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Baby Runs A Romance Fantasy With Cash RAW novel - Chapter (163)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163화(163/353)
☆ 제163화 ☆
“……정말 예상치 못한 수를 들고 오는군. 한데 어떻게?”
탁.
사라 부인이 품속에서 조그마한 약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게 뭔가.”
“그걸 설명 드리기 위해서는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를 언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라 부인의 말에 황후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지금 말씀드려도 될까요?”
“……잠시 나가 있게.”
황후가 딱딱한 목소리로 아이젤 영애를 향해 말했다.
“예, 폐하.”
아이젤 영애는 고개를 숙이곤 몸을 돌렸다.
걸음을 옮기기 직전, 아이젤 영애와 사라 부인의 시선이 마주쳤다.
사라 부인은 입꼬리 한쪽을 비뚜름하게 올렸다.
승리자의 비웃음이었다.
아이젤 영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라 부인은 피식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이건 광폭화를 시키는 물약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을 광인…… 아니, 짐승으로 만들어주지요.”
“광폭화……? 그럼 광인이 되어 온갖 사람들을 도살하는 것 아닌가!”
황후가 기겁해서 외쳤다.
이리도 흉악한 약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다니!
“그러니 좋지요. 시드리한 황자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게 되지 않겠습니까?”
꿀꺽.
황후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드리한은 황자 위에서 박탈당할 것이다.
아니, 박탈이 뭔가.
‘극악무도한 죄인으로 죽을 때까지 뇌옥에서 썩겠지.’
위험하디 위험한 금단의 약.
하지만 그 결실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황후는 두려워하면서도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약병을 응시했다.
“흔적은?”
“다른 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드리한 황자는 다르죠. 금제에 걸렸었으니까.”
“그 금제는 이미 다 파훼된 걸로 아는데?”
황후가 미심쩍은 얼굴로 사라 부인을 바라보았다.
절대 풀리지 않는 금제라고 했는데 멀쩡한 꼴로 나타났을 때 자신이 얼마나 놀랐던가.
“하지만 흔적은 남았지요.”
“흔적?”
“파훼 된 것은 저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그건 그렇게 쉽게 풀리는 저주가 아니에요.”
“…….”
“대상의 영혼에, 뼈에, 피에 아직도 상흔이 남아있지요.”
붉은 입술이 아주 달콤한 미소를 그렸다.
황후는 소름이 돋았다.
이럴 때면 자신이 악마와 손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시간을 되돌아가도 자신은 사라 부인의 손을 잡았을 것이다.
시드리한을 내쫓기 위해서!
천천히 황후가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더 이상 거리끼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전한데 그것에게만 효과가 있다……. 아주 좋구나.”
“무대는 크면 클수록 좋겠지요.”
“곧 황궁에서 사교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파티를 열 거네.”
“온갖 귀족들이 모여들겠군요.”
“그래. 시즌을 여는 파티에는 매번 황제 폐하께서도 친히 자리하시니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제도 귀족들은 전부 참석하겠지.”
“파에라톤 공녀가 걱정이군요.”
“……갑자기 무슨 뜻이지?”
“파에라톤 공녀와 시드리한 황자의 사이가 돈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두 사람이 가까이 있는 와중에 미쳐버린 시드리한 황자가 파에라톤 공녀를 죽이기라도 한다면一.”
사라 부인이 미소 지었다.
“정말 큰일이지 않겠습니까. 파에라톤 공녀는 제국의 동량이나 다름없는 뛰어난 인재인데.”
그제야 황후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그래, 참으로 큰일이겠어. 더군다나 파에라톤 공작이 그렇게나 막내딸을 아낀다던데.”
“타렌카 후작도 하나 남은 손녀딸에게 지극정성이라 들었습니다.”
“두 가문에서 살인자를 가만두지 않겠군.”
황후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공녀까지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게야. 파에라톤 공작과 공자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그러니 그날 동선을 잘 짜야지요.”
‘왜 파에라톤 공녀를 해치는 것에 더 적극적인 것 같지?’
황후는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는 어느 쪽이든 나쁠 게 없었다.
만약 공녀를 죽이는 데 실패하고 작은 상처로 끝나더라도 괜찮다.
파에라톤과 타렌카는 작은 상처라 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시드리한은 나락으로 떨어질 터.
