. 변…… 아니, 이단아.”
내 말에 디에르 자작과 칸도르 백작이 누군지 알겠다는 듯 반응했다.
칸도르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고, 디에르 자작은一.
“안 됩니다! 그 영애는 변태라고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근데 디에르 아저씨가 할 말이야?
* * *
“공녀니임!”
아쉘타인 영애가 우다다다 내게 돌진했다.
그래, 말 그대로 돌진이었다.
와락!
“공녀님이 우리 집에 오실 줄 이야! 드디어 결심이 서신 건가요?”
“무슨 결심이요?”
“제 연구 대상이 될一.”
“집에 갈래요.”
나는 아쉘타인 영애에게 안긴 채 뚱하게 말했다.
그때,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메디, 손님께 그러면 안 되지.”
고개를 돌리니一.
‘아쉘타인 영애의 남자 버전?!’
아쉘타인 영애와 똑같이 생긴 남자애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파에라톤 공녀.”
이 정도면 ‘내가 바로 아쉘타인 영애의 쌍둥이 남동생’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다.
“안녕하세요, 아쉘타인 영식.”
이란성 쌍둥이인데도 이렇게까지 닮을 수 있구나.
‘신기해!’
“메디, 손님을 놔드려. 네가 갑자기 돌진해서 놀라셨을 거야.”
오오,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이라니.
겉모습은 아쉘타인 영애를 빼다 박았는데 성격은 완전히 다른가 보다.
하긴, 쌍둥이 중 한 사람은 상식적이어야 그나마 균형이 맞지.
아쉘타인 영애가 입술을 삐죽이며 제 남동생을 노려봤다.
“네가 언제부터 손님에게 그렇게 예의를 차렸다고 그래?”
“그게 아니야.”
아쉘타인 영식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턱대고 연구 대상이 되어 달라고 하면 무서워하니까. 일단 우리 말을 차분히 들을 수 있게 묶어놓고一.”
“네?”
뭐라고요?
이놈도 정상이 아니었다.
* * *
“하하, 아까는 그냥 농담이었다니까요.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쉘타인 영식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소파 끄트머리에 앉은 채 털을 잔뜩 세웠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여긴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소굴이야!’
“자자, 진정하시고……. 따뜻한 차를 드시면 좀 기분이 풀릴 겁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힐끔 보고 말했다.
“영식께서 먼저 마셔봐요.”
“그러죠.”
아쉘타인 영식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차를 마셨다.
“아니, 제 찻잔에 담긴 거요.”
“하하! 공녀께서는 참으로 영민하시군요.”
아쉘타인 영식은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지 않았다.
대체 차에 뭘 넣은 거야.
“뭐, 농담은 진짜로 이쯤 하지요.”
“한 번만 더 농담하면 사람 잡겠어요.”
“설마 제가 공녀께 안 좋은 걸 넣었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만든 가벼운 자백제인데 파에라톤의 피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자백제요?”
그게 안 좋은 게 아니라고?!
“부작용도 없어요. 가벼운 거라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진실을 숨길 수도 있죠.”
아쉘타인 영식이 부드럽게 웃으며 내 찻잔에 담긴 차를 마셨다.
“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딱히 묻고 싶은 게 없는데요.”
“너무하네. 다들 절 궁금해하던데.”
하긴, 아쉘타인 영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했다.
“영식께서는 왜 새벽 축제에 나오지 않으셨어요?”
“가위바위보에서 이겼거든요.”
“가위바위보요?”
“둘 중 한 명은 가문을 생각해서라도 참가는 하라고 조부께서 명령하셨거든요. 그래서 가위바위보로 결정했지요.”
“그게 무슨 가위바위보야. 공녀님, 저놈이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약을 만들어서 제 코코아에 탔어요! 그딴 짓으로 이긴 거라고요!”
“넌 내 코코아에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 약을 탓잖아.”
남매가 서로 약을 탄 거야?
아쉘타인 영식이 날 보고 싱그럽게 웃었다.
“봐요. 자백제라지만 별 문제 없죠? 효과도 이미 다 끝났어요.”
“지금 그게 중요해요……?”
어이가 없었다.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아쉘타인의 쌍둥이 남매들은 미쳐있다는 것.
