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3화(153/353)
☆ 제153화 ☆
[특성자의 에테르에 침입 감지.] [특성자의 신원 확인 중…〈아프타네스〉의 계약자. 확인 완료.] [특성자의 권한이 낮습니다.] [특성자의 ■■■ 강제 개방 요청…승인.] [방어 시스템 가동.] [강제 개방으로 인해 가동률이 하락합니다.]들끓는 격통 속에서 눈앞에 글자가 어지럽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가슴에서 무언가 뜨겁고 강맹한 기운이 한차례 심장을 타고 휘돌더니 아리엘이 붙들고 있는 왼팔 쪽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선명해지기 시작한 시야에 아리엘이 깜짝 놀라는 것이 들어 왔다.
그리고.
[축출 완료.] [반격합니다.]“커헉……!”
아리엘이 울컥 피를 토했다.
마치 불에 댄 사람처럼 내 손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뿌리치듯 놓더니 귀신을 본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너, 대체……? 헉!”
아리엘의 입과 코에서 시꺼먼 피가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아리엘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에 가득 들어찬 것은 분노와 그보다 더 커다란 공포였다.
아리엘은 이를 악물고 몸을 가누려고 했지만 오래 저항하지 못했다.
풀썩 쓰러진 그녀의 몸이 부들거리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하, 으윽, 큭…….”
그녀의 몸에 가득한 붉은 문양이 한 차례 더 짙고 선명해졌다.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게 무슨…….’
아리엘도 놀란 듯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더 놀랐다.
나는 내 왼팔을 바라보았다.
아까 흐르던 힘이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뭐, 왼팔에 흑염룡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지?
그때였다.
우뚝.
아리엘의 경련이 멈췄다.
이제는 그녀의 얼굴에까지 붉은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이 힘은…….”
아리엘이 착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고대의一.”
그러나 그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아리엘의 몸에 가득한 붉은 문양이 끝에서부터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리엘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녀는 검게 변하는 문양을 막으려는 듯 황급히 손을 댔지만.
치이이익一!
오히려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나며 손의 문양까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검은 줄기는 더 빠르게, 더 기민하게 퍼져나갔고.
“아, 안돼! 안 돼애애애애애!”
그건 사람의 비명이라기보다는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듣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으며 뼛속까지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
붉었던 문양은 모조리 검게 물든 후에 잿가루처럼 파스스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리엘의 몸에서 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연기라기보다는 형체가 있는 것만 같은一.
‘……뱀?’
하지만 내가 정확히 확인하기 전에 연기는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감옥의 틈 사이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수 세기 동안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업적입니다!] [〈천계〉에서 독자님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수계〉에서 독자님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계〉에서 독자님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척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을 뿐이던 각 계에서 독자님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관심의 방향은 각기 다 다릅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그들의 관심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독자님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운명은 오롯이 개척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이게 다 뭐지.’
천계니, 영수계니, 마계니 하는 것들은 예전에도 알림이 온 적이 있었다.
내가 악마의 말을 듣지 않고 시드를 구했을 때.
‘숨겨진 조건을 충족했다면서 천계랑 영수계랑 마계에서 내 존재를 인지했다고 그랬지.’
그 후로도 딱히 내 삶에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날 주시하게 되었다니…….
[강제 개방의 후유증으로 독자님에게 쌓인 인과율이 하락합니다.] [오류!] [개척자는 인과율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인과율은 하락할 수 없습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으로 대체합니다.] [독자님의 영향력이 하락합니다.]“……?”
이 영향력이라는 거,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도를 뜻하는 거 아니었나?
사람들이 내가 한 일에 감탄하면 오르고 그랬잖아.
지금 아리엘과 관련된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영향력이 하락할 수 있나?
‘어쩌면 그 영향력이라는 게 단순히 사교계에서의 영향력 같은 의미가 아닐지도…….’
좀 더 넓은 의미일 수도 있다.
“아효, 복잡해!”
어째 알면 알수록 의문이 풀리는 게 아니라 더 알쏭달쏭해지냐.
고개를 내젓는데 쓰러져 있는 소피아가 눈에 들어왔다.
“맞다! 애기!”
나는 황급히 소피아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색색거리는 숨결과 함께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일단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콰앙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은 폭발음이 울렸다.
