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0)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0화(160/353)
☆ 제160화 ☆
“제가 〈메티스〉의 일원이요?”
이건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퀘스트에서도 내게 〈메티스〉의 ‘초대’를 받으라고 했었다.
일원이 되는 것과 손님으로 초대받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래, 아는지 모르겠지만 〈메티스〉는 오랜 전통의 독서 클럽이란다. 내가 과분하게도 회장직을 맡고 있고.”
셰루인 부인은 딱히 그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메티스〉가 어떤 대단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대단한 위인들이 일원인지, 가지고 있는 특권과 제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지.
하기야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알림창이 말했듯, 〈메티스〉는 제국의 3대 사교 클럽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그 중 유일한 독서 클럽이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메티스〉는 새 회원을 받을 때 모든 회원의 입회 동의가 만장일치여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그래.”
“으음, 솔직히 만장일치는 힘들 거 같은데…….”
무엇보다 나이가 너무 어렸다.
사교 클럽은 말 그대로 사교一사람들이 서로 사귀기 위해 만든 클럽이다.
“단 하나 예외가 있지. 바로 회장인 나의 천거.”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메티스의 회장이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런데 그걸 내게 사용하겠다는 소리다.
“그래도 돼요?”
“루아티샤의 입회 조건은 충분해. 흑사병 치료제의 개발자, 이번 대의 아우로라, 고대 치료기를 다시 가동시켰고 고대의 명약을 재현해 냈지.”
“치료기를 다시 가동시킨 건 아쉘타인 쌍둥이들의 업적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선장이 무능하면 노련한 항해사도 배를 좌초시키기 마련.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의 성패에는 책임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지. 두 사람의 능력을 알아본 것도 네 능력이란다.”
솔직히 살아 있는 위인이나 마찬가지인 사람한테서 이런 칭찬을 들으니 조금 쑥스럽고 멋쩍었다.
크로펠 대부인이 꼼지락거리는 나를 보더니 웃었다.
“아까는 값을 치르라며 당당하게 행동하더니 이런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기구나.”
노회한 부인의 눈에는 내가 막 걸음마 뗀 애기로 보이나 보다.
두 사람은 아주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좋다고 과하게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다.
“제가 셰루인 부인께 치른 값 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단 하나뿐인 기회를 제게 사용하시는 거니까요.”
셰루인 부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거절하겠다는 말이니?”
“아니요. 이런 대단한 기회를 놓칠 순 없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품에서 작은 그림을 하나 꺼냈다.
“저 역시 추가금을 치르겠다는 뜻입니다.”
두 귀부인의 시선이 내가 내민 그림으로 향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시원해지는 바닷가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다나가 내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며 그려서 편지와 함께 보낸 그림이었다.
그리고.
[보상 지연!] [아직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다!] [때가 오면 독자님의 명성이 만 방에 퍼질 것입니다!]다나를 구하는 퀘스트를 완료한 뒤 지연되었던 보상은 아직 지급되기 전이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깨달았다.
왜 어린 다나를 아동 학대에서 구하는 게 왜 나의 명성으로 되돌아오는지.
이건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 * *
루아티샤가 돌아간 후, 셰루인 부인과 크로펠 대부인은 둘만 남았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정말 놀라운 아이군. 열 한 살의 나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크로펠 대부인이었다.
“파에라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건 비상한 머리와 마기에 관한 거지 이런 사람 사이의 일 때문은 아니에요.”
머리가 좋다는 게 딱히 사람 사이의 처신을 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왜 천재 중에는 괴짜가 많다는 말이 있겠는가.
“부인의 말대로야. 오히려 파에라톤은 정치나 외교, 사교적인 측면에서는 남들보다 못했지.”
“하지만 그 아이는 전혀 다르군요. 설마 값이 맞지 않는다며 제게 추가금을 지불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어요.”
셰루인 부인이 단 하나뿐인 기회를 루아티샤에게 쓰는 건 그만한 가능성과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아티샤가 먼저 말했던 ‘계산’ 혹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라는 말에는 맞지 않았다.
셰루인 부인이 일방적으로 베풀어주는 것이었으니까.
“남한테 제값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제대로 값을 치르는 건 어른들도 쉽게 하는 일이 아니죠. 아니, 오히려 자신은 값을 안 치르며 남에게는 더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실정이니…….”
“그 이해타산적인 황제가 어째서 그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알겠군.”
