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4)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4화(154/353)
☆ 제154화 ☆
나는 편지를 쓴 다음 안나를 불렀다.
“이 편지를 시드리한 황자님의 궁에一.”
나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안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시드리한 황자님께 보낼까요?”
“어? 으응…….”
나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보낼 이유가 없으니까.
그것도 다른 것도 아니고 금제에 관한 문제인데.
안나가 편지를 받아들고 방을 나갔다.
‘……근데 어째 이 녀석은 새벽 축제 끝나고 코빼기도 안 비치냐.’
언제는 피해도, 피해도 자꾸 다가오더니.
“…….”
나는 괜히 환수의 알을 만지작거리다가 흥, 하고 뒤돌아섰다.
“에잇, 몰라!”
잠이나 자자!
휴엔 부인을 추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리엘을 쫓아내고 소피아를 구한 것까지.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인지 피곤했다.
하녀 언니들의 도움을 받아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나는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정작 자려고 누우니 눈이 말똥말똥했다.
“……진짜 새벽 축제 끝난 지가 언젠데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없을 수 있어?!”
뻐엉!
나는 두툼한 겨울 이불을 발차기 한 번에 날려 보내며 벌떡 일어났다.
한참을 씩씩거리며 허공을 노려보다가 아차, 했다.
“나, 나는 딱히 연락을 기다린 게 아니야.”
진짜다.
그냥, 그냥.
“괘씸하잖아?”
사람이 상도덕이 있어야지!
“따지고 보면 응? 자기가 에오스가 된 것도 전부 이 루루 님 덕분 아니야?”
엄청 유력한 우승 후보라서 에스테반 황자까지 나랑 파트너 되고 싶어 했다구!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새벽 축제 내내 두각을 드러내던 시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드리한 황자님께서는 여태 외부 활동은 하나도 안 하셨는데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폐하께서 그간 정식으로 인지하지 않으시고 숨겨두신 분이라 좀 의아했는데.”
“왜 이런 멋진 분을 숨겨두신 걸까요?”
얼굴을 발그레 물들인 채 시드를 바라보며 속닥거리던 영애들.
“크흠. ……물론 본인도 잘하긴 했지만.”
순전히 다 내 덕이라고 말할 순 없네…….
나는 고개를 수그렸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다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새벽 축제의 파트너로서 서로 협력한 시간이 있는데!
경합이 끝나고 나서도 좀 친목을一.
‘……우리가 친목을 도모할 사이인가?’
나는 시드를 노예로 샀고, 시드는 황자가 되어서 돌아왔다.
보통 로판에 있었을 로맨틱한 기류는 없었다.
시드를 도와줄 때 나는 푸근한 할미의 모습이었으니까.
반면 내 본모습으로는 시드에게 주제를 알라면서 막말을 일삼았다.
‘시드 입장에서 이건 여주와 남주 포지션이 아니라, 남주와 남주에게 불행한 과거를 준 악녀 포지션 아니냐구!’
나중에 여주가 주는 사이다의 재료가 되는…….
‘윽, 그래도 지금 시드랑 내 관계는 그렇게까지 파국은 아니잖아?’
무려 새벽 축제의 파트너로 손을 잡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각자의 목적이 있어서였지.’
시드는 이제 막 돌아온 황궁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나는 황후를 견제하기 위해서.
우리 사이의 관계 때문에 다른 복잡한 이유가 여러 가지 얽혀 있었지만, 결국에 가장 중요한 건 그거였다.
“……그래도 아우로라가 그런 큰 발표회를 하면 참석할 수도 있잖아. 에오스인데. 정치적으로 생각해서라두…….”
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이불 위로 슥슥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정신을 차리니 주름이 시드처럼 생겼다.
“못생겼어.”
혀를 쏙 내밀었다.
“완전 못생겼어.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어. 딱 주름처럼 생겼네.”
흥이다!
왠지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은 게一.
‘뭐 하는 거냐…….’
잠시 현타가 왔다.
“발표회 안을 수도 있지. 여러 곳에서 시드를 만나려고 안달복달하던데. 바쁘신 황자님이고, 무엇보다一 내가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잖아.”
