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화(15/353)
☆ 제15화 ☆
‘오, 오천 캐시?!’
뽑기권이 아니라?
제대로 본 게 맞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도 여전했다.
‘세상에! 5000캐시라니!’
만세!
저번에 뽑기권으로 100캐시가 나온 후 대실망을 하고 있었던 차라 가슴이 다 뛰었다.
“아가씨께서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워낙 각하를 따르시지 않습니까. 각하의 무릎 위가 편하신가 보군요.”
가신들의 아부성 발언을 들은 공작이 오만하게 턱을 쓸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흥, 댁 때문 아니거든요?
어쨌거나 공작의 관심은 즉결 사형에서 멀어진 듯하니 다행이었다.
히유,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곤 우유를 마저 홀짝였다.
Chapter 4. 우리 아빠 아니야!
우르르 왔던 사람들이 전부 나가고서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어흑, 피곤해.’
철퍼덕, 침대에 눕자마자 알림이 울렸다.
[클라티에가 타렌카 후작저로 귀환했습니다.] [퀘스트 〈사이다가 필요해!(1)〉가 자동 종료됩니다.] [퀘스트 성패 계산 중…계산 완료. 부분 실패.]실패?
가물가물 감기던 눈이 번쩍 뜨였다.
‘성공 아니었어? 클라티에가 돌아갔으니 잘 해결한 거 아냐?’
갑자기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렸으니까 정확히 뭐가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지만.
설마 그래서 부분 실패인가?
‘자, 잠깐. 실패 패널티 있지 않았어?!’
[부분 실패이므로 지정된 패널인 모양새 외의 다른 패널티로 대체됩니다.] [패널티 계산 중…계산 완료. 〈김빠진 사이다〉]‘김빠진 사이다라니…….’
뭔진 몰라도 로판 독자로서 정말 모욕적인 말이었다.
[패널티 〈김빠진 사이다〉]독자님, 정말로 실망입니다!
이러고서 어떻게 로판 헤비 리더다, 고인물이다 하고 당당히 말씀하셨습니까!
탄산이 톡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를 기대했건만 푸시식 김빠진 사이다를 주다니!
로판 독자는 남이 떠먹여 주길 기다리지 않습니다!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쟁취합니다!
뭐가 어떻게 일어난 줄도 모르는 독자님에겐 여주인공의 자격이 없습니다!
〈러시 앤 캐시〉를 사용해봤자 고구마만 줄 게 뻔합니다!
패널티를 받는 동안 반성하십시오!
– 패널티 효과: 환생자 버프가 랜덤하게 사라집니다.
‘얘는 진짜 말할 때마다 한 대 때리고 싶다…….’
나는 감자알 같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내 주먹이 운다, 울어!
‘원래 패널티는 ‘환생자 버프가 해제된다’고 적혀 있었지.’
그렇다면 버프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부분 실패라 랜덤하게 사라지는 걸로 바뀌었구나.’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대체 내게 무슨 환생자 버프가 걸려 있지?’
딱히 환생했다고 해서 좋은 일은 못 겪었는걸.
“으으으음, 으음.”
한참 끙끙대며 생각했지만 모르겠다.
나는 그냥 침대 위를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들어와.” 하고 답했다.
하녀 언니들일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빠?”
나는 깜짝 놀라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왔지?’
그는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뭐지, 별로 일어나고 싶지가 않은데?’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널브러진 채 파에라톤 공작이 다가오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패널티 〈김빠진 사이다〉가 발동됩니다.]떠오른 알림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럼 지금 환생 버프가 사라진 건가?’
재빨리 내 상태를 살폈지만 딱히 이상은 없었다.
‘어, 이상 없는 거 맞겠지? 아 근데 배고프다. 졸려. 밥 먹구 싶어.’
파에라톤 공작이 침대가에 앉아 나를 내려다봤다.
배고파. 아까 우유랑 쿠키 먹었지만 배고파.
배고프다구!
애기한테는 맘마 줘야 해!
나두 고아원에 있을 때 애기들 맘마는 잘 먹였어!
“맘마.”
“……맘마?”
공작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맘마 없어? 그럼 꾸끼죠!”
나는 몸을 데구루루 굴려 공작에게 다가갔다. 길고 두툼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팡팡!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핫!’ 하고 정신이 들었다.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내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그마한 손이 공작의 허벅지 위에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나…… 공작의 허벅지를 후려친 거야?’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맘마라고 외친 것 역시.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헉, 설마……!’
