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6화(146/353)
☆ 제146화 ☆
* * *
“한겨울에 웬 나비가 다 있네요.”
아쉘타인 영애의 말에 나는 아쉘타인 영식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리다 멈칫했다.
“그러게요. 얼어 죽으면 안 될 텐데.”
“오구, 나비 얼어 죽을까 봐 걱정했어요?”
아쉘타인 영애가 나를 끌어안으며 난리를 쳤다.
이 언니는 나를 너무 애기 취급하는 거 아닌지.
“앗, 치사해. 메디.”
아쉘타인 영식이 다른 쪽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이 쌍둥이들은 나를 좋은 실험체이자 인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단 말이야.’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어서 들어가요. 추워요.”
“오구오구, 울 공녀님 추워쪄요?”
“아구 그랬구나. 따숩게 호오, 해 줘야겠네.”
“아, 쫌!”
내가 성질을 내자 쌍둥이들은 이보다 더 즐거울 게 없다는 듯 꺄르르 웃었다.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말썽꾸러기들을 보니 더 화낼 수도 없었다.
‘아효, 내가 늙는다, 늙어.’
내 주변에는 왜 정상인이 없지?
우리는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전당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드디어 대망의 발표일!
사람들 앞에서 고대의 의료기……는 거짓말이지만, 아무튼 그걸 선보이는 날이었다.
아쉘타인 영애가 감탄이 가득한 얼굴로 전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설마 발표를 아센트리움 전당에서 할 줄은 몰랐어요. 여긴 아무나 대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아센트리움 전당은 규모는 작지만 그 역사가 제국 초기부터 함께한지라,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제국의 역사에 한 획을 남긴 행사 중 상당수가 아트리움 전당에서 치러졌으니까.
“심지어 원래 오늘은 휴관일이잖아요?”
“대관 일정이 꽉 찼는데 저 때문에 다른 대관을 취소하는 건 너무 민폐니까 휴관일에 열기로 했어요.”
“와, 휴관일에 아센트리움 전당을 열다니. 황족이라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황비 전하께서 힘 써주셨어요.”
“황비 전하께서? 흠, 아무런 대가도 없이 움직이실 분은 아닌데.”
아셀타인 영식의 말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인자하고 상냥한 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자식 하나 없이 황실에서 그만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저도 그게 의문이라서 황비 전하께 무슨 대가를 원하시는지 여쭤봤는데, ‘값은 이미 치렀다’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공작 각하께서 값을 치르신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던데…….”
아빠도, 할아버지도 이 일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게 이 일은 사교계의 첫 단추나 마찬가지.
또래들끼리의 경합이었던 새벽 축제에서 벗어나 진짜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다.
해서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알겠다는 확답도 받아냈고.’
우리 가족들이 살짝 미친 짓을 저지를 때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내게 거짓말을 하진 않으니까.
‘그럼 대체 누구지?’
날 위해서 황비님과 거래를 할 사람이 가족들 외에 누가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오늘 일에 집중해야지!
기계들은 어젯밤에 미리 옮겨 놓은 후였다.
배치도 잘 되어 있고 보기 좋게 꾸미기까지 했지만…….
‘음, 너무 언밸런스한데.’
나는 조금 떨떠름하게 그 전경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호화로운 왕궁 안에 있는 초등학교 앞 떡볶이 포장마차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이 보기엔 괜찮을 거야. 난 지구식 감각이 남아있어서 편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걸 거야!’
나는 애써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게 다 휴엔 부인과 소피아 때문이다.
그 두 사람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화려하고 성대하게 발표할 일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화려하게 폭죽을 터트려주지!’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아주 특별할 것이다.
* * *
오후 세 시 정각.
초대장에 적힌 정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아센트리움 전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상에, 이 엉덩이 무거운 인사들이 오늘은 뭐 이리 서둘러서 개시 전부터 왔대요. 리엔소 후작은 조금 늦게 도착하던 것을 미덕으로 아는 분 아니었나요?”
“오늘은 그럴 만도 하지. 젊음과 건강에 관심 없는 사람 있나. 특히 노인네들이라면 환장하지.”
“그 공진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요?”
“파에라톤 공녀가 확실히 영민하긴 영민해요. 결국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은 어르신들이죠.”
“아우로라가 되어 어른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하자 귀신같이 어르신들이 좋아할 것들만 들고 오네요.”
“심지어 더 놀라운 점은 아직 샤프롱이 없다는 거예요.”
“아, 하긴. 공녀는 정식으로 사교계 활동을 하고 있지 않죠.”