그와 함께 창살과 철문, 벽이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
놀란 와중에 일단 애를 끌어안으며 보호하는데 내 주변으로 새까만 마기가 반구 형태로 쳐지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먼지는 마기에 가로막혀 내게 닿지 못했다.
거칠게 불어온 광풍이 먼지를 모조리 날려 보냈다.
깨끗해진 시야로 벽 몇 개가 사라져 일직선으로 뚫린 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족들이 서 있었다.
‘아니, 집을 뿌시면 어떻게 해…….’
나는 아연해서 가족들을 바라봤다.
“루아티샤!”
익시온이 절박한 얼굴로 달려와 아플 정도로 나를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나는 차마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를 붙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익시온은 멘탈이 개복치였지.’
어렸을 때 눈앞에서 내가 납치당하질 않나, 피 토하며 쓰러 지질 않나.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칸도르 백작 피셜 비교적 정상인인 익시온은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난 괜찮아.”
“안 괜찮아.”
아레스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확인하며 말했다.
아레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모습을 몇 년 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전부 다 심각해서 나는 일단 잠자코 있었다.
‘근데 난 정말 괜찮은데.’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내가 패버린 상황 아닌가?
아리엘이 비명을 지르더니 연기가 되어버렸다고.
거기다 소피아는 아까 토혈한 피로 엉망이 된 채 내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음, 안 되겠다.’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소피아를 의사한테 보여야 할 거 같았다.
나는 팔다리를 붕붕방방 휘저으며 건강함을 어필했다.
“봐봐요. 난 멀쩡해! 아까 그 비명은 내가 지른 게 아니야!”
“알아.”
“알아?”
“그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내 막내 입에서 나왔을 리가 없잖아.”
아, 그러셔…….
‘근데 그럼 내가 지른 비명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집을 뿌신 거야……?’
어이가 없었다.
* * *
공작저 밖으로 빠져나간 붉은 안개는 뭉치고 흩어지길 반복하며 뱀의 형상을 갖췄다.
붉은 뱀은 황급히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늘이 떨어지듯 연기가 흩어지며 뱀의 형태는 점점 작아지고 볼품없어져 갔다.
“어머나?”
이윽고 로브를 뒤집어쓴 한 소녀의 앞에 뱀이 도착했을 때는 가느다란 실뱀이 되어 있었다.
“아리엘, 대체 이게 무슨 모습이니.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로 돌아간 듯하구나.”
소녀는 연기처럼 일렁거리는 실뱀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가엽게도.”
연기로 이루어진 뱀은 소녀의 손을 자신의 몸으로 휘감으며 애교를 떨었다.
소녀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파마(破魔)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은 이제 남아있지 않을 진데.”
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육신이 죽은 지 오래라 곤두세울 비늘이 없는데도 옛 습관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소녀가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소녀의 손에서 맑디맑은 빛이 터져 나와 붉은 뱀을 감쌌다.
“자, 이제 말할 수 있지?”
[가, 감사합니다, 예하!]“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뱀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가 기묘했다.
흠칫한 아리엘이 냉큼 답했다.
[파에라톤 공녀입니다.]멈칫.
소녀의 호흡이 순간 끊겼다가 이어졌다.
“그래? 그 아이가?”
아이의 커다란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주 못된 아이구나. 그저 내 계획을 방해하는 장난꾸러기인지 알았는데.”
[…….]“파마의 힘을 지녔다라…….”
콰직!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실체가 없는 연기로 이루어진 뱀인데도 소녀에게는 진짜 뱀처럼 꽉 붙잡혔다.
아리엘이 펄떡거리며 몸을 뒤틀었지만 그 작은 손에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아악! 어, 어쩔 수 없었어요, 예하!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고요! 파마의 힘이라니, 힘을 회복하지 못한 제가 당해낼 수는 一』“그래. 이번 실패가 네 탓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구나.”
그 말에 아리엘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소녀가 자애롭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네가 쓸모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어.”
[……!]“나는 충분히 관대했다고 생각한단다.”
[예하……!]“쓸모없는 것에게까지 내 힘을 나눠줄 순 없지.”
[하,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예一.]말을 끝맺기도 전에 아리엘은 그대로 완전히 흩어졌다.
입자화된 뱀이 소녀에게로 흡수되었다.
소녀는 잠시 눈을 감고 그 힘을 느꼈다.
