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5)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5화(155/353)
☆ 제155화 ☆
“혹시 어디 특별히 불편하신 곳은 없나요? 황태후 폐하의 손목처럼…….”
“음, 요즘 앉아있을 때 허리가 아프더구나.”
“허리면 옷을 벗으셔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곤란하시면 그냥 다른 곳에 놔드릴게요.”
내 조심스러운 물음에 황비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괜찮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공녀에게 내 침실을 구경시켜 주어도 좋겠구나.”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황비의 침실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귀족은 극히 드물었다.
이는 황비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신뢰 표시였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공녀만 특별히.”
황비가 내 말을 따라 하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킥킥 웃으며 손을 잡고 침실로 이동했다.
잠시 후, 가벼운 차림으로 침대 위에 누운 황비를 보고 나는 로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사용한 침술은 로라가 모조리 다 기억해내 후에 기록할 계획이었다.
원래는 가문의 의사를 대동할 생각이었는데 암기력 테스트 결과 로라가 너무나 월등했다.
스토커 기질이 있는 만큼 세심하고 집중력이 좋은 데다가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잡아낸달까.
‘정말 엄청난 집착력…… 아니, 암기력이야.’
근데 로라는 적성에 안 맞는 직업을 고른 게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침통을 꺼냈다.
“여기가 아프신 거예요?”
나는 오래 앉아있을 때 아픈 곳을 누르며 물었다.
[능력 〈나, 돌아온 거야?〉를 발동합니다.]할아버지 때랑 마찬가지로 황비의 몸에 붉은 점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각도와 깊이까지 전부.
‘후, 저번에 지식이 낮다 못해 기초 상식도 없다면서 구박받았던 게 생각나네.’
어쨌거나 상식 없는 사람 취급받은 덕분에 편하긴 편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침을 꽂았다.
한참 집중하다가 옆구리 쪽에서 멈칫했다.
‘여기에 되게 특이한 점이 있으시네.’
갈비뼈 사이에 붉은 반점이 있었는데 꼭 꽃잎 같았다.
침을 놓으라는 표시인 줄 알고 하마터면 여기까지 놓을 뻔했다.
‘귀엽다.’
나는 히히 웃으며 다른 표식에 침을 놓다가 멈칫했다.
‘뭐지?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했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전생에서 들었나?’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 보면 ‘나 이런 데 점 있다’ 라든가 ‘이 점 되게 특이하지. 점 위에 털이 났어.’ 같은 소리 한두 번쯤은 하지 않나.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침을 놓는 것에 집중했다.
* * *
“어떠세요?”
“그간 본비가 허리에 돌덩이를 매달고 있었던 모양이야. 이리 몸이 가벼워지다니.”
밝아진 황비님의 표정을 보니 나도 뿌듯했다.
“그리고 그건 선물이에요.”
황토 찜질팩을 가리키며 말하자 황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귀한 걸…….”
음, 한국에서는 이, 삼천 원이면 사는 황토 찜질팩을 받고 감격하는 제국의 황비님이라…….
지금 황비가 하고 있는 귀걸이 한 짝만 해도 찜질팩을 한 트럭은 사고도 남을 텐데.
나는 눈을 반짝였다.
‘이거, 엄청난 사업이 되겠는데?! 황토 찜질팩은 그냥 황토 넣으면 끝나는 건가?‘
팥이나 현미 같은 거 넣어서 찜질팩 만들기도 하잖아.
황토만 넣는 게 아니면 팥 찜질팩을 만들어도 좋겠다.
‘머나먼 이세계에서도 빛나는 조상님들의 지혜……!’
감사합니다!
제가 알차게 써먹어서 돈방석에 앉을…… 아니, 조상님들의 지혜를 널리 퍼트릴게요!
물론 여기서도 탕파를 쓰긴 쓴다.
기능으로 따지자면 탕파와 찜질팩의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무려 고대의 기물인 물리치료기와 전기장판, 고대의 술법인 침술과 함께 쓰는 물건이라구?
당연히 신비롭겠지.
‘그럼 그럼, 뜨거운 물보다는 뜨거운 황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조건 황토가 더 좋아. 아님 팥!’
황비는 싱글벙글한 나를 보더니 미소 지었다.
“남에게 베풀며 그리 즐거워하다니. 루아티샤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따라올 사람이 없구나.”
아니, 그냥 돈으로 부채질할 생각에 신난 건데…….
내가 머쓱해 하는 때였다.
“황비 전하, 황태후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시녀의 말에 황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외출했다고 들었는데 돌아온 모양이구나.”
황비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폐하를 티룸으로 모셔라.”
여기는 황비의 침실이라 황태후도 허락 없이는 들어오지 못했다.
티룸으로 가자 황태후가 반색하며 나를 반겼다.
“공녀! 공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본후가 급히 오는 길이란다.”