“몇 번 얼굴을 내비치긴 했지만……. 이제 겨울이 가면 곧 봄인데. 슬슬 샤프롱을 청하겠네요?”
“그렇겠죠?”
귀부인들이 입을 다물었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딴청을 피우지만 속으로 하는 생각은 똑같았다.
‘그 샤프롱 자리, 내가 손에 넣어야겠어……!’
보통 어린 영애 측에서 사교계의 귀부인들에게 제 샤프롱이 되어달라고 청하는 게 관습이다.
이례적으로 주객이 전도된 생각이 들 만큼 탐이 나는 자리였다.
‘분위기는 좋고.’
루아티샤는 아쉘타인 영애의 품에 안긴 채 홀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이쪽까지 다 흘러들어왔다.
옆에서 함께 홀을 지켜보던 아쉘타인 영식이 입을 열었다.
“정시인데 벌써 이렇게 사람이 많네요. 바로 시작해도 되지 않겠어요?”
“음,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누구?”
쌍둥이들이 똑같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때였다.
“화, 황비 전하를 뵙습니다.”
“황태후 폐하를 뵙습니다.”
홀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황족들의 등장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서둘러 허리를 굽혔다.
황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 예의 차릴 필요 없네. 그저 본비가 예뻐하는 아이가 재미난 구경거리를 선보인다기에 왔을 뿐이니.”
그 말에 사람들의 사이에 소리 없는 파문이 퍼져나갔다.
당연히 고대의 치료기에 관심이 생겨서 온 줄 알았다.
황태후가 귀족들과의 티파티에서 공진단에 흥미를 보였다는 건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난 일이었다.
그러나 황비는 지금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하지 않고, 오직 루아티샤와의 친분만을 과시하고 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보통 때라면,
‘내가 이토록 아끼는 아이니까 오늘 분위기 잘 읽어라. 호응 잘하고 박수는 사분의 삼박 자로.’
一정도로 해석되었겠지만.
루아티샤의 주가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는 달랐다.
거기에 더해 다른 의미가 추가되는 것이다.
‘아주 공녀에게 침을 발라 놓으시는군.’
‘내꺼 찜꽁을 무슨 이런 식으로 하신담? 치사하게.’
샤프롱 자리를 노리고 있던 귀부인들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황비와 그럭저럭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고개를 숙이면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황비가 대놓고 내 품으로 들일 거라고 선언하는 걸 보니 더 탐이 나는 것이다.
그때 황태후가 인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호, 황비가 우리 파에라톤 공녀를 이리 아끼는 것을 보니 본태후의 마음도 아주 흡족하구나.”
내 새끼 이뻐해 줘서 땡큐.
“후후, 폐하께서 흡족해하시다니 참으로 기쁜 일이나 연유를 알 수 없네요.”
네 새끼도 아닌데 왜 네가 땡큐하냐.
둘 다 품위 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신경전이 살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쉘타인 영애가 혀를 내둘렀다.
“오, 장난 아니네요? 새벽 축제에서 황태후 폐하는 그냥 가만히 계셨던 거 같은데.”
“황후가 찌그러져…… 크흠, 자숙하고 계시니까 두 분께서 슬슬 실력 행사를 하는 거지요. 왕은 한 명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왕관을 쓰려는 자들이 공녀님을 놓고 다투네요? 재밌게.”
“근데 공녀님도 가만 보면 성질이 엄청나. 찌그러져 있다고 말하려다가 말 바꾼 것 좀 봐.”
“실례에요. 저처럼 착한 아이가 어딨다구.”
루아티샤가 눈을 새초롬히 뜨고 말하자 쌍둥이들이 씨익 웃었다.
“그래그래, 착해요, 착해.”
“오구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 공녀님!”
“…….”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그럼 슬슬 나갈까요?”
아쉘타인 영식이 루아티샤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아니요.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 안 도착했어요.”
“저 두 분 아니에요?”
“아니에요.”
쌍둥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루아티샤를 바라봤다.
하지만 루아티샤는 대답 없이 전당의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정확히 그 순간, 루아티샤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엔 부인과 소피아.
루아티샤가 씨익 미소 지었다.
“이제 가죠.”
“응? 저 둘을 기다렸어요?”
“왜요?”
“그야 오늘 발표의 주인공이거든요.”
주인공?
쌍둥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으나 루아티샤는 나는 듯한 발걸음으로 먼저 나갈 뿐이었다.
* * *
아리엘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파에라톤 공녀의 이름에 미소 지었다.
평소라면 짜증이 났겠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래, 지금은 많이 기대하도록 해. 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가 둥둥 하늘로 떠오르도록.’
아리엘은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그래야 나중에 추락할 때 더 아플 테니까.’