“흥, 고작 이 정도의 힘이라니. 고대의 환수도 별 볼 일 없구나.”
“고대인에게 퇴치당해 수천 년을 육신 없이 겨우 목숨만 유지했습니다. 강대했던 힘이 다 깎여나가 한 줌이 될 수밖에 없었겠죠.”
소녀와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이 휘장 뒤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파마의 힘이라니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아프타네스인가.”
중얼거린 소녀가 눈매를 찌푸렸다.
“그 더럽고 짜증 나고 불쾌한 힘의 명맥이 아직까지도 유지 되다니. 분명 완벽하게 죽인 줄 알았는데.”
“그것을 죽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번에야말로 그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어.”
* * *
로브 안에서 소녀의 눈동자가 잔혹하게 빛났다.
소피아는 다행히 무사했다.
아리엘이 나가면서 피를 토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게 안 좋은 기운이 나가는 과정이었던 듯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 안의 마나 회로가 다 뚫렸습니다. 아마도 인외의 존재를 몸 안에 담고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마법사로 대성할 자질도 갖추게 되었다.
‘그게 딱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금 소피아에게는 특별한 재능보다는 평범한 삶이 시급했다.
“고, 고, 공녀님을 뵙게 되다니 저, 정말 영광이에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꾸벅 숙이는 일곱 살 응애는 정말로 귀여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공녀님.”
휴엔 부인이 내게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저따위가 감히 공녀님께 힘이 되어드리진 못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목숨을 바쳐서 돕겠습니다.”
“아니, 목숨까지야…….”
나는 조금 떨떠름했다.
“그리고…….”
휴엔 부인의 눈짓에 병사가 테이블 위에 나무 상자를 내려놓았다.
“이건?”
“아리엘이 새로 준비한 엘릭서입니다. 공녀님의 발표회에서 쓸 생각이었죠.”
“아하, 내 발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사람이 다치면 이걸 쓰려고 했구나?”
“그렇습니다.”
“하긴, 확실히 선전이 됐겠네.”
“그리고 집에 가면 좌측 방에 커다란 거울이 있습니다. 그걸 통해 아리엘은 베일을 쓴 여인과 소통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이 아직도 남아있을까?’
어쨌든 엘릭서는 쌍둥이들에게 한번 맡겨봐야겠다.
“이걸 이제야 말할 줄은 몰랐네.”
“죄송합니다. 숨기려고 숨긴 게 아니라…….”
“혹시 딸의 목숨이 위험할 때 이걸 걸고 나와 거래하려고 했구나.”
“……송구합니다.”
휴엔 부인은 나름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 같았다.
‘하긴, 엘릭서를 만든 게 다 가짜라고 해도 그 까다로운 셰루인 부인의 마음에 든 건 사실이니.’
“그래서 이제는?”
“네?”
“아직도 나를 거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요. 소피아를 살려 주신 은인이십니다. 제 목숨까지 다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제 목숨 따위 공녀님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는 휴엔 부인을 향해 말했다.
“나는 당신과 소피아를 벌할 거야.”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소피아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모든 건 아리엘이 소피아의 몸을 하고一.”
“나도 알아.”
“네?”
“근데 벌할 거라고.”
휴엔 부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벌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걸. 아리엘의 배후도 그렇고.”
“……!”
“내 말 잘 들어.”
나는 휴엔 부인에게 다가가 몇 가지를 일렀다.
그리고 내 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거울을 살피자 목덜미에 새겨진 검은 문양이 보였다.
“아빠가 직접 쳐주신 방어진……. 왜 발동하지 않았지?”
아리엘이 나를 공격했을 때 당연히 발동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게 발동하지 않은 덕분에,
“루루꽃은 아빠, 오빠, 할부지 사랑 받구 커서 건강 튼튼이야! 못된 괴물을 때찌때찌해서 소피아의 몸에서 내쫓았어요!”
一라는 내 혼신의 핑계가 먹혔다.
그게 안 먹혔으면 나는 집안에서도 프리스와 산드라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을 거다.
몰래 외출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방어진이 발동하지 않은 걸 보면 역시 그 힘이 특수한 거 같은데…….”
그 불길하고 메스꺼운 힘.
‘확실해. 시드의 금제에서 느꼈던 힘이야.’
나는 머리카락을 내리고 거울에서 몸을 돌렸다.
“시드를 만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