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1)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1화(151/353)
☆ 제151화 ☆
산드라와 프리스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손녀의 재주가 얼마나 뛰어나면 턱 아래에 칼을 밀어 넣어도 배신하지 않을 너희가 그랬겠나.”
“…….”
이제 보니 자신들의 충성심을 칭찬한 것은 다 막내를 찬양하기 위한 밑밥일 뿐이었다.
‘내 감동 돌려줘…….’
이토록 믿음을 보여주신다며 감동했던 게 아까웠다.
“과연 내 딸의 귀여움은 역시 세계를 정복할 정도다.”
아냐.
우리는 귀여움으로 정복당하지 않았어…….
그냥 협박당한 건데…….
산드라와 프리스는 흐린 눈으로 두 팔불출들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잘 넘어가게 된다면 다행이었一.
“하지만 내 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나를 속인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딸 자랑은 그렇게나 해 놓고 이제 와서 벌은 벌대로 내리겠다고?
하지만 팔불출들은 갑이었고 자신들은 을이었다.
까라면 까야지.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의 협…… 크흠, 회유에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파에라톤 공작과 타렌카 후작이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올렸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피도 안 섞인 옹서지간인데 이렇게나 닮았을 수가 없다.
“지금 내 딸의 귀여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건가?”
“내 손녀딸의 귀여움에는 아무리 강철같은 의지도 불가항력일 텐데?”
불가항력이지 않으면 내가 지금 당장 어느 것에도 저항할 수 없게 만들어주겠다는 기세였다.
“…….”
산드라와 프리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식은땀만 흘렸다.
대체 뭐라고 대답한단 말인가.
“왜 대답이 없지?”
“설마 내 손녀가 귀엽지 않다는 건 아니겠지.”
“무, 물론 귀여우시지만…….”
그렇다고 귀여움에 굴복하겠다고 대답할 순 없지 않은가.
그 말은 곧 또다시 주군을 배신하겠다는 뜻이 되는데.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프리스는 정보 조직의 일원으로서, 산드라는 비밀 무력 조직의 일원으로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수 차례 성공시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사선을 넘나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
진땀만 흘리는 산드라를 보고 파에라톤 공작이 피식 웃었다.
“이렇게 난감해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
“……주군.”
“루루가 너희를 마음에 들어 한 듯하니 오늘은 이만 넘어가도록 하지.”
“그 아이가 다 자기 때문이라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프리스와 산드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오기 전에 아가씨에게 목숨 좀 구해달라고 해서 다행이다.
‘역시 두 가문의 최고 권력자는 막내 아가씨……!’
새삼 라인을 잘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심해라. 내가 울딸랑구 호위대를 창설한 것은 다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집적거리는 놈팡이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창설한 거지만.
파에라톤 공작이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울딸랑구’ 운운했다.
타렌카 후작은 옆에서 당연하다는 듯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산드라는 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니,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저 명칭이 자신이 부장으로 있는 호위부의 정식 명칭이니까.
오히려 눈물만 나올 뿐.
“명심하겠습니다.”
산드리가 고개를 숙였다.
옆에 있는 프리스의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을 보고 그녀가 도끼눈을 떴다.
찔끔한 프리스가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 모습을 노려보던 산드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흑풍의 1조는 공녀님을 위한 조가 되었으니 그 뜻을 담아 명칭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요?”
프리스는 산드라가 무슨 의도로 그런 제안을 한 줄 바로 알아챘다.
프리스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반면 타렌카 후작은 즉각적인 관심을 보였다.
“호오?”
“후작님께서 목적에 맡게 이름을 내리신다면 조직원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산드라가 환하게 웃었다.
“저희 호위대는 울딸랑구라는 이름에 맞춰 저희의 존재 의의를 매일매일 되새기거든요.”
“흐음…….”
타렌카 후작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윽고 그의 입술이 열렸다.
늦은 밤.
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프리스의 처절한 소리 없는 절규가 새들의 잠을 깨운 것이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씻고 가족들에게 굿모닝 뽀뽀를 하고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지난 알림 다 확인할래.”