그래,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건…….”
나는 잠시 침묵한 채 시드 모양 주름을 바라봤다.
“그건…….”
왜 안 보냈을까?
분명 처음에는 보내려고 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 그냥.
그냥 아우로라가 처음으로 여는 행사인데 에오스가 참석하는 편이 좋으니까.
이왕 아우로라와 에오스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게 좋잖아?
그런데도 나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코빼기를 비추기는커녕 연락도 안 하는 놈을 내가 왜 챙겨줘야 해.’
흥이다.
나는 다시 얌전히 침대에 누워 주섬주섬 이불을 덮었다.
얄미운 시드 모양 주름이 사라졌다.
절대 그놈이 먼저 연락하길 기다린 거 아니다.
“하여간에 요즘 애들은 예의가 없어요. 이 할미가 그렇게 키우진 않았던 거 같은데.”
쳇.
오늘도 편지 보내지 말 걸 그랬나.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고 금제에 관한 실마리를 발견한 거잖아. 미루지 않고 연락하길 잘했어.’
이 할미가 이렇게 도움 주려는 마음을 걔도 좀 알아야 할 텐데.
‘아니야. 알면 안 돼. 몰라야 해.’
내가 더 신경 쓰고 챙겨주고 있다는 게 왠지 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한 번도 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후우, 다른 생각이나 하자. 내가 왜 그 괘씸한 놈 생각을 하고 있담?”
나는 눈을 감으며 아리엘을 떠올렸다.
아리엘에게서 뻗어 나오던 그 흉포한 기운.
‘……이건 절대 시드의 금제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야.’
퀘스트를 위해서야!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뿐이라구!
나를 한입에 삼켜버리겠다는 말.
그리고 소피아의 몸에서 빠져나갈 때, 육신 없이도 유지되던 뱀의 형상.
‘역시 영수 중에서도 환수인가?’
환수의 알을 갖게 된 이후로 나는 구할 수 있는 환수에 대한 서적은 모조리 다 읽었다.
혹시라도 부화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뱀의 형상을 한 환수……. 읽어본 적 있어. 분명.’
고대의 전설 혹은 신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마을을 몇 개나 괴멸시키며 사람들을 잡아먹은 재앙급의 환수.
결국 고대의 영웅이 그 악랄한 환수를 죽여서一.
‘뱀술로 만들어 먹었다고 했지.’
능력〈훗, 저는 천.재.아.기.라고요?〉를 써서 암기하지도 않았는데 이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거였다.
뱀술로 만들었다는 결말이 워낙 강렬했어야지.
‘그럼 아리엘은 환수 아리에스엘인가?’
[퀘스트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캐시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선빵을 위한 한 걸음〉
그렇습니다, 독자님!
아리엘은 육체가 뱀술이 되어버린 비운의 환수, 아리에스엘입니다!
환수는 영수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종이라 육신이 죽어도 계속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육체를 얻지 못하면 그 힘을 계속해서 잃게 되지요.
수 세기가 지나 힘이 현저하게 약해진 아리에스엘은 혼자의 힘으로 소피아의 육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이 일을 꾸민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자는 독자님께 골이 났겠죠.
어렵게 환수를 육체에 정착시키기까지 했는데 독자님이 그걸 어그러트리다니!
선공! 선공!
로판 독자는 한 대 맞은 다음에야 움직이지 않습니다!
먼저 선빵을 날려야지요!
일단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세요!
– 조건: 아리에스엘을 소피아의 몸에 정착시킨 사람 찾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연계 퀘스트 〈???〉진행
‘안 그래도 알아보고 있었다고.’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휴엔 부인에게 몇 가지 말했던 내용이 이걸 위한 거였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상대는 환수를 사람에게 강제로 정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난 자다.
그걸 대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해내야 미래를 막을 수 있겠지!’
캐시 많이 벌고 능력 짱짱하게 모아서 우리 가족 괴롭히는 것들 다 패버릴 거야!
힘내자!