‘그 시건방진 공녀에게도 교훈이 될 테고 말이야.’
감히 에스테반을 거절하고 시드리한을 선택하니 그런 위험에 처하는 거다.
‘파에라톤은 이용할 구석이 많은 집안이야.’
공녀가 죽으면 죽는 대로 공작가의 복수심을 이용해서 손을 잡으면 된다.
다치는 선에서 끝나더라도 공녀가 생각을 달리 먹기엔 충분한 사건이다.
‘생각을 고쳐 내게 무릎을 꿇으면 내 품에 받아줄 수도 있지.’
황후는 짙게 미소 지었다.
“본후가 자네를 만나기만 하면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야. 어쩜 이런 방도를 내놓다니.”
“후일 저를 잊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내 자네가 아니면 누굴 기억하겠나.”
황후가 웃고는 눈을 빛냈다.
‘시드리한……. 이번에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야. 평생 빛 한 점 들지 않는 뇌옥에서 살점이 썩어가는 것이 네놈의 운명이다.’
* * *
“레이디 샤본느!”
내 외침에 멀리 걸어가던 신형이 멈춰섰다.
나는 도도도 달려가 레이디 샤본느의 앞에 섰다.
“저번 날의 실수로 레이디의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해요.”
레이디 샤본느가 싸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뭔 아줌마가 이렇게 성질이 고약한지.
한 번 빤히 바라본 것 가지고 이 주가 넘도록 내게 면박을 주고 있었다.
“실수? 사람을 불쾌하게 해놓고 실수라고 하면 다인가?”
“죄송해요.”
“말로만? 나는 공녀가 메티스의 회원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어.”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도록 할게요.”
나는 눈썹을 늘어트리며 레이디 샤본느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그녀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내게 공녀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하지만 진정한 메티스의 회원이라면 자신의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 이미 자격이 되어서 들어온 사람한테 뭔 소리람?
“제가 어떻게 증명하면 될까요?”
“곧 있을 황궁 연회에서는 각 계의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네, 저도 들었어요.”
“그곳에서 가족의 도움 없이 공녀의 능력을 증명해 보렴. 그럼 나도 공녀를 인정하마.”
한 마디로 파에라톤 공작가의 이름 없이 사람들에게 내 존재감을 각인시키라는 뜻이었다.
“왜, 자신 없니?”
“아니요. 그냥 너무 간단한 문제라서요.”
“자만하는구나.”
레이디 샤본느가 코웃음 치더니 몸을 돌렸다.
나는 가만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딱히 내 활약을 보고 싶은 건 아닐 테고…….
‘나를 가족들이랑 떨어트려 놓으려는 건가?’
가족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면 함께 있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족들이 조금 서운해하겠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후우, 다른 〈메티스〉 회원들은 다들 넘넘 좋은 사람들인데.’
약간 괴팍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심성이 나쁜 사람은 없었다.
오늘 모임에서도 나는 꽤 많은 것을 얻어갔다.
‘문제는 레이디 샤본느 말고도 폭탄이 하나 더 있다는 거지만……
“왜 레이디 샤본느에게 접근하는 거지?”
등 뒤에서 불쑥 들린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아, 깜짝이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카이셴 영식이었다.
레이디 샤본느 외에 내게 아주 까칠한 단 한 명.
“왜 접근하는 거지?”
“접근이요? 저는 그런 적 없는데.”
나는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불필요하게 다가가는 건 꿍꿍이가 있는 접근 아닌가?”
“제가 잘못한 전적이 있으니까 사과하기 위해서 말을 거는 것뿐이에요.”
“거짓말.”
카이셴 영식이 딱 잘라 단언했다.
흰장미의 귀공자라는 별명이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매끄러운 얼굴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루아티샤 파에라톤. 네가 무슨 생각인지는 상관없어.”
서늘하고 귀족적인 눈매 속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가지 마라.”
명백한 경고였다.
“왜요?”
“왜라니.”
미간을 찌푸린 그가 나를 향해 물었다.
“너, 설마 네 샤프롱으로 레이디 샤본느를 점찍고 있는 건가.”
“그렇게 보여요?”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
“흐응一.”
묘한 비음만 흘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나를 보고 카이셴 영식의 미간이 더 깊게 패였다.