그 순간 어떤 가능성이 뇌리를 스쳤다.
‘환생자 버프가 사라진다는 게, 인생 2회차로서의 사고력을 잃는 거야?!’
환생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지금 삶이 1회차란 소리다.
당연히 제 나이에 맞게 사고하고 행동하겠지.
‘그럼 나…… 완전히 애기 같아지는 거야?!’
큰일 났다.
공작에게 잘 보여서 사생아여도 살아남으려 했는데.
이제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았는데.
애기인 상태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는가!
지금까지의 호감을 깎아먹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평소라면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뭐라도 타개책을 제시했을 텐데, 지금은 불안한 마음에 심장만 콩닥콩닥거렸다.
‘그, 그래도 아까보다는 이성적이야!’
맘마거리며 파에라톤 공작의 허벅지를 팡팡했던 때보다야 훨씬 나았다.
‘근데 왜 나아졌지……?’
여전히 패널티는 발동 중인데.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작은 머릿속에 두 글자가 떠올랐다.
랜덤.
환생자 버프가 사라지는 것도 랜덤이고, 어느 정도로 사라질지도, 얼마 동안 사라질지도 랜덤이다.
‘너무한 거 아니야? 캐시도 랜덤으로 뽑아줄 때부터 알아봤다!’
다행히 지금은 환생자로서 사고가 평소만큼은 아니라도 조금이나마 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이 다시 흐려졌다.
음, 쪼꼬 먹고 싶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는데 날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힐끔 올려다보니 역시나 파에라톤 공작이었다.
아, 맞다.
나 공작 허벅지 팡팡했지.
사과해야 해.
때리는 거 나쁜 거야.
“미, 미안해요.”
공작의 표정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호, 호오…….”
나는 눈치를 보며 꼼지락꼼지락 허벅지를 호오, 해주었다.
그는 한참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가, 손을 멈추자 입을 열었다.
“……아키투스는 잘 보았나?”
“아키투스?”
“저번에 가져갔던 책 말이다.”
“아, 그 책! 예쁜 책!”
나는 손뼉을 짝 쳤다.
“예쁜 책?”
파에라톤 공자의 눈이 가늘어져서 나는 아차차, 했다.
원래 그 책은 도무지 봐줄 만한 상태가 아니었지.
“우웅, 그거 잘 있어요.”
“흐음一.”
“지, 진짠데…….”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씨, 어쩌지?
그거 완전 다른 책 됐는데. 완전 예쁜 책 됐는데.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는데! 막막 별처럼!
“이쁘다, 이쁘다 해줬어!”
“……그 책을?”
“웅, 이쁘다, 이쁘다.”
나는 공작의 머리카락을 쓰담 쓰담해주었다.
공작은 멀뚱히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멀뚱히가 아니었다. 표정이 구렸다.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고맙습니다, 해야 돼.”
“……고맙습니다?”
“응, 나두 고맙습니다!”
왠지 내 말을 들은 게 아니라, 기가 막혀서 되묻는 거 같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활짝 웃으며 더 쓰담쓰담해줬다.
칭찬받으면 기분 좋아.
공작님 기분도 좋겠지?
그럼 칭찬해준 나도 좋아해 줄까?
그러면 좋겠다.
어쩐지 나를 바라보는 공작의 입매가 슬쩍 올라간 듯도 해서, 나는 더 환하게 웃었다.
히히, 좋아.
하지만 내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예뻐졌다니 궁금하군.”
“응?”
“그 책.”
“어…….”
어떡하지? 완전히 바뀌었는데.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만 뻐끔뻐끔거렸다.
책 보여주면 ‘이거 보물 아냐. 틀려. 이놈!’ 하면 어쩌지?
‘소, 솔직해야 착한 거랬어. 거짓말 나쁜 거랬어. 착한 아이는 용서해주는 거야. 나쁜 아이는 혼나!’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치만 귀한 거랬는데. 엄청 중요한 거랬어. 그래서 나한테 주는 거 안 된다고 했구.’
책을 덮고 있던 유리관도 사실 엄청 대단한 거랬다.
잘 생각은 안 나는데, 공작이 그걸 먼지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가신 아저씨들이 기절하려고 했다.
‘그거 부순 것도 나 때문이잖아.’
내가 책을 보고 싶다고 해서.
‘근데 내가 책까지 망가트렸어!’