‘……뭐, 그 김에 시드 녀석한테 금제 건 것들도 패버리면 좋기도 하구.’
에잇 참, 왜 내가 그걸 신경쓴담?
휙 돌아눕는 순간이었다.
[태음(太陰)이 적도에 위치했습니다.] [강제 개방의 후유증이 발생합니다.] [태음이 이울기까지, 보름 동안 후유증이 발생합니다.]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후유증?
그 순간, 가슴이 싸해지면서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아리엘의 힘을 밀어낼 때 강대한 힘이 내 심장을 한 바퀴 휘돌던 것처럼,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이 내 심장을 휘돌았다.
“아……. 흐, 윽…….”
죽을 것 같다.
신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빨이 달달 부딪치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추워.
너무 추워.
이대로 얼어서 죽을 것 같았다.
극음의 기운은 마치 핏줄기를 내달리는 것처럼 내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몸을 말고 싶은데 온몸의 피가 식은 탓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분명 내 방은 더울 정도로 온기가 돌고 있을 텐데, 얼어붙은 강에 빠진 것처럼 전신이 차갑다 못해 아렸다.
그때.
[외부 개입 발생!] [코드 SD-00281] [강제 개방의 후%](# %&!(니다!] [에테르 !%%^#@를 강제 회복#$*’&&!] [#2)@& 특성자의 %^#(!) 중단합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몸이 멀쩡해졌다.
그렇게나 아팠던 게 꼭 내 환상이었던 듯 몸은 정상이었다.
돋았던 소름도 한순간에 사라졌고 얼얼하게 굳었던 관절이 모두 부드럽게 움직인다.
푹 젖어있는 이불만이 그 고통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진짜 뭐지.’
저번에도 외부 개입이 발생했다면서 해킹이라도 당한 것처럼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고 나서 멀리 있는 아키투스를 쓸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고통이 사라지기까지.
“……나를 도와주는 건가?”
대체 누가?
‘외부 개입이라는 건 악마가 아니라는 건데…….’
“이거 뭐야?”
하지만 이럴 땐 항상 그렇듯 악마 놈에게서는 어떤 대답도 없었다.
Chapter 27.
“어서 오거라, 루아티샤.”
황비님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았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비 전하.”
내가 치맛자락을 붙잡고 살짝 무릎을 굽히자 황비님이 웃었다.
“후후, 열한 살이 되더니 더 의젓해졌구나.”
“그러엄요! 이제 열 손가락으로 나이를 꼽을 수도 없다구요!”
“어머나? 그렇구나! 다 컸구나, 우리 공녀는.”
황비가 나를 안아들며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아니, 근데 이건 애기 취급 아닌가요.’
나는 골이 난 얼굴로 황비님을 바라보았다.
황비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볼에 빵빵하게 심통이 들어찼구나. 한데 왜 심통을 부리지 않고.”
“애기 취급에 화를 내는 건 애기나 하는 짓이니까요.”
내 말에 황비가 꺄르르 웃었다.
“우리 공녀는 정말 다 컸구나.”
발표회는 연말에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를 즐기고 나니 어느새 2월이 되어 있었다.
“자아, 우리 루아티샤가 좋아하는 초코를 잔뜩 준비해놨단다.”
“와아!”
나는 황비와 함께 수다를 떨며 디저트를 전부 다 먹어 치웠다.
“……해서 아주 난리야. 다들 그 물리치료란 것을 받고 겨울에 뼈마디가 안 쑤신다고.”
나이 많은 귀족들에게 물리치료기는 정말 호평이었다.
나는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
“약속?”
“황비 전하께 침을 놔드린다고 했잖아요.”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황비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조금 가라앉은 애틋한 미소여서 나는 일부러 종알종알 떠들었다.
“원래는 우리 할부지한테만 해드리는 건데.”
“어머, 그걸 내게 해줘도 괜찮니?”
“으음, 음 황비님은 특별히!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와, 기뻐라. 고맙구나.”
활짝 웃는 황비를 보고 나는 히히 웃었다.
이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한 호의였다.
그래서 이 호의가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킬지 나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