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화(16/353)
☆ 제16화 ☆
“응!”
나는 배를 쑥 내밀며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 아빠는 잘생긴 아빠야!”
악마 놈도 약속했는걸!
나는 기세등등하게 가짜 아빠를 보다 아차, 했다.
가짜 아빠가 잘생기긴 했다.
그래두, 그래두!
“하튼 우리 아빠 아냐!”
흥! 나는 배 째라며 팔짱을 꼈다.
미남인 것만 약속해준 악마가 나빠!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건 잘생긴 딸바보 부자 아빠였다구!
“울 아빠는 부자야! 다이아 광산 있어!”
“……나도 부자다. 다이아 광산뿐만이 아니라 금맥까지 가지고 있지.”
이익!
“울 아빠는 나한테 끔뻑 죽는 딸바보 아빠야! 진짜 아빠는 나 조아해!”
“…….”
가짜 아빠는 답이 없었다.
그것 봐!
역시 다른 애 아빠잖아! 우리 아빠 아냐!
‘맞아! 진짜 아빠……는 따로…….’
“흑…….”
어쩐지 코가 매웠다.
다시 눈앞이 뿌예지기 시작했다.
그때 가짜 아빠가 나를 안아 들었다. 따뜻한 손이 눈가를 스치자 후두둑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래서 나는 네 아비가 아닌 거냐.”
깨끗해진 시야에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과 눈빛을 전부 볼 수 있었지만,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아빠는, 아빠는!”
말하면서도 서러움이 가득 차올라 “히끅, 끅!” 가슴이 들썩였다.
“나 무섭게 하구! 맨날 화내구! 이러어케 인상 쓰구!”
나는 팍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흉내냈다.
“그리구 나한테 막말했어!”
“막말?”
“쥐새끼랬어!”
아빠가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나는 더 심통이 났다.
역시 막말한 거 맞잖아!
척!
비록 짧은 손가락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늠름하게 삿대질을 했다.
“가짜 아빠야! 우리 아빠 아냐! 진짜 진짜 미一워一!!”
* * *
“각하……?”
제도 저택의 수석 집사 하인츠는 어쩐지 멍하니 서 있는 파에라톤 공작을 보고 의아하게 그를 불렀다.
멍하니 서 있다니 그건 파에라톤 공작과 정말 안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
하지만 정말 멍때리고 있었던 건지 파에라톤 공작은 대답이 없었다.
“저어, 각하?”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파에라톤 공작이 흠칫 반응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하인츠는 다소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설마 막내 아가씨와 이야기가 잘 안 풀린 건가?’
그는 조금 책임감을 느꼈다.
막내 아가씨를 만나러 가라고 권했던 게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파에라톤의 핏줄들과 달리 평범한 축인 막내 아가씨는 분명 오늘 일 때문에 울고 계실 테니까.
‘우는 아이를 달래는 건 아직 각하께 어려운 일이었나.’
막내 아가씨께서 돌아오신 후, 파에라톤 공작은 많이 변했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건만.
“아가씨께서 많이 울고 계셨습니까?”
“내가 갔을 땐 울고 있지 않았다.”
“예? 안 우셨습니까?”
“울었다.”
“……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나와 이야기하는 도중 울었다. 아무래도 내가 울린 것 같더군.”
“…….”
하인츠는 할 말을 잊었다.
‘그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각하이시니…….’
멀쩡한 아이도 울음을 터트린다는 파에라톤 공작.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자지러지도록 우는 아이도 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막내 아가씨께선 각하를 곧잘 따르셨는데…….’
매일매일 공작의 품에 안겨 생활하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의외였다.
“하인츠.”
“예, 각하.”
“솔직하게 답해라.”
“어느 안전이라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하인츠는 자세를 똑바로 하며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못생겼나?”
“……예?”
하인츠는 저도 모르게 입을 헤벌리고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보았다.
각이 잡힌 듯 언제나 절도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파에라톤 공작이 스스로가 못 생겼냐고 물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됐다.”
파에라톤 공작은 고개를 돌리곤 걸음을 옮겼다.
“가, 각하.”