“장기 거래할 만한 상대라는 것이지요.”
“허어, 놀랍구나, 놀라워.”
크로펠 대부인이 연신 감탄을 했다.
그녀에게는 여러 가지 청탁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막대한 금품을 우선적으로 안겨주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역으로 무얼 내줄 수 있냐고 묻는 사람까지.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보았지만 이제 겨우 열한 살이 된 핏덩어리가 이리 영민하게 굴 줄은 몰랐다.
아니, 이건 영민함의 문제가 아니다. 경험으로 쌓여야 하는 것이었다.
대체 아무 경험도 없는 애가 어찌 이런 사고를 할까?
‘어쩌면 그 아이와 인연을 하나 만들어놓은 것만으로도 나는 커다란 이득을 본 것일지도.’
“……평판이 내려가면 또 올라올 기회가 오기 마련이지. 너무 걱정 말게나.”
문득 크로펠 대부인은 자신의 오랜 악우인 델바트렌 공작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위로라고 생각하고 ‘이 양반이 죽을 때가 된 건가’하고 의심했었다.
한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말의 뜻을 알았다.
파에라톤 공녀를 염두에 두고 한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날 찾아와 파티의 시간을 바꿔 달라는 것도, 휴엔 부인의 동태를 살펴 달라고 했던 것도 다 파에라톤 공녀의 부탁이었겠군.’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깨닫자 더 놀라웠다.
‘그 핏덩이가 짰던 판이라 이거지.’
어쩐지.
남의 파티에 와서 엘릭서가 필요 없네, 뭐네 깽판 놓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휴엔 부인에 대해 의심하는 기색을 내비쳤기에 성공적인 데뷔를 막으려고 하나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재밌구나.’
크로펠 대부인은 루아티샤가 남기고 간 그림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만 가봐야겠군. 나는 아직 공녀에게 계산이 덜 끝난 듯하니.”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히 이어 말했다.
“그 아이에게 치러주어야 할 값이 남았어.”
“……루아티샤가 조커를 손에 넣었군요.”
“흠, 자네 역시 비슷한 생각이지 않나?”
셰루인 부인은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채 조용히 미소 지었다.
크로펠 대부인은 그 얼굴을 보다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샤프롱이 되어주려는 건가? 하지만 글쎄. 내가 보기엔 경쟁자가 참으로 많을 듯한데.”
셰루인 부인에게 샤프롱이 되어 달라고 찾아오는 가문은 차고 넘쳤다.
그녀는 다른 이와 감히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명망 높은 귀부인이었다.
“제가 분발해야지요.”
하지만 셰루인 부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 * *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새로운 퀘스트부터 확인했다.
[지난 알림을 확인하시겠습니까?]‘응.’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사교계를 정복하라!(2)〉
독자님!
〈메티스〉의 일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초대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일원이 되시다니!
그간 제가 독자님을 허투루 키운 것 같지 않아서 감개무량합니다!
‘이 녀석은 왜 자꾸 지가 나를 키웠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회장의 천거로 일원이 된 사람에게는 한 가지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지요.
〈메티스〉의 다른 회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입적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입니다.
독자님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리하여 〈메티스〉를 정복해 독자님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립시다!
– 조건: 〈메티스〉 회원들에게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받기
– 보상: 3000캐시 뽑기권, 제국 내 영향력 증가, 연계 퀘스트 〈???〉진행
‘아니, 〈메티스〉는 사교 모임인데……
그것도 지성과 학술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독서 클럽이다.
‘뭘 정복해서 발아래에 무릎 꿇려.’
하여간에 누가 악마 놈 아니랄까 봐 폭력적이야.
평화를 사랑하고 화합을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다 패버린다고 하셨던 독자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닥쳐.’
[흥입니다.] [칫입니다.] [핏입니다.]‘아, 뭐래. 진짜.’
나는 손을 휘저어 알림창을 털어버렸다.
‘확실히 〈메티스〉에는 꽤 중요한 인물들이 있으니까. 잘 포섭해서 내 편으로 만들면 큰 도움이 될 거야.’
그중에서도 특히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이라면 단연
‘백장미의 귀공자.’
조금 오글거리는 별명을 가진 청년은 제온이랑 동갑인 젊은 천재였다.
나 이전에는 그가 바로 최연소로 〈메티스〉에 입회한 자였고.
‘……제온에게 물어보면 좀 알까?’
