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5화(145/353)
☆ 제145화 ☆
“공~녀~님!”
“공녀님一.”
아쉘타인 저에 도착하자마자 쌍둥이들이 내 양옆에 찰싹 붙어서는 팔짱을 꼈다.
“어서 와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세요?”
내가 아니라 내 머리카락과 손톱이 보고 싶었던 거겠지.
내 팔짱을 끼고 뛰듯이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때문에 내 발은 땅에서 붕붕 떠올랐다.
비행기 태워주는 느낌보다는 연행당하는 느낌이었다.
“혹시 유치 빠진 거 아직까지 가지고 있어요?”
“어금니는 아직 안 빠지지 않았나?”
“혹시 빠지면 나 줄 수 있어요?”
‘……주는 순간 뽀뽀 삽화를 신문 전면에 싣는 것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쌍둥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나를 연행해 가는 내내 떠들어댔다.
주로 내 신체 부위 일부를 갖고 싶다는 말들이었다.
나를 연구실 한가운데에 내려놓은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왜 이렇게 지쳐 있어요?”
“얼굴이 만신창이야.”
왜겠어.
간접적으로 실험체가 된 기분을 맛봤으니까 그렇지!
“공녀님의 피로를 싹 날려줄 소식이 있어요!”
“쨘!”
아쉘타인 영식이 연구실 한쪽에 있는 천을 휙 거뒀다.
거기에는 내가 맡겼던 고대 병기……가 아니라, 지구의 물건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설마? 작동시켰어요?”
“그으럼요! 제가 누군데!”
“와아! 정말 대단해요!”
“손톱 받으려면 해내야죠.”
“머리카락도.”
“…….”
못 들은 척하자.
“일반적인 마법사나 연금술사, 술법사는 가동시키지 못 했을 걸요. 우리처럼 조금 미쳐야 가능할 테니.”
오, 미친 건 알고 있구나.
의외로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공녀님의 머리카락을 집어넣을 생각을 하겠어요.”
“……네?”
뭘 집어넣어?
“공녀님 머리카락 말이에요.”
“…….”
이 미친 자들아!
‘조금 미치긴 뭘 조금 미쳐! 완전 훼까닥 돌았구만! 내 머리카락 가지고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객관적인 자기 성찰은 무슨!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 미친 자들이 미친 짓을 한 결과물을 바라봤다.
사람 머리카락을 집어넣으니 작동하는 기계.
‘……이거 장르가 호러물로 바뀌는 거 아냐?!’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계들로부터 한걸음 물러났다.
“하하, 정확히는 공녀님의 머리카락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패턴을 모방해서 입력한 거지만.”
“……내 머리카락을 직접 넣은 게 아니에요? 배터리…….”
아니, 검은 황금 대신 내 머리카락을 넣어서…….
두 쌍둥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걸 거기에 왜 넣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공녀님 정말 특이하시네요.”
너희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
“흐음……. 넣으면 어떻게 될지 좀 궁금하기도 하고.”
아니,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리지 마.
“아무튼!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요.”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하나.
“내 머리카락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패턴을 모방하는 건 대체 뭐예요?”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에너지를 타고 나는 건 알고 있죠?”
“네. 그걸 에테르라고 한다면서요.”
“맞아요. 머리카락에는 아주 미세하게 그 에너지一에테르 패턴이 남아요.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다른 사람들은 에테르 패턴을 확인하는 방법도 모르죠.”
“하지만 예전부터 우리는 머리카락이나 손톱에 꽤 관심이 많았던 덕에 어쩌다 보니 패턴을 감지해내는 법을 개발했거든요.”
“……왜 그렇게 변태 보듯 쳐다보세요?”
“아니, 아니에요.”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속생각이 너무 겉으로 드러났나 보다.
“그래서 이번에도 머리카락도 받았겠다 한 번 에테르 패턴을 감지해서 재미 삼아서 한 번 넣어봤는데 一.”
“짜잔! 하고 가동해버렸지 뭐예요!”
“…….”
원래 과학의 발전은 우연의 선물이라고들 하지만.
‘재미 삼아 남의 머리카락에서 에테르 패턴을 감지하고, 그걸 굳이 모방해서 연구물에 넣는 다……라.’