“안녕하세요, 황태후 폐하.”
“어쩜. 인사하는 것도 이리 사랑스러울 수가. 본후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아느냐?”
“어딜 다녀오셨는데요?”
“한의원이란다!”
“와아, 물리치료가 정말 잘 맞으셨나 봐요. 다행이다.”
나는 활짝 웃었다.
황태후가 한의원의 지박령이 되었다는 소리는 당연히 예전에 내 귀에 들어왔다.
‘아주 좋은 소식이지.’
새벽 축제 때의 사건으로 황후가 힘을 잃고 나자, 황태후는 그간 조용했던 게 거짓말처럼 여기저기에 활개를 치고 다녔다.
웅크리고 있던 거인이 몸을 일으킨 것처럼.
“저는 이제 그곳과 관련 없지만, 그래도 이리 마음에 들어 하시니 기쁘네요.”
“아아, 공녀는 그때 그 일 때문에 손을 놨었지…….”
발표회 후, 나는 물리치료기를 포함해 내가 소개한 모든 물품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휴엔 부인과 소피아의 테러 행위에 큰 충격을 받은지라 더 이상 이와 관련되고 싶지 않다는 게 핑계였다.
온갖 상단과 가문에서 문의가 빗발쳤다.
내가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정치적 이해 관계든, 물적 이해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이 물건들의 값어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판매하겠다.
즉, 가격 하나만 보겠다는 뜻이었다.
‘진짜 눈 튀어나올 정도의 금액을 적어내서 깜짝 놀랐는데.’
순간 솔깃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 낙찰자는 예정되어 있었다.
안수르 상단.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소리.
“정말 공녀님의 잔머리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디에르 자작은 물론, 칸도르 백작까지 크게 감탄했다.
“안수르 쪽의 자금을 어떻게 공녀님에게로 끌어오나 했는데 이런 묘수를 내실 줄이야.”
“공녀님이 공개적으로 벌이는 사업은 가문에서 파악하고 있으니까 고민이 컸는데.”
“이거라면 공녀님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마음대로 펑펑 쓰셔도 장로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군요.”
“엣헴! 내 꼼수…… 아니, 묘수가 이 정도야!”
사실은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랄까…….
탈세범들의 수법을 뉴스랑 드라마에서 보고 응용해봤다.
여긴 세법이 완전히 달라서 탈세랑은 상관없지만.
“그리고 여기서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어. 공개 입찰이었고, 가격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겠다고 했지.”
“입찰받은 안수르 상단과 파에라톤 공작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거군요.”
“맞아. 그냥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서 낸 곳이 안수르였을 뿐이야. 그 말은一.”
“안수르가 운영할 한의원은 그 어떤 정치적 이해 관계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어느 계파에 속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일 거야.”
동네 한의원처럼 터줏대감들의 사랑방을 만드는 게 내 목적이었다.
귀족들이나 신진 세력, 부르주 아나 젠트리들은 파벌에 따라 모이는 커피 하우스가 정해져 있었다.
커피 하우스는 여러 곳이니 서로 부딪치지 않게 골라서 가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원은?
하나뿐인데?
거기다 어르신들이 안 오고는 못 배기는 것들로 가득하잖아?
결국 사교계나 정치판, 상계나 학계에서 한 자락 하는 어르신들은 내 한의원에 모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한의원은 작은 전쟁터가 될 수도 있고, 화합의 장이 될 수도 있으며, 아주 은밀한 회동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파에라톤에서 운영한다?
그럼 파에라톤을 견제하는 귀족들이 과연 거기서 편하게 교류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럴 리가.
해서 안수르 상단처럼 어느 집단과도 깊게 얽히지 않은, 절대적인 중립을 지키는 운영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안수르는 사실 내 꺼지롱!’
즉, 한의원에서 일어난 일과 오고 간 말들은 전부 정보가 되어서 다 내게로 전해진다는 말씀!
정보 사회에서 살던 지구인은 정보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거든요.
힘숨찐 최고!
이렇게 움직이기 편할 수가!
“대외적으로 안수르에게 모든 것을 넘기면서도 고대의 치료기를 다시 가동해 발표한 업적은 아가씨께서 챙기셨군요.”
“응! 명성은 내가 가져가되, 실리는 안수르 상단이 챙긴다는 거지.”
정말 내가 생각해도 꼼수 하나는 최고였다.
“공녀가 계속 가지고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본후는 엉덩이 무거운 늙은이들이 그렇게 매일 출근하듯 오는 것은 처음 봤네.”
후후, 사실은 가지고 있답니다.
“저는 어르신들께서 건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제가 선의로 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그런 폭력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줄도 몰랐고……. 하마터면 폐하께서도 큰일을 당하실 뻔하셨잖아요.”
황태후가 주름진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토닥였다.
