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7)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7화(147/353)
☆ 제147화 ☆
휴엔 부인의 말대로였다.
단상 위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어때요, 폐하? 시원하신가요?”
“오오, 신기하군. 찌릿찌릿하면서도 시원한 것이…….”
“조금 더 세게 해도 괜찮을까요?”
“음? 조금 더 세도 괜찮을 듯한데……. 옳지. 이 정도가 딱 좋네.”
“자아, 이건 열기가 식지 않는 담요에요. 무릎에 덮어드릴게요.”
“오오, 신기하구나.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이라 무릎이 시렸는데.”
황태후는 무아지경으로 손목의 아픈 부분에 콕콕 가해지는 자극을 즐겼다.
어찌나 표정에서 진심이 우러나오는지 보는 사람마저 시원해질 정도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아무리 잘 주무르는 사람이어도 이런 자극을 주진 못할 테니까.’
루아티샤는 황태후를 지켜보다가 가동을 중지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던 황태후가 눈을 번쩍 떴다.
“왜 멈추는 겐가.”
저도 모르게 채근하는 모습에 루아티샤는 생긋 웃었다.
“좀 어떠세요?”
답은 나왔다.
황태후가 왜 멈추냐고 체통도 잊고 채근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황태후는 자신이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번 헛기침하고는 말했다.
“아주 좋구나. 시큰거리던 손목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
“와, 정말 다행이에요! 황태후 폐하의 손목이 좋아지다니 정말 정말 기뻐요!”
순수하게 기뻐하며 활짝 웃는 루아티샤를 황태후가 아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것이 대체 무엇인고?”
사람들도 그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루아티샤는 배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외쳤다.
“물리치료기라고 합니다, 폐하.”
“물리……치료기?”
루아티샤는 씨익 웃었다.
로판 세상에서 울려 퍼지는 반가운 이름.
물리치료기.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 동네 한의원에서 흔히 쓰던 바로 그 물건이다.
루아티샤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걸로 나도 한의원 세울 거야.
그래서 돈도 왕창 벌고 정보도 왕창 모아서 까부는 것들 다 패버릴 거야!
루아티샤는 콧김을 팡팡 뿜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까부는 것들을 단단히 혼내줄 생각이었다.
* * *
물리치료기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도 훨씬 좋았다.
황태후가 좋아할 거라는 건 진작에 예상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팔목이 시큰시큰할 정도인데 여기에 간섭파 자극을 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첫 스타트를 누구로 뽑을지는 여러 후보를 놓고 많이 고심해서 결정한 거였으니까 반응이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일을 지나치게 크게 벌였나 조금 걱정되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사실 나는 물리치료기를 이렇게 화려하게 소개할 생각은 없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물리치료기가 이렇게까지 소개할 만한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의료 보조용 치료기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 찌릿찌릿한 거 안 해줄 테냐?”
“좀 더 오래 할 순 없는 게냐?”
“루아티샤, 지금 바쁘니?”
“크흠, 내 몸이 그리 안 좋은 게 아니다. 그냥 해보니 좀 좋아서 자꾸 해달라는 게지.”
할아버지의 반응을 보고 깨달았다.
이건 된다.
해서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렇게 잘 먹힐 줄이야.
하긴, 생각해보면 이건 교통사고 후유증마저 치료해주는, 현대 의료 기술의 산물이었다.
‘역시 가지고 나오길 잘했어.’
할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나는 소설 〈저는 한의사지, 성녀가 아닌데요〉를 소환해서 능력 〈나, 돌아온 거야?〉를 뽑았다.
여주인공의 한의원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놀라운 능력!
나는 그때 침구와 약재를 챙기면서 혹시 모른다며 물리치료기와 전기장판 등등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왔다.
너무 대책 없이 들고 온 바람에 칸도르 백작을 호출했고…….
“오다 주웠어.”
“공녀님은 참으로 오다 줍는 게 많으시군요.”
그때 방 가득 쌓인 잡동사니(?)를 보고 질린 표정을 짓던 칸도르 백작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당연히 전자제품은 여기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고대의 유물을 안수르 상단을 통해 구매했다’고 출처를 세탁해서 파에라톤 공작가의 마법부에 연구를 맡겼다.
‘하지만 자꾸 실패해서 쌍둥이들에게 부탁했던 거고.’
설마 내 머리카락一정확히는 머리카락에서 감지한 에테르 패턴이지만一을 넣어서 작동시킬 거리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허어, 아주 신기하구나. 안에 작은 사람이 들어있어서 내 아픈 곳을 주물러주는 것 같아.”
