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1화(141/353)
☆ 제141화 ☆
* * *
평범한 가정집 안.
어린아이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거울이 비추고 있는 건 아이의 얼굴이 성인 여성의 얼굴이었다.
거울 안에서 베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자가 말했다.
[벌써 파에라톤 공녀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신경 꺼.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네가 잘했으면 신경 쓸 일도 없었어. 계획과 다르게 가고 있으면서 지금 알아서 잘한다는 말이 나오나?]“하, 황후를 이용하는 것도 실패한 주제에 말이 많긴.”
베일 아래로 여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게 기회를 준 건 나야. 내 명령을 어기는 건가?]“말은 바로 해야지. 네 실패로 인해 내가 기회를 얻은 것 아니었나?”
[너……. 그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게 누구 덕인데!]“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이번 일이 성공하면 숟가락 하나는 얹게 해줄 테니까.”
[뭐라고?]“후후, 성녀 예하께는 내가 직접 보고하도록 할게. 네 명령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데, 내 일까지 네 공으로 가져갈 생각은 아니겠지?”
[아리엘!]아이는 픽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마치 수면을 휘저은 듯 거울 속의 상이 뒤섞이며 여자의 얼굴이 사라졌다.
곧 잠잠해진 표면은 평범한 거울처럼 아이의 얼굴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리엘’이라고 불린 아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아, 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결.”
손가락 끝에 뺨에 난 생채기가 걸렸다.
일전에 파에라톤 공녀의 앞에서 일부러 넘어지며 났던 상처다.
손톱을 세워 생채기를 헤집자 새빨간 피가 배어 나왔다.
“후후, 살아있는 육신은 참 좋다니까?”
아리엘이 손끝에 묻어나온 핏방울을 할짝이며 뱀처럼 웃었다.
그때, 방안으로 들어온 휴엔 부인이 아리엘을 보고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뭐 하는 짓이야!”
“함부로 들어오지 말랬지.”
휴엔 부인은 아리엘의 말을 무시한 채 들고 온 엘릭서의 병마개를 땄다.
서둘러 아리엘에게 먹이려고 하는데一.
탁!
아리엘이 쳐낸 병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 위를 굴렀다.
엘릭서가 바닥에 흩뿌려지며 짙은 얼룩을 남겼다.
“아리엘!”
“이 여자고, 저 여자고. 내 이름 못 불러대서 안달이라니까. 밖에서는 소피아라고 불리니까 내 진짜 이름을 잊지 말라고 친절을 베푸는 건가.”
아리엘은 자신을 노려보는 휴엔 부인을 향해 비딱하게 팔짱을 꼈다.
“상처는 그냥 놔둬.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파에라톤 공녀 이야기를 할 거니까.”
“그건 그날 실패하지 않았나?”
아리엘은 팔짱을 풀더니 가련하고 불쌍한 얼굴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파에라톤 공녀님께서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구 했어요. 아무 일도 없는 척…….”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
“어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아?”
씨익 웃으며 묻는 아리엘의 얼굴은 울음기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치료하는 게 좋겠어. 엄마가 상처를 치유하는 엘릭서를 만드는데 딸의 상처는 그냥 둔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짓이야.”
“그게 왜 말이 안 돼? 엘릭서는 비싸잖아. 곧 나을 상처에 쓰느니 파는 게 낫지.”
“대체 어떤 엄마가…….”
뭐라 반박하려던 휴엔 부인이 고개를 돌리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돈이 우선인 모습보다는 딸을 위하는 모습이 더 통하기 마련이야. 그리고 우리에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가 있잖아.”
“아, 병든 딸을 살리기 위해 생활고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셰루인 부인의 눈에 들어 엘릭서를 만든 거라는 스토리?”
“그래.”
“흠, 일리 있네. 설정에는 충실해야지.”
아리엘이 천천히 제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처음부터 아무런 상처도 없었던 것처럼 뺨이 깨끗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휴엔 부인이 물었다.
“그날 파에라톤 공녀에게는 왜 대놓고 시비를 건 거야?”
긴가민가하게 살짝씩 건들다가 실수를 유도하는 게 사라 부인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휴엔 부인 역시 그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신문과 소문으로 접한 파에라톤 공녀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 직접 만나보니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힘든 상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넘어진 다음에 그렇게 울며불며 사람들을 불러들일 생각은 아니었어. 뒤에서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었지.”
“그럼 왜?”
“어쩔 수 없었어. 그 계집이 내 문양을 본 것 같았어.”
그 말에 휴엔 부인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문양을? 그럴 수 있나?”
“그럴 수 없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내 다리를 보고 놀랐어.”
“다쳐서 놀란 거 아니야?”
“상처를 보고 있던 게 아니었어.”