제온은 사람을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도에 아예 안 올라왔던 것은 아니었다.
신시아도 제도에서 제온이 얼마나 인기 많았는지 떠들지 않았던가.
동갑인 영식 중에 유명한 두 사람이었으니 한두 번 만나본 적이 있을 터.
‘물어보자!’
나는 가리비 소파에서 깡총 내려와 제온의 방으로 향했다.
* * *
“뭐야, 방에 없나 보네?”
나는 슬그머니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았다.
시무룩하게 돌아서는데 고용인 언니, 오빠들이 웃음을 깨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온, 어디 갔는지 알아?”
“글쎄요.”
그러면서 눈알을 굴리는 게 대놓고 ‘저는 지금 거짓말 중이랍니다?’하고 알려주는 꼴이었다.
‘왜 그러지?’
내가 고개를 갸웃갸웃하자 언니, 오빠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너 제온 도련님께서 어디 계신 줄 아니?”
“전혀 모르지. 절대 아가씨께 말씀드리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뭐야, 그럼 나 몰래 뭘 하고 있다는 뜻이야?’
제온이 나한테 비밀을 만들다니…….
충격이야.
언니, 오빠들을 서로 말하면서도 힐끔힐끔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내 주접을 보고 싶은 듯하다.
‘후우…….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구나.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나는 토실토실한 양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고 외쳤다.
“루루 없다!”
“흡!”
“끅!”
“하아…….”
잠시 이상한 소리들이 한 차례 지나가고 언니, 오빠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가씨께 비밀인 거지 우리에게 비밀인 건 아니잖아. 여기 아가씨도 안 계시니까 말해봐.”
“그럼 그럴까……. 도련님들과 각하와 후작님께서는 서쪽 별관에 계셔.”
“서쪽 별관? 대체 거기서 뭘 하는데?”
내 질문에 언니 오빠들이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어머! 아가씨, 여기 계셨어요?”
“설마 저희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시겠죠?”
에이, 참. 좀 대답해주지.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언니, 오빠들은 또 다른 주접을 기대하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냈지만 어림도 없다.
뭘 하는지는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면 되니까.
‘설마 내가 그간 만났던 남자애들을 어떻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하다, 불안해.
겨울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만났던 남자애라면 단연 라파엘이었다.
그제도 티리엘이랑 자스민까지 해서 넷이 모였으니까.
‘라파엘이 위험해!’
나는 서둘러 별관으로 다다다 달렸다.
* * *
별관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루, 루루?”
당황한 아빠는 무려 에이프런을 두르고 계셨다.
“여긴 어떻게…….‘
할아버지 역시 에이프런을 입고 있었고.
“우아아, 뒤돌아! 뒤돌아!”
우당탕탕 식기를 헤치며 다가오는 익시온도 에이프런 차림.
“……하녀들이 애교에 넘어갔나 보군.”
눈을 가늘게 뜨면서 추론을 마친 아레스도 에이프런.
“그 쓸데없는 것들이!”
“하지만 막내의 애교라면 불가항력이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를 하는 제온도 에이프런.
“중요한 건 내 딸의 애교를 다 찍어놨냐는 거다.”
“그게 뭐가 중요해!”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다섯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그제야 나는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여기서 뭐하구 있었어요?”
내 말에 가족들이 하나 같이 입을 다물었다.
“루루,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순간 이마에서 또르륵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기념일을 완전히 새까맣게 잊어버린 죄인이 된 기분으로 눈치를 봤다.
‘생일? 아닌데. 첫 뽀뽀 기념? 이것도 아냐. 어부바 기념은 가을인데…….’
나는 서둘러 가족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던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초콜릿?’
그 순간,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쳤다.
‘쇼콜라 데이!’
K-로판을 참고한 건지, 아니면 그냥 지구를 참고한 것인지.
이곳에도 발렌타인 데이와 비슷한 문화가 있었다.
날짜는 달랐지만.
언 땅을 녹이는 봄의 따스함과 갓 피어난 봄꽃의 달콤함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직접…… 만들고 계신 거예요?”
“비밀로 하려 했다만.”
찌잉.
나는 감동했다.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았을 가족들이 나를 위해 앞치마까지 두르고 열심히 초콜릿을 만들다니.
“초콜릿은 푸딩이랑 내 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감동이야…….”
“그래서?”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빛.
‘아차!’
난 준비 안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