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48)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48화(148/353)
☆ 제148화 ☆
사람이 밀집된 시내 한가운데에서 폭탄을 터트리면 어떻게 되는가.
원래 노렸던 타깃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까지 함께 다 터진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
소피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반면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뭐죠? 녹음된 목소리?”
“대체 누가 저런 말을…….”
“근데 저 목소리 소피아 양의 목소리와 비슷한一.”
[으아아아아앙!!] [무슨 일인가!] [죄, 죄송해요. 자, 자모태쪄여, 공녀님…….]뚝.
음성 증폭기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가 그쳤다.
나는 주머니 안의 버튼을 눌렀다.
다시.
[엄마 없이 자라서 그런가. 눈치는 하나도 없구나.] [으아아아아앙!!] [무슨 일인가!] [죄, 죄송해요. 자, 자모태쪄여, 공녀님…….]침묵이 싸늘하게 전당 안을 휩쓸었다.
그리고.
“저건 설마 셰루인 부인의 티 파티에서 있었던……!”
한 귀부인의 경악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그 침묵이 산산이 부서졌다.
“맞아요! 그때 그 일이에요!”
“그 일이라뇨?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엄마 없이 자랐다는 목소리랑 잘못했다는 목소리랑 똑같지 않아요?”
“그리고 그 목소리는 방금 들었던…….”
나는 빠르게 번져나가는 소란을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으며 입을 열었다.
“소피아.”
끼기긱, 소피아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번들거리는 눈빛에 올라온 살기가 장난 아니었다.
그래봤자 우리 아빠 눈빛보다는 안 무섭거든?
“사람들에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흔들림 없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당황해. 설마 내가 너 따위한테 질질 끌려갈 줄 알았니?”
폭로를 내가 주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단다.
* * *
“이, 이게 무슨…….”
루아티샤의 목소리가 음성 증폭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당황하고 놀란 아이의 표정과 목소리.
“이건 분명 예전에 소피아가 했던 말인데, 이게 왜…….”
그 말에 사람들은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때 있었던 일인가 봐요.”
“어쩜. 그런데도 파에라톤 공녀는 단 한 번도 소피아가 모욕했다고 이르지 않았어요.”
“지금도 파에라톤 공녀가 폭로한 게 아닌 듯하고…….”
“세상에, 아직 열 살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마음이 곱고 배려심 넘칠까요. 나였으면 그날 당장 밝혔을 거예요.”
물론 루아티샤가 그날 바로 밝히지 않은 것은 더 큰 사이다를 위한 숨고르기였을 뿐이다.
아, 따갑다, 따갑다! 이것이 사이다야, 송곳이야!
악마 놈이 송곳 같은 사이다를 원한다고 말했으니까.
루아티샤의 귀에 소피아가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가증스러운 년.”
루아티샤는 놀란 표정 그대로 소피아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픽 웃었다.
“너한테 내가 가증스럽다니. 그것참 기쁜 일이네.”
수신기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소곤거리자 소피아의 얼굴이 야차처럼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얼굴은 고스란히 사람들에게도 보였다.
“어머, 저 얼굴 좀 봐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더니…….”
“그때도 저런 식으로 어른들을 속이고 파에라톤 공녀를 괴롭혔던 거군요.”
수군거림이 다시 거세지자 루아티샤가 음성 수신기에 대고 말했다.
“모, 모두 진정해주세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왜 이런一. 읏…….”
당황한 목소리로나마 장내를 진정시키려던 아이가 감정이 격해졌는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떨리는 숨결을 진정하고 브리핑하듯 단단한 얼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많은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셰루인 부인의 티파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왜인지 몰라도 소피아가 제게 그런…… 말, 을 했고…….”
하지만 점차 목소리가 흔들리더니 새벽이슬 같은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아이의 얼굴을 적시기 시작했다.
“흑, 엄마가 안 계신 거 제가 잘못한 거예요? 저한테 엄마가 없어서…….”
아이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가련하게 떨었다.
그 자그맣고 안쓰러운 모습.
사람들은 가슴이 찌르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물리치료기를 소개하며 루아티샤가 얼마나 대담하고 당당한지 보았다.
또래답지 않은 영민함이었다.
그리고 직접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당당함 뒤에 그 나이다운 순진함과 장난스러움을 보았다.
아무리 겉으로 어른스러운 척해도 결국에 속 알맹이는 열 살 애기인 것이다.
지금도 애써 담담한 척, 호스트로서 사람들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려고 하다가 결국 저렇게 소리 죽여 우는 것을 보니…….
“괜찮아, 괜찮다. 루아티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물 좀 가져오거라.”
황비가 얼른 루아티샤에게 달려가 품에 안고 얼렀다.
“그, 그치만 저는 오늘 발표회의 주관자인데…….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제가一.”