회랑 끝에서 모여 있던 고용인들이 그를 보고 화들짝 놀라 양옆으로 물러났다.
파에라톤 공작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근래 고용인들이 이렇게 모여서 수군거리는 일이 잦았다.
원래 공작저의 고용인들은 모두 주인이 필요로 할 때 외에는 존재감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전까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만 했지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거슬렸다.
매서운 눈길로 고용인들을 바라보던 파에라톤 공작의 눈에 하녀의 손에서 비죽 튀어나온 흰 종이가 들어왔다.
“그건 뭐지?”
“벼, 별것 아닙니다.”
설마 공작이 제게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지, 하녀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별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한다.”
마른침을 삼킨 하녀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공작에게 종이를 건넸다.
파에라톤 공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접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펼쳐진 종이엔一.
‘대체 이게 뭐지? 파인애플?’
새로운 암호인가.
하녀가 씰룩쌜룩 올라가는 입가를 숨기지 못한 채 설명을 시작했다.
“정말 별거 아니고 그냥 우리 아가씨께서 저를 그려주신 거예요.”
“……뭐?”
“제가 아가씨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모습이에요. 제가 좋다고 하시면서 그려주셨어요.”
그건 설명이 아니었다.
자랑이었다.
“저한테도 그려주셨어요. 저는 꼭 끌어안고 있는 거예요.”
“큼큼, 제게는 꽃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셨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정원이 마음에 드신다고요.”
“저는 세 장이나 받았어요!”
고용인들이 너도나도 품에서 그림을 꺼내며 자랑을 시작했다.
그들이 파에라톤 공작 앞에서 이토록 활기찬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공작은 배알이 뒤틀렸다.
쿠구궁, 먹구름처럼 어두운 기운을 발산하는 그를 본 낸시가 아차, 하고 말했다.
“아, 물론 각하께서 받으신 그림보다야 못하겠지만요.”
“막내 아가씨께서 그렇게나 각하를 따르니 그림도 많이 선물해주셨겠죠?”
“어떤 그림인지 궁금하네요.”
고용인들이 기대로 눈을 반짝이며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침묵 끝에 공작이 입을 열었다.
“……았다.”
“네?”
“못 받았다.”
싸아아아一.
한순간에 회랑의 온도가 10도는 낮아진 것 같았다.
고용인들은 쩌적 얼어붙은 채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 * *
“그럼 정리하도록 하죠.”
크흠, 헛기침한 낸시가 비장하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집사님께서는 아가씨께서 울고 계실 거라 판단. 각하께 달래줄 것을 제안하셨고.”
시선을 받은 하인츠가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작 아가씨께서는 울지 않고 계셨고, 오히려 각하와 대화 도중 울음을 터트리셨다.”
파에라톤 공작은 침묵했다.
“게다가 모두가 받은 아가씨의 그림을 정작 아버지인 각하께서는 받지 못하셨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색하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흠, 간단히 정리되는군요. 각하께선 막내 아가씨께 미움을…….”
“으흠!”
“쿨럭!”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 헛기침이 낸시의 말을 막았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저어, 아가씨께서 울면서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어린아이는 얼마든지 울 수 있어요. 어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도.”
안나가 애써 공작의 역성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우리 아빠 아니라더군.”
“…….”
“밉다고 했다.”
사람들은 할 말을 잊은 채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봤다.
아니, 애를 달래러 가서 울 아빠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다고요?
그것도 밉다면서?
‘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다가 다시 파에라톤 공작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집사님이 잘못했구나.’
비딱하게 턱을 괸 채 긴 다리를 매끈하게 꼬고 있는 파에라톤 공작을 보니 감이 왔다.
아무리 요즘 아이를 끼고 다닌다고 해도 파에라톤 공작은 파에라톤 공작이었다.
잔인하리만치 냉혹하고 무자비한 남자.
그런 남자에게 아이를 달래주라는 미션을 내리다니.
‘이건 기지도 못하는 갓난쟁이에게 달리라고 한 꼴이야.’
“제 잘못입니다.”
집사의 빠른 인정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께는 너무 수준이 높았, 아니, 진도가 빨랐군요.”