[퀘스트〈이것이 탄산이야, 송곳이야(1)〉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황태후가 독자님의 능력과 준비성에 크게 감탄합니다!] [황비가 독자님의 기지와 정치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크로펠 대부인이 독자님의 인내력과 수완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셰루인 부인이 독자님의 능력과 성과에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리엔소 후작이 독자님의 수완과 장악력에 깊이 탄복합니다!]사람들의 반응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발표회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현장의 반응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문장으로 읽으니 또 달랐다.
나는 끝없이 이어진 사람들의 이름 중에서 몇 가지를 꼽아 기억해두었다.
‘내 사랑방의 구심점이 되어 줄 인물들이야.’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법.
갖은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내 사랑방에 모여들면, 그들을 추종하고 그들과 연을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 역시 모이게 된다.
마침 이들도 내게 호의를 가지게 되었고, 물리치료기는 더더욱 마음에 든 것 같으니 잘 됐다.
‘열심히 꾀어내야지!
[군주급, 명인급 인물들에게 수많은 감탄과 찬사를 이끌어냈습니다!] [제국 내 독자님의 영향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독자님!
탄산이 톡톡 튀다 못해 찌르듯이 목구멍을 찌르는 게, 아주 제 마음에 드는 사이다였습니다!
로판 독자답지 않게 김빠진 사이다나 뿌려대던 우리 독자님이 언제 이렇게 잘 자랐는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지 뭐예요.
대체 네가 왜 눈물이 나.
어이가 없었다.
독자님도 알아채셨지만, 소피아는 평범한 아이가 아닙니다.
아주 기분 나쁜 기운이 그녀의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들은 그 기운을 다르게 여기는 듯도 하지만요.
다들 속고 있는 겁니다!
“……?”
잘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얘한테는 기분 나쁜데 인간들은 다르게 느껴지는 기운이 있다고?
얘는 악마니까 그럼一.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운 아닌가? 성스러운 힘?’
그런데 그 소피아가 성스럽다니 그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내가 소피아에게서 느낀 거라곤 살기뿐인데.
다른 사람들 역시 딱히 소피아에게서 어떤 기운을 느끼진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처음에 소피아에게 호의적이었던 것도 어린애이기 때문이지, 성스럽다거나 특별한 기운이 느껴져서 그런 건 아니었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무언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잠깐 드러났던 다리의 문양…….’
워낙 순식간인 데다가 깜짝 놀라서 딱히 어떤 힘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 문양이 드러나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평소에는 워낙 기운이 약해서, 혹은 기운을 숨겨서 못 느끼는 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엘릭서도 엄청 수상해.’
휴엔 부인이 만들어낸 엘릭서와 재료를 한참 연구한 아쉘타인 쌍둥이들이 말했다.
“처음 재료 목록을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이걸로 엘릭서를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돼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게 있나 하고 매달려봤지만, 그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해도 회복의 효과를 볼 수 없어요.”
“여기 재료들은 딱히 치료와는 아무 상관도 없고 증폭 위주의 효과만 내요.”
쌍둥이들의 말에 따르면 휴엔 부인은 엘릭서를一그에 발끝도 미치지 못하는 치료제라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쌍둥이들이 조금 미쳐있긴 하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가장 활발히 마도서를 편찬하고 있는 아쉘타인에는 고대 엘릭서에 대한 기록까지 남아있으니, 휴엔 부인보다는 쌍둥이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힘이 작용했다는 건데.’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퀘스트를 마저 읽었다.
독자님, 소피아의 정체를 밝혀내 그녀의 근원을 알아내십시오.
독자님이 바꿔야 하는 미래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조건: 소피아의 진짜 정체 밝혀내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진행
‘역시 황비님한테서 휴엔 부인과 소피아에 대한 처벌 권한을 위임받길 잘했어.’
황실에서 처리하거나 보안대에 넘겨졌다면 내가 심문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키투스를 꺼냈다.
표지에는 두 개의 하트 크리스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새벽 축제와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암기 능력인 〈훗, 저는 천.재.아.기.라고요?〉를 다 써서 사라진 것이다.
‘흠…….’
나는 고민하다가 한 가지 소설을 소환했다.
* * *
“휴엔 부인.”
감옥 안에 갇혀 지친 표정으로 쓰러져 있던 휴엔 부인이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고, 공녀님…….”