“코찡찡이가 되어서 그런 생각하는 거 아니야.”
황비가 단호하게 말하며 루아티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자, 흥 하렴.”
황비가 비단 손수건을 새빨간 코에 대주며 말했다.
루아티샤는 잠깐 망설였다.
지금 자신은 일부러 음성 수신기 앞에 찰싹 붙어서 서 있었다.
모든 말이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도록.
근데 여기서 코를 풀면…….
코 풀기의 생중계.
모든 사람의 귓가에 때려 박는 코 풀기.
아마 제국 최초이지 않을까?
“자, 흥!”
황비가 코를 꾹 누르며 채근했다.
여기서 빼면 지금까지 순진한 척, 응애인 척한 게 물거품 된다.
‘괜찮아. 루아티샤 쪽팔림은 한순간이야.’
그리고 쪽팔린 적이 한두 번도 아니잖아. 지킬 이미지도 없어.
‘하지만 그건 주접 쪽이고 코 풀기는 다르잖아!’
“……흐응.”
결국 루아티샤는 소심하게 흥 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 2회차로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발악이었다.
“흥! 해야지. 세게 흥!”
그러나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흥! 흐으응!!”
“옳지.”
황비가 만족한 얼굴로 웃었다.
‘만족하세요? 나는 지금이야말로 진심으로 울고 싶은데.’
루아티샤는 뚱한 표정으로 황비를 바라봤다.
황비가 더러워진 손수건을 옆으로 건네자 시녀가 공손히 받아들고 새 손수건을 건넸다.
황비는 다정한 손길로 루아티샤의 눈물을 닦아주고 엉망이 된 얼굴을 정리해줬다.
그 손길을 받자 뚱했던 루아티샤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살살 풀어졌다.
“공녀의 책임감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하나 상태가 좋지 않은데 굳이 설명을 맡길 필요는 없겠지.”
루아티샤는 황비의 품에 안긴 채, 자신을 보호하듯 감싸며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황비를 올려다봤다.
꼼지락.
품이 따뜻했다.
“아쉽게도 이 자리에는 파에라톤의 어른이 없으니 황족의 권한으로 이후부터는 본비가 이 상황을 맡겠네.”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사실 사람들이 루아티샤에게 어떤 해명이나 진행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루아티샤가 일부러 나선 것이었지.
그들로서도 애기인 루아티샤보다 어른인 황비가 상황을 주관하는 게 더 마음 편했다.
하지만 역으로 초조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젠장, 황비가 나서다니……!’
아리엘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 되면 일의 경중이 달라진다.
“소피아라고 했나?”
황비가 아리엘을 돌아보며 물었다.
“감히 제국의 공녀에게 그딴 망언을 지껄인 죄, 어찌 갚을 생각이냐.”
아리엘은 일단 바로 납작 엎드렸다.
“오해에요, 황비 전하. 전하께서는 지금 속고 계세요. 이거 다 파에라톤 공녀님이 짜고 한 거예요! 저를 몰아내려고!”
“하!”
황비가 코웃음 쳤다.
“너 따위를 몰아내려 했다? 공녀가?”
“저는一.”
“파에라톤 공녀는 파에라톤의 직계다. 심지어 이번 대 새벽 축제의 우승자로서 아우로라이기까지 하지.”
“…….”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나? 지금 이 제국에서 파에라톤 공녀보다 더 평판 높은 또래 영애는 없다는 뜻이다!”
아리엘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본디 저 평판은 저따위 계집이 아니라 성녀 예하의 것이거늘!
“그런데 너를 몰아내려 해? 네가 무엇이라고.”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파에라톤 공녀님은 제가 하려는 말을 막으려고 그런 거예요! 저건 고대의 유물이 아니에요!”
아리엘이 황비의 품에 안겨있는 루아티샤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렇지? 이 사기꾼!”
그 말에 황비가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일갈했다.
“네가 어미의 알량한 재주를 믿고 이리 날뛰며 감히 공녀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것처럼 구는 게냐!”
“괜찮아요, 황비 전하.”
루아티샤는 황비의 손을 토닥였다.
“소피아, 그러니까 네 말은 이거지?”
루아티샤는 황비의 품에서 내려와 모두가 잘 듣도록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첫째, 내가 고대 유물이 아닌 치료기를 들고 와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칠 계획을 세웠다.
둘째, 너는 신기하게도 이게 고대 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한눈에 알아본 건一.”
“한눈에 알아본 게 아니라고 하지 마. 나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어. 그런데 네가 전부터 물리치료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건 나를 염탐했다는 거잖아?”
염탐했다고 이야기가 흐르면 더 큰일 난다.
아리엘은 결국 아무런 대답도 못 한 채 입술만 꾹 깨물었다.