“이건 경고一.
“제온!”
나는 저 멀리서 제온을 발견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제온이 셰루인 부인의 저택까지 나를 마중 나온 것이다.
무표정한 제온의 뺨이 조금 상기되었다.
‘반가워하는 것 좀 봐.’
그게 귀엽기도 해서 나는 폴짝폴짝 뛰며 더 크게 손을 붕붕 흔들었다.
제온이 걸음을 서두르다가 카이셴 영식을 보고 멈칫했다.
그는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나는 눈을 빛냈다.
그리고 카이셴 영식의 팔에 척, 하고 팔짱을 꼈다.
“뭐 하는 거지?”
카이셴 영식이 싸늘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건 말건 나는 꺄르르 웃으며 그에게 더 찰싹 달라붙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는데.”
어느새 다가온 제온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웅! 우리 사이좋아! 다들 어른들이라서 루루 엄청 외로웠는데 펠릭스 오빠가 나 많이 챙겨줬어!”
펠릭스는 카이셴 영식의 이름이었다.
난데없이 이름까지 부르며 친한 척을 하자 카이셴 영식이 어이없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스윽.
제온이 시선만 움직여 카이셴 영식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카이셴 영식을 그대로 불살라 버릴 듯했다.
“루루한테 오빠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다고나 할까? 참, 제온이랑 펠릭스 오빠랑 동갑이더라.”
제온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생일은 펠릭스 오빠가 더 빠르던데. 그러면一.”
나는 카이셴 영식을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루루의 첫째 오빠는 이제 제온이 아니라 펠릭스 오빠인가?”
“너……!”
기함한 카이셴 영식이 나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첫째 오빠가, 내가 아니라…….”
제온의 붉은 눈동자가 짙은 그림자로 얼룩졌다.
“저 새끼라고.”
제온은 마기를 끌어 올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수천 개의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만 같은 살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봄 햇살마저 시리게 얼려버리는 기세.
카이셴 영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식은땀이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농담이야!”
나는 얼른 외치며 제온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우뚝.
제온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한순간에 훅 가라앉았다.
나는 제온을 끌어안은 채 그를 올려다보며 헤헤 웃었다.
“루루의 첫째 오빠는 제온밖에 없어.”
“…….”
한참 내 얼굴을 바라보던 제온이 나를 달랑 들어 올렸다.
“놀랐잖아.”
“미안.”
정말 충격을 받은 목소리라서 나는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누가 봐도 농담이었는데.
“쓰다듬어줘.”
쓰담쓰담.
결 좋은 까만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흐트러졌다.
제온이 나를 더 꽉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벽쿵도 해줘. ‘그 대사’로.”
“아니, 그건…….”
제온은 말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윽.
“지, 집에 가서 해줄게…….”
이번엔 나도 잘못한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저놈 앞에서 해줘.”
“어?”
제온이 경계심 어린 얼굴로 카이셴 영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막내다.”
“……아, 예.”
카이셴 영식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온은 보란 듯이 나를 내려놓고 회랑의 벽에 기대섰다.
‘지, 진짜 해?!’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제온을 바라보았다.
제온은 조금 발개진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레고 있잖아?!’
왜 이런 거로 설레는 거야!
하지만 내게 퇴로는 없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그대로 돌진했다.
꿍!
내 손이 박력 넘치게 제온의 옆을 짚었다.
비록 얼굴에서 한참 아래인 허리 옆이었지만.
비록 내가 마주 보고 있는 것은 제온의 얼굴이 아니라 제온의 배였지만.
어쨌든 제온을 내 팔 안에 가뒀다.
나는 고개를 척 들고는 제온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제온은 내 꺼야!”
“응…….”
제온이 멍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대만족한 모양이었다.
‘으으, 쪽一팔一려一!’
옆을 돌아보지 않아도 황당해하는 카이셴 영식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귀에서 김이 푹푹 빠져나가는 것만 같아!
제온이 그런 나를 다시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자랑스럽게 카이셴 영식에게 물었다.
“봤냐?”
“……어.”
“들었냐?”
“……어.”
“부럽지?”
그만해!
대답하는 목소리에서부터 떨떠름함이 묻어나오고 있잖아!
“루루의 첫째 오빠는 나다.”
제온이 무슨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것처럼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선언했다.