‘이거 진짜 변태 아냐?!’
그때, 쌍둥이들이 불쑥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똑같이 생긴 눈동자가 기묘한 열망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뭔지 아세요?”
“다른 사람의 에너지 패턴을 모방해서 입력하면 작동 안 해요.”
……뭐?
“오직 공녀님의 에너지 패턴에만 반응하는 거예요. 재미있죠?”
“후후, 저는 예전부터 공녀님께 분명 뭔가 있을 줄 알았다고요!”
쌍둥이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뭐라뭐라 떠들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에테르는 타고 나는 힘.
악마와 계약했다고 해서, 능력을 각성했다고 해서 패턴 자체가 특별하게 변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원래 내가 타고난 힘 자체가 특별했다는 건데.’
그런 건 아빠나 오빠들한테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마기를 지닌 자들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타고난 거니까.
‘……그러고 보니.’
“마기는 인간이 지니기엔 너무나 강대한 힘이다. 그 탓에 보유자들은 어딘가 뒤틀린 감각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루루는 그 뒤틀린 감각을 안정화시킬 수 있나 보구나.”
“마기 없이 태어난 파에라톤은 네가 처음이다. 어떤 다른 힘이 숨겨져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
내게는 마기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덕분에 가족들이, 특히 제온이 많이 안정됐고.
무엇보다 내게 직접 마기를 주입해도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벌써 5년…… 이제 거의 6년 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소설 속 여주인공의 능력을 소환해서 ‘빌려’ 쓰는 느낌이 강해서, 나 자신이 타고났다는 힘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제온이 안정시켜달라고 안길 때나 그냥 그런 능력이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아빠 말대로 내 힘이 뭔가 다른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잊었다.
처음 일이 년 정도는 기대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떤 다른 힘이 나타나질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악마도 그렇게 말했지.’
“나는 마기 없이 태어난 평범한 애 아니었어? 내 능력이 정확히 뭐야?”
“독자님이 왜 그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세요?”
“독자님이 어떻게 소설을 소환하고 여주인공의 능력을 빌려 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독자님이 정말로 아무 능력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각성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파에라톤의 핏줄이기 때문에 힘을 각성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야?”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이 집안에 태어난 것도 우연이 아니야?”
“우연이라니. 모든 것은 카르마에서 비롯된 필연입니다, 독자님.”
“…….”
“단 하나 예외인 것이 독자님이 걸어가는 길이겠지요.”
대체 내가 지닌 힘이 뭘까.
금방 나타날 줄 알았는데 거의 6년이나 잠잠해서 거의 잊은 순간에 다시 나타나다니.
“아쉘타인 영一.”
아쉘타인 영애가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내 머리카락에서 손을 뗐다.
“……영애.”
“하핫! 생각에 깊이 잠겨 계시길래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쉘타인 영애가 혀를 쏙 빼며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만두는 게 좋아요. 집에 돌아가면 당장 가족들이 마중 나올 텐데 집안도 아니고 밖에서 모량이 줄었다는 걸 아는 순간 난리날一.”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도 참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크흠, 아무튼 나조차도 내 머리카락이랑 손톱은 구하기 힘들어서.
“혹시 이것과 관련된 일인가요?”
아쉘타인 영식이 연구일지를 착, 펼치며 물었다.
“그림이 아주 잘 나왔던데.”
“…….”
연구일지에는 가족들과 돌아가며 음쪼, 하고 뽀뽀하는 그림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그래, 가족들이 온갖 메이저 신문사에 수억을 주고 실은 바로 그 그림이었다.
“……알고 있었어요?”
“이거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신문은 누구나 다 읽잖아요?”
아니, 애기들은 나가서 뛰어놀아야지. 왜 신문을 읽는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제온한테 벽쿵하는 게 실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목숨을 걸고 막은 보람이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켰다.
“여기 내 딸의 머리카락을 노리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인터뷰가 실려 있잖아요.”
“손톱을 자르는 자는 가문의 적으로 간주하겠다고도.”
“…….”
그런 내용이 있었다니.
인터뷰는 읽어보지도 않아서 몰랐다.