“공녀의 지혜 덕분에 본후에게는 아무 일도 없으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아니, 공녀는 오히려 본후의 은인이야.”
나는 수줍은 듯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황비가 내 남은 손을 잡았다.
“루아티샤, 슬슬 저녁 때가 되어가는데, 석찬도 본비랑 함께 들지 않겠니?”
“황비와는 함께 티타임을 보냈으니 석찬은 본후와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머나, 루아티샤는 제 손님인걸요. 손님 대접에 소홀할 수는 없죠.”
“황비의 손님맞이는 이제 끝나도 될 것 같은데. 공녀는 본후가 저녁 식사에 새로 초대할 테니.”
파지직!
서로 웃고 있지만 황비와 황태후의 눈에서 튀는 불꽃이 장난 아니었다.
아효.
인기인의 삶이란.
“저녁은 아빠랑 함께 먹기로 했어요!”
“공작과?”
“……공작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앗,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사람은 아쉬운 얼굴을 했다.
“돌아가기 전에 정원을 산책해도 될까요? 황비궁의 겨울 정원이 무척 예쁘다고 들었는데.”
“어머? 진작 말하지 그랬니. 함께 산책할까?”
“아니에요. 황비 전하께서는 저녁 식사 때까지 한잠 주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럼 본후가一.”
“황비 전하의 정원인데 황태후 폐하의 안내를 받는 것도 조금 그렇죠. 저 혼자 둘러보도록 할게요.”
“그러려무나.”
나는 말릴 새라 꾸벅 인사한 후 재빨리 티룸에서 나왔다.
물론 나에게는 한가하게 정원을 산책할 생각 따윈 하나도 없었다.
‘흥! 나를 피한단 말이지!’
나는 콧김을 내뿜으며 정원을 쿵쿵 걸었다.
시드 녀석은 아직도 저번 편지에 답장이 없었다.
이건 그냥 나를 신경 안 쓰는 정도가 아니다.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거다!
‘새벽 축제에서 챙길 이득은 다 챙겼다 이거야?’
괘씸한 놈!
‘주인님一.’ 하며 잔망 떨 때부터 속셈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아봤다.
‘단물만 쏙쏙 빨아먹고 버리다니!’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루아티샤님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오늘 혼구녕을 내줄 거야.’
나는 황비궁의 정원에서 남문으로 나가서 열심히 걸었다.
시드는 황제에게 인지 받은 후 정식으로 궁까지 하사받았다.
내가 씩씩거리며 향하는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 * *
“아가씨! 찾았어요! 여기 개구멍이에요!”
“잘했어, 로라! 역시 로라가 최고야!”
“후후, 뭐든 말씀만 하세요. 이런 개구멍은 스토…… 크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데 아주 필수적인 거라서 찾는데엔 이골이 나 있거든요!”
“그렇구나…….”
갑자기 로라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쌍해졌다.
“후후, 공작저로 돌아가시면 저한테 꼭 그것을 주시기에요?”
“응,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아…….”
로라가 황홀한 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있었던 일이라서 나는 그냥 무시하고 개구멍을 꿈질꿈질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꺄악?!”
엉덩이는 아직 개구멍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쪼르르 앉아있는 궁인들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니, 운빨 왜 이래?’
나는 다시 궁둥이를 흔들며 꿈질꿈질 후진하기 시작했다.
‘제발 날 못 알아봐라. 제발…….’
하지만.
“파, 파에라톤 공녀님을 뵙습니다.”
궁인들이 벌떡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후진을 멈추고 눈을 땡그랗게 떴다.
“나, 나를 알아?”
아차, 아니라고 잡아뗐어야 했는데!
“그럼요. 황궁 외벽에 공녀님 초상화가 황자님과 함께 걸려 있는걸요.”
“아…….”
너무 유명해도 문제였다.
나는 개구멍을 빠져나와 궁인들 앞에 섰다.
내 뒤로 로라가 들어왔다.
‘아니, 로라는 저 작은 구멍을 어떻게 통과한 거지?!’
역시 스토커는 남달랐다.
나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비밀로…….”
“정말 죄송합니다, 공녀님. 황자님의 궁인으로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황자님한테는 말해도 돼.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一.”
“저희는 황실의 궁인입니다. 거짓을 고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
“죄송합니다.”
언니들의 철벽이 꽤 단호했다.
“휴우…….”
역시 그 방법밖에 없는가.
내가 손을 움직이자 궁인 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금품을 주셔도 안 됩니다.”
“금품 아닌데.”
“……?”
나는 그대로 손을 들어 꽃받침을 만들었다.
“나는 공녀 아니구 루루꽃이야! 루루꽃은 침입자가 아니라 그냥 겨울에 피는 꽃인데!”
조롱조롱.
내 눈빛 공격에 언니들의 표정이 싸악 굳었다.
어라…….
실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