“안쪽 근육을 툭툭 치는 느낌이야. 참으로 신기해. 고대에는 이런 게 다 있었다니.”
죄송해요. 사실 그거 고대 물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세계의 물건도 고대의 유물만큼이나 신비롭지 않은가.
나는 속내를 감춘 채 순진한 얼굴로 주름진 손을 꽉 움켜잡았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픈 게 덜 해진다고 하시니 다행이에요. 이대로 쭉쭉 건강하셔야 해요? 나랑 약속이야.”
새끼손가락을 걸다가 아차, 하고 입을 가렸다.
“앗, 죄송해요. 후작 부인, 후작님. 제가 사교계 활동을 안 해서 아직 예법에 서툴러서…….”
“허허, 가족들과는 그리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이야?”
“네, 네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이는 나를 본 후작이 웃었다.
“그 파에라톤 공작께서 딸아이 앞에서는 살살 녹는다더니. 내 오늘 그 이유를 알 것 같구먼.”
“공녀는 단상 위에서 말할 때는 그리 똘망똘망하고 당당하더니. 이리 가까이서 보니 또 다르구나.”
“하기야, 아직 나이가 열 살이랬나.”
“이제 곧 열한 살이에요!”
손가락을 펴 보이자 후작 부인과 후작이 웃었다.
“내가 틀렸구나. 가까이서 봐도 똘망똘망해.”
“감사합니다, 후작 부인.”
“그냥 할머니라고 부르렴. 나도 그렇게 불리고 싶구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
‘좋아, 슈에브 후작 내외도 잘 꼬셨고.’
블뢰르 선대 백작, 구렐 대부인, 콜리타 백작 부인, 레이디 피안느…….
나는 머릿속 리스트를 쭉 꼽아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참석한, 중진 세력을 지닌 노귀족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잘 찍었다.
‘그럼 이제…….’
나는 몸을 돌려 소피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곧장 눈이 마주쳤다.
‘와, 진짜 빡쳤나 보네.’
두 눈에서 불을 내뿜을 듯 활활 타오르는 시선이었다.
‘그래, 그렇게 흥분해야지. 이제 네가 나서줄 때가 됐으니까.’
나는 입꼬리 한쪽을 비틀어 올렸다.
* * *
피식, 명백한 비웃음.
“저 계집이…….”
아리엘은 이를 으득 갈았다.
저 짜증 나는 미소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온통 파에라톤 공녀를 칭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어린 영애가 대단하다느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효심이 참 깊다느니, 어쩜 이렇게 영특하게 고대의 물건들을 잘 재현하고 고치느냐니.
만약 이대로 파에라톤 공녀의 영향력이 커진다면一.
“안 돼. 나는 실패할 수 없어. 실패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아, 절대.”
아리엘이 자신의 손등을 손톱으로 긁었다.
연한 살갗이 긁히며 피가 배어 나왔다.
그 뜨거움이, 훅 끼치는 혈향을 느끼자 그나마 머릿속이 진정됐다.
휴엔 부인이 놀라서 아리엘의 손을 잡아챘다.
“진정해. 화난 건 알지만 이러다 수상하게 보이면一.”
“수상한 건 저년이야.”
“뭐?”
“저건 고대의 물건도 아니라고!”
휴엔 부인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주변이 소란스러운 탓에 잘 들은 사람은 없는 듯했다.
휴엔 부인은 아리엘의 손을 꽉 잡고 구석으로 이끌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대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그 더럽고 기분 나쁘고 추악한 기운이 하나도 안 느껴져.”
“그럼…….”
“공진단은 그래, 재료를 지금 나는 것을 썼으니 고대의 기운이 안 느껴질 수 있어. 아니,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저건? 아까 그랬잖아. 고대의 유물을 발굴해내 작동시킨 거라며?”
아리엘이 새파란 시선으로 물리치료기를 노려봤다.
“그럼 당연히 고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 거 아냐?”
“……그럼 이 자리에서 그걸 밝힌다면一.”
“하지만 못 밝혀. 고대의 물건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아봤는지 설명할 수 없잖아.”
그 말에 휴엔 부인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꼭 공개적으로 모두에게 밝힐 필요는 없지.”
“뭐?”
“파에라톤 공녀에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잖아?”
“고대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정보로 파에라톤 공녀를 협박한다?”