“셋째, 나는 네가 그런 신기한 능력이든, 물건이든 아무튼 이게 고대 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아볼 수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넷째, 그래서 너를 함정에 빠트릴 계획을 세워서 셰루인 부인의 파티에 널 초대시키고 네 입으로 나를 모욕하는 말이 나오게 했다?”
루아티샤가 딱히 더 보탤 말도 없었다.
너무 말이 안 됐으니까.
어떻게 들어도 남을 탓하고 싶은 어린아이의 생떼였다.
“뭐야. 결국 엄마 없어서 어쩐다는 말조차 공녀가 하게 했다고 뒤집어씌우고 싶은 거잖아요?”
“녹음된 파일이 버젓이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오니까 바로 불쌍한 척 잘못했다 그러는 거 다들 들었죠?”
“하, 이제는 공녀가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발표회마저 망치다니. 대체 무슨 억하심 정이 있어서 그런대요?”
“휴엔 부인이 만들어낸 엘릭서가 파에라톤 공녀의 공진단에 묻혔다잖아요.”
“세상에, 그래서 앙심을 품고?”
“하긴 그게 저 모녀의 신분을 상승시켜줄 황금 동아줄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갔으니 얼마나 파에라톤 공녀를 탓하고 싶었겠어요.”
아리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온기가 없었다. 경멸과 멸시, 천대.
아리엘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이대로 가면 완벽한 실패다.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안돼!’
비명과도 같은 생각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즈, 증거가, 제게 증거가 있어요!”
아리엘이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그래? 지금 있어?”
“그, 그건 조금만 기다리면…….”
아리엘의 눈이 빠르게 전당 안을 훑었다.
그 마녀에게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도움을 청했으니 곧을 거다.
오기만 하면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증거를 댈 수 있다!
사람들을 살펴보던 아리엘이 멈칫했다.
“아, 그러니까 지금 증거도 없다는 거구나.”
루아티샤가 결론을 냈지만 아리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베일로 얼굴을 반쯤 가린 귀부인이 자신을 보고 미소 짓고 있었으니까.
‘왜…….’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올라와서 증거를 대야 할 것 아닌가!
지금 상황에 직접 나서기 꺼려진다면 휴엔 부인에게 감지기를 전해주어도 되잖아!
그때, 붉은 호선을 그리고 있던 여자의 입술이 열렸다.
소리 없이 움직인다.
‘내가 왜 스스로 목줄을 끊은 개새끼를 다시 품에 들여야 하지?’
“……!”
아리엘의 눈이 충격으로 벌어졌다.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것이다.
‘저년이……!’
“그러니까 증거가 있다는 말도 거짓말인 거네요?”
“어쩜 애가 입만 열면 거짓말 인지.”
“증거랍시고 뭘 가져왔어도 그걸 믿을 수나 있겠어요?”
사람들은 아리엘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루아티샤의 작품이었다.
‘젠장, 젠장! 이 미천한 피조물이 감히……!’
아리엘이 눈을 치켜뜬 채 살기 가득한 시선으로 루아티샤를 노려봤다.
물론 루아티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후우, 사실 다른 일도 있는데……. 이건 덮고 넘어갈 생각이었어요. 워낙 사안이 심각해서 용서받기 힘든 일이라……. 소피아의 나이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사람들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여기서 다른 일이 더 있다고?”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군.”
루아티샤가 디에르 자작을 향해 눈짓하자 그가 올라와 내가 자그마한 물건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남에게 누명 씌우려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덮어줄 수 없네요.”
루아티샤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그 물건을 높이 들어 올렸다.
“저건…… 충격기?!”
“마도구에 오작동을 일으킬 때 쓰는 거 아닌가요? 잘못하면 폭발을…….”
“설마?”
루아티샤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 물리치료기를 전당으로 옮긴 뒤 보안을 위해 영상석을 설치했습니다.”
파에라톤 공작이 딸의 모습을 담겠다고 가신들을 갈아 넣어 개발시킨 영상석.
그건 나름대로 상용화되었다.
눈 튀어나오게 비싸고, 가동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 아무도 보안용으로 쓸 생각은 못 하지만.
‘하지만 이 루루님은 10세 억만장자란 말씀!’
그 사이 하인들이 영상 수정을 들고 왔다.
이윽고 수정안에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밤의 어둠을 틈타 전당 안에 작은 인영이 잠입했다.
침입자는 아주 조그만 미등을 든 채 물리치료기의 기판을 열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충격기를 부착했다.
사람들은 숨까지 죽인 채 집중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워낙 어두운 데다가 복면을 써서 침입자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침입자가 전당 안을 벗어나려는 순간, 마침 구름에 가렸던 달이 드러났다.
환한 달빛이 인영의 얼굴을 비췄고一.
“소, 소피아?!”
코와 입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있었지만, 그 눈매만 봐도 누군지 분명했다.
지금 단상 위에 올라온 아이의 눈매와 정확히 일치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