“……근데 이거 표지에 연구 일지라고 적혀져 있던데. 왜 이런 게 스크랩되어 있어요?”
“네? 하하! 잘못 적었나 보다. 실수예요, 실수.”
“그래요. 설마 저희가 공녀님을 실험체로 생각하겠어요?”
아니, 설마가 사실인 거 같은데.
“후우, 연구해도 괜찮아요. 적정한 수준을 지킨다면.”
“와아, 정말요?”
“진짜죠? 허락하신 거예요?”
“적정한! 수준을 지켜서요.”
“그럼요.”
“저희도 인권과 윤리를 생각하는 훌륭한 연금술사입니다.”
음, 불안한데.
“머리카락과 손톱은 차근차근 조금씩 가져다줄게요. 대신에 내 머리카락과 손톱을 가지고 논…… 아니, 연구한 후에 그 결과를 꼭 제게 말해주세요.”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좋아요.”
“그런데 정말 유치 빠진 건 구할 수 없을까요?”
“…….”
괜찮을까?
이런 미치광이 변태들한테 맡겨도.
조금 찝찝했지만 그래도 실력은 확실하다.
‘아예 다른 문명의 산물을 가동시킨 것만 해도.’
나는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기계를 손으로 쓸었다.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이 아주 반가웠다.
‘좋아. 이걸로 한 번 재미 좀 봐볼까?’
* * *
“뭐라고?!”
아리엘은 얼굴을 파삭 일그러트린 채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앞에는 성스러운 새하얀 빛을 내뿜는 나비 수십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비는 각각 한 마디씩 내뱉었다.
“계집…….”
“고대의 유물 획득…….”
“가동 성공…….”
“발표 예정…….”
“시연…….”
아리엘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쓸 수 있는 힘으로는 이 정도 말밖에 못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고대의 유물이 뭔데?”
“치료기…….”
“치료기?”
쾅! 아리엘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놀란 나비들이 파라락 날아올랐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정해. 어차피 우리는 엘릭서를 더 좋게 내보일 생각이잖아. 승산이 있어.”
휴엔 부인이 아리엘을 진정시켰다.
“더 효과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래, 그렇지…….”
새로 부여받은 힘을 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고작 이, 삼 주만에 효과가 확연히 좋아진 걸 내놓는 거야. 사람들도 당연히 혹하겠지.”
“그 공진단인지 뭔지 하는 것 따위보다도 효험이 더 좋을 테니까.”
“맞아. 게다가 진짜 엘릭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 이번에 외면받는 건 파에라톤 공녀일걸.”
그 말에 아리엘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혼자 서 있을 파에라톤 공녀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공진단을 콱콱 밟아주리라!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아리엘의 눈동자가 사납게 빛났다.
“저번에는 우리가 방심했어. 설마 파에라톤 공녀가 공진단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으니까.”
“…….”
“근데 또 새로운 고대의 유물을 가져와서 가동 성공했다잖아. 그것도 치료 계통의 유물이라고. 그게 또 사람들을 혹하게 하면?”
“하지만 그게 뭐든 간에 엘릭서보다는 약할 수밖에一.”
“아직 진짜 엘릭서를 재현해 낸 것도 아니잖아.”
휴엔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쉽게 생각했다기보단一.
“그 계집은 지금 꿈에 부풀어 있겠지. 왜 아니겠어? 고대의 유물을 발굴해낸 것도 모자라서 가동까지 시켰는데.”
“…….”
“아주 내 코를 납작 눌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할 거야.”
아리엘은 이를 으득 갈았다.
“난 딱히 사람들의 관심 따위 필요 없어. 너 가져.”
“뭐?”
“아, 못 가지나?”
감히 한낱 미천한 인간 주제에 자신을 비웃던 그 얼굴.
굴러가며 깨진 엘릭서 병.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던 그 하얗고 말간 얼굴.
파사삭.
잡힌 나비 하나가 아리엘의 손에서 무참히 구겨졌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렇게 둘 순 없어.”
기묘하게 입술 끝을 올린 채 중얼거린 아리엘이 허공을 향해 손짓했다.
도망갔던 나비들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발표 장소가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