“본인의 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여기 증거도 나왔어.”
나는 자그마한 스위치를 들어 보였다.
휴엔 부인이 연행될 때 그녀의 머프 속에서 충격기의 가동 장치가 나왔다고 한다.
확실한 물증에 휴엔 부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무릎걸음으로 걸어 철창 앞으로 다가왔다.
“제 말을,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공녀님.”
“당신 말 따위 들을 필요도 없어. 당신의 딸인 소피아가 충격기를 설치하는 게 전부 영상석에 찍혔고, 당신이 충격기의 가동 장치를 들고 있었지.”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一.”
“무려 황족이 참석하는 발표회였다. 그런 장소에 충격기를 설치한 것은 곧 황족을 시해하겠다는 뜻이 되지. 그리고 그 죄를 내게 덮어씌우려고 하지 않았나?”
“…….”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통하지 않아. 당신에게는 사형이 구형될 거야. 물론 당신의 딸에게도.”
휴엔 부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살피던 중이었다.
‘딸도 사형당할 거라고 하니까 바로 동요했어.’
오히려 당신이 사형당할 거라고 할 때는 각오한 일이라는 듯 담담했다.
왜지?
‘소피아는 휴엔 부인의 딸이 아닌 것 아니었나?’
“아, 안 됩니다! 그 애는 아무 죄도 없어요. 그 애는 아무것도 몰라요…….”
휴엔 부인이 창살에 매달리며 절박하게 애원했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정말 이상했다.
소피아가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욕먹을 땐 가만히 있었으면서.
‘죽일 거라는 말에는 이렇게 격하게一. 아.’
순간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원래라면 그랬을 거라는 뜻이야.”
나는 휴엔 부인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신과 소피아의 생사여탈권은 이제 내 손 안에 있어.”
휴엔 부인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녀도 내가 살아날 구멍을 열어줬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나는 휴엔 부인을 물끄러미 내려봤다.
‘이 반응…….’
이전부터 느꼈지만 휴엔 부인은 그다지 특출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퀘스트에서도 소피아에 대해서만 말했고.’
나는 휴엔 부인과 눈을 맞춘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피아, 당신 딸이 아니지?”
“소, 소피아는 제 딸이에요.”
“그래?”
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러면 다른 감옥이 수감되어 있는 그 여자애는?”
“……!”
“‘그것’도 당신의 딸인가?”
휴엔 부인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은 점점 거세져 그녀의 얼굴을, 몸을 뒤흔들었다.
“아아, 역시, 역시…….”
부들부들 떨며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리던 휴엔 부인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기묘할 정도로 강한 힘으로 내 옷자락을 붙들었다.
“도, 도, 도와주세요, 공녀님. 제발, 제발……. 제 딸을, 소피아를 돌려주세요…….”
역시 그렇구나.
휴엔 부인의 반응을 보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였다.
휴엔 부인은 그간 소피아가 어떤 수모를 당하든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소피아의 ‘몸’만큼은 꼭 지키려고 했다.
탁!
나는 거칠게 휴엔 부인의 손을 쳐냈다.
“나를 시험했구나.”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절박했어요.”
“발표회에서 소피아를 부추겨 내게 가서 물리치료기가 고대 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라고 했다지? 그것도 날 시험하는 거였나?”
“공녀님이 어떤 분인지 확인해야 했어요. 정말 ‘그것’의 정체를 아는지, ‘그것’을 처리할 수 있으신지……. 그 누구도 믿지 않을 말이니까. 설마 그렇게 대응할 줄은 몰랐지만요.”
“시험이 실패로 돌아가서 아쉬웠겠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딸을 되찾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하마터면 나도, 우리 가족도 피해를 입을 뻔했어. 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도와줘야 하나?”
“……그, 그건…….”
“나는 한없이 착하고, 동정심 많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야.”
나는 차가운 눈으로 휴엔 부인을 내려다봤다.
“절박한 동기가 있었다고 해서 감히 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뻔한 사람을 내버려 둘 정도로 성격이 좋지 못하거든.”
휴엔 부인은 절망으로 까맣게 죽은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절망하긴 아직 이른데.
“내 도움을 원한다면 당신의 쓸모를 증명해.”
“……!”
휴엔 부인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