“후우, 오늘은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아쉘타인 영애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요.”
내 말에 아쉘타인 영애가 응접실의 한 켠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피안크가 천에 가려진 무언가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저것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
내 눈짓에 피안크가 천을 벗겼다.
아쉘타인의 쌍둥이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물건이네요?”
“네, 고대의 물건이래요. 신기해서 상단에서 사들였죠. 나는 저걸 가동시켰으면 좋겠어요.”
“고대!”
아쉘타인 영애가 흥분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또 하나 알아봐 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피안크가 공손히 자료를 건네주었다.
“이건……?”
“요즘 진행되고 있는 연구래요.”
“엘릭서?”
아쉘타인 영애의 말에 영식까지 벌떡 일어나 자료를 살폈다.
그럴 만도 했다.
엘릭서는 모든 연금술사의 꿈이니까.
“뭐야. 엘릭서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효능인데요?”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죠.”
내 말에 두 쌍둥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대의 물건에다가 고대의 명약을 따라 만들려는 연구하라……. 재밌겠네요!”
“공녀께서는 그거 아세요? 고대에는 웬만한 치료에 엘릭서를 쓰지도 않았대요.”
“고대의 신관들은 엄청 대단해서 고위 신관들은 병을 완전히 낫게 하고 잘린 팔도 다시 붙였다고 해요.”
“특히 성녀는 거의 죽은 사람도 되살려낼 정도로 막강한 권능을 발휘했다고.”
“그래요?”
고대 문명은 꽤 로판다운 설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남부에서 등장했다는 성녀는 어떨까?’
그저 허황된 소문일까?
아니면 고대의 성녀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녔을까.
“아, 이왕이면 저도 고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연구하기도 훨씬 수월했을 거고……. 무엇보다 마나석이 넘쳐났으니까요.”
“지금 마나석은 거의 마나가 고갈된 것밖에 나오질 않으니.”
“검은 황금이 있잖아요?”
“검은 황금은 안수르 상단에서 독점적으로 관리하면서 유통을 제한해서 많이 구하기 힘들잖아요.”
“실생활에는 아무 문제 없는 물량이지만 연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아, 검은 황금의 비밀도 풀고 싶은데!”
응, 그 비밀 풀지 말라고 물량 제한하는 거야.
‘그나저나 현대로 올수록 신성력도, 마나도 약해지고 있다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
일단 보이는 현상은 그런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
왠지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의문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채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어쨌든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 두 가지에요.”
“재밌어 보여서 맡고는 싶지만 이 물건을 가동하려면 에너지원이 필요할 거예요.”
“실패를 반복하며 검은 황금이 몇 개나 깨질지 모르고…….”
“그 검은 황금은 제가 대도록 할게요.”
“공녀가요? 안수르 상단에서는 절대一.”
“저 파에라톤이에요.”
엣헴, 나는 허리에 손을 착 얹었다.
“아…….”
두 쌍둥이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고대의 물건 역시 안수르 상단에서 들어온 거겠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저런 걸 취급할 만한 상단은 흔치 않으니까요.”
정확히는 안수르 빼고는 어디에서도 취급하지 않겠지.
‘내가 훔쳐 온 거니까.’
나는 로판 세계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현대 과학의 산물을 보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어머, 입으로만요?”
“당연히 대금은 지불할 거예요.”
“돈은 필요 없어요.”
“그럼요?”
어,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쌍둥이들이 내게 양옆으로 찰싹 붙었다.
“머리카락 열 가닥만 주세요.”
“저는 손톱 깎은 거 열 개만 주세요.”
“…….”
“음, 그럼 따악 한 올?”
“어쩔 수 없죠. 손톱 하나로 만족할게요.”
뭐라는 거야, 이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무척 떨떠름했지만 나는 손톱 하나와 머리카락 한 올을 주기로 약속했다.
어디에 사용할지도 무척 걱정이었지만 더 걱정되는 건 따로 있었다.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하지?’
머리카락은 몰라도 손톱은 구하기 힘든데.
내 손톱 손질은 가족들이 책임지고 있었다.
‘심지어 깎지도 않고 버퍼로 가는데…….’
일주일마다 돌아가면서 “이번엔 내 차례야!” “어디서 새치기야!” 하며 싸우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