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59)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59화(159/353)
☆ 제159화 ☆
흠 하나 없이 깨끗하던 시드리한의 등에 유일하게 있는 상흔이었다.
‘많이 아팠을까?’
뽀글뽀글.
루아티샤는 입술을 물속에 넣은 채 숨을 훅 불어넣었다.
‘노예로 팔려오면서 몸에 상처가 가득했지만 분명 그때엔 없던 상처인데……
루아티샤의 노력 덕분에 어린 시드의 몸에 가득하던 상처는 말끔히 다 사라졌었다.
‘깨끗해진 등을 보고 내가 얼마나 뿌듯一.어?’
불현듯 떠오른 장면에 루아티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때 시드의 등에 분명…….’
생각났다.
점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게 언제인지.
전생이 아니었다.
쿵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설마?’
루아티샤가 벌떡 일어나며 물이 한차례 파도치듯 출렁거렸다.
가까이서 뽈뽈거리던 해달 친구가 멀리멀리 떠밀려간다.
너울 치는 수면 위 비친 루아티샤의 얼굴이 커다랗게 일렁였다.
* * *
한낮의 집무실 안.
나는 옐로체가 준 서류를 끝까지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깔끔하네. 구빈원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하도록 하자.”
나는 인장을 쿵 찍었다.
“다음은?”
“슬슬 타 영지에서도 코촌 치킨의 분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주 인기가 좋다니까요?”
그륀드가 눈을 찡긋하며 서류를 내밀었다.
거기엔 코촌 치킨 분점을 내고 싶다는 영지들의 목록과 각 영지의 위치 제안 등이 쭈루룩 적혀져 있었다.
“흠, 다른 영지까지 확장할 때가 되긴 했지.”
“제도가 일단은 가장 좋지 않을까요? 상징성도 있고.”
“아니. 제도는 아직 괜찮아. 제도의 상징성은 딱히 빌릴 필요도 없고.”
“아하, 하긴 그렇군요. 파에라톤령에서 유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일단 한군데부터 시작하자. 어디로 할지는 조금 고민해 본 후에 알려줄게.”
“알겠습니다.”
옐로체와 그륀드가 나가자 나는 기지개를 쭉쭉 켰다.
디에르 자작이 그런 나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어디로 할지는 다 생각해두셨죠?”
“응?”
“코촌 치킨 첫 진출지 말입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알겠어?”
“그야 당연히 알지요. 아가씨를 모신 게 몇 년인데.”
“좋아. 그러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알겠네.”
“세작을 심을 생각이군요.”
“세작이라니. 그런 무서운 소리를…….”
“아닙니까?”
“으음, 그냥 귀가 밝고 눈이 맑은 똘똘한 아이가 그곳의 점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혀를 쏙 내밀며 말하자 디에르 자작이 픽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영주나 지방관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나중엔 몰라도 처음엔 무조건 자기 영지민들이 점원인지 확인할 겁니다.”
“응, 그래도 상관없잖아?”
“후우, 알겠습니다. 인력을 구해보겠습니다.”
“수고해.”
나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코촌 치킨은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이 누구나 깨끗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가게였다.
‘치느님의 위대함은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하니까!’
一라는 것도 있지만.
‘일반 영지민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의외로 또 쏠쏠한 법이거든.’
그렇다.
나는 타 영지에 진출한 코촌 치킨을 정보 수집 기구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거길 이용하는 귀족들 중에서도 신중한 자들은 코촌 치킨이 파에라톤 공작가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입 조심할 거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지민들은 어떨까?
오너가 누구이든 그냥 맛있으면 가서 먹다가 술이 들어가면 친한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라님 욕도 하지 않겠는가?
그곳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들과 같은 평민들인데.
‘치킨 팔아서 돈은 돈대로 벌고 정보는 정보대로 모으고!’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기 아니겠는가!
‘히히!’
웃는 나를 보던 디에르 자작이 입술을 삐죽였다.
“머리카락 땋게 해주세요.”
“잘 구해오면.”
“……! 약속입니다!”
“그러니까 잘! 구해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 구해 올 거예요.”
디에르 자작의 눈이 활활 불탔다.
“무엇보다 저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가씨께서 당당히 능력을 인정하신! 아가씨의 충실한 종一.”
찌릿.
“아니, 보좌관이니까요!”