“아이를 달랠 때는 다그치면 안 됩니다.”
파에라톤 공작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다그친 적이 없다.”
집사의 말과 달리 아이가 울고 있지 않길래 말을 붙인 것뿐이었다.
특별한 화제가 없어서 간단하게 아이가 갖고 싶어 했던 책을 언급했다.
“후우, 각하께서는 다그치는 게 아니시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아가씨는 도련님들과 다릅니다. 좀 더 다정하게, 따뜻하게!”
“웃어주면서 서로 존중해주고!”
“달래실 때 안아주셨나요? 토닥토닥 해주셨나요?”
“……안고 있진 않았다.”
에휴.
모두가 동시에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엔 꼬옥 안고 토닥토닥 둥개둥개 해주세요.”
공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딴 걸 왜 하는 거지?”
“어머나.”
놀란 하녀들이 입을 가렸다.
파에라톤 공작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각하, 아가씨를 안고 계실 때 뭔가 느껴지는 게 없으셨나요?”
그 말에 공작은 침묵했다.
막내딸을 달랑달랑 들고 다닐 때.
그 아이가 양팔을 쭈욱 뻗어 제 목을 감싸 안을 때.
무릎 위에서 다리를 흔들다 꾸벅꾸벅 졸 때.
그러다 기어코 잠들면 제 가슴에 뺨이 눌려 볼록해졌다.
아이는 따끈했고 도롱도롱 숨소리가 초봄의 새순처럼 보드랍고 연했다.
한참 말이 없는 공작을 보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 완벽한 남자가 처음으로 겪는 일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하지만 결국엔 완전한 행복을 손에 넣을 것이다.
“다시 아가씨께 가보세요, 각하.”
“각하께서 울리셨으니 각하께서 달래주셔야죠.”
안나와 낸시는 그렇게 말하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이전이라면 그에게 먼저 말을 붙이는 것조차 어려웠을 텐데.
막내 아가씨는 저택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많은 것을 바꿔놓으셨다.
파에라톤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에게 가보려는 것이다.
“아, 그런데.”
막 방을 나서던 그가 뒤를 돌아봤다.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사람들을 훑었다.
푸근한 마음에 젖어있던 고용인들이 일순 긴장했다. 파에라톤 공작의 성정은 그들이 제일 잘 알았으니까.
이윽고 공작의 입술이 열렸다.
“혹시 ‘맘마’가 뭔지 아나?”
“…….”
“그리고 ‘꾸끼죠’도.”
방안에는 아까와 다른 침묵이 흘렀다.
* * *
“미쳤나 봐!”
나는 침대에 팡팡 내 머리를 박았다.
“아주 죽으려구 작정을 했지!”
이딴 패널티를 주다니!
그 악마 놈이 날 인생에서 하차시키려고 작정한 게 분명하다!
나는 끙끙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아효. 내가 늙는다, 늙어!”
이제 어쩌지?
안 그래도 내가 친딸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내 입으로 딸 아니라고 했으니…….
‘내가 얼마나 괘씸할까.’
히잉. 울적했다.
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설마 또 공작은 아니겠지?’
호달달 떨며 문을 바라보는데 안나가 들어왔다.
다행이긴 한데…….
“아가씨, 간식 안 드실래요?”
“안 먹어.”
“배고프지 않으세요?”
“몰라. 나 안 먹어.”
나는 팩 돌아누웠다.
죽게 생겼는데 밥이 넘어가겠냐구!
안나는 아무런 죄도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환생 버프가 사라진 탓인지 알면서도 자꾸 심통이 나는 걸 어떡해.
“에휴, 우리 아가씨. 제가 올리는 밥은 안 드시니 어쩔 수 없네요.”
응?
“역시 아빠가 챙겨주는 밥이 좋나 봐요.”
뭐라고?
슬픈 예감이 들었다.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면서, 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아빠…….”
어느새 문간에는 파에라톤 공작이 서 있었다.
오만하리만치 무감한 얼굴, 서릿발같이 차가운 눈을 하고서.
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나와 마주한 그가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맘마 먹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