그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가신 아저씨들은 이번에야말로 기절할 거야.
그리고 보좌 아저씨는 이럴까 봐 말렸던 거라고 하겠지.
보물을 망가트린 사고뭉치를 누가 좋아하겠어.
하녀 언니들도 날 싫어할 거야.
그리고, 그리고一.
나는 고개를 들었다.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이 보였다. 한결같은 표정.
“마, 망가지지 않았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아주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 * *
‘망가트렸군.’
파에라톤 공작은 확신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제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망가트리지 않았다?”
“으, 으응…….”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딱 봐도 거짓말 중이었다.
‘……아무리 나이가 적다고 해도 파에라톤 공작가의 일원.’
마땅히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작은 일이어도 실망스러울 터인데.’
이건 다른 것도 아니고 초대 공작 때부터 내려온, 그야말로 가문의 역사와 함께한 가보였다.
‘한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굴다니.’
당연히 그런 귀중한 물건을 망가트린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 딸의 태도가 더더욱 문제였다.
‘파에라톤 공녀’라는 지체에 어울리지 않는다.
당장 엄히 꾸짖고 벌을 내려야 한다.
파에라톤은 상벌에 엄격했다.
공녀 역시 공작가의 일원으로서 책임지고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
‘화가 안 나는 거지?’
이상한 일이었다.
그 무책임한 태도는 뭐냐.
당장의 상황만 모면하려는 근시안적인 모습이 파에라톤 공녀로서 가당키나 한가.
감히 가주에게 거짓을 고한 죄는 어떻게 치를 작정인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만 해도 수십 가지다.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一.
‘벌을 주고 싶지 않아?’
파에라톤 공작은 자신의 상태에 드물게 당황했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내리는 게 합당하다.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도무지 벌을 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꾸짖거나 탓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체 왜?’
이해할 수 없는 논리에 그의 얼굴이 사납게 굳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사고가 불가해라니.
그가 깊은 숙고에 잠겨 있을 때였다.
“흐윽, 흑……. 흐아아아앙一!!”
커다란 울음소리가 방안을 메웠다.
고개를 내리니 막내가 울먹울먹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눈에는 원망을, 두 뺨에는 억울함을 잔뜩 매단 채.
* * *
‘히끅…….’
딸꾹질이 나오려 해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파에라톤 공작은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알고 있다.
알 수밖에 없다.
‘내 대답이 잘못된 거야!’
어째서?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망가지지 않았다.
모습이 조금, 쬐에끔 달라진 것일 뿐.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용기는 쏙 들어갔다.
심각할 정도로 굳은 파에라톤 공작의 얼굴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지, 진짜로 미움받을 거야.’
안 그래도 나는…….
“너 공작님 딸 아니잖아.”
“너네 엄마가 우리 고모부 배신하고 바람피워서 낳은 사생아라며?”
“그런 주제에 어떻게 뻔뻔하게 파에라톤의 성을 달고 공작저에 있어?”
클라티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확신에 가득 차 있던 클라티에의 눈.
그리고 공작과 전혀 다른 나.
파에라톤의 직계라면 다 타고 난다는 힘조차 갖지 못한 존재.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거잖아.’
배우자가 저지른 불륜의 증거.
‘나는 미움 받는다고.’
“흐윽, 흑……. 흐아아아앙一!!”
나는 그대로 목놓아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무섭고 두렵고 불안했다.
너무너무 겁이 났다.
또 버려질까 봐.
눈물이 앞을 가려 공작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다.
“아빠 미워!”
나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내게 뻗어지는 손이 멈칫하는 것 같았지만 내 눈엔 들어오지도 않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도 보이지 않았을 거다.
“우리 아빠 아냐!”
난 지금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니까.
“내가, 흑,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에一! 막 겁 주구, 째려보구! 허어어어엉!”
서럽고 서러웠다.
다른 아빠들은 자기 집 가보는 물론이고 남의 집 가보도 뺏어주던데!
“무서운 아빠는 우리 아빠 아냐! 다른 애 아빠야!”
나는 씨익, 씨익 숨을 몰아쉬며 가짜 아빠를 노려봤다.
후두둑 시야를 가리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다른 애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아니, ‘여전히’라는 말은 잘못됐다.
똑같이 굳어 있지만,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아빠가…… 아니라고?”
그가 물었다.
마치 불지옥의 바닥이 쩌적 갈라지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