“…….”
“진짜로 문양을 본 거라면 그 계집이 깊게 생각하기 전에 시선을 돌릴 사건이 필요했어. 그래서 좀 열받게 해줬지.”
아리엘이 입술을 핥으며 이어 말했다.
“엄마 없다는 소리에 그 계집애가 지었던 표정을 너도 꼭 봤어야 했는데. 진짜 웃겼다니까?”
깔깔깔!
아리엘이 입꼬리를 비죽 올린 채 웃었다.
휴엔 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사교계에 자리 잡기도 전에 파에라톤 공녀를 완전히 적으로 돌린 게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
“괜찮아. 그날도 딱히 별문제 생기지 않았잖아. 어차피 엘릭서를 발표하는 순간 귀족들은 다 우리에게 안달복달할걸.”
“……정말 그럴까? 귀족들은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듯했어.”
“흥, 고작해야 사교계에서 이름 조금 날리는 여자애랑 실질적으로 치유력이 있는 명약.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확실하지.”
그 말에 납득한 듯 휴엔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진짜 엘릭서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마저 있으니까.”
“그래, 이 일이 잘 성공하면 더 효과가 있는 약을 만들 수도 있다고. 그분께서 분명 나를…….”
몽롱한 표정으로 말하던 아리엘이 정신을 차리고 말을 돌렸다.
“하여간! 고작 파에라톤 공녀 따위가 우리를 경계하게 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아리엘의 눈동자에 단호한 결심이 어렸다.
“일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아리엘은 방에서 나와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딱 연구실처럼 생긴 방안.
신비한 보라색 빛을 내뿜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한가득 즐비해 있었다.
아리엘이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구.”
* * *
“이상하다?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나는 이불과 베개를 뒤적거리며 다시 한번 침대를 찬찬히 살폈다.
“아직 청소하기도 전일 텐데…….”
사람인 이상 머리카락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침대맡에 당연히 머리카락 한 올쯤은 빠져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도 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며칠째.
‘에휴, 그냥 뽑아서 줘야겠다.’
따끔따끔한 게 싫어서 자연스레 빠진 머리카락을 주려고 했더니 결국에는 뽑게 되었다.
나는 조금 자란 손톱을 살펴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기르는 편이 자르기도 편하고 아쉘타인의 쌍둥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들도 만족하겠지만.
‘분명 내일쯤 아빠가 손톱 다듬어준다고 할 텐데.’
그냥 오늘 잘라버려야겠다.
‘인센티브처럼 진전을 보이는 만큼 주기로 했으니 차근차근 모아놔야지.’
침실 밖으로 나가자 로라가 화병을 바꾸고 있었다.
“로라!”
“어머나, 아가씨.”
로라가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손톱깎이 있어?”
“손톱깎이요? 그건 왜요?”
“손톱 자르려구!”
“네? 하지만…….”
로라가 주저했다.
그녀도 가족들 사이에서 내 손톱 다듬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내일쯤이면 아빠가 칼…… 아니, 버퍼를 든 채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내 손톱을 다듬기 위해 올 거라는 것도.
‘안 되겠다!’
나는 입가에 손을 착 붙인 채 반짝반짝한 눈으로 로라를 올려다봤다.
“우움, 루루 손톱 길어서 불편해. 로라가 루루 손톱 잘라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제, 제가요?”
로라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외면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각하께서……. 아아, 하지만 아가씨 손톱……. 하지만 각하……. 하아, 작아. 귀여워.”
로라가 내 손을 조물조물하며 번민하기 시작했다.
‘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나는 흐린 눈으로 로라를 바라보았다.
“루루도 아빠 실망하는 거 싫으니까. 아주 조금만 자르면 아빠도 모를 거야.”
“……각하께서는 아실 텐데.”
“다듬을 부분 남겨놓고 쪼끔만 자르면 되잖아.”
로라는 대답 없이 내 손톱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섰다.
‘실패인가?’
로라는 스토커 기질이 있어서 잘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방을 나갔던 로라는 이내 분홍색 손톱깎이를 딸깍거리며 돌아왔다.
“혹시 아가씨의 손톱을 깎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몰라서 이 손톱깎이를 주문 제작해놨는데 잘됐네요.”
“뭘 주문 제작까지…….”
“후후, 이걸 쓰면 0.1mm 단위로 자를 수 있어요. 아가씨 본인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얇게…… 크흠! 뭐, 제가 몰래 자르려던 건 아니고.”
“…….”
자르게 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침대맡에서 도무지 찾아볼 수 없던 내 머리카락의 행방을 알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 * *
그날 저녁.
나는 열심히 소고기 부르기뇽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맛있어!’
많이 많이 먹어야 힘을 내지!