휴엔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 모처럼 쓸모 있는 생각을 다 했네.”
아리엘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루아티샤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왜?”
“뭔가 걸려.”
“……뭐가?”
“내가 말한다고 해서 저 계집이 흔들릴까?”
“…….”
“오히려 태연하게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무슨 소리인지 모를 거라고 말할걸?”
휴엔 부인은 내심 놀랐다.
냅다 들이박던 아리엘이 이런 식의 생각을 하다니.
“이전에는 성체도 못된 인간이라고 생각해서 방심했지만, 몇 번 겪어보니 저 계집의 행동을 알겠어. 쟤는 어린 인간이라기엔 지나치게 음험하고 영악해.”
“……그럼 이대로 두고 볼 거야? 만약 오늘 파에라톤 공녀가 성공적으로 발표를 끝낸다면 걷잡을 수 없어.”
아리엘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건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예하께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파에라톤 공녀를 막아야 한다.
‘……정말 죽기보다 싫지만.’
“그 재수 없는 마녀에게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겠어.”
“……도움?”
“걔한테는 증거로 삼을 만한 게 있거든.”
* * *
“공녀님.”
소피아가 내게 와서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얘도 참 얘다.
이렇게 또 연기하는 거 보면.
“소피아, 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도 참 나지롱.
나는 살갑게 웃으며 소피아의 손을 잡았다.
“저야말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공녀님이 고대 유물이라며 발표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뻐요.”
응?
“정말로.”
소피아의 어조가 미묘했다.
마치 내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一.
“이 사기꾼.”
귓가에 소피아가 낮게 속삭였다.
“뭐?”
“저거, 고대 유물 아니잖아. 그렇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솔직히 너무 놀랐다.
하지만 나는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는 네가 더 잘 알 텐데.”
“네가 예전부터 나를 모함하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해.”
“그래? 그럼 내가 여기서 밝혀도 돼?”
“응. 말해.”
내 말에 아리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해? 나한텐 저게 고대 유물 아니라는 증거까지 다 있는데.”
“그래? 그럼 밝혀.”
내 말에 아리엘이 입술을 꾹 다문 채 나를 노려봤다.
내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헷갈리는 듯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았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아니,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증거까지 다 있다고 말했으니 그걸 어떻게든 무마시켜야 했다.
안수르 상단에서 고대 유물이라고 팔아서 나는 그렇게 알았다고, 전혀 몰랐다고 꼬리를 잘라도 내 평판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소피아와 휴엔 부인에게 승기가 될 것이다.
‘그렇겐 안 되지.’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기기가 맞고, 실제로 그런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게 고대에서 왔든 이세계에서 왔든 무슨 상관이냐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걸 가지고 사람들을 속였네, 어쩌네 하면서 언플할 수 있으니까 그게 문제지.’
내가 사교계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것은 곧 침묵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파에라톤이 정치 사교계에 다시 입지를 다진다는 뜻이다.
‘즉, 지금 내가 잘 나가는 걸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는 거지.’
나는 드레스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소피아가 폭로하며 이 판을 주도하게 두진 않아. 폭로 당하더라도 내가 주도한다!’
나는 단상에 음성 수신기에 대고 말했다.
“잠시 주목해주시겠어요?”
사람들이 떠들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기대감 가득한 얼굴이었다.
“여기 소피아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요. 소피아는 얼마 전 엘릭서를 만드신 휴엔 부인의 딸이에요.”
소피아가 눈살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렇게 묻는 눈.
나는 미소 지은 채 수신기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 하지만 네 그 오만이 너를 더 나락으로 떨어트릴 거야. 네가 졌어. 완벽하게.”
“글쎄, 그건 결과를 봐야 아는 거 아닌가?”
“흥, 끝까지 허세는.”
소피아가 피식 웃고는 나를 스쳐 지나갔다.
“저는 아직 어리고 이런 자리에서 나서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쁜 걸 보면 참으면 안 된댔어요. 그래서 말씀드릴게요.”
소피아는 마이크 앞에 서서 가련하고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속고 있어요!”
그 말에 전당 안이 술렁거렸다.
속았다니?
“파에라톤 공녀님이 오늘 소개한 물건은 고대의 유물이 아니에요. 여러분을 상대로 사기를一.”
그 순간이었다.
[엄마 없이 자라서 그런가. 눈치는 하나도 없구나.]곳곳에 비치된 음성 증폭기에서 쩌렁쩌렁 소피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