디에르 자작이 당당히 가슴을 폈다.
새벽 축제에서 내가 보좌관 운운하며 대답한 것을 듣고 난 뒤로 항상 저런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녀님만의 정보 인력이 속속들이 충원되는군요. 이게 자리 잡고 여기에 파에라톤의 정보력까지 합치면 못 알아낼 게 없겠습니다.”
칸도르 백작이 빙긋 웃었다.
“한의원 쪽은 어때?”
“여기 취합된 정보입니다.”
나는 칸도르 백작이 건넨 서류를 확인했다.
몇몇 정보는 시선을 끌긴 했지만, 딱히 이걸 가지고 뭘 할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는 그냥 파악만 하고 그냥 놔두자. 내가 알고 있는 티가 나면 파에라톤과 한의원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어.”
“파에라톤과 안수르 상단 사이의 이면 거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미끼를 던졌다고 보십니까?”
“신중한 자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칸도르 백작이 미소 지었다.
“저 역시 그렇게 제안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공녀님께서는 고작 열한 살의 나이에 저와 같은 시선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야 전생에서 갖은 알바와 블랙 기업에서 구르고 굴렀으니까.
사람 셋만 모여도 권력이 생긴다고, 대단한 곳이 아니어도一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치졸한 싸움이 많았다.
‘거기에 로판만 수천 권을 읽었으니 여주가 어떤 식으로 정보전에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참고할 게 많다구.’
“하지만 이 정보는 따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칸도르 백작이 작게 접힌 카드를 건넸다.
“황후가 크로펠 대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라…….”
“그 일로 귀부인들이 한참 떠들었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하지.”
황후가 크로펠 대부인을 포섭하기로 한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다.
크로펠 대부인은 몇 년째 중앙 선별 회의의 진행을 맡고 있는 크로펠 백작의 모친.
당연히 크로펠 백작의 인맥은 황금 인맥이다.
‘황후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야.’
휴엔 부인은 하필이면 크로펠 대부인의 파티에서 가짜 엘릭서를 선보였다.
휴엔 부인에게 좋은데뷔 무대를 마련해주겠다는 셰루인 부인의 배려였지만…….
‘덕분에 크로펠 대부인까지 구정물을 잔뜩 뒤집어쓰게 됐지.’
휴엔 부인의 대외적인 평판은 이렇다.
실력으로 안 되니 어린아이인 나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고 자신의 딸까지 이용해 계략을 꾸민 파렴치한.
그 과정에서 황태후의 몸까지 크게 상할 뻔했다.
당연히 크로펠 대부인과 셰루인 부인의 명성까지 깎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황후에게 역전의 찬스로 보였겠지.’
다른 사람들이 주춤할 때, 어려운 순간에 손을 내밀면 잡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가씨 앞으로 편지가 왔어요.”
“편지?”
내 앞으로 편지가 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런데 디에르 자작이 이렇게 직접 전해주다니.
‘중요한 건가?’
영지에 관련된 사업에 관련된 것?
아니면 안수르 상단주에게 온 편지인가?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봉투에는 반가운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다나.
레이디 아펠리아와 신시아에게 학대당하던 그 작은 아이에게서 온 편지였다.
나는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똑똑.
집무실 문이 열리고 내 전담 집사인 오르카가 들어왔다.
“아가씨, 외출하실 시간입니다.”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오늘은 셰루인 부인과 크로펠 대부인과 약속이 있었다.
* * *
셰루인 부인의 저택은 사치스럽지 않고 단정했다.
그러면서도 중후하고 절도 있어 무게감이 느껴졌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가 안내하며 문을 열자 완연한 봄볕이 내 머리 위로 한가득 쏟아져 내렸다.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의 저택 내부와 달리 이 방은 삼면이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주 따스하고 밝았다.
공기 중에 떠도는 잔잔한 꽃 내음과 풀 내음.
“어서 오렴, 루아티샤. 지난번엔 밖으로 초대한 바람에 내 집에 오는 건 처음이겠구나.”
“와아, 너무 예뻐요. 방안에 봄이 한가득 들어왔네요. 여기가 바로〈메티스〉가 열리는 장소인가요?”
“잘 아는구나.”
“〈메티스〉는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이 방에서 저를 맞이하실지는 몰랐어요.”