그녀의 눈이 단상 위에 서 있는 루아티샤를 향했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내뱉은 아이가 아쉘타인의 쌍둥이들까지 소개하는 게 보였다.
사람들은 박수 치고 호응하면서도 안달을 했다.
말을 이제 되었으니 어떤 물건인지 빨리 보고 싶은 것이다.
그 분위기를 읽은 루아티샤가 생긋 미소 지었다.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죠. 이 고대의 치료기에 대한 연구 결과, 쓰임, 역사적 가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너무나 많지만, 그에 앞서 직접 보여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루아티샤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대의 치료기를 가리고 천이 휙 벗겨졌다.
“저건……?”
“신기하게 생겼네요. 도무지 용도를 짐작할 수 없어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생김새였다.
“제가 외조부이신 타렌카 후작님을 병간호했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건강을 되찾으셨지만, 그 후로도 제 고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루아티샤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한데 그건 저희 할아버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다들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하더군요.”
루아티샤가 비장한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 혹시 비 오는 날이면 무릎이 쑤십니까?”
“……!”
“아직 정정하신 분들께서 사교계의 뒷방으로 물러나시는 이유가 혹, 연회장에서 오래 서 있기 힘들기 때문일까요?”
“……!”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무겁고, 뼈마디가 쑤시고, 자세가 무너지고!”
“……!”
“사실 오늘 보여드릴 물건은 불로장생의 묘약이라거나 상처를 한순간에 낫게 하는 신기한 약도 아닙니다.”
신기할 게 없는 치료기라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더욱 커졌다.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발목을 접질렸을 때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을 하죠. 하지만 그 수건이 식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루아티샤는 치료기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접질린 곳을 물리적으로 정확하고 세심하게 주무르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완전하게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며 씨익 웃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겠죠. 일단 시연부터 해 보시죠.”
루아티샤는 황태후를 바라봤다.
“황태후 폐하, 부디 이 고대의 물건을 소개하는 데에 폐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황태후는 아주 기쁜 얼굴로 뽐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이지, 공녀.”
사람들은 단상에 오르는 황태후를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하는 사람은 단연 소피아였다.
‘황태후라니! 저 계집이 아주 제 발로 무덤으로 들어가는구나!’
소피아는 히죽 웃으며 간이침대 위에 앉는 황태후를 바라봤다.
오늘 새벽 전당에 잠입해 치료기에 자그마한 충격 장치를 설치해놨다.
기계를 고치기는 어려워도 망가트리는 건 참 쉽다.
저것이 고대의 물건이든 뭐든 당연히 켜는 순간 오작동을 일으킬 것이다.
“혹시 유독 아프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사실 요즘 손목이 시큰할 때가 많아 무거운 찻잔을 못 쥘 정도네.”
“저런…….”
루아티샤가 안타까운 얼굴을 하더니 황태후의 팔목에 무언가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좋아.’
아리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슬쩍 휴엔 부인을 눈짓하자 휴엔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프에서 자그마한 작동기를 꺼내든 휴엔 부인이 스위치를 꾹 눌렀다.
루아티샤가 치료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아아아악!”
황태후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아무 반응도 못한 채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치직, 치지직!
황태후의 손목에 부착된 기계에서 스파크가 튀기며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 황태후 폐하!”
“어서 황태후 폐하를 안전한 곳으로!”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오! 파에라톤 공녀!”
“감히 황태후 폐하를 노리고 이런 짓을 꾸미다니……!”
노기 가득한 목소리가 루아티샤에게 떨어졌다.
루아티샤는 황망한 얼굴로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이럴 리가……. 아까 점검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이럴 리가…….”
희게 질린 아이가 고개를 내저었지만, 황실 기사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당장 자그마한 아이의 몸을 땅에 짓누르고 무릎 꿇렸다.
기사가 황태후의 팔을 태우고 있는 기계를 떼어냈지만, 이미 늦었다.
황태후의 손목은 이미 화상으로 말이 아닌 상태였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당장 저것을 황궁 옥사에 가둬라! 감히 황족을 시해하려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황태후가 시뻘겋게 불이 오른 눈으로 일갈했다.
아리엘은 씨익 미소 지었다.
‘어때?’
지난날, 루아티샤가 그녀를 향해 지어 보였던 웃음 그대로.
‘내가 선보여 주는 인생의 쓴맛이.’
“후, 후후, 후…….”
아리엘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피아.”
감히 미물 주제에 이 나를 얕본 대가를一.
“소피아……!”
툭, 치는 손길에 아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멀쩡하잖아.”
“뭐, 라고?”
아리엘은 황급히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