푹 익은 감자까지 콕콕 집어서 먹는데, 어쩐지 위화감이 들었다.
‘……가족들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서로 나한테 먹여주겠다고 시끌벅적하던 가족들이 오늘은 아무 말도 없었다.
심지어 나이프와 포크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입에 고기와 감자가 한가득한 채로 고개를 드니 가족들이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포크를 쥔 내 손을.
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손을 말아쥐며 손톱을 숨겼다.
‘에이, 설마?’
“루루.”
“으, 응?”
“손톱이 짧아진 것 같은데.”
“아니야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지켜보던 오빠들까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확히 0.2mm가 짧아졌어.”
“손톱의 단면이 버퍼로 갈았을 때와 달라.”
“모양도 다르고.”
‘이걸 알아챈다고?!’
나는 황당한 기분으로 가족들을 둘러봤다.
마기가 있으면 초월적인 감각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감각이 있어도 내 손톱 길이 비교하는 데 쓰지 말라구!’
아빠가 테이블 위에 양 팔꿈치를 올려놓고 깍지를 꼈다.
“누구냐.”
그늘진 얼굴과 대비되게 번뜩이는 붉은 눈.
“감히 내 딸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자가.”
“…….”
“감히 내 동생의 말랑말랑한 손을 잡고 손톱을 깎다니.”
“막내 손톱을 손질하기 위해서는 나도 순번을 기다리는데.”
“뒤졌어.”
“…….”
아니, 진짜 이게 이럴 일이냐구요!
* * *
“이 로라, 아가씨께서 끝까지 저를 보호해주시는 것을 보고 감동, 또 감동했습니다.”
집무실로 가는 길.
로라가 감격에 찬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야 로라가 혹시라도 죽으면 안 되니까.’
농담이 아니라 범인을 찾아내면 진짜로 죽일 기세였다.
아빠는 내일 내 손톱을 손질하는 걸 무척 기대하고 계셨던 듯했다.
허망한 눈으로 몇 번이나 짧아진 내 손톱을 바라본 걸 보니.
“아직 다듬을 만큼 손톱이 남아있잖아요. 내일 다듬으면 돼요.”
“소요 시간이 12분 정도 짧아졌다.”
“…….”
‘후우, 팔불출의 딸도 쉬운 게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로라에게 물었다.
“아참, 로라. 혹시 내 머리카락 모은 거 있어?”
“없습니다.”
“없다구?”
그럴 리가?
“진짜예요. 따악 한 올이라도 갖고 싶었는데…….”
로라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로라가 나한테 거짓말할 사람도 아니고 진짜로 없나 보다.
‘그럼 내 머리카락은 다 어디로 갔지?’
집무실에 도착하니 칸도르 백작과 디에르 자작은 이미 와 있었다.
“지쳐 보이십니다.”
칸도르 백작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휴, 식당에서 내 손톱 갖고 난리 난 일이 벌써 다 소문 났구나.
“영양제라도 먹어야 할까 봐. 손톱 빨리 자라나게 하는 영양제.”
“이 레디안 디에르, 아가씨의 첫 번째 종으로서 저도 아가씨의 손톱을 다듬을一.”
“응, 조용히 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휴엔 부인이 크로펠 대부인이 주최하는 이브닝 파티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오, 크로펠 대부인이 주최하는 파티라. 꽤 좋은 데뷔 장소네.”
“셰루인 부인이 힘써준 결과겠지요. 아마도 그날 연구를 소개하고 치료제를 선보일 생각인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내버려 둬.”
디에르 자작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 지 아가씨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주 활개를 치고 다닐 겁니다.”
“응, 알아. 그래도 일단 그러게 두자고.”
디에르 자작은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겠죠.”
나는 씨익 웃었다.
“원래 일이 잘되어 간다고 생각할 때 가장 방심하는 법이거든.”
나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사실 사교계는 나도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어.”
내 활동은 새벽 축제 참여가 거의 전부다.
새벽 축제는 엄청난 상징을 가지고 있고 우승자에겐 다양한 특혜가 주어진다.
특히 이번에는 황자들까지 얽힌 바람에 정치적인 일까지 연루됐다.
하지만.
‘어린 소년, 소녀들만의 작은 리그일 뿐.’
“그래도 나한텐 참고 자료가 아주 많거든.”
나는 씨익 웃었다.
수천 권의 로판에서 얼마나 다양한 사교계 싸움이 나왔던가.
“내가 네 살 응애일 때부터 나를 집에 초대하고 싶어 한 할아버지들이 있어.”
나는 집무실 한 켠에 수북이 쌓여 있는 편지들을 바라보았다.
“집에 놀러 오면 까까 주겠다고 하셨는데.”
내 말에 칸도르 백작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