셰루인 저 안에 있는 ‘봄의 방’은 ‘메티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
메티스가 처음으로 발족하고 난 후 계속 이 방에서 모였으니까.
메티스가 모이는 날 외에는 이곳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고 들었다.
“성심껏 맞아야 하는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내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으로 고른 방이란다.”
“귀한 손님이요?”
“미안하구나, 루아티샤. 내가 괜히 휴엔 부인을 사교계로 끌어들여서 네가 겪지 않아야 할 일을 겪게 했어.”
자리에선 일어난 셰루인 부인이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명망 높은 귀부인의 격식을 차린 사죄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었다.
“솔직히…… 이러저러한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
나는 셰루인 부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요. 가장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래요.”
셰루인 부인이 나를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제법 괜찮다고 자부했는데 말이다.”
“능숙한 마차꾼도 수레를 엎을 때가 있죠.”
“고맙구나.”
셰루인 부인이 다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음, 그냥 위로해주는 건 아닌데.
솔직히 셰루인 부인도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귀부인이고, 이런 거로 일일이 상처받지 않을 터.
다만 내게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다.
나는 씨익 웃었다.
“뒤엎어진 수레를 어떻게 하느냐에서 마차꾼의 진가가 드러나겠죠.”
내 말에 셰루인 부인이 눈을 깜빡이더니 “아하하!”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과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크로펠 대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농을 던졌다.
“셰루인 부인께서 처신을 잘 하셔야겠습니다?”
“하하, 그래야겠군요.”
셰루인 부인이 나를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우선 파블로바부터 먹으렴. 저번에 한 조각 먹고 제대로 못 먹었잖니.”
예전에 아리엘 때문에 파블로바를 한 조각밖에 못 먹은 걸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나는 파블로바를 먹으며 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셰루인 부인은 휴엔 부인에 대한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연신 크로펠 대부인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자신의 부탁 때문에 크로펠 대부인의 안목과 명성에도 흠이 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요. 크로펠 대부인의 파티는 공진단을 처음으로 소개한 자리기도 하잖아요.”
내 말에 크로펠 대부인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사실인걸요.”
이건 일종의 허락이었다.
‘이걸로 크로펠 대부인의 안목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덜해지겠지.’
나는 파블로바를 마지막 한 입까지 깨끗이 먹은 후 씨익 미소 지었다.
“오늘 저와의 만남이 두 분께 도움이 좀 되셨나요?”
내 말에 두 귀부인이 다소 놀란 얼굴을 했다.
“두 분께서 그간 쌓아온 명성과 인맥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모래성은 아니잖아요.”
크로펠 백작은 지금도 선별 회의의 진행자였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고.
즉, 잠시 주춤할지언정 크로펠 대부인의 권력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지금 사람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파에라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죠? 이
사건의 피해자가 저니까.”
나와 두 부인의 사이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셰루인 부인의 경우에는 스스로 또 업적을 세워야겠지만.’
“아주 예리하구나. 하나 오늘 내가 공녀와 크로펠 대부인을 초대한 것은 정말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단다.”
“셰루인 부인의 진심을 감히 의심하지 않아요. 다만 그 부가적인 효과로 제가 도움이 되었다면一.”
“그 값을 해야 한다는 거구나.”
“헤헤, 뭐 그렇게까지 말할 것 있나요. 그냥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좋다는 거지요.”
나를 빤히 바라보던 크로펠 대부인이 입을 열었다.
“황후께서 내게 편지를 보내셨단다.”
“어머, 그러셨어요?”
“나는 답장을 보냈지. 곧 찾아뵙겠다고.”
크로펠 대부인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따뜻한 봄이라고 방심했던 탓인가……. 이 늙은 몸이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구나.”
그렇게 말하는 크로펠 대부인은 강건하다 못해 청춘처럼 보였다.
“저런. 편찮으신 거면 외출은 못 하시겠군요.”
“어쩔 수 없지. 황후께서도 이해해주실 게야.”
좋아.
이걸로 황후와 크로펠 대부인이 손을 잡는 것은 완전히 막았다.
‘황후를 고립시킨 후엔一.’
“루아티샤, 이 방은 마음에 드니?”
셰루인 부인이 내게 물었다.
“네! 저는 좀 더 학술적인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식물이 많아서 마음에 들어요.”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학술적인 것이지. 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네?”
“네가 〈메티스〉의 일